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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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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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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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同牀異夢)

DUMMY

“아무리 독에 면역이 있는 놈이라도, 환영에 중독되면 벗어나긴 쉽지 않을 거다. 신입놈이 어떤 괴물이건 상관없단 말씀이야.”


최국은 그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헌터들이 괴로워하는 상황 말이다.

결국 이 전투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할 수 있을 거라 자만하면서.


“그러니까. 좋은 말로 기회 줄 때, 내가 하라는 대로 했으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크진 않았겠지? 안 그런가요, 우리 동료분들?”


스윽.

최국이 고개를 돌리자 보이던 건─무릎을 꿇고 있던 헌터 무리였다.

열명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헌터들은 최국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빠르게 항복했다.


- 살려주세요···

- 저, 저희는 처음부터 헌터님에게 악감정 같은 건 없었습니다.

- 그저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것뿐이예요.


헌터 무리는 죽음의 공포에서 살기위해 빌었다.


“늦었어. 말했잖냐, 분명. 딱 10초만 기다려 주겠다고.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아, 안 그냐? 이미 떠난 버스가 돌아오겠냐고. 그러니까 지금부터─네들은 내 손에 한 명씩 죽을 거야.”

- ···?!

- 제, 제발··· 헌터님. 더 이상 기회가 없을까요?

- 눈치보느라고 제대로 나서지 못했던 거라!

-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당장 옷 벗고 체태 컴퍼니를 그만두겠습니다!

- 오늘 부로 헌터 일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네들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흠. 나도 옛정이 있고 너희들도 잘못한 게 없으니까, 좀만 고민해보자.”

- 저, 정말이요?

- 뭐든 하겠습니다! 뭐든 시켜주십시오!

“뭐든? 그럼 이건 어때? 지금부터 네들이 나 대신, 굴복하지 않는 나머지 헌터들을 죽이는 거야.”


당황한 듯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는 헌터 무리.

그리고 이내, 한 명이 소리쳤다.


- 체태 컴퍼니 소속 헌터들을 모두 죽인다면··· 살려주시는 건가요?

“물론.”

- 하지만··· 남은 헌터에 가사한과 비찬이 있잖아?

- S랭크를 우리가 어떻게···? 말도 안 돼.

- 이번에 들어온 신입. 장난 아니라던데···

- 아, 그 신백야인가 뭔가?

“어이.”

- 넵!

“할 거야, 말 거야?”


* * *


“어머니. 제 불효는 지옥에 가서 전부 갚겠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 최후 일격을 날렸다.


퍼억──!

힘이 절제된 주먹이었고, 모친 홍화연 여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 꾸에엑

“···”


양쪽 귀에 적나라하게 들려오던 괴성.

다시 눈을 뜨자, 내 앞엔 그저 벌레가 있었다.


“이딴 놈에게 지금까지 농락당하다니··· 나도 겁나 한심하네.”


콰직.

발끝에 힘을 집중시키고 즈려밟았다.

환상이 사라진 뒤, 놈을 죽이는 건 너무 쉬웠다.


“내 가족 건드린 거··· 반드시 후회하게 해준다.”


콰직! 콱!

이미 벌레의 숨통은 끊어졌지만, 여전히 분은 풀리지 않았다.


.

.


다시 최국을 쫓기 위해 달렸다.

놈이 이동한 경로에 독 페로몬의 향기가 남아있었다.


최국의 활동무대는 결코 넓지 않았다.

끽해야 영등포구 일대.


가장 유력한 곳이라면, 연가시를 다루기 쉬웠던 한강 근처겠지.


타다닥.


그때였다.

나와 같은 복장의 헌터 무리가, 대뜸 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두려움이 여실이 느껴졌다.

바들바들 떨며─나를 향해 소총을 겨눴다.


“뭐하는 겁니까, 지금?”

- 일발, 장전!


그들은 분명 망설이고 있었다.

누군가에 의한 강요처럼 느껴질만큼


하지만.

구령이 떨어지자─


두! 두! 두! 두!

수십개의 탄약이 발포되는 소리가 울렸다.


“···하.”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흘렀다.

탄약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이것은 내 몸속에 있던 기생충이 반응하던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저 탄약이 두뇌를 관통하면, 그 즉시 사망하겠군.』

“태연하게 숫자나 셀 때냐.”

『조건은 잊지 않았겠지?』

“내가 탄약을 피해 살수 있는 확률은?”

『1억분의 1』


내 신체조직의 나노미터까지 탐하던 기생충놈이, 당연히 내 죽음을 원할 리 없었다.


기생충이 내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죽기직전, 기생충에게 일정시간 몸의 통제권을 내어주는 것.’


『허튼 생각을 하는 즉시, 관여할 거라 전달했다.』

“크흐흐.”


탄약이 눈앞에 다다랐을 때, 두개골을 뚫고 뇌를 침범하기 직전이었다.

기생충은 내 몸체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내 자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모든 걸 보고 듣고 느끼고 있던 것이다.


.

.


발포된 탄약은 미동조차 없이 그 자리에 멈췄다.

헌터들은 놀란 표정으로 신백야를 쳐다봤다.


끈적.

탄약의 움직임을 방해할 정도로 강력한 덫이 생성되었다.

눈치채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건 거미줄이었다.

유관으로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한 거미줄말이다.

거미줄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었고, 마치 결계 같았다.


그리고.

쉬이이익─.

강한 산성을 내뿜는 거미줄에 닿자마자, 탄약은 물처럼 흘러내렸다.


- 저, 저놈 뭐지?!

- 얼마 전에 입사한 신입 헌터 아냐?

- 정식 헌터도 아니고, S랭크도 아닌데. 진짜 저 정도라고?

-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야?


헌터들이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반면, 신백야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지루하니까, 빨리 끝내 줄게.”


위기를 감지한 헌터들이 다시 저격자세를 취했다.


또각.


겨우 한걸음.

겨우 한걸음이었을 터인데, 어느새 헌터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고 있는 신백야.


- ···


헌터들은 두려움에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끝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들이 벙어리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헌터들이 쥐고 있던 k2소총의 총구방향이 곡선처럼 휘어 있던 것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영락없이 자신들의 머리통을 겨눌 만큼, 깔끔한 곡선이었다.


“박쥐 같은 놈들에게 무슨 헌터의 자격이 있겠어?”


신백야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유유히 뒷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헌터들은 공포에 절인 표정이었다. 그 누구도 신백야의 뒷모습을 쳐다보지 못한 채 말이다.


.

.


신백야의 다음 타겟은 최국이었다.


신백야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고 향기를 음미했다.

독 페로몬을 소지한 최국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잊지 않았겠지? 내가 직접 몸을 컨트롤 하는 순간부터, 독을 원하는 만큼 삼킬 때까지─쓸데없이 관여하지 않기로.”

『···물론』


기생충은 오로지 ‘독’을 필요로 했다.

기생충이 자아를 유지하는 조건 중 하나였다.


신백야의 몸체가 곧, 독의 위치를 찾아냈다.


타다다다닥!


동물적 본능에 의한 도약.

그것에 망설임은 없었다.

시간 또한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여의도 한강공원 근처에 다다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신백야씨?”


그녀는 초은하였다.

초은하는 최국의 인질이 된 것인지, 밧줄로 포박되어 있었다.


“용케 여기까지 왔네, 신입? 생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괴물은 괴물인가 봐?”

“···”


신백야의 동공은 풀린 듯 초점을 잃었다. 이미 먹잇감 만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뭐야, 너? 소속 헌터들을 모조리 죽인 거야? 이야, 나 하나 잡겠다고 살인까지? 이래서야 무사할 수 있겠어? 가만 보니까, 임무를 위해서 물 불 안 가리는 찬이 놈 보다 더 한 거 같네.”

“···거, 참. 시끄럽네.”


살쾡이 같던 신백야의 눈빛이 비로소 최국을 향했다.

누가 죽던 상관은 없었다.


두 걸음 반.

신백야가 최국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때였다. 최국이 서둘러 쥐고 있던 보석을 던졌다.


그런데.


“합.”

“···?!”


신백야가 자신에게 날아온 보석을 입으로 받았다.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말이다.


“···뭐, 뭐하는 거야?”


오드득. 오드득.


그건.

보석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고 있는 소리였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행위였다.


“보석 하나로 다양한 잔기술을 부리다니, 나름 재미는 있었어. 하지만 이제 좀 질린 단 말이지?”

“···”

“보석이 다 떨어지면? 그 다음엔? 네가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지?”

“이, 이것 봐 신입. 너 아까부터 이해 안 될 행동만 자꾸 하는데···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 몸? 무능한 헌터는 가질 수 없는, 절대적 존재다.”

“···절대적 존재? 설마··· 진짜 괴물이 됐다고 말하는 거냐?”


겁이 났던 최국은, 양손 가득 들고 있던 보석을 바닥으로 던졌다.


챙──!


보석은 일순간 화약처럼 터졌다.

독가스 내뿜으면서 말이다.


“콜록, 콜록!”


초은하라는 인질이 있었다.

하지만 신백야의 몸을 통제하고 있던 기생충에게, 그녀를 구한다는 계획은 없었다.


초은하가 독가스에 중독되어 조금씩 정신을 잃어갔다.


화르륵!

뒤이어, 독가스가 내뿜고 있는 열기가 화염처럼 번졌다.

동시에 매캐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왔고─가스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독했다.


신백야 몸 속의 기생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서서 웃기만 할 뿐이었다.


『초은하씨를 구해라』

“···”

『당장 초은하씨를 구하라고!』

“잊었나? 아직 통제권은 내게 있다.”

“···하.”


이대로 가면, 초은하씨가 유독가스 때문에 질식사 할 수도 있었다.


정녕 방법이 없는 건가?


화악!

순간, 누군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익숙한 모습.

그는 독고윤이었다.


“잡종!”

『···?!』


독고윤은 독의 면역이 없었다. 대량의 독에 닿는 건 그에게 치명적일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초은하씨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신체 일부가 소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고윤은 재빨리 초은하씨를 들쳐 엎고 사라졌다. 그 다음은 검은 연기에 시야가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독에 절여진 신백야의 눈이 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신백야는 드라큘라 같은 이빨을 들어내더니, 광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둥! 둥! 둥! 둥!


그리고 곧 앞으로 다리를 뻗었다.

지면에 발이 닿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러자.

틈을 놓치지 않고 도망치던 최국이 눈 앞에 보였다.


신백야의 그림자가 가까워질수록─최국의 안색은 시시각각 변했다.


신백야가 자신을 잡기 위해 손을 뻗자, 최국은 남은 보석을 하나 둘씩 던지며 최후의 반항을 시작했다.


챙! 챙! 챙!


지면에 닿자, 차례대로 깨지던 보석.

그와 함께.

정체불명의 형체가 바닥을 뚫고 나왔다. 그건, 한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연가시였다.

괴 벌레는 신백야의 몸을 포박하기 위해 지체없이 덤볐다.


하지만.

신백야 손바닥에 난 독니가 닿는 순간─역으로 감염되어 버렸다.


즉시 연가시는 타겟을 바꿨다.

신백야가 원하던 대로 움직이던 것이다.


족히 2m이상.

몸을 길게 뻗어 나가던 연가시가, 도망치던 최국에게 닿았다.

괴 벌레는 즉각적으로 꽈배기를 틀었다.

최국의 몸을 쇠사슬처럼 단단하게 묶고 있던 것이다.


드디어.

최국을 완전히 붙잡을 수 있었다.

연가시의 몸은 철사처럼 꼿꼿하게 뻗어 있었다.


“···괴물.”

“···”

“그 말이 사실이었네? 네 몸속에 벌레가 살고 있는 거 맞지,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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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하세계로 가는 길 23.12.10 51 3 12쪽
24 포상휴가 23.12.09 51 3 11쪽
23 최후 23.12.08 53 4 12쪽
» 동상이몽(同牀異夢) 23.12.07 56 4 11쪽
21 환영(幻影) 23.12.06 55 4 12쪽
20 독이 든 보석 23.12.05 61 5 11쪽
19 손바닥의 독니 23.12.04 71 4 11쪽
18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2) 23.12.02 74 4 12쪽
17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1) 23.12.01 82 6 12쪽
16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진실 23.11.30 90 6 11쪽
15 지하세계 23.11.29 94 6 12쪽
14 조건 23.11.28 115 5 12쪽
13 비공식 지원 23.11.27 138 6 12쪽
12 기생충 +2 23.11.25 161 7 11쪽
11 정체불명의 아주머니 23.11.24 149 6 11쪽
10 개미굴 23.11.23 173 7 11쪽
9 목적 23.11.22 202 7 12쪽
8 사연 23.11.21 249 9 12쪽
7 라이벌 +1 23.11.20 315 8 12쪽
6 괴물 23.11.17 449 10 12쪽
5 원한 +1 23.11.17 544 13 11쪽
4 독거미 +1 23.11.16 708 11 12쪽
3 훈련 +1 23.11.15 914 19 11쪽
2 독(毒)으로 각성하다 +1 23.11.14 1,135 20 12쪽
1 체태 컴퍼니(Chetae Company) +1 23.11.13 1,39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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