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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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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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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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깨어난 회장님 (4)

DUMMY

5


깨어난 회장님 (4)





“식사는 괜찮으셨습니까?

회장님 입맛을 잘 몰라서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실례가 아니었는지 모르겠군요.

회장님의 생전, 아니 동면 전의 기록을 아무리 조사해도 입맛에 대한 자료는 없더군요.”


사실 유진도 자신의 입맛을 잘 몰랐다.

배를 곯고 살았던 건 아니지만 미식을 추구할 환경도 아니었기에 그냥 주는 대로 먹었을 뿐.


“아주 맛있었습니다.

음식도 좋았고, 대화도 유쾌했습니다. 다들 좋은 분들이더군요.”


김 대통령은 반색했다.


“그렇죠? 다들 저의 정치적 동지들입니다.

회장님과도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모두 회장님과 이념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죠.”


김유석의 말을 듣고 유진은 생각했다.


‘내게 이념이라는 게 있었나?’


잠시 옆 소파에 앉아 있는 남강민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냥 웃고 있을 뿐이었다.




식사와 환담 이후에 접견실로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다.

배석자는 각각 비서실장 한 사람씩으로 네 명이 앉아 있었지만, 비서실장 두 사람은 계속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정치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이 가르침을 주시면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순혈 한국인이신 회장님은 우리 순한국인당과 잘 맞을 겁니다.

대한외국인당의 시정잡배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이죠.”


남강민과 채일우로부터 들은 정보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두 개의 대형 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집권하고 있다고 했다.

순한국인당과 대한외국인당.

예전에는 이념과 지역에 따라 정당이 나누어졌지만 게이트가 열리는 대사건이 있었고, 차츰 한국인이 멸종 위기에 처하자 한국 사회의 아젠다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당시의 정치권은 특히 이민자 수용 문제로 극단적으로 대립했고, 이합집산의 결과 현재의 정치 지형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초창기에는 주요 지도자들의 혈통도 달라서 TV 토론에서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과 한국인과 외모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한국어로 논쟁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한다.

서로 감정이 격화되면서 욕설도 터져 나왔는데 외국 혈통의 한국인이 걸쭉한 한국말로 욕하는 장면이 짤로 유행하기도 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것도 예전 일.

지금은 순혈 한국인이 거의 멸종된 상태이기에 두 당의 이러한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한국인들의 나라입니다.

순수한 그야말로 진짜 순수한 한국인이신 회장님께서 순수 한국인들의 나라를 지향하는 순한국당에게 애정을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이렇게 아직도 그 관성은 남아 있지만.


이때 남강민이 옆에서 살짝 유진의 소매를 끌었다.

신중하게 답변하라는 신호겠지.


“잘 알겠습니다.

좀 더 공부한 뒤에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정치라고는 전혀 몰랐던 유진의 최대한 정치적인 발언이었다.

김유석은 이런 두루뭉술한 발언에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해석이야 애초 각자 알아서 하면 될 일.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로서는 영광입니다.

그리고 회장님.”


대통령의 말소리가 더 낮아지고 은근해졌다.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유진에게 맞춰주던 대통령이었다.

권위 의식 따위는 전혀 내비치지 않고 행동했지만 지금 말투는 또 달랐다.

옛날에 어린 임금을 구슬리던 외척이 저런 톤으로 말했을까.


“회장님은 전생에, 아 죄송합니다.

동면 전에 결혼하신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기억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그건 확실하다.


“하지은 박사님과 회장님의 깊... 동지적 관계야 온 세상이 다 알지만, 박사님이 돌아가신지 70년이 넘었죠.

혹시 여자 친구나 애인은 있으십니까?”


여자 친구와 애인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뭐가 되었던 없는 건 확실하다.

유진이 동면에서 깬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가 만나 본 백 년 뒤의 후손 중에 여성은 에이프릴 박사와 동료 의료진 몇 명 뿐이었고, 그들과 유진의 관계는 그냥 고용주와 직원 사이니까.


“없습니다.”


“역시.

그러면 회장님. 제가 개인적인 제안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제안?

유진은 재벌 회장이다.

아마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겠지.

돈 빌려달라는 건가?


실수를 하지 않으려 다시 남강민의 표정을 살폈다.

어째 아까보다 더 미소가 짙어진 것 같은데, 뭔가 짐작하는 눈치다.


“좀 전에 제 작은 딸을 보셨죠?

문희 녀석 말입니다.”


“네, 봤습니다.

아주 미인이시더군요.”


괜히 하는 말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계라면 떠오르는 고정 관념과 상관없이 방금 본 여자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흑갈색의 머리칼과 커다란 눈을 갖고 있었다.

소연회장을 나갈 때 인사하면서 보니까 키도 상당히 크고 볼륨도 있었다.


“모자란 여식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한테 너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 녀석은 어떻습니까?”


“네?”


순간적으로 김유석의 말이 이해되질 않았다.

들은 그대로 해석하면 되는 건가?


“딸 두 녀석이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사실 큰 딸 보희가 회장님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녀석은 아직 한 번도 결혼한 적도 없고 얌전한 애거든요.

그래서 오늘 모임에 불렀는데 보시는 대로 안 왔지 뭡니까.

도대체 숫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녀석입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둘째 문희는 완전히 성격이 달라요.

같은 배에서 태어난 자매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만큼.

아, 같은 배는 아니군요.

아무튼 문희 녀석이 회장님께 반한 모양입니다.

아까 잠깐 이야기해보니 어릴 때부터 회장님의 열렬한 팬이었답니다.”


대통령이 자기 딸을 소개시켜주겠다는 건가?

나라를 구한 영웅에게 왕이 공주를 내려주던 시대면 솔깃하긴 하다.

그런데 지금 김유석은 임기 4년짜리 왕이고, 내년이면 물러나야 한다.

재선의 가능성도 희박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문희 녀석이 회장님께 더 어울릴 수도 있겠네요.

워낙 어릴 때부터 활달해서 가는 데 마다 남자들이 구름처럼 따랐죠.”


하기는 그 정도 외모에 몸매, 적극성이면 그럴 법도 하지.

생각해보니 확실히 이쁘긴 참 이뻤다.

그럼 이 김칫국 마셔도 되는 건가.


“그래서 결혼도 일찍 했는데, 금방 다녀왔습니다.

요즘 누가 그렇게 촌스럽게 결혼을 하냐고 말렸는데 도대체 말을 들어야 말이죠.

아무튼 지금은 결혼은 안한 상태고 최근 사귀는 남자가 한 둘 있는 것 같은데 그거야 자기가 알아서 정리하겠죠.”


유진은 갑자기 혼란에 빠졌다.

소개해준다는 게 아닌가?

혹시 취업 청탁인가?

섣불리 대답 안하길 잘했다.


“알겠습니다.

언제든지 회사로 보내주세요.

적당한 자리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유석의 표정이 환해지면서 당장이라도 유진의 손을 잡을 것처럼 상체를 기울였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제 딸이지만 정말 괜찮은 아이예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뭔가 서로 말이 엇나가는 것 같다.

유진은 다시 남강민의 표정을 살폈다.

대답을 잘한 걸까?



***



“그럼 그때 말렸어야죠.”


“분위기가 워낙 좋으셔서요.

두 분 사이에 끼어들기가 애매했습니다.”


오찬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

운전을 맡은 채일우와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남강민은 연신 싱글거렸다.

유진은 그들이 뒤통수로 폭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갑자기 따님이 찾아오면 어쩝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김 대통령 집안도 대한민국의 정치 명문가인데, 자존심 상하는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네, 회장님

김 대통령과 어떻게든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이 배 한 척에 꽉 찰 겁니다.

그냥 회장님과 가까워지고 다음 선거에서 도움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거죠.”


“회장님, 차라리 대통령님의 둘째 따님과 이참에 결혼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두 분 다 선남선녀이시니, 잘 어울리는데요.”


운전을 하던 채일우가 백미러를 보면서 끼어들면서 웃었다.

며칠 같이 지냈다고 스스로 회장이랑 가까와졌다 느끼나 보다.


정색하고 야단을 쳐야 하나.

아니면 응석을 받아주면서 확실한 심복을 만들어야 하나.


“회장님.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혹시 하지은 박사님께 미안해서 그러신 건가요?”


남강민이 엉뚱한 소리를 꺼냈다.


하지은 박사에게 미안하다니.

이들은 진짜 그와 하 박사가 특별한 관계였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지금 시대의 결혼은 회장님이 사시던 21세기의 결혼하고 많이 다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결혼이란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그런거 필요없습니다.

계약만 잘하면 됩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22세기 대한민국에서 결혼이란 거의 사문화된 문화라고 했다.


“21세기 한국인들이 거의 결혼을 하지 않았다죠.

그들의 적법한 계승자인 우리 22세기 한국인들도 결혼 같은 건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따님은 결혼을 했었다고 하던데요.”


“회장님의 시대에도 뭐라고 합니까, 복고죠?

복고풍이 있고, 옛날 전통을 따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대한민국의 문화를 즐기고 그때 한국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대통령의 둘째 따님도 상당한 코리아필리아라고 들었습니다.”


“코리아필리아요?”


“네, 한국의 과거 전통 문화를 애호하는 사람들이죠.”


“요즘은 먼저 결혼식을 한 다음에 바로 이혼해서 돌싱이 되는 게 유행입니다.”


“그런 게 유행이라고요? 왜요?”


“뭐든지 옛날 한국 사람처럼 따라하려는 거죠.”


“요즘 그런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습니다.

‘덜싱글즈’ 같은...”


“놀랍군요.

본인들이야 그렇다 해도 가족들이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신중해야 할 텐데.”


남강민은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

짧은 시간 진행된 교육이다 보니 아직 극히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현대의 결혼 제도는 예전 백 년 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결혼은 대부분 단순한 사적인 계약일 뿐이고, 국가는 결혼에 대해 아무런 공적인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게 의미가 있나요?

결혼이라는 건 개인적인 일이지만 공적인 계약이기도 하잖아요.

국가가 보장하는 계약이기에 배우자 쌍방이 여러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되잖아요.

그런데 국가가 그런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결혼 생활 중에 무슨 일을 하건 아무런 책임도 없겠군요.”


“그런 건 사적인 계약으로 대신합니다.”


“사적인 계약이라면 누가 이행을 보장합니까?

결혼하면서 했던 약속을 하나도 안 지키면요?”


“그때를 대비해서 역시 사적인 보증 수단을 활용합니다.

보험회사나 폭력 집단 같은 수단을 활용하죠.”


“폭력 집단이요?”


뭘 잘못 들었나?


“회장님이 후손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까봐 조심스럽네요.

전부 그런 건 아니고, 극히 일부가요.

사실 결혼이란 걸 하는 사람 자체가 극소수예요.

그 중 일부가 일방의 배우자가 부정 행위를 할 때 해결을 폭력 집단에 맡기기로 계약하는 거죠.”


“그럼 바람을 피면 원래 계약한 사람들이 와서 때린다는 건가요?”


“극도로 단순하게 이해하시면 그렇습니다.”


며칠 동안 22세기에 대해 브리핑을 들으면서 나름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자신의 바람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좀 덜 아픈 곳에 맡겨야겠군요.”


“회장님.

말씀하신 ‘한국인 보호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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