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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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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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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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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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4)

DUMMY

一.





후우욱!


일대의 공기가 조휘의 통제 아래에 놓인다. 안개 저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거대한 궁궐. 마치 제단을 모시는 모양새다.


검게 칠해진 거대한 기둥 두 개가 쓰러져 내림과 동시에, 창백한 푸른빛이 하늘 저편에서 쏘아져 내린다. 군림기를 익힌 직후부터 가장 많이 써왔기에 익숙한 뇌전의 형상이 휘몰아쳤다.


‘무형검인가.’


펼쳐낸 심상 전체를 뒤덮는 가공할 위력의 무형검이다. 이미 한 번 그 극점에 닿아보지 못했다면 절대로 구현해낼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위용.


“크흐흐흐.”


그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거대한 무형검이 순식간에 쪼개져 공간 전체를 뒤덮는 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칼끝에 취한 상태.


“자네의 깨달음에 경애를 표하네.”


그 한마디를 남긴 직후, 검몽아의 형상이 한 자루 검으로 변했다.


콰각! 쿠구구구구!


검몽아의 움직임은 처절했다. 무형검 한 자루 한 자루가 품은 위력은 절세 고수의 한 초식. 그것이 합격진을 이루고 무수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흐하하하하하!”


검몽아는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 무형검에 심장이 꿰뚫리기 직전까지, 그는 계속해서 웃었다. 삶의 끝자락에 도달했을 때, 그는 흐릿한 눈동자로 하늘 저편을 바라봤다. 조휘의 영역이 하늘을 뒤덮고 있음에도, 그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신이시여······ 어리석은 꿈을 꾸던 아이가 당신에게로 귀의하나이다.”


무아지경 속에서 검몽아는 경지를 돌파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순 없었다. 조화경의 극을 보고 현경의 위로 나아가고자 했지만,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남아있지 않았다.


목숨을 건 실전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바로 무인이란 족속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일전은 검몽아에게도, 조휘에게도 무척 큰 의미를 주었다.


비록 한 사람은 이제 곧 죽어 의미가 없게 될지라도, 살아남은 사람이 오늘의 일을 계속해서 기억하며 강호를 살아간다면, 의미 없게 죽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죽어버린 사람들의 생각은 알 방도가 없지만, 언제나 조휘는 살아갈 사람의 몫을 다 했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조휘의 힘이 되어주었으니, 검몽아가 패배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터.


그럼에도 하나의 심상을 완벽하게 구현한 무인의 목숨을 끊는 것은 씁쓸한 일이었다. 그가 품은 심상은 다른 말로 무인의 꿈.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남의 꿈을 짓밟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으므로.


그럼에도 살아가야만 했다. 이런 방식이 아니면 강호의 정상으로 향할 수 없기에, 강호가 도산지옥이라고 불리는 거겠지.


“······.”


쿠웅!


이제는 완전한 검의 형상으로 변한 검몽아의 비석이 두 고수의 접전으로 휑해진 공터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심상을 회수함과 동시에 흐릿해지는 영역. 그러나 조휘의 군림만야기는 또렷한 실체로 남아 일대를 온통 푸르게 불태우고 있었다.


푸른 불꽃에 휩싸인 그의 모습은 마귀라고 오해하기에 충분했지만, 막상 그를 지켜보는 한 사람에게는 무척 신성하게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목이 쩍쩍 갈라지는 것을 느끼며 조휘가 입을 열었다.


“오셨습니까.”


비석을 또렷하게 지켜보던 조휘와 저 멀리서 달려온 흑제의 눈이 마주친다.


경악으로 천천히 일그러지는 흑제의 얼굴을 보며 조휘가 씨익 웃었다.


“얻었습니다.”


“너······ 설마.”


고개를 끄덕이기를 잠시, 조휘의 신형이 휘청거린다.


“어?”


머리가 핑─ 돌며 전신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 혈관 하나하나를 무형검이 파먹은 듯했다.


주르르륵.


입가에서 거무죽죽한 피가 줄줄 흘러나왔고, 당혹스러운 표정의 흑제가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것을 보며.


조휘가 그대로 기절했다.






二.





조휘가 눈을 뜬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하루를 꼬박 누워서 보낸 것 치고도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 관자놀이를 눌러보며 몸을 일으키기도 잠시, 바깥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입을 열었다.


“거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어서 들어오시지 않으시고.”


“······허허.”


표주천이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왔다. 잔뜩 초췌해진 조휘의 얼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바깥에서 뭘 하고 다니길래,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든 것이냐.”


“흐흐. 죄송합니다.”


“흑제······ 그 양반에게 들었다. 네가 심상을 완성하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껄껄 웃으며 자랑하는 그 양반의 머리카락을 다 쥐어 뜯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


“흐흐흐. 두분이 벌써 그렇게 친해지신 겁니까?”


“친해지긴! 웬수지. 웬수야.”


표주천이 침상에 누운 조휘의 손을 쓰다듬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젊을 적에 무리하는 놈들 말로가 그리 썩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지?”


“예. 늙어서 사부님 업고 다니려면 관절이 튼튼해야하니,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나.”


말을 마친 표주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십니까?”


“물 위를 떠다니는 낙엽처럼 사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해졌지. 강호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한 사람의 미미한 존재는 오롯이 홀로 살아남기 힘든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 나는 별안간 찾아온 신기한 제자 덕에 의탁할 장소를 찾았으니, 식객으로서 마땅한 책임을 져야겠지.”


“그 말씀은?”


“놈들의 대군이 숨어 있는 장소를 발견했단 소식이다. 그곳에 나와 전쟁부주가 함께 향하기로 했다. 나를 어떤 자리에 앉힐 생각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으나, 전쟁부주와 미리미리 합을 맞추도록 하는 것은. 아마도 그와 엇비슷한 직위를 내리겠다는 뜻이겠지.”


“······.”


“얼마 걸리지 않을 터이니 쉬고 있거라. 금방 다녀오마.”


그리 말하는 표주천의 눈동자에선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기이한 열망이 감돌고 있었다.


표주천이 그렇게 맹을 떠났다. 전쟁부주와 음제. 남창에서 오백 리가량 떨어진 길안에 주둔하고 있던 마인들을 도륙 내고 오는 데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음제와 전쟁부주가 자리를 비우기 무섭게, 천성맹 내부에선 또 다른 혼란이 일어났다. 바로 여러 흑도 명문가의 자제들의 단합과 시위.


그들은 투쟁을 원한다는 파격적인 발언과 함께, 장로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흑도의 권위가 무너졌다.”


장로원주의 입에서 터져 나온 파격적인 언행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가문의 젊은 것들을 휩쓸었다. 장로원 휘하의 여러 무력 단체가 그들을 제압하고 억류하기 시작했던 것.


군사부에선 그들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장로원은 그 말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렇게 되니 맹 내의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그렇게 흐르자, 수뇌부 측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그들의 목을 치자는 강경파와 지금은 조금이라도 전력을 아껴야 한다는 온건파의 대립 속에서.


흑제는 조휘와 대담을 자주 가졌고.


그렇게 이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三.





강서성에 숨어 있던 마교의 잔당들을 모조리 척살한 직후였다.


흑제의 소집으로 대전에 모인 장로원 소속의 장로들은 군사부와 팽팽한 설전을 펼치고 있었다.


“지금은 방비해야 하는 시기네. 외부로 힘을 돌리느니 차라리 내부 단속을 하는 것이 옳은 수순. 바깥으로 향하는 병사들을 단속하고 이번 기회에 맹의 기틀을 바로 잡아 흑도의 권위가 똑바로 서도록 해야 할 걸세.”


흑제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고 생각들 정도로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언뜻 듣기엔, 흑제의 통치가 이어지는 동안 흑도의 권위가 무너졌다고 이야기한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장로원의 의견입니까?”


“나이가 들어 직접 운신이 힘드신 태상장로분들의 의견일세.”


태진이 기가 차다는 얼굴로 장로를 바라봤다.


‘맹주께서 모든 장로를 소집하시지 않으셨나.’


누가 흑도의 권위를 해친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서 욕도 안 나오는 와중, 흑제의 뒤편에 서 있던 연서가 칠장로에게 물었다.


“칠장로. 맹주께서는 모든 장로원 소속의 모든 장로를 오라고 하셨소만.”


“건강의 이유로 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강제로 끌고 오기라도 해야 했다는 말씀이시오?”


대충 보아도 무척 날이 선 대답이었다. 이쯤 되면, 장로원이 반항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외적의 침략이 있는 와중, 그들의 특권을 좀 더 주장하기라도 하고 싶단 것일까. 여러 군사들이 장로원의 속셈을 셈치고 있었다.


“연부관.”


“말씀하십시오.”


“연통을 넣게.”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


연서가 자리를 비우기 무섭게 좌중이 침묵했다. 지금은 잊히고 있지만, 흑제가 한창일 당시 그의 곁을 보좌하던 나찰필(羅刹筆)의 악명을 잊은 장로들은 없었다.


“흑도의 권위가 무너졌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긴 하네.”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리던 흑제의 손가락이 나무를 파고 들었다. 두두두둑. 어떠한 기운도 두르지 않고 순순한 육신의 힘만으로 나무를 파고든 손가락을 보며, 칠장로의 눈이 파르르 떨려왔다.


“흑도에 권위가 어딨었나. 그런 질문에서 시작해야겠군. 칠장로. 자네가 생각하기에 우리 흑도에 권위라는 것이 존재했던가?”


“그, 그것이.”


“괜찮으니 편히 대답해보게.”


“그,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권위가 무엇이었나.”


“그게······.”


칠장로는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겠지? 어찌보면 그것이 당연하네. 왜냐면······ 우리에겐 그딴 것은 없었기 때문이야.”


흑제의 눈이 스산해졌다.


“흑도는 투쟁의 길이었다. 백도가 내세우는 가치와 명분. 그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의 우리에겐 생존이 전부였기 때문이었어.”


“매, 맹주님!”


“젊은 것들이 투쟁을 꿈꾸는 것은 우리가 반겨주어야 할 일이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답습하고, 우리에게 보이는 최고의 예우······. 자네들이 진정한 흑도였다면, 적어도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막아서는 안 되었지. 투쟁 본능이 꺾인 아이들이 어찌 장차 위대한 흑도의 정상에 군림할 수 있겠나.”


“······!”


칠장로가 식은땀을 흘렸다. 장로원을 제외한 모든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너무 오래 그 자리를 해 먹었기 때문인 것 같아. 고인 물은 썩기 마련······. 세상의 순리가 그러하기에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거겠지.”


“맹주······.”


“칠장로, 개료. 정사대전에서 너와 함께 했던 전장을 기억한다. 억압받던 이들을 위해 한 몸 불사르던 투사의 모습을 기억하겠다. 더는 내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


“······!”


그 순간 개료의 시야가 아찔하게 흐려지며, 그대로 졸도했다. 쿠웅. 쓰러지는 칠장로를 바라보며 장로원이 경악하는 와중, 흑제의 목소리가 덤덤하게 울려 퍼진다.


“새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왕이 필요한 법이지. 이 자리에서 내 후계자를 공표하겠다. 그의 이름은 구량. 군림기를 대성하고, 군림만야의 신공을 이어받아 극사지경에 이른 희대의 천재다.”


“흡!”


“뭣!”


“······!”


“새로운 시대의 후계자는 안으로 들라.”


장로원 측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어나는 와중, 대전의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량. 사부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헌양한 미모의 청년. 흑포를 두르고 머리를 질끈 묶어 올렸다. 등장만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거대한 패기는 억지로 연출한 것이 아닌 그 사람이 품은 자체의 마력.


그가 대전으로 일보를 내딛음과 동시에, 암청빛의 군림기가 넘실거리며 장로원을 위협한다. 그 위로 청광의 뇌전이 피어오르며, 구량이라는 사람의 위엄을 보였다.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어디까지나 내가 바란 것이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구나.”


“이해합니다.”


흑제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구량, 아니 조휘 역시 마찬가지. 두 사람이 선택한 일이다. 그것에 후회나 미련은 없다.


조휘도 흑제도. 진짜 흑도의 후계자 자리에는 생각도 없었지만, 두 사람이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이 주간 수도 없이 부딪쳤던 몸의 대화에 있었으니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알 수는 없는 노릇.


“가라. 가서 흑도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오거라. 진정한 후계자 취임식은 그 이후에 하겠다.”


“명을 받듭니다.”


조휘가 대전을 나섰다. 싸늘한 얼굴로 등을 돌린 사내를 보며 장로원의 모두가 불길함을 느꼈다.


순식간에 기운을 끌어올리자, 대전이 얼어붙는다. 극한에 이른 한기. 군림만야의 신공을 끌어올리며 일보를 내딛는 순간.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사내가 검은 섬광이 되어 쏘아져 나갔다. 유성이 향하는 곳은 북동쪽. 장로원주를 비롯한 태상장로들이 머무르는 장로원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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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무(武)란 무엇인가 (3) 23.12.27 625 15 15쪽
133 무(武)란 무엇인가 (2) +1 23.12.26 618 16 13쪽
132 무(武)란 무엇인가 (1) 23.12.25 685 14 17쪽
131 전야제 (3) 23.12.23 695 13 13쪽
130 전야제 (2) +1 23.12.22 648 15 15쪽
129 전야제 (1) 23.12.21 659 13 13쪽
128 후기지수 (3) 23.12.20 670 13 13쪽
127 후기지수 (2) 23.12.19 660 15 16쪽
126 후기지수 (1) 23.12.18 727 14 16쪽
125 금의환향 (2) (5권 完) +1 23.12.17 733 15 16쪽
124 금의환향 (1) 23.12.16 676 15 13쪽
123 검마 (5) 23.12.15 669 13 13쪽
122 검마 (4) 23.12.14 653 14 15쪽
121 검마 (3) +1 23.12.13 693 16 12쪽
120 검마 (2) +2 23.12.12 716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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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구량 공자 (1) +1 23.12.01 815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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