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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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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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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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7화. 간극(間隙) (1)

DUMMY

정주의 북문 근처에 있는 대장간에 검을 보러 온 도종인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정주는 크다. 동문 근처에 있는 저잣거리에서 일어난 소란이 여기까지 들릴 리가 만무하다. 그럼에도 무인의 감인지, 기묘하게 날카로워진 공기에 이목이 민감해진 것이다.


“예? 뭐라굽쇼?!”

“아닐세.”

“잘 안 들립니다요!”

“아무것도 아닐세!”


이 노야장(爐冶匠)이 솜씨가 좋다는 평판을 듣고 왔는데, 쇠를 두들기다 보니 가는귀를 좀 먹었는지 말을 잘 못 알아먹었다. 게다가 자기가 잘 안 들려서 그런지, 답을 할 때마다 소리를 빽빽 질러가면서 답을 하는데, 거의 화통을 삶아 먹었나 싶은 크기다.


“···거참.”


도종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반나절 동안 설명에 매달리고 있으니, 지칠 만도 했다.


“그러니까 말일세. 연검은 아닌데, 탄성이 강한 검을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는···.”

“예?! 연탄 검을 만들어 달라굽쇼?! 연탄이 뭡니까요?!”

“···.”


정말 실력이 뛰어난 노야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못 알아먹는다. 도종인은 문득 득구라는 소년에게 검을 빌려줬던 자신의 선택이 후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니, 이 늦은 밤에 치매 걸린 할배 붙잡고 뭐 하십니까?”

“···뭐라?”


단출한, 아니 단출하다기보다는 야성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차림의 소년이었다. 입은 건지, 걸친 건지 모를 상의 자락을 들어 땀범벅인 얼굴을 대충 닦은 소년이 말했다.


“울 할아부진데, 재작년에 은퇴하신 양반임다. 치매기가 심해져서.”

“···그, 그랬군.”


도종인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려 애썼다.


“할배를 찾아왔단 건, 칼 좀 만지신다는 뜻인데. 어디 분이쇼?”

“화산.”

“화산? 화산이면··· 서안에 철심(鐵心) 어른이 계시잖소? 왜 이딴 곳에서?”


철심은 섬서성 서안을 대표하는 유명한 노야장의 별호다. 그의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게 된 것은 화산의 장문인 송청양 진인 덕분이었다.


“···이곳에서는 검을 구하는 데 꼭 연유가 있어야 하는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주문받으시게.”


소년은 시커먼 이마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게 말입니다요, 지금은 조금 곤란한뎁쇼.”

“이유가 무엇인가?”

“그게 말임다···.”


우르릉!


소년이 입을 여는데, 멀리서 천둥이라도 친 건가 싶은 소리가 울려왔다. 그 소리에 멀쩡히 길을 가던 사람들이 현기증을 느끼고 모로 자빠졌다.


“으앗?!”

“어억!”

“···어랍쇼?”


멀쩡히 서서 말을 하던 소년도 갑자기 뒤로 쿵, 자빠지고 말았다.


“어이쿠, 이게 뭔 일이래냐···?”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균형을 잃지 않았던 도종인은 우선 소년을 일으키려고 손을 내밀다가 기겁했다.


“뭐, 뭐냐! 너는···!”


훌러덩 뒤집힌 소년의 상의 안쪽에는 잘 조각된 여섯 덩이의 복근 위로 평범한 사내에겐 붙어 있지 않은 것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왜요, 계집은 철 만지면 안 된답니까?”


소년─ 아니, 소녀가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지만 도종인은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녀는 혼자 벌떡 일어나 대충 상의를 여미고 말했다.


“뭐, 계집이 만지는 철은 부정 타서 못 쓰겠다 싶으시면 딴 데를 가십쇼.”

“···말버릇이 고약하구나.”

“배워먹은 게 없어서 말입니다요.”


소녀는 대충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럼 안녕히 가십쇼.”

“···허허, 이런.”


도종인은 쓴웃음을 짓고서 돌아서는 소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왜 주문을 받지 못하는 것이냐?”

“···부정 타도 괜찮으십니까요?”

“나는 도사다.”

“···헤에.”


입꼬리를 씩, 말아 올린 소녀가 말했다.


“철이 없습니다요.”

“···철이 동이 났다?”

“그렇슴다. 쟁여놓은 건 죄 써먹은 지 오래고, 본래는 요번 보름 전까지는 들어오기로 했던 것도 다 파토가 났지 뭡니까요.”


왜구들이 출몰하는 남쪽이야 늘 철이 부족하고, 뜸하다 싶으면 마적들이 들끓는 북쪽도 그렇긴 한데, 황하를 중심으로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하남성에 철이 동이 나다니. 조정에서 전쟁 준비라도 하지 않는 한은 있을 리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도종인이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자, 소녀가 눈을 빛내며 도종인의 팔을 붙잡았다.


“도사 어르신.”

“음?”

“도사 어르신께선 무명이 어찌 되십니까?”


도종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알아서 무엇하려고 그러느냐?”

“그야, 칼 팔아먹으려고 그러지요.”

“···철이 없다지 않았느냐?”

“벼려놓은 것은 있습지요.”

“···나를 놀리는 것이냐?”


소녀는 빙글거리며 말했다.


“그야 부정 타는 칼은 안 쓴다고 하실 줄 알았지요.”


도종인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보아하니, 이름을 날리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어떻게 아셨습니까요? 무명이 높으신 분이시라면 공짜는 안 되지만, 반절까진 에누리해드릴 수 있습니다요.”

“고얀 놈이로구나.”


왠지 하는 행태가 지금 도종인의 머릿속을 그득 채우고 있는 어떤 소년과 비슷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도종인은 왠지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먼저 검을 보여다오. 그러면 알려주마.”

“예에? 아이고, 그러면 뭐 맘에 들면 가르쳐주고, 안 들면 안 가르쳐준단 말씀이십니까요?”


소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거렸다.


“에이, 뭐 그런 쩨쩨한···. 뭐, 을매나 대단한 이름이라고 그러십니까요? 됐습니다요! 에에이, 내가 말을 말지.”

“···.”


건방지기 짝이 없는 태도도 왠지 꼭 닮았다. 하는 수 없이 도종인은 어른 된 도리로 먼저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내 이름은 도종인이다. 화산의 화검, 도종인이 바로 나다.”

“예에?!”


소녀의 눈이 빠지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커졌다.


“차··· 참말이십니까요?! 화산의 화검! 화검 대협이시라고요?”


오랜만에 정상적인 반응이로군그래. 도종인은 꽤 오랜만에 인정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흐뭇한 얼굴로 미소를 띠었다.


“그렇다.”

“지, 진짜로?”

“그렇다니까.”

“즈··· 증말이죠?”


슬슬 짜증이 올라오자, 도종인은 별수 없이 토시를 끌러 소매를 드러냈다. 소매에는 오직 매화검수 중 제일검만이 새길 수 있는 일곱 잎의 매화꽃이 새겨져 있었다.


“오오! 지, 진짜 칠엽화···!”

“···쉿.”


소녀가 확인을 마치자 얼른 토시를 다시 차 소매를 감춘 도종인이 말했다.


“이런 것은 쉽게 드러내고 다녀서 좋을 게 없으니, 가능한 한 입을 단속해다오.”

“예, 옙. 물론입니다요.”

“그럼, 어서 검을 좀 보여다오.”

“무, 물론입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소녀는 부리나케 안으로 달려갔다.



* * *



귀음신후는 직접 살상이 가능한 당금 무림의 유일무이한 후음공이다. 무엇보다 귀음신후가 무서운 점은 직접적인 충격파에 직격당하지 않더라도, 소리 자체에 강력한 저주파가 실려 있기에,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즉각적인 마비 증상을 일으킨다는 점이었다.


“그럼, 먼저 가겠어요!”


제갈민은 득구를 남겨두고, 경공을 전개했다. 성채를 둘러업은 팔이 떨려왔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제갈민을 보낸 득구는 그녀를 쫓아가려는 왕태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딜 쫓아가려고?”

“비키지 않는다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피식, 웃음을 터뜨린 득구가 말했다.


“이게 미쳤나. 무슨 수로 갑자기 그런 무공을 쓰는지는 모르겠···.”


왕태하의 얼굴을 똑바로 들여다보던 득구의 눈썹이 꿈틀, 비틀렸다.


“···뭐냐, 너? 왕태하가 아니잖아?”

“무생노모시여···! 비키라 하였도다!”

“무생··· 어쩌구면 백련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문답이 무용하도다···! 성화를 쫓는 길을 방해하지 말도록 하여라!”

“미친 소리···, 아니, 잠깐.”


득구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기운, 어디서 많이 본 건데···?”


익숙한 투기다. 왕태하의 거죽 뒤로 몇 번이고 마주쳤던 투기가 느껴진다.


“비키라 하였느니라!”


먼저 출수한 쪽은 왕태하였다. 준비동작도 없이 폭발적으로 튀어 오른 왕태하의 손이 마치 발톱 같은 갈고리 모양을 하고 득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쿵!


득구의 발이 진각을 밟았다. 떨치듯, 득구의 일권이 왕태하의 발톱을 두드렸다.


쩡!


살과 살이 부딪힌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정주의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땅에 단단히 발을 고정한 득구와 달리, 두 걸음이나 물러선 왕태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 무슨!”

“왜? 나도 저기 천가방의 조무래기 놈들처럼 보였냐?”


득구가 소리치자, 왕태하는 두 눈을 좁히며 말했다.


“그랬다만···.”


득구는 피식, 웃으며 자세를 바꿔 잡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능력 있는 독수리는 발톱을 감추는 법이라지!”

“···독수리가 아니라 매 아니더냐?”

“···뭐든!”

“그리고 무얼 감추었다는 것이냐?”


득구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대충 알아먹었음 됐지, 잔말이 많아!”


득구는 즉시 발을 내딛었다.


“네놈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말하였느니, 문답이 무용하다고!”


득구의 주먹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좌수를 세워 비껴낸 왕태하가 그대로 득구의 왼발을 밟았다.


스컥!


발이 밟힌 순간 뒤로 머리를 젖힌 득구는, 앞머리 몇 가닥이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날을 세운 좌수가 수도(手刀)로 베어낸 것이다. 곧이어 왕태하의 오른 주먹이 득구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으럇!”


득구는 왼 팔꿈치로 주먹을 막고 그대로 오른발을 크게 굴렀다.


쿵!


오른발에서 일어난 경력이 파도처럼 일어나 왼 팔꿈치에서 터져 나왔다. 불안정한 자세임에도 그 경력을 경시할 수 없었던 왕태하가 발을 떼고 물러섰다.


“···매서운 촌경(寸勁)이로다.”

“주먹깨나 매운데···?”


득구는 얼얼한 팔꿈치를 털었다. 속이 이상한 놈이긴 하지만, 거죽이 왕태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자꾸 방심하게 되는 것 같았다.


“제길, 이럼 안 되지. 집중, 집중···!”

“말이 많도다.”

“혼잣말도 못 하냐?”

“···경박한 중생이로고.”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겠다는 듯, 왕태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다음 한 수로 끝내도록 하겠노라.”

“다음 한 수로 끝장나도록 하겠다는 말을 잘못한 것은 아니고?”


득구의 이죽거림에도 왕태하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무언가 내면의 더 깊숙한 곳에서 힘을 끌어내기라도 하는 듯, 왕태하의 눈이 뒤집히고 흰자가 드러났다.


“가떼 가떼 빠라가떼··· 보디 쓰와하···!”


비명인지, 괴성인지 아니면 진언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소리가 왕태하의 입을 통해 울려 퍼졌다. 분명 낮은 음성으로 읊조리는데도 일대가 울부짖는 것처럼 그렇게 들려왔다. 그 순간, 득구의 뇌리에 어떤 한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


“눈깔···. 눈깔···?”


득구가 던진 비수에 눈을 잃은 광운이 다르마(戒律)라는 걸 선포하던 그 순간이다.


“이 자식··· 설마!”


득구는 즉시 공력을 끌어올려 정명혈에 집중했다. 놈의 기운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시뻘건 혈광이 내비치는 왕태하의 두 눈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다.


“그놈, 쿠, 꾸··· 꾸다리!”



* * *



소녀가 들고 온 검은 총 다섯 자루였다. 길이도 너비도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칼날에 짙은 예기(銳氣)가 서린 명검이었다.


‘이것을 전부 이 아이가 벼렸단 말인가?’


도종인은 놀란 표정을 금치 못했다.


“혹, 이것들 전부를 네가 벼렸단 말이냐?”

“저, 전부는 아닙니다요. 요거는 할배가 직접 벼린 것이고···. 나머지만.”


도종인은 쑥스러운 듯, 검지로 코밑을 슥 훔치는 소녀의 얼굴을 일견하고 다시 검을 살폈다. 확실히 소녀의 할아버지가 벼렸다는 검이 다른 네 검에 비해 더 나은 구석이 있었지만, 다른 네 검도 못지않았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매화검을 펼치기에 알맞은 탄성을 가진 검이 없다는 점이다.


검을 고르던 도종인이 고개를 들어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말없이 계속 쳐다보는 도종인의 눈길에 소녀가 얼굴을 붉혔다.


“뭐, 뭡니까요.”

“이름이 무엇이냐?”

“이름요?”


소녀는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 순득(恂得)인뎁쇼.”

“순득?”

“옙.”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그렇죠, 뭐.”


도종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떠하냐?”

“뭐··· 뭘 말입니까요.”

“내가 네게 야장으로서의 장명(匠名)을 지어줄 테니, 오늘 검의 대가는 그것으로 치르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예에?”

“대신, 후에 좋은 철을 구해 새 검을 벼려준다면 그때는 금으로 값을 치르겠다.”

“그··· 금요?”

“어떠하냐?”


순득은 그제야 뜻을 이해했다. 말하자면, 화검 도종인의 애검을 벼리는 야장이 되어 달라는 뜻이다. 순득은 벼락을 맞은 사람의 표정을 하고 도종인을 쳐다보았다.


“순득···이라.”


마침 한 자가 그 소년과 비슷하다. 어쩐지 하는 짓도 좀 비슷한 감이 있더니. 도종인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월왕 구천의 고사를 아느냐?”

“아, 알지요. 천하에서 그거 모르는 야장이 어딨다 그러십니까요? 야장이면 다 알지요.”


도종인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리하면, 구천이 원수를 갚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또 하나의 보물에 대해서도 잘 알겠구나. 푸른 옷을 즐겨 입었다는 소녀, 월녀 말이다.”


도종인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툭, 두드리고 말했다.


“청월(靑越)이라 함이 어떠하겠느냐?”

“처··· 청월요?”

“철심공(鐵心工)처럼, 장명을 검에 새기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처··· 청월공(靑越工)···!”

“오늘은 자네가 따로 새길 것이 없네.”


하게체를 써서 순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 도종인이 순득의 할아버지가 만들었다는 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순득이 만든 검들을 향해 휘둘렀다. 네 자루의 검 위로 청월공의 세 글자가 정교한 필치로 새겨졌다.


순득은 황홀한 눈으로 검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일이다.


“내 앞으로는 자네를 청월공이라 칭할 터이니, 이름에 걸맞은 좋은 검을 벼려주시게나. 앞으로 누가 자네의 검을 쓰느냐 묻거든 화산의 화검이 청월공의 검을 쓴다고 하면 될 것이네.”

“화, 화검 대협···!”


순득이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 눈으로 도종인을 쳐다보자, 그는 순득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겠네.”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도종인이 마지막으로 호탕한 웃음을 지으려는데, 또 다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울린 탓인지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진멸하리라!」”

“어이쿠야!”


동시에 거리에 사람들이 죄 자빠지고 말았다. 순득 또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바로 땅으로 엎어졌다. 도종인은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이건··· 귀음신후!”


도종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도종인은 자빠지면서 또 상의가 뒤집힌 순득에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주고 말했다.


“이 정주에 심상찮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으니, 나는 가봐야 할 것 같네!”

“···어, 어이쿠, 어지러워라···!”


허둥거리며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순득을 씁쓸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도종인은 그녀를 일으키는 대신 세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귀음신후로 심신이 흐트러지면 공력을 모르는 이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도종인이 그대로 경공을 전개하려는데, 문득 중검 한 자루가 눈에 밟혔다. 순득, 아니 청월이 벼린 검이면 그 소년, 득구가 미완성의 시우십결을 쓰더라도 단번에 부서지진 않을 것이다.


“미안하네만, 한 자루 더 가져가겠네. 이건 검에 이름을 대신 새겨준 값으로 치세나.”

“어, 어이쿠, 두야···! 사, 살펴 가십···. 오웩!”

“몸조심하시게!”


도종인은 즉시 소리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작가의말

쓸데없이 투정 부린 것이 매우 부끄러워 전일 작가의 말을 지울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가끔은 뭐 그런 날도 있는 거 아닌가...하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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