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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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최근연재일 :
2024.09.19 00:31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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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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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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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4: 010422 나틸리 vs 모슈크

DUMMY

2층 계단을 가로막는 마법막을 에르제가 해제하자마자 곧바로 우리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열자마자 거대한 거실과 함께 뒤쪽 창문에 위치한 서재에 누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올라오기 전부터 전면전을 각오했기 때문에 에르제가 곧바로 불빛을 확 키웠다. 어두운 2층 방이 확 밝혀지며, 전경이 보였다. 어? 아무도 없잖아? 뒤편 서재에 앉아있는, 모슈크씨일게 분명한 사도 외엔 아무도 없었다. 이러면 매우 호재잖아? 하급 사도를 1대 4로 싸우게 된다는 건데, 빅토르 말대로 10분 안쪽은 커녕 5분 안쪽으로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B: 야, 잘됐다! 부사장님 멍청하게 2층엔 부하들을 배치를 안해놨는데? 1층에만 잔뜩 배치해놨었나봐! 명문대를 나온 현실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머리통을 굴릴 줄 모르나본데? 지능이 퇴화하셨나봐.]


[V: 애들아, 부하가 없으면 5분 안쪽으로 끝내볼게. 너희들은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애.]


[E: 나틸리, 내가 마법을 시전하기 전에 시간을 끌어봐요.]


[N: 좋아요, 에르제.]


너무 쉬울 것 같아서 나도 빅토르만큼 긴장이 많이 풀렸다. 그래서 모슈크씨한테 자신있게 조금 더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N: 음.. 안녕하세요. 아저씨 이름, 모슈크 에브게닌 맞죠?]


[M: 내 과거의 이름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 모슈크씨가 고개를 우리쪽으로 돌렸다. 복장은 우리들이 너무 잘 아는, 옷깃을 잔뜩 세운 망토에 검은색 정장과 구두라는 전형적인 뱀파이어의 복장이었다. 하지만, 그 외엔 일반적인 뱀파이어와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나타났기 때문에, 우리들은 잠시 벙찔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녁에 프랑코씨가 보여준 앨범 속에선 뿔테안경에 지적이고 신뢰감있는 사각형의 기업가 얼굴이었고, 지금 얼굴도 사진속에서 봤던 그 얼굴과 전혀 다를 건 없었다. 그런데.. 코디가 너무 괴상했다. 저 작고 동그란 빨간색 선글라스는 살면서 처음 보는 안경이었다. 게다가 머리는 또 어떻고? 포마드를 떡칠해서 발랐는지 부담스러울정도로 윤기가 난 머리는 전방으로 마치 소뿔처럼 솟아나 있었다. 게다가 빨갛게 바른 립스틱까지! 이건 정말..


[V: 부사장님, 얼굴이 왜 그런 거에요? ]


[B: 징그러워 죽겠네! 진짜 변태같이 꾸미셨잖아!]


보리스의 말대로 점잖은 것과는 거리가 먼, 너무 변태같은 느낌을 주는 뱀파이어였다! 어디서 저런 안경을 구해온 건지, 그리고 뭔 저런 헤어스타일을 생각해내신 건지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모습을 보니.. 너무 두려웠다. 부사장님, 내 피를 빨고 싶어서 안달이었으니까!


[E: 나틸리양,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1층과는 달리 지금은 에르제도 모슈크씨를 변태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올라오기 전부터 난 에르제가 마법을 쓰기 전에 내가 시간을 좀 벌어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난 모슈크씨에게 말을 걸었다. 말을 걸면 싸우지도 않고 정신을 차리게 만들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벨라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니까 벨라에 대해 말하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N: 모슈크씨, 따님한테 돌아가셔야죠.. 1년후에 돌아오겠다면서요? 이제 1년하고도 1개월이나 지났어요. 따님이 모슈크씨 언제 돌아오시나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구요!]


[M: 난 딸이 없다.. 난 오직 강력하고 위대하신 아버님의 자손일 뿐이다..]


[V: 휴.. 저번에 그레고리가 했던 말과 전혀 다를게 없는데? 그 아버님이 도대체 누굴까?]


[B: 아버님이란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이름 좀 말해보세요, 아저씨.]


[M: 너희들은 알 바 아니다.. 위대하고 높으신 위치에서 우리를 굽어보시는 아버님의 이름을 너희들같은 미물들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B: 쳇, 그깟 이름 말해주는 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N: 포기해, 아무래도 그레고리처럼 죽어도 말해주지 않으실 것 같으니까.]


난 설득이나 물어보는 걸 포기하고 검과 방패를 다잡고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근데.. 어째 아저씨가 우리들, 특히 나랑 에르제를 바라보는 눈빛이 좀 이상했다. 설마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설마대로 우리에게 불쾌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크하하하 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M: 흐흐흐, 너희들의 젊고 신선한 영혼의 냄새가 날 흥분시키는구나! 너희들의 영혼을 맛있게 섭취해주겠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영혼의 피를 말이다! 흐흐흐.. 아주 달콤하고 맛있겠어..]


[V: 음.. 부사장님, 현실에서의 모습이랑 너무 다르신데?]


[N: 으으.. 부사장님, 실망이에요! 이렇게 변태같은 모습이실 줄은 몰랐는데!]


[B: 변태라니, 나틸리.. 사도라서 현실의 모습과 영 다른 거지 실제론 저러지 않으시겠지.. 저녁에 본 앨범에서 부사장님이 저렇게 변태같은 뿔머리랑 선글라스 한 거 본 적 있냐?]


[N: 내가 하는 말이 바로 그 말이야! 현실에선 저런 변태같은 모습이 아니실텐데.. 빨리 현실의 모습으로 만들어드려야지, 계속 저렇게 변태 뱀파이어로 사시다간 진짜 현실의 영혼에도 영향을 주겠어!]


[M: 내가 변태? 으흐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난 신선한 젊은이의 영혼의 피를 너무 좋아하니까.. 나의 쾌락의 노예가 되어라.. 맛있는 영혼을 가진 존재들이여..으하하하하!]


[E: ···불쾌하기 짝이 없군요.]


[B: 야, 빅토르. 빨리 두드려패서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놔야겠다.. 여자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변태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좀 봐! 우리들도 나틸리만큼은 아니지만 먹고 싶으신가봐! 부사장님만 아니면 쌍욕을 쳐날리고 싶네!]


[V: 부사장님.. 미안하지만, 제가 부사장님을 좀 때려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세요!]


빅토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검을 들고 맨 먼저 돌격했다. 하지만..


[V: 으아악! 이게 뭐야!]


열린 창문으로 수십, 아니지, 백단위일지도 모르는 작은 박쥐들이 파다닥 소리를 내며 들어오고 있었다. 아.. 그래, 부하 하나 없이 싸울 리가 없지.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나랑 보리스는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백단위의 박쥐들을 바라보며 망했다.. 라는 생각을 하며 벙쪄 있다가 빅토르가 곧바로 앞으로 돌진하며 박쥐들을 베려고 하자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같이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실제 박쥐처럼 작아서 다행이긴 한데,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 박쥐들이 우리들의 몸통을 갉아먹는 작은 통증들이 온 몸에서 느껴지자 난 혐오스러우면서도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에르제, 하급 사도라며! 이게 어떻게 하급 사도야! 옆에서 창을 좌우로 미친듯이 흔들며 쌍욕을 날리는 보리스도 냉정함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 몇초만 더 지나면 진짜 큰일날 것 같았다.


다행히 잠시 후, 에르제의 <야수 마비>가 시전되면서 순식간에 박쥐들이 아래로 후두둑 하며 떨어졌다. 어우.. 징그러워! 무력해져서 바닥에 낙엽처럼 떨어진 모습이 그렇게 징그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아까처럼 지속시간이 7초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저 시간 안에 빅토르가 모슈크씨를 쓰러트릴 수만 있다면..


앞에서 묵묵히 박쥐를 베어넘기던 빅토르는 박쥐가 떨어지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모슈크씨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싸울 땐 전혀 멍청한 느낌이 없다니까? 자신도 7초 안으로 쓰러트리지 못하면 다시 박쥐들이 날아와 공격해올 걸 아는지 급소를 노리며 모슈크 씨를 공격했다. 하지만.. 하급 사도라며! 에르제! 모슈크씨는 빅토르의 공격을 몇번 막은 후 반격을 가할 정도로 만만찮은 사도였다. 원래도 길던 손톱은 진짜 야수의 손톱처럼 거대해져 빅토르를 할퀴려 들었고, 빅토르는 간신이 그 발톱을 피했다. 다행히 하급 사도라서 그런지 오오라를 쓰진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리고, 7초가 지나자 바닥에 깔려있던 박쥐들이 또 일어서서 우리들을 공격했다. 쓰러져 있는동안 나나 보리스나 열심히 박쥐들을 쿡쿡 찔려 죽였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놈들이 많았다. 아니, 어쩌면 바깥에서 계속 박쥐들이 충원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뭔가 수가 줄어든단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편에서 에르제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나는 필사적으로 에르제쪽으로 다가가 방패와 검으로 에르제에게 다가오는 박쥐들을 막았다. 보리스 역시 눈치빠르게 에르제에게 다가와 에르제를 방어해주었다. 전사쪽은 빅토르, 마법쪽은 에르제를 보호해야 이길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10초가 지났을까. 갑자기 마법봉에서 하얀 빛이 나오고 있었다. 평소에 빛을 밝힐때 나오는 초록색 불빛과는 좀 달랐는데, 그 불빛은 빛마법 1단계인 <성 에렐다의 순례자의 불빛>마법이었다. 에르제가 빛마법 전공은 아니지만 1단계 기초마법 중 일부는 사용할 수 있어서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배운 게 지금은 큰 도움이 됐다.


박쥐들 아니랄까봐.. 빛속성의 빛에 굉장히 약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그때 빅토르와 싸우는 걸 보지 못했지만, 그때 빅토르는 자신한테도 공격을 가하며 방해를 해서 오히려 모슈크에게 밀리게 만들던 박쥐들이 비명을 지른 후 순식간에 우리들 쪽으로만 간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박쥐들은 그 불빛을 끄기 위해 에르제에게 집요한 공격을 가했다. 그렇게 해서 빅토르가 방해요소 없이 1대1로 모슈크씨를 상대할 수 있게 되자, 오오라도 못쓰는 사도인데다가 도움까지 받질 못하니 당연히 빅토르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슈크는 빅토르를 쓰러트리는 것보다 빛을 없애는 게 옳다고 생각했는지 빅토르를 회피하고 재빨리 우리들에게 다가왔고, 박쥐들 일부는 다시 빅토르에게 다가가 방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슈크가 다가간 사람은..


[B: 으악! 이 새끼가 왜 나한테 오고 지랄이야!]


방패가 없고 키가 커서 맞는 표면적도 넓은 보리스였고, 난 재빨리 방패로 모슈크씨의 손톱을 막았다. 어휴! 이게 그냥 손톱이 아니구나.. 아무리 나무방패라지만 막을때의 충격이 양손검을 막는 거랑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성 에렐다의 불빛은 사라졌다. 간지럽지만 따가운 공격이 중첩되자 에르제도 버티지 못하고 집중력을 잃어 불빛을 꺼트렸던 것이다. 그 불빛이 꺼지자, 왠지 우리의 희망도 꺼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곧이어 소리치는 에르제의 외침에, 난 에르제가 나름의 생각과 전략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모슈크씨의 공격을 힘겹게 막았다.


[E: 빅토르! 나한테 와요!]


에르제 답지 않게 정말 날카롭고 큰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기 무섭게 박쥐에 둘러쌓인 빅토르가 에르제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10초 후 다시 마법봉이 하얀 빛을 냈다. 박쥐들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에르제를 공격했다. 하지만..


[E: 마법봉을 잡아요! 빅토르!]


에르제가 곧바로 그 마법봉을 옆에서 지켜주던 빅토르에게 건넸다. 빅토르가 에르제의 마법봉을 잡으니, 은은했던 빛이 강렬해지며 눈이 부실 정도로 광휘를 발했다. 아아.. 빅토르 빛속성의 힘이 정말 강하다고 했지? 빅토르의 내면에 실린 빛의 힘이 에르제의 빛마법의 힘을 증폭시키는 게 분명했다.


박쥐들이 일부 죽기 시작했다. 아래로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조만간 박쥐들이 다 죽는다면, 그 다음엔 매우 싸움이 쉬울 거라는 희망이 보였다. 근데.. 역시 박쥐들이 창문에서 계속 날아들어오고 있었다. 모슈크씨가 뭐라고 주문을 외우자 또다시 창문쪽에서 수백마리의 박쥐들이 날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 나틸리, 보리스! 모슈크는 두사람이 없애야 해요!]


[B: ···네?]


빅토르가 마법을 시전하고 유지중인 에르제를 보호함과 동시에 마법봉을 들고 있어야 해서, 모슈크씨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잠시 이해를 못해 네?라고 말한 보리스와는 달리 난 곧바로 말을 이해해서 방패를 앞에 들고 돌진해서 모슈크씨를 빅토르와 에르제가 있는 쪽에서 떨어지게 만들었다. 멍청하지 않은 보리스도 몇초만에 이해한 후, 결연한 표정으로 이빨을 악물고 창을 모슈크씨에게 들이밀었다. 어휴.. 오늘 새벽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나 보리스가 모슈크씨를 상대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오늘 전투의 운명이 우리 둘에게 달려버렸고, 난 이참에 사도와의 전투 경험치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년초의 사르프산의 늑대와 싸울때보다 더 집중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빅토르 아버지가 순수히 검술만 가르쳐줘서 방패술을 익히진 못했지만, 회피술과 기본적인 방어술은 충실히 가르쳐줘서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모슈크씨의 험악한 손톱은 계속 방패의 틈을 공격해 들어왔으며, 결국 난..


[N: 윽! 부사장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M: 으음.. 신선한 여자의 피! 맛있어, 정말 맛있어!]


[N: 으악! 변태 아저씨! 저리 꺼져! 꺼지라고!]


피를 빨렸다. 보리스가 한대 얻어맞고 주저앉자마자 아저씨가 이빨로 내 왼팔을 앙물었다. 으으, 이게 뭐야! 도대체! 아버지뻘 되는 아저씨한테 팔을 물리는 게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진짜 피를 빨리는건지 어지럽고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재빨리 옆에서 일어난 보리스가 창으로 모슈크씨를 찌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어지러웠다. 피를 빨린 게 맞나봐.


[B: 나틸리, 피를 빨리게 하면 어떡해! 치료가 되잖아! 피빨게 하면 아무리 두드려패도 절대 못이긴다고!]


나 알아, 안다고! 임마! 내가 빨리고 싶어서 빨렸겠니? 40대 아저씨가 내 팔을 맛있게 냠냠쪽쪽 빠는 걸 좋아할리가 있겠냐..으악! 또 공격해 들어온다!


[V: 애들아! 우리둘 너무 힘든데 모슈크 씨 빨리 좀 쓰러트려줘!]


저편 빛나는 박쥐 덩어리 속에서 빅토르가 소리쳤다. 누가 몰라! 나도 빨리 쓰러트리고 싶다구! 젠장!


내가 맨앞에서 방패로 막으며 뒤나 측면에서 보리스가 창으로 찌르는 전투가 계속 이어졌다. 눈앞의 사도는 결코 쉽지 않은 사도였으며, 몇번 공격을 받으며 고통을 받게 되자 원래도 침착함을 어그러뜨렸던 공포와 막막함이 우리를 계속 패배의 길로 몰아넣었다. 어설프게 창을 쑤시는 보리스는 중학교때의 훈련들을 까맣게 잊어버린 건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난 왜 에르제가 보리스는 제외시키는게 좋겠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갔다.


애꿎은 내 친구를 이런 전투에 몰아넣은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이건 내 전투인데, 왜 넌 그저 막기에만 급급하고 제대로 공격하질 못하는거야!


보리스가 팔을 찔린 후 큰 위기에 처할 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공격을 했다. 하지만 내면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어설프기 짝이없는 공격이 되고 말았다. 모슈크씨의 손톱이 나의 팔꿈치를 날카롭게 긁었고, 난 비명을 지르며 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완전히 무력해진 나의 얼굴을 향해 날카롭게 쇄도하는 두개의 손톱이 마치 나를 안을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마치, 시작도 하지 못한 나의 여행의 허무한 최후를 장식하는 마지막 공격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하지만 갑자기 내 눈앞에서 거대한 하나의 장벽이 날카로운 두개의 검을 막았다. 그것은.. 빅토르였다. 큰키의 빅토르가 자신의 몸을 방패삼아 날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었다.

겁이 많아 어설프긴 하지만.. 정작 큰 위기에서는 위대한 용기를 가질 줄 아는 녀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도 그랬고, 이번년도 사르프산에서 내가 죽을빤할때도 그랬고 위기상황마다 자기 몸으로 날 보호해준 적이 도대체 몇번인지!


보리스의 용기가 나에게로 전염되었다. 순식간에 공포의 감정이 마법처럼 사라지고 차분한 전의의 감정이 고통과 피로를 잊게 했다.


그래.. 계속 빅토르에게 사도를 맡길 순 없다. 이 임무는 결국 나의 임무다. 여름방학이 지나면 떠날 친구가 사도를 다 처리하면, 난 어디서 경험치를 쌓아야 되겠는가? 하급 사도마저 겁부터 내며 싸우지 못할 수준이라면 난 이 여행을 떠날 자격이 없었다. 그래, 한번 자격을 증명해 보이자! 최소한 하급 사도정돈 일대일로 이겨서 나 자신의 내면에 신뢰와 자신감의 씨앗을 틔우자!


저번 정령체와 싸웠을 때, 뜨거운 피가 흐르는것 같던 때와는 달리 피가 차갑게 가라앉고 냉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늘하고 날카로운 얼음조각같은 눈빛으로 모슈크 씨에게 돌진해 공격했다. 공포에 눈이 멀었던 아까와는 달리 모슈크씨의 모든 공격을 내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았다. 원초적인 폭력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날아오는 주먹이나 검을 바라볼 수 있어야만 힘든 싸움을 승리할 수 있다는 말릭씨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차분하게 몇번의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다가. 강력한 손톱공격을 뒤로 후퇴해서 헛치게 할때 빈틈이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 강력한 손톱공격은 다른 공격을 할때보다 손을 조금 더 높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몇번의 공격을 내가 힘겹게 막아 비틀거렸을때 부사장님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한손을 크게 들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 했다. 하지만 그 최후의 일격은 오히려 나의 것이 되었다. 힘이 너무 빠진 상태라 어쩌면 유일할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재빨리 뒤로 후퇴한 후, 강공격을 헛친후 무게중심이 흐트러진 부사장님을 방패로 힘차게 타격한 후 검을 심장에 박아넣었다. 그러는 사이 모슈크씨가 왼손으로 칼을 죈 나의 팔을 사납게 할퀴었지만 나는 검을 계속 심장안으로 밀어넣었고, 날카롭고 끔찍한 비명이 몇초 울린 후 모슈크 씨의 몸이 빛이 나기 시작했다. 휴.. 끝났다! 난 재빨리 칼을 빼낸 후 너무 아픈 오른팔을 바라봤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난도질이 되어 있었다. 에이, 진짜! 며칠간 오른팔은 아파서 제대로 쓰질 못하겠네! 저 아저씨때문에!


아저씨가 쓰러져 본 모습으로 돌아가자마자, 저택 안을 검게 물들였던 박쥐들도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빅토르가 날 볼 수 있게 되자마자 웃으며 깡총깡총 뛰어오고 있었다. 아.. 쟤는 멀쩡한 것 좀 봐! 오늘 진짜, 나랑 보리스가 다했다, 정말!


[V: 와 나틸리! 쓰러트렸구나!]


[B: 으윽.. 역시 정령체 거시기 자른 용기와 실력 어디 안가네.. 몸빵해준 보람이 있다니까?]


에르제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톡툭 쳐주면 잘했다고 말한 후 알몸인 모슈크씨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변태같은 동그란 선글라스에 원뿔형 머리를 했던 뱀파이어는 어디가고 그 자리엔 정직하고 선하기 그지없는 인상의 회사원머리를 한 한 가족의 아버지가 1년간의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휴! 이제 빨리 벨라한테 데려가야겠다. 얼마나 기뻐할지 궁금하네?


***


싸우고 나서 긴장이 풀리자 고통과 피로가 순식간에 밀려왔고, 그래서 나는 바닥에 드러누운 후 힘들게 숨을 내쉬었다. 아.. 내 이 허접한 실력으론 하급 사도도 친구 도움들을 받아야 겨우 이길 수 있는 수준이구나.. 그래도 이겼으니 정말 다행이다! 야.. 내가 그래도 하급 사도는 이길 수준은 되는구나! 3년간 빅토르 아빠 집에서 맨날 울상지으며 훈련한게 정말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이런 때를 보면 말이지..


와.. 근데 하급 사도도 이렇게나 이기기 힘든데, 오오라까지 쓰는 중급 사도인 그레고리는 아마 뭔 짓을 해도 이기기 힘들었겠지? 빅토르 쟤는 도대체 부사장님보다 훨씬 쎈 그레고리를 어떻게 이긴거야? 확실히 나랑 쟤랑 수준차이가 나는구나.. 쟨 나랑 보리스보다 2단계 이상은 수준차가 나는 게 틀림없었다.


보리스도 똑같이 생각했는지, 가슴팍이 깊이 뚫려 연기가 제일 심하게 나서 에르제에게 긴급 치료를 받는데도 앓는 소리를 내는 와중 나와 똑같은 말을 했다.


[V: 으악! 보리스, 너 괜찮아?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어! 주, 죽는 건 아니지?]


[B: 죽긴 뭐가 죽어! 죽을정도면 말을 하고 있겠냐? 어휴 젠장, 근데 몸이 꿰뚫릴땐 진짜 죽을것 같이 아프긴 하더라, 야. 하급사도가 뭐 저렇게 쎄! 좀 얕봤다가 진짜 꼬치고기가 될 뻔 했네!]


[N: 하급사도도 절대 만만한 게 아니구나..빅토르, 너 저번에 그레고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긴 거야? 하급 사도인 부사장님도 우리둘이 힘을 합쳐도 겨우겨우 이겼는데?]


[B: 그래, 너. 내가 너 싸우는 걸 못봐서 실감이 안났는데 저번엔 어떻게 이긴거야? 너?]


[V: 애들아, 저번에 말했었잖아. 나 그날 진짜 힘들어 토할뻔했어! 그때 나 겨우겨우 이긴 거라니까?]


[N: 아.. 난 그냥 니가 장난으로 엄살 피운건 줄 알았어. 진짜였구나. 미안해.]


그냥 우리들끼리 있으니까 재미로 엄살피운건줄 알았는데.. 진짜 힘들었나보구나! 오히려 우리한테 힘든 내색을 정말 안한 거였어. 일주일 전 너무 힘들었다고 이야기할때마다 또 엄살피우네! 그래! 잘했어! 너 잘한 거 잘 아니까 그만 말해도 돼! 라고 말한 게 괜히 미안해졌다. 앞으로 잘해줘야지. 여름방학 끝나기 전까진 빅토르만 믿고 가야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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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052: 010422 체스 놀이/이공간 입장 24.05.08 9 0 18쪽
52 1-051: 010421 프랑코/자전거 교육 24.05.08 7 0 23쪽
51 1-050: 010421 포탈의 위치 24.05.02 10 0 22쪽
50 1-049: 010421 에브게닌 가 방문 24.05.02 6 0 20쪽
49 1-048: 010420 자전거 타는 소녀 24.05.02 9 0 29쪽
48 1-047: 010420 자전거 교육 24.05.02 8 0 25쪽
47 1-046. 010416 그레고리 사건 종결 24.04.27 9 0 18쪽
46 1-045. 010416 다시 집으로 24.04.27 4 0 18쪽
45 1-044. 010415 이공간 탈출 24.04.27 4 0 20쪽
44 1-043. 010415 사도의 기억 24.04.27 3 0 22쪽
43 1-042 010415 휴식 24.04.27 4 0 18쪽
42 1-041. 010415 빅토르 VS 그레고리 2차전 24.04.27 5 0 13쪽
41 1-040. 010415 이공간 진입 24.04.14 10 0 18쪽
40 1-039. 010415 이반 라고프 24.04.14 5 0 19쪽
39 1-038. 010414 당황하는 보리스 24.04.14 6 0 23쪽
38 1-037. 010413 빅토르 vs 그레고리 1차전 B 24.04.14 5 0 19쪽
37 1-036. 010413 빅토르 vs 그레고리 1차전 A 24.04.14 3 0 20쪽
36 1-035. 010413 빅토르의 합류 24.04.12 6 0 15쪽
35 1-034. 010412 사도와의 전투 24.04.12 5 0 12쪽
34 1-033. 010412 이공간 24.04.12 4 0 14쪽
33 1-032. 010412 재방문 24.04.12 4 0 17쪽
32 1-031. 010411 파동의 근원지 24.04.12 5 0 18쪽
31 1-030: 010411 두 친구의 내재된 힘 24.04.07 6 0 19쪽
30 1-029: 010411 친구들과의 대화 24.04.07 4 0 23쪽
29 1-028: 010411 나틸리의 임무 24.04.07 6 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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