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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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우(雪雨)
작품등록일 :
2015.06.29 11:01
최근연재일 :
2015.07.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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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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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태엽마을 <7>

DUMMY


지하에서 에너지 원석을 발견한 지 며칠이 지났다.

“부서지지 않게 조심히 다뤄! 운반 도중에 떨어지지 않게 밧줄로 잘 묶고!”

아르제가 확성기로 지시를 내렸다.

현재 그녀는 에너지 광산에서 광석운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엄청 크네…….”

서재일은 아르제의 옆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지간한 아파트보다 거대한 크기의 정교한 기계가 A-3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뒤에야 거대한 크기의 에너지 원석을 갖고 밖으로 나왔다.

또 다른 작업반은 특수제작 된 전기톱으로 원석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트럭에 실었다.

이 작업이 두 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지하에 있는 그 거대한 에너지 원석은 70%나 남아있다.

작업이 끝나면 저녁시간이 될 거 같다.

“고마워, 아저씨.”

잠시 확성기를 내려둔 아르제가 말했다.

“아저씨 덕분에 기한보다 더 빨리 회중시계를 수리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응. 저 정도 양이면 고치고도 조금은 남을 걸? 게다가 아저씨가 갖다 준 응축석도 있으니까. 당분간은 에너지가 필요한 의뢰가 들어와도 망설이지 않고 전부 수락가능할 거 같아.”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죽는 줄 알았거든.”

서재일은 지하통로에서 두 번이나 생명의 위기를 느꼈다.

한 번은 켈론과의 전투 때.

또 한 번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갈 때였다. 켈론을 쓰러트린 다음 아르제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이제 남은 건 지상으로 돌아가는 일 뿐이었다.

하지만 장비 하나 없던 서재일이 암벽등산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지상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무전기도 고장이 나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반나절 뒤에야 이상함을 느낀 아르제가 비행전용 로봇과 함께 찾아온 뒤에야 태엽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나저나.”

서재일은 민감한 질문을 하기로 했다.

“켈론의 상태는 어떠냐.”

검은 심장을 파괴시킨 뒤, 켈론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정신을 잃었다.

숙주를 잃었다고 판단했는지 파괴되고서도 약간 남아있던 검은 심장은 지독한 연기로 변해 어딘가로 사라졌다.

제작 및 수리에 특화된 종족인 메카로스는 켈론의 치료에 힘쓰기 힘들었고, 결국 현재는 치료에 특화된 큐어리 종족의 세계로 이동해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 중이다.

“아직 혼수상태래.”

“원인은 뭐래?”

“걔네들도 모르겠대. 대체 뭔 일이 있어야 전신이 썩을 정도로 세포가 괴사하는지 원인을 조사 중이라는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래.”

“검은 심장 얘기는 했어?”

“그 얘기도 했는데 처음 듣는다고 하더라. 사도의 소행은 아닌 거 같다는데…….”

무표정하던 아르제의 얼굴이 서서히 시무룩해졌다.

“원인규명은 나중에 밝히고, 우선은 치료에 최대한 힘쓰겠대.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 거라 말하지만…….”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심정을 서재일은 십분 이해했다.

비록 아르제와 켈론은 피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공방 사람 모두를 하나의 가족으로 여겼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부모를 설득해 더욱 많은 임급을 줬다. 나중에 공방을 물려받으면, 마을 사람을 설득해 아르제 공방만 남긴다고 말했었다.

자칫 독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생활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수익 이외에 돈은 전부 마을에 기부해 모두가 불행 없이 살 수 있는 태엽마을을 만드는 게 인생목표라고 했다.

‘나도 아버지가 큰 수술을 할 때 많이 걱정했었지.’

비록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예전부터 자잘한 지병을 많이 앓고 있었다. 돌아가시기 1년 전에는 암 때문에 투병생활까지 하고 계셨다.

아르제와 자신은 같은 고통을 겪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켈론을 정상으로 만들어주고 싶지만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두 개의 직업 중 하나가 치료 관련이라면 또 모를까…….’

현재까지 밝혀진 직업은 총 네 개다.

1은 전사.

2는 마법사.

3은 암살자.

5는 지휘관.

4와 6만 나오면 랜덤 다이스의 능력은 전부 파악한 게 된다. 물론 그 다음에는 2성 문제가 있지만.

‘다이스 경험치가 100%가 되면 분명히 2성 다이스로 진화하겠지. 그때는 모든 직업이 2성으로 변하고 새로운 스킬을 얻게 돼.’

서재일은 에너지 거석을 상대했을 때를 떠올렸다.

2성 마법사의 스킬 중 딱 한 개만 사용했지만, 그것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다이스의 숫자는 총 육. 내 예상이 맞다면 6성 다이스까지 진화하겠지.’

1성 다이스로도 요일 스테이지와 시간의 관문 첫 번째 스테이지를 손쉽게 클리어했다.

도중에 태엽마을에 진입하는 바람에 두 번째 스테이지는 다시 클리어를 시도해야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거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얼마나 더 강해질까.’

처음에는 두렵기만 했던 관문이 점점 즐거워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

서재일이 아르제의 어깨를 두들겼다.

“다 잘 될 거야.”

“…… 아저씨는 긍정적이네. 남 일이라 그래?”

“무슨 말을 섭섭하게 하냐.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잘 될 일도 안 돼. 난 앞으로 그렇게 안 살기로 했거든.”

스스로가 강해질수록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작업이 어서 끝나야 너희들도 쉴 테니까 내가 지하로 내려가서 원석 쪼개놓을게.”

“아, 응. 그럼 이따가 데리러 갈게.”

“부탁하마.”

서재일은 A-3으로 진입하려고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쿠구구궁.

갑자기 땅이 거칠게 흔들리고 원석을 운반 중인 기계가 흔들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거대한 그림자가 일대를 덮었다.

‘뭐지?’

처음에는 먹구름이 낀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고 나서야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천공섬…….”

아르제가 넋 나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갑작스레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전부 작업 중지! 당장 실비아 왕녀님을 맞을 준비를 해!”

그녀의 말에 한창 작업에 열심이던 메카로스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천공섬의 왕녀인 실비아를 맞을 준비를 했다.

가지런히 정렬된 그 모습에 서재일은 군대에서 봤던 사단장 이 취임식을 떠올렸다.

계속해서 착지 중이던 천공섬이 광산과 부딪힐 듯 말듯한 위치에서 멈췄다. 잠시 조용하나 싶더니만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삐요오오오!

천공섬에서 크고 작은 드래곤이 수십 마리가 하늘을 비행하다가 바닥에 착지했다.

드래곤에 타 있던 자들은 모두 고대의 서양이 배경인 영화에서 볼법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 중 유일하게 복장이 다른 사람이 한 명.

달빛을 머금은 것처럼 눈부신 금발과 현혹될 것만 같은 푸른 눈동자. 170cm쯤 되어 보이고 몸매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가슴의 양옆이 훤히 드러나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어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아저씨, 너무 보잖아.”

아르제가 약간 질투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서재일은 황급히 시선을 돌려 저 멀리에 있는 산을 바라봤다. 마음이 평안해진다.

“오랜만이에요, 아르제.”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코앞까지 다가온 실비아가 싱긋 웃었다. 표정이랑 목소리에서도 귀품이 느껴진다.

“또 만나 봬서 정말 기쁩니다, 실비와 왕녀님.”

아르제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서재일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근황을 듣기 위해서 왔답니다. 당신이 준 무전기도 있지만, 대화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예. 왕녀님께서 맡기신 의뢰는 이번 주 안에 해결이 될 겁니다.”

“어머, 정말인가요?”

귀품을 유지하던 실비아가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해맑게 웃었다.

“예.”

“반쯤 포기하고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부탁드렸던 건데, 이렇게 기쁜 일이!”

“전부 이 분 덕입니다.”

몸을 일으킨 아르제가 서재일을 소개했다.

“진입자입니다. 홀로 전장을 누비는 모습에 감탄해 힘을 빌렸고, 덕분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이 분이.”

귀품 있게 웃은 실비아가 서재일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칠 뻔 했으나, 갑작스레 실비아가 손을 붙잡는 바람에 얼어붙게 됐다.

“정말 감사합니다.”

실비아가 서재일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어?”

그 상황을 서재일은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이토록 아름답고, 또 한 세계의 왕녀인 실비아가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췄는가!

심장이 격하게 두근거렸다.

“아, 혹시 입맞춤을 싫어하시나요?”

실비아가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스펙트럼 종족은 감사 인사로 손등에 입을 맞춘답니다. 만약 실례였다면 사과드릴게요.”

한 세계의 왕녀가 서재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서재일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갑작스러워서 그랬지, 싫지는 않았습니다!”

“싫지는 않았구나.”

옆에 있던 아르제가 비아냥거렸다.

“어머,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사실 감사의 입맞춤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실비아가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보는 눈이 많아서요.”

그 한 마디에 서재일은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대체 보는 눈이 없었다면 뭘 하려고 했는가!

대놓고 유혹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름을 기억해두고 싶네요.”

“아, 서재일입니다.”

“저는 실비아라고 해요. 그런데 서재일 님. 사소하더라도 보답이 하고 싶은데, 원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그 질문에 서재일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실비아는 스펙트럼 종족의 왕녀로서 태엽마을에 5년 동안 물자적인 지원을 해줄 정도로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게 가능한 걸로 보아 저들의 세계는 대한민국으로 따지면 미국이나 마찬가지일 거다.

‘얘기를 잘해야 해.’

어쩌면 관문을 클리어 할 때 도움이 될 아이템을 받을 지도 모른다.

고민 끝에 서재일이 물었다.

“열 개의 관문을 모조리 정복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에 도움이 될 정보를 주세요.”

“정말 그걸로 충분한가요?”

“네.”

자신에게는 랜덤 다이스가 있다. 아직 장비도 제대로 맞추지 않았음에도 어지간한 몬스터는 순식간에 때려잡는다.

부족한 건 정보였다.

“관문을 모조리 정복하시겠다는 건. 즉, 진지하신 거군요?”

“그렇죠.”

“마침 딱 어울리는 정보가 있네요.”

실비아가 두 손가락을 입 끝에 댔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여태껏 봐왔던 우아함이 없었다.

있는 건 의미심장, 그리고 재밌겠다는 감정 뿐.

“모든 관문에는 봉인석이 있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실비아는 바로 천공섬으로 돌아갔다.


작업은 예상대로 저녁시간이 가까워져서야 종료됐다. 이제 남은 일은 에너지 원석을 전부 에너지로 바꾸면 되는 일이다.

“내일이면 전부 에너지로 변환될 거야. 주입에는 하루 정도 걸리니까, 이제 아저씨가 할 일은 전부 끝났어. 정말 고마워.”

서재일을 방에 들인 아르제가 타올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들어왔다. 늘 입고 있던 작업복 대신 활동하기 간편한 옷을 입고 있다.

평소였다면 그 모습에 조금 긴장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용건이 있는 지금은 다르다.

“아르제. 이제 말 해줘.”

실비아가 돌아간 뒤, 서재일은 아르제에게 봉인석이 뭐냐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을 망설였지만 계속되는 추궁 끝에 집에 돌아가서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 정말 알고 싶어?”

“궁금하지도 않았다면 널 귀찮게 만들지 않았겠지.”

“들으면 아저씨가 관문이랑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될 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자신의 목적은 열 개의 관문을 모조리 공략하는 것. 그로 인해 얻은 막대한 부와 명예를 이용해 누나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관문과 관련된 정보라면 독이 될 리가 없다.

“알겠어……. 아저씨도 내게 도움을 줬는데, 나 역시 줘야겠지.”

아르제가 서재일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봉인석이 뭐냐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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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태엽마을 <4> +6 15.07.10 2,290 5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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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태엽마을 <2> +4 15.07.08 2,539 55 8쪽
15 태엽마을 <1> +5 15.07.07 2,706 58 13쪽
14 시간의 관문 첫 번째 스테이지 <3> +7 15.07.06 2,835 74 14쪽
13 시간의 관문 첫 번째 스테이지 <2> +4 15.07.05 2,820 60 13쪽
12 시간의 관문 첫 번째 스테이지 <1> +6 15.07.04 3,253 78 14쪽
11 서큐버스 <2> +11 15.07.03 3,100 70 14쪽
10 서큐버스 <1> +5 15.07.03 3,242 72 11쪽
9 요일 스테이지 <4> +5 15.07.02 3,067 74 14쪽
8 요일 스테이지 <3> +8 15.07.01 3,178 85 15쪽
7 요일 스테이지 <2> (수정본) +5 15.06.30 3,395 71 12쪽
6 요일 스테이지 <1> (수정본) +5 15.06.29 3,360 65 13쪽
5 각오의 크기 +6 15.06.29 3,417 67 10쪽
4 랜덤 다이스<3> +5 15.06.29 3,515 76 14쪽
3 랜덤 다이스<2> (수정본) +4 15.06.29 3,888 69 12쪽
2 랜덤 다이스<1> +3 15.06.29 5,064 106 15쪽
1 프롤로그 +6 15.06.29 5,532 10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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