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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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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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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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적(敵) (1)

DUMMY

황보문성은 이 검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이 일검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우십결!”


삽시간에 경악의 파도가 연무장 안을 휘몰아쳤다.



* * *



“시우십결이라고?”


때마침 운공을 마친 양성진은 굳이 놀라움을 감추려들지 않았다. 뻐근한 오른 팔목을 움켜쥐고 빠르게 처치를 마친 그는 등 뒤로 떨어져 꽂힌 창을 뽑아 들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친구였군그래.”


양성진은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몸을 날렸다.



* * *



설총은 마치 아무도 없는 연무장에서 홀로 검무(劍舞)를 추듯, 검을 펼쳐나갔다. 한현보의 검법, 소청의 오의(奧義) 시우십결의 검결은, 소청의 검식(劍式)의 형(形) 속에 감춰진 정수(精髓)를 얼마나 체득했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소청(消靑)의 정수는 그 이름 그대로, 모든 겉치레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설총은 시우십결의 첫 번째 구결을 곱씹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오직 세운 뜻은 꺾이지 않으리라.’


설총의 심상은 마치 겨울이라도 찾아온 듯, 온통 새하얀 공간으로 뒤덮였다. 그곳에서 다른 빛은 오직 먹을 잔뜩 머금기라도 한 것같이 검은, 묵검뿐.


‘왜 무심결(務心結)이지?’


힘써, 마음을 다스린다. 내공심법의 이름치고는 심심한 이름이다. 심법(心法)은 그 무가의 정체성이다. 그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산동벽수만 해도, 태산벽력(太山霹靂)이라는 이명다운 심법을 보유하고 있다.


수미천왕신공(須彌天王神功). 곧, 찰나지간에도 하늘 전체를 두루 살필 수 있는 벽력(霹靂)처럼 빠르고 웅혼한 힘. 그것을 추구하는 황보세가인들의 정신이 이 심법의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심법의 이름에는 그 무가가 추구하는 힘, 무(武)의 정수가 담기기 마련이다.


‘왜 소청(消靑)이지?’


검법치고는 초라한 이름이다. 펼칠수록 초라하고, 메말라가는 검이라니. 만약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이 넘치는 무인이라면 결코 이런 이름을 붙이진 않을 것이다.


그에 반해, 설총의 검에 대항하여 산동벽수가 펼치는 것은 천왕삼수(天王三手)다. 본래 권법이던 ‘천왕삼권’을 산동벽수 본인이 수법으로 개진(改進)해낸 무공이다. 그리고 이 개진은 그를 구체 중 필두에 자리매김하게 했다. 즉, 천왕삼수는 그의 성명절기(成名絶技)인 셈이다.


이름부터가 압도적이지 않은가? 천왕이 펼치는 세 가지 수법이라니. 세 번을 다 펼치긴 무슨, 단 일수 만에 마주 선 대적들을 짓이겨버릴 것만 같은 웅혼함이 이미 이름에 담겨 있다.


‘···왜, 시우십결인가?’


때를 맞추어 내리는 비. 하늘의 비.


검법, 소청의 마지막 초식이 시우십결인 까닭은, 어쩌면 운예지망(雲霓之望)을 담은 이름일지도 모른다. 풀과 꽃이 마르고 시든 그 메마름의 끝에, 마침내 비가 내리기를. 하늘 가득한 구름과 무지개로 메마른 땅을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 메마른 땅을 적실 비가 내릴 때가 아닌가?


‘아직 더 남았단 말인가···? 여기가 끝이 아니란 말인가?’


군문세가로서 한현보는 끝났다. 하남성의 정천호에게 미움을 산 이상, 하남성의 군문세가로서 한현보가 재기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무가로서 한현보는 이미 15년 전에 끝난 셈이다. 무심결의 결함을 해결해낸 천검이 그 해법과 함께 모습을 감춰버린 그때 이미, 무가로서 한현보는 한 번 끝난 셈이다. 설총이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천검 없이 무심결을 개진하려 한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긴 시간이.


그러나, 그 서찰.



* * *



“그간 소림의 움직임이 요상했던 이유가 이거였군요.”


설총은 담담한 목소리였다. 염천호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기껏 공들여 쌓은 탑이 와장창 박살이 났는데,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

“···천검의 정체를, 소림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염천호는 답을 하는 대신 곰방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한숨처럼 길게 연기를 내뱉고서야, 염천호의 입이 다시 열렸다.


“마익수···.”

“마익수?”

“구정삼이가 전에 이야기했다고 들었는데. 네 사고(師姑) 이야기 말이다.”

“···아.”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게다. 고작 몇 주 전에 들은 이야기가, 마치 까마득한 옛날에 들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 여자의 일이 없었다면··· 천검과 한현보의 관계를 네놈이 나타나고서야 알았을 거다. 그 여자가 있었기에, 우리는 계묘혈사의 천검이 곧 한현보의 옛 제자 단운이라는 사실에 도달할 수 있었지.”


염천호는 가늘어진 눈으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즉, 아직 네 녀석과··· 네 시우십결이 강호에 드러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그 여자, 은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야.”

“그럼, 그 마익수란 사람이 그···.”

“그래. 그 여자를 겁탈하려고 했던 놈이지.”


설총은 검지로 미간을 두드리며 기억을 되짚었다.


“걸협 어르신 말씀대로라면, 어르신께서 그자의 손목을 잘라 방규(幇規)대로 벌을 내리셨다고 하셨습니다만···. 그 후에 파문하셨던 겁니까?”

“아니. 쫓아내진 않았어.”


염천호는 씁쓸한 얼굴로 쯧, 혀를 찼다.


“죽었지.”

“죽었다고요?”

“···후우. 염병.”


염천호는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삽시간에 담배 연기로 염천호의 주위가 자욱해졌다.


“죽었다고··· 생각했어. 죽었다고 말했거든. 제기랄. 믿었는데 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 마익수란 사람은···.”


염천호는 골짜기처럼 움푹 팬 미간을 주먹으로 꾹꾹 눌러댔다.


“일이 좀 있었어. 덕분에 백련교의 잔당들이 아직 멀쩡하게 남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는··· 녀석의 목숨을 대가로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했었다.”

“···은설 사고를 쫓다가 백련교도들과 마주쳤군요.”

“맞아. 단 한 명만 살아 돌아왔거든.”


염천호는 뻐끔, 연기를 피워 올렸다.


“마익수. 그 녀석은 내게··· 마속(馬謖)이었다.”

“···그랬군요.”

“그럼··· 그 마익수란 자가 소림에 투신을 한 겁니까?”

“지금으로선 그 추측이 가장 타당하지. 어쨌건, 놈이 가진 정보는 값어치가 높은 물건이니 말이야.”


염천호는 잠시 말없이 코로 연기를 풀풀 냈다.


“···미안하군. 이건 내 책임이다.”

“어르신께서 그리 말씀하실 일이···.”

“아니. 내 책임이다.”


염천호는 곰방대를 휙, 돌려 담뱃재를 털어내고 새로 잎을 채워 넣었다. 뻐끔, 금세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런 염천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설총은 말머리를 돌렸다.


“하오문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을 가능성은···.”

“나한테서 정보가 새어 나갈 리는 없잖아? 진짜 중요한 건 나만 아는데.”

“···그렇군요.”


설총은 할 말을 잃고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설총이 입을 다물자, 염천호는 곰방대의 부리로 앞니를 툭툭, 두드리면서 몇 번이고 생각을 곱씹다가 말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지만···.”


설총이 눈을 돌려 염천호를 쳐다보자, 그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놈이 투신한 곳이 소림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도 없어. 사실상 백련교가 한현보를 첫 번째 제물로 선택한 이유가··· 놈일지도 모르지. 이건 정말 최악의 가정이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혹시 그때, 은설 사고께서 백련교에 투신했을 거라 보셨던 이유가···.”

“맞아.”


염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련교 놈들이 천검의 근거지로, 한현보를 지목해서 움직인다면··· 둘 중 하나였지. 놈들이 은설을 찾았거나, 은설이 놈들을 찾았거나.”


염천호는 습관처럼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젠 아니지만 말야. 둘 중 하나에서 셋 중 하나가 됐는데 가장 확실해 보이는 세 번째가 최악이라니, 꼭 미친 거지 놈의 악운이 나한테 옮은 것 같잖아?”


자조하는 얼굴로 농을 하는 염천호와 달리, 설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러나, 어르신. 그 말씀대로라면··· 소림과 백련교가 밀월관계에 있다는 뜻이 됩니다만.”

“불가능한 이야긴 아니야.”

“원종대사께서는 천하지절입니다. 게다가 천하십이본의 정신적 수좌 아닙니까? 그런 분이 왜 백련교와 손을 잡는단 말입니까?”

“졌잖아.”

“···예?”

“현현 말코한테 졌잖아.”


설총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비무로 땡추는 모든 걸 잃었어. 천하제일인의 명예, 강호의 태산북두, 천하십이본의 수좌, 그리고 ‘천년소림’이라는 이름─ 명목상으로나마 남아 있었던 모든 것 말이야. 설마 무인에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부정할 수가 없군요.”

“그 비무 이전의 원종과 이후의 땡추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래야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생기지.”

“그러나, 그 말씀대로라면···.”


설총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애초부터 천하지회는···.”

“말이 씨가 되는 법이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


염천호는 신경질적으로 담뱃재를 털어내고 다시 잎을 채우려다 담배 주머니가 텅 비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씁쓸한 얼굴로 곰방대를 수습한 염천호가 말했다.


“믿어봐야지. 아직도 이 강호에 공의(公義)라는 걸 믿는 바보가 남아 있기를···.”



* * *



원종대사가 보낸 서찰···. 그 서찰은 한현보와 천검의 관계에 관한 모든 것을 인정할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분명 서찰을 보낸 사람은 원종대사였다. 그러나 그 서찰의 필자는 원종대사가 아니었다.


서찰을 작성한 이는··· 한주윤이었다.


서찰은 ‘미안하다’라는 첫 마디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간 세가를 비웠던 이유와 함께 설총의 소가주직을 회복하도록 주문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 서찰을 가지고 한현보로 돌아가면, 그 즉시로 설총의 소가주 직은 회복될 것이다.


이 서찰에는 한현보의 가주 직인이 찍혀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가주 직인의 아래로 두 문장이 남아 있었다. 이 두 문장을 읽던 설총은 깨달았다. 이 서찰은 아버지, 한주윤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서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서찰의 정확한 수신인은, 설총이 아니라는 사실을.



* * *



새가 홰를 치듯 직감이 경종을 울리자, 설총은 반개했던 두 눈을 부릅뜨고, 전개하던 시우십결의 경로를 틀었다.


스칵!


설총의 검이 스친 두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와그작, 부서지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기우뚱, 쓰러지고 말았다. 은행나무에는 일지금강법(一指金剛法)의 흔적으로 보이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홍무원년에 심었다는 수련목(修練木)을 단칼에···. 놀랍군요. 과연 시우십결입니다.”


설총은 자신의 검을 틀게 만든 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홍륜 스님.”

“기억해주시는군요.”


설총은 미간을 모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기도가 너무 다르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오랜만···에 뵙는군요.”


설총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사내란 사흘을 격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야 한다지 않습니까?”

“그런 수준이 아닌 듯싶은데···.”


설총은 홍륜의 뒤에서 입을 쩍, 벌린 채 그를 쳐다보는 두 사람을 주목했다. 머리에 찍힌 계인의 숫자를 보아하니 동렬의 제자임이 분명했다. 또한 홍륜이 스스로 계묘혈사 이후에 제자가 된 유일한 사례라 하였으니, 아마 항렬 상으로는 저 두 사람이 사형일 것이다.


그리고 홍륜이 방금 펼쳐 보인 무위(武威)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두 사람의 표정은, 설총의 직감에 확신을 더해 주었다.


“···혹시, 출가 전에 성씨로 마(馬) 자를 쓰셨습니까?”


홍륜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잠시 설총을 마주 보던 홍륜은 흥미진진함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미소를 짓고 답했다.


“···아뇨. 주(朱)자를 썼습니다.”

“···그렇군요.”


주 씨라니? 그건 이 나라 황실의··· 설총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쉽군요. 후후. 거의 맞추셨는데 말입니다.”


홍륜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양발을 넓게 펼쳐 섰다. 극락정토를 형상화한 소림의 신법, 연대구품(蓮臺九品)의 기수식이다.


“한 소가주님과는 나누고픈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렇습니까.”

“하나, 이미 산동벽수 대협께서 선언하셨듯이··· 이 자리는 말로써 대화를 나누기에는 적절한 자리가 아닌 듯하군요.”


설총은 답을 대신해 검을 치켜들었다. 홍륜의 입꼬리가 깊게 패었다.


“오직, 무!”


홍륜의 발이 땅을 내리치듯, 진각을 밟는다. 화살처럼 쏘아지는 홍륜의 주먹을, 설총은 성급하다 싶을 정도로 서둘러 피했다.


쾅!


“···배, 배배배, 백보신권(百步神拳)!”


홍륜의 두 사형 중 어린 쪽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백보신권은 불문의 무공 중, 격공권(擊空拳)의 정수로 불리는 무공이다. 입문한 지 10년도 채우지 못한, 홍자 배 항렬에서도 말단 중의 말단인 제자가 소화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정말 홍자 배 항렬의 제자가 맞소?”

“이런, 한 소가주님과는 오직 무예로만 대화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설총은 검을 크게 떨치고 칼집에 꽂아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팔짱을 낀 설총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홍륜을 노려보며 말했다.


“거짓을 입에 담는 자와는 무예를 논하고 싶지 않소.”

“지금까지 제가 한 말 중에는 한 치의 거짓조차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한 것도 없지.”

“···후후후.”


홍륜은 자세를 바로 하고, 반장을 했다. 그리고 공력을 담아 큰 소리로 말했다.


“소승의 이름은 홍륜! 소림의 제자입니다. 비무회 도중, 여러 선배님 앞에서 갑작스러운 무례를 범하게 되었음을 용납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모이자, 홍륜은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말을 이었다.


“소승은 홍자 배의 항렬로서, 계묘혈사 이후 기유년(己酉年)··· 곧,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이곳 소림에 입문하였습니다.”


당황한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봉문한 문파가 공식적으로 제자를 받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제자를 받더라도, 기명(己名) 제자로는 삼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도종인의 제자로 들어간 황보언이, 무공은 배우지만 도호(道號)는 받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극히 예외적인 일이나··· 소승이 소림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삼대제자인 홍자 배 항렬 중에서도 가장 항렬이 낮은 제가 신공(神功)을 사사(師事)할 수 있었던 것에도 역시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지금 당장 들려줄 수 있겠소?”


좌중의 침묵을 뚫고 질문을 던진 이는 황보문성이었다. 그는 손목에 매어둔 금패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 이유가 심히 궁금하군.”

“후후, 기꺼이 알려드려야지요.”


홍륜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승은 정식으로는 홍자 배 항렬의 기명 제자이나, 실은 이미 계묘년 이전부터 소림의 속가제자로서 무공을 수련해온 바 있습니다.”

“속가제자? 다른 곳도 아니고 소림에서 내제자도 아닌 속가제자에게 신공을 전수할 리가?”

“보통은 그리하지는 않지요.”

“소협이 사사한 이가 누구요?”


홍륜은 바로,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입꼬리를 길게 들었다.


“소림의 방장이신, 원종대사이십니다.”

“···방장께서?!”

“대체 무슨 이유로 방장께서?”

“아니, 그 전에 대체 누구이기에··· 소림의 방장께 사사할 수 있단 말인가?”


삽시간에 연무장으로 당황이 전염되어갔다. 곧, 당황이 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바로 그 시점에, 내공이 담긴 홍륜의 말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소승의 본명은, 주규(朱奎)! 곧 이전의 정덕(正德) 연간에 황상이셨던 무종(武宗) 의황제(毅皇帝) 폐하의 장남입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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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3) +1 23.12.05 451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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