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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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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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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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무(武)란 무엇인가 (1)

DUMMY

一.





“이야······ 오······ 햐······ 허······.”


“할 말이 있음 해라. 계속 이상한 소리 내지 말고.”


“그 전왕이랑 싸웠는데, 아무렇지도 않소?”


조휘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내가 매일 같이 싸우던 사람이 누구인지 잊었나?”


“아.”


막이호가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렇고말고.”


“맞지.”


묵린십검들이 단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전왕과 조휘의 첫 충돌이 있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화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

소주가 매일 같이 싸우던 사람이 바로 그들의 사부인 흑제였다. 무성십존의 수좌를 다투는 희대의 무인이자, 흑도의 대종사.


그런 그가 전력은 아니더라도 꽤 진심을 다해서 상대해줬기에, 조휘는 날마다 사선을 넘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전왕 선배는 예전에 뵀을 때보다 더 무시무시 해지셨군.”


포춘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본 적이 있으시오?”


“있다마다. 원래 중원 곳곳을 유람하시는 분이시다. 무성십존의 전왕이라고 불리기 전에도 전왕 선배는 전왕이었지. 그분이 어릴 적에, 종종 천성맹을 찾아 사부랑 한바탕하고 유유히 사라진 적이 많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 그때 몇 번 뵈었고.”


“오······. 그렇습니까? 흐흐흐. 형님의 어릴 적이라······ 궁금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은 더 됐을걸? 내가 무공에 갓 입문했을 시기니까.”


“호오······ 형님 나이가 지금 지천명을 조금 넘었으니, 삼십 년도 더 됐으면 약관 언저리라는 거군요.”


“그래······. 근데, 누가 전왕 선배를 형님이라고 부르냐?”


포춘이 목소리를 향해 휙 돌았다. 그도 작은 키가 아니었기에, 원래 고개를 돌리면 머리카락이 보이거나 눈이 보이거나 해야 하는데, 보이는 것은 누군가의 명치부근이었다.


기골이 장대하다 못해 거대한 사내. 그 거대한 체구가 다가오는데, 포춘 자신이 기척을 느끼지 못했음이 더 신기했다.


“흐아아아아아아!”


포춘이 깜짝 놀라며 뒤로 폴짝 뛰었다. 거구의 사내는 뻘쭘한 표정을 짓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하······ 그렇게 무서운 얼굴은 아닌데, 사람 얼굴 보고 깜짝 놀라며 서운하다고요.”


“너, 너, 너너, 너 누구야!”


“저는 야율탁입니다.”


“······.”


뭐 어쩌라는 식으로 바라보자, 야율탁이 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전왕 구양천의 의동생이자 그분의 의발전인······ 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뭐?!”


의동생이자 의발전인.

사실상 후계자가 아닌가.


그럼 이 거대한 체구가 전왕의 무공을 다룬다는 건데······.


‘미친.’


경악이 절로 나오는 조합이었다. 무림의 그 어떤 누구라도 야율탁의 몸을 보면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기공에 대한 오성은 자치하고서도 저 압도적인 육체에서 오는 파괴적인 근력은 무공을 깨나 익힌 무인들이 한 번 쯤은 꿈꿔봤을 그것이니까.


한편, 관구위지와 조휘는 놀라지 않았다. 아직 야율탁의 성취가 조화경의 고수마저 속일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러나 관구위지는 볼 수 없는 것을 조휘는 볼 수 있다는 차이가 있었다.


‘야율탁이라······.’


그의 상단전에 뿌리내린 어딘가 기이하고 뒤틀린 심상. 전왕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 숨은 그것은 조휘도 익히 아는 그것이었다.


‘이 녀석도 관구위지랑 같군.’


어디서 달고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놈도 명천의 괴물이 펼친 심상구현에 당한 피해자였다.


‘저걸 어떻게 한담.’


가장 확실한 것은 기술을 건 술자 본인을 찾아서 죽여버리는 것. 관구위지의 말대로라면, 그자가 숨어 있던 석림이 위치한 운남까지 조휘의 속도로 왕복 4일은 걸렸다.


그것도 전력으로 경공을 펼쳤음을 가정할 때. 중간중간 쉬며 체력 보충도 하고 밥도 먹을 것을 생각하면 4일도 조금 빠듯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관구위지처럼 처리할 수도 없다. 보는 눈이 너무 많고 야율탁의 의형이 전왕이었으므로.


자칫 잘못하다 전왕이 연합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에, 조휘는 결단을 내렸다.


‘본선 1차가 끝나는 날은 앞으로 닷새 뒤. 조금 빠듯하긴 하나, 불가능하진 않다. 일단 군사님께 말씀은 드려놓고······.’


그렇게 개막전의 날이 밝았다.






二.




‘지금쯤이면 한창이겠군.’


섬서에서 사천을 가로질러 운남까지. 심지어 사천땅을 대각선으로 길게 가로질러 가야 했다. 이렇게 긴 거리를 경공술로 이동해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슬슬 보일 텐데.’


사천성에 들어설 때부터 조금 후덥지근해지더니 운남의 경계를 넘고 나서부터는 잔뜩 습하고 더워졌다.


이곳에 서식하는 벌레나 독초들이 당가의 독물 제조에 사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들과 엮이지 않는 것도 중요할 터.


물론 어중간한 독으로 조휘가 중독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주의였다.


‘저기구나.’


석림은 말 그대로 나무처럼 위로 솟구친 돌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하늘에는 기이한 역장이 둘러쳐져 있었는데, 경공술을 펼쳐 석림을 뛰어넘을 때, 그 내부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진법의 일종이었다.


조휘 정도의 무공이 아니고서야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은밀히 펼쳐진 진법은, 그 솜씨만 보아도 누가 펼친지 알 수 있게 했다.


‘천기자.’


작금의 강호에서 저만한 진법 운용이 가능한 사람은 와룡의 환생이라 불리는 제갈가의 천재와 진법에 한해선 고금제일이라고 불리는 천기자 둘 뿐이었다.


제갈의 천재는 지금 무림맹에서 군사직을 맡고 있으므로, 한중에서 그토록 멀리 떨어진 운남의 석림에 진법을 펼칠 사람은 천기자밖에 남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향은 마인의 소행으로 알고 있었는데, 천기자의 자택에 침입해 그가 펼친 진법을 뚫고 천기자를 납치해갈 정도의 마공 실력이면······.’


조휘의 입이 저절로 뜨악하고 벌어졌다.


‘이거 완전 마선이잖아?’


천기자의 무공은 무성십존은 아니더라도 강호삼기인 곽영에 필적한다. 그가 진법을 공부하지 않고 무공에 몰두했으면 무성십존의 일좌는 수월하게 차지했을 거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천기자를 죽이지 않고 납치하려면, 주교 하나로는 부족했다. 강호 전체를 통틀어서 주교급 이상으로 마공을 익힌 사람은 마선밖에 없었으니······.


‘마선은 명천의 끄나풀이었다는 소리가 되네.’


마선을 끄나풀로 삼았다면, 강호의 수뇌부에 자리한 다른 이들도 끄나풀일 가능성도 존재했다.


‘돌아가면 좀더 주의깊게 봐야겠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천기자에 대한 단서를 얻었으니 이는 꽤 훌륭한 수확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느껴진다.’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그 시취를 뚫고 찾아오는 것은 조휘를 향한 가공할 악의.


허락하지 않은 손님이 억지로 진법을 뚫고 보금자리로 찾아오고 있다는 분노가 괴물을 자극했다.


‘온다.’


순간, 조휘의 시계가 느려졌다. 극성으로 펼치는 경공술로 말미암은 고속 이동. 주변의 광경이 주욱 늘어지면서 조휘의 신형이 급가속했다.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에 세계가 느려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조휘의 신형이 돌로된 나무를 그대로 관통한다.


투콰과과과과.


구불구불한 질곡의 시간이 일직선으로 압축되며 적을 향한 강렬한 궤적을 그림과 동시에.


어느새 뽑아든 검에 암청빛 검강이 차올랐고, 그대로 일검.


직선의 궤적을 관통하는 찌르기의 검은 유성검의 비기, 만천개벽세.


전설상의 축지성촌처럼, 아음속을 돌파한 신형은 땅을 접어서 이어 붙인 듯, 공간을 관통하고 나타났다.


그대로 찔러진 일검이 회색빛 머리가 산발인 사내의 복부를 관통.


그 상태로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관성을 영역을 축소해서 구현함으로써 제어, 그 자리에 멈춰버린 검을 곧바로 위로 휘두른다.


서거거걱!


괴인의 몸이 절반으로 잘려 나가며, 내장과 피가 하늘로 치솟아 분수를 만들었지만, 조휘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벌써 심상구현을 펼쳐버렸군.’


검에 꿰뚫리는 찰나. 괴인의 몸에서 번지는 무채색 파동이 조휘가 축소해서 펼친 영역을 밀어내며 심장을 지켰다.


꿈틀. 두근!


하늘에서 그대로 멈춰버린 피와 내장들의 분수가 조휘의 뒤편에서 나타난 잿빛의 심장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괴이하고 끔찍한 광경에 눈살이 찌푸려질법도 했지만, 조휘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역시 네놈이 맞았군. 주공(主空).”


명천의 계보는 주(朱) 씨로 이어진다. 어째서 이교도의 성씨가 명나라의 황족과 같은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명천의 천신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은 모두 주로 시작하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천신은 천신일 뿐,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본 적이 없었기에, 본명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역시도 주 씨 성을 쓰겠지.


“날 알아······?”


괴인, 주공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조휘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가 제자리에서 코를 킁킁 하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르는 냄새······ 그런데 너무 맛있어······.”


그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폐부를 찌르는 시취의 근원이 저 아가리란 것을 깨닫기 무섭게 조휘가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입을 벌린 주공이 이빨리 조휘의 검을 잡아버렸다. 검강이 둘려진 검을 입으로 잡아버렸다. 뾰족하게 깎인 이빨을 자세히 살펴보면 탁한 금빛이 감돌고 있었다.


저것 역시 강기의 일종이었던 것. 호신강기보다 고차원적인 기술로, 전설상의 금강불괴에 맞닿아 있었다.


실제로 천신은 저 황금빛 강기를 자유자제로 다루어 금강불괴신공을 이뤄냈으니 말이다.


자유로운 손으로 명공이 수결을 맺자 주변의 진법이 뒤틀리며 조휘의 발아래에 사문이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진법이란 것이 특정한 사물에 고정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예임이 틀림 없었다.


사문이 들이닥치기 무섭게 허공에서 번개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대자연의 기운을 진법 내부로 받아들여 사문에 떨어진 죄인에게 대가를 내리는 것. 일종의 천벌이었다.


그것이 조휘의 정수리로 떨어지기 무섭게 그 흐름을 그대로 역산, 역으로 진법의 사문을 파해 쳐버린 조휘가 그대로 파해식을 밟았다.


쿠우우우우우웅!


거친 진각과 함께 퍼져나가는 진동이 음제가 전수한 칠음의 묘리를 통해 영역을 구축. 그 영역 위로 조휘의 심상이 구현되며 천기자가 억지로 뒤틀어놓은 세계의 법칙이 그대로 깨져나간다.


조휘가 덮어씌운 심상이 진법을 그대로 소멸시키기 무섭게 검집에서 튀어나온 광명검이 흑색의 마기를 머금고 진동을 시작한다.


[복마검전장(腹魔劍戰場).]


벌 떼처럼 일어난 그림자 검마들이 주공을 향해 일제히 돌진한다. 주공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그대로 그림자 검마들과 격돌한 주공의 몸에서 탁한 황금빛의 진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금빛의 파문이 일렁이며 그의 등 뒤로 악귀의 형상이 나타난다. 금빛의 파문이 닿은 곳에서 악귀의 입이 나타나며 그림자 검마들을 삼키기 시작했다.


으직! 으저저저적!


꼭꼭 씹어 그림자 검마를 삼키지만, 그것을 그림자일 뿐. 다시 조휘의 등 뒤에서 나타난 그림자 검마들이 저마다 검진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캬아아아아아악!”


주공의 괴성과 함께 더 많아지는 금빛의 파동이 그대로 세상을 뒤덮는다.


“가령환구(家令還口)의 개(開)!!!”


주공의 목소리가 닿자, 쩍 벌어진 입에서 다른 악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산해경의 요괴들이 쏟아져 내리며 조휘를 압박한다.


“죽어어어어어!”


조휘를 담은 주공의 눈동자가 공포로 이리저리 흔들린다. 눈동자가 떨리는 만큼이나 주공의 몸이 공포에 덜덜 떨려온다.


조휘에게서 피어나기 시작한 무채색의 파동이 주공의 몸을 옥죄고 있었기 때문.


삶의 끝자락에서 맛보는 극상의 공포에 주공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그 순간.


조휘의 신형이 순간 사라졌다 코앞에서 나타나며, 손이 주공을 관통했다.





三.





“······쿨럭.”


주공이 멍한 눈으로 자신의 상처를 바라봤다. 역천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아, 상처에 남은 진기가 자신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일 터.


“마지막의 그것······ 공간을 접었다 나타난 건가. 마치 주인님의 ‘그것’과······.”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 방도가 없이 주공이 그대로 허물어진다. 탁한 눈동자가 총명해지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죽음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일까. 뇌를 옭아매고 있던 광기가 수그러들며 조휘를 바라본다.


그러나 조휘는 그를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컥. 커어어억.”


생의 불꽃이 꺼지기 직전까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조리 얻어 둬야겠지.


키이이이이이잉─!


조휘의 눈동자에 먹물이 차오르며 회전을 시작했다. 사성에 이른 마몽안과 눈을 마주치자 주공의 몸에서 피가 멈췄다.


그의 진기를 억지로 조종해서 육체를 수복하기 시작했던 것. 곧바로 정보를 캐기 시작한 조휘는 한없이 차가운 눈으로 주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위험했어.’


주공이 위험한 상대였다기 보단, 스스로의 힘에 잡아먹힐뻔 한 것이 위험했다.


통제를 벗어난 군림만야기가 일순 경지를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결과로서 공간에 간섭해버렸다.


조휘의 의도가 아닌, 군림만야기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자의를 가지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은 곧 군림만야기가 조화의 너머 현경의 위에 한발 걸쳤다는 방증.


“말해라. 명천의 본부는 어디에 있지?”


“으으이. 으어어이익.”


주공의 칠공에서 피가 뿜어지며 그가 억지로 입을 열려던 그 순간.


피이이이잇!


어디선가 날아온 핏빛의 검이 그의 미간을 관통했다. 끈 풀린 연처럼 쓰러지는 주공을 보며 조휘의 아미가 꿈틀거리기를 잠시.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보지 말라고. 나도 명령 받고 일하는 처지니까.”


온통 핏빛으로 물든 머리칼의 미청년이 조휘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혈마인가.”


“······!”


“아니, 혈마는 아니고 혈마의 분체. 오로지 피로만 이뤄진 무형검의 일종······ 이기어검과 무형검을 하나로 합쳐 운용중이구나. 생명 반응과 기척이 하나도 없으니 다가오는 것도 모를 수밖에.”


사내가 뜨악한 표정을 짓기도 잠시, 이어진 조휘의 한마디에 그가 안색을 바꾸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무림맹에 숨어든 네놈을 곧 찾으러 갈 거니까, 제대로 목 닦고 기다리고 있어라. 검마의 광명검을 얻었으니, 네놈을 찾기도 보다 수월해지겠지.”


퍼어어어어엉!


조휘가 손을 휘두르자 혈마의 분신체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온통 피로 물들어버린 석림의 중심에서 강대한 충격파가 떠오른 직후, 반경 오십 장이 거대한 구덩이가 되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곳에서 조휘 역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四.





“광화신검 없습니까!”


한중의 정백무대.

전대의 검성, 진산월과 백도의 촉망받는 후기지수였던 광화신검 조휘와의 비무가 벌어진 거대한 무대.


그곳의 한복판에 선 소림의 나한각주, 공심이 그를 애타게 찾았다.


“이름을 세 번 부르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탈락 처리하겠습니다. 광화신검!”


공심이 초조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이기에, 애탄 마음으로 둘러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광화신검!”


그가 있는 곳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소림의 정종신공을 깊이 익힌 공심마저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순백색의 분위기.


공심은 그것을 찾고 있었다. 어느덧 초절정의 끝을 너머 조화를 바라보는 공심의 무공. 반야심경으로 조화경에 도달하고자 하는 희대의 무승이 펼친 감각도가 무대 밖으로 줄기차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광······.”


그가 입을 달싹인 순간, 하늘 저편에서 시커먼 빛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하늘에 선연하게 남는 묵색의 궤적.


그것의 정체를 알아본 공심의 눈이 휘둥그레짐과 동시에,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묵색의 빛이 정백무대에 작렬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검······?”


그것을 마주본 상대의 표정이 아연해지더니, 검이 허공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도착하기 전까지 이 검이 대신 싸울 겁니다.


허공을 수놓은 암청빛 강기에 눈을 의심하길 잠시, 무대의 저 위쪽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여러 고수들의 눈에 경악이 차오른다.


“날아온 속도와 위치를 보아, 한중에서도 꽤 멀리 떨어진 것 같소만. 대체 어떻게······.”


“저것도 이기어검이란 말이오? 목어검(目馭劍)의 경지일 지라도 정백무대가 보이는 위치여야 할진데······ 저것은 전설상의 심어검이지 않은가!”


경악에 가득찬 중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흑제가 피식 웃었다. 물론 음제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보여봐라.’


‘보여주거라.’


두 사람이 기대하는 것은 같았다. 제자가 조화의 극에 다다라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 용암을 언제 완전히 분출할 것인가. 두 사부의 관심사는 그것이었고.


이제 그것이 곧 시작하리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너의 현(現)을!’


‘네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작가의말

크리스마스 이브 잘 쉬고 왔습니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가 오랜만이라 너무 좋았네요. 새벽에 펑펑 오는 눈을 가로등 아래에서 맞고 있으니까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올립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8시 35분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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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武)란 무엇인가 (1) 23.12.25 687 14 17쪽
131 전야제 (3) 23.12.23 695 13 13쪽
130 전야제 (2) +1 23.12.22 648 15 15쪽
129 전야제 (1) 23.12.21 661 13 13쪽
128 후기지수 (3) 23.12.20 670 13 13쪽
127 후기지수 (2) 23.12.19 660 15 16쪽
126 후기지수 (1) 23.12.18 728 14 16쪽
125 금의환향 (2) (5권 完) +1 23.12.17 734 15 16쪽
124 금의환향 (1) 23.12.16 678 15 13쪽
123 검마 (5) 23.12.15 670 13 13쪽
122 검마 (4) 23.12.14 654 14 15쪽
121 검마 (3) +1 23.12.13 693 16 12쪽
120 검마 (2) +2 23.12.12 716 16 14쪽
119 검마 (1) +1 23.12.11 757 15 15쪽
118 전운 (5) +2 23.12.10 733 16 15쪽
117 전운 (4) +1 23.12.09 694 16 13쪽
116 전운 (3) +2 23.12.08 724 14 13쪽
115 전운 (2) +2 23.12.07 750 15 16쪽
114 전운 (1) +1 23.12.06 770 15 15쪽
113 구량 공자 (5) +2 23.12.05 759 14 13쪽
112 구량 공자 (4) +1 23.12.04 767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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