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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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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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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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휴가

DUMMY

새삼.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부친의 정체가 궁금했다.


“네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냐고?”

“네.”

“오래전이라 기억 안 나.”

“약간이라도 말씀해줄 수 있잖습니까?”

“···음.”


팀장님은 고뇌했다.


“훌륭한 분이셨다.”

“···?”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혼자 모든 걸 감당하는 분이셨지. 하지만─.”

“···”

“원래 사람이 좋으면 여기저기 이용당하기 마련이지. 모든 걸 갖췄다고 결코 완벽한 삶을 살 수도 없는 거고.”


무슨 의미로 저런 말씀을 하는 걸까?


“지능을 가진 최종병기 괴 벌레. 세간에는 비공개 처리되었고 연구 실패라 공식적으로 선언됐다. 하지만─실질적으로 성공적이었던 연구성과의 괴 벌레를, 자신의 몸 속에 넣으려 했었지.”

“?!”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니 자신의 손으로 통제하려 했었어. 그게 가장 완벽했을 테니까. 연구의 최종목적지는 인간이 괴물이 되는 것이었고, 이 일을 벌인 정부에서는 가능한 많은 인간을 실험체로 쓸 계획이었다.”

“···”

“당연하겠지. 괴 벌레 그 자체는 통제가 힘들겠지만,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가면 가능할 테니까. 성공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필요한 건 인간이었단 거지. 하지만.”


···하지만?


“괴물이 네 몸속으로 들어간 걸 보니, 답은 뻔하지 않냐?”

“어떤 게 말입니까?”

“그 똑똑한 벌레도 명확히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거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가고 싶었겠냐?”


듣고 보면 맞는 말이었다.

벌레가 완벽한 헌터의 자질을 갖춘 부친의 몸보다, 미숙한 헌터였던 내 몸을 선택한 이유였다.


“신백야에게 신무도와 똑같은 양분을 얻을 수 있다 판단이 섰겠지. 놈의 지능이 얼마나 높은 지 모르겠다만─웬만한 상식수준을 뛰어 넘을 거야. 그러니까 자만하지 마라.”

“···그렇군요.”

“물론, 기생충이 어떻게 신무도의 아들인 네 놈을 찾아냈는지 모르겠네. 어디까지 설계를 해 놓은 건지. 졸라 무섭네.”


인간을 초월할 만큼 높은 지능과 힘을 가진 괴 벌레.

분명, 단순히 여길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네놈이 신무도를 찾아간다 해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그 때가서 고민해보겠습니다. 우선 저의 큰 목표는 남극기지에 가는 것으로 정했으니까요.”

“아,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그래서?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솔직하게 일실직고 할 생각이냐?”

“아뇨. 그건 아니고··· 대표님과 안면을 트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하기사. 너도 뒷조사를 했겠지. 남극기지 연구실 지원의 최종 결재자가 대표님이니...”


팀장님의 표정이 묘하게 달라졌다.


“난 널 말릴 생각은 없다만, 그렇다고 응원할 생각도 없어.”

“상관없습니다.”


팀장님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너에게 곧바로 정식 헌터 자격이 주어질 거다. 이번 특수임무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한 업적으로 말이지.

“···?! 제가 S랭크 반열에 선 겁니까?”

“아아, 그건 아직 몰라. 포상 휴가가 얼마나 주어질지 결정되고─그 시간에 따라서 그 다음 임무로 더 평가할지 말지 최종 결론이 날 거야. 그 다음에 S랭크의 자격에 대한 논의가 있을 거다.”

“바로 되는 건 아니겠죠? S랭크가 되기 엄청 빡세다고 들었는데요···”

“엥? 바로 되면 좋은 거 아냐?”

“하하··· 물론 그렇지만.”

“임원 회의로 결정되면, 대표님이 직접 초빙을 할 거야. 네 놈을.”

“···아, 아뇨. 저는 일주일을 다 채우고 싶은데요? 아니··· 되도록 조금 더 늦춰 주신 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뭐?”


팀장님이 미간을 구겼다.

이해되지 않은 얼굴이었다.


당연하겠지···


“너 이새끼··· 무슨 꿍꿍이냐?”

“꿍꿍이는 없고. 포상휴가가 주어지면, 휴가 다녀온 다음에 임명되면 안 될까요?”

“···”


팀장님은 여전히 미심쩍게 쳐다보더니, 이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포상휴가는 끽해야 3일 정도 되겠지.”

“오!”

“···?”


너무 기뻐했나?

괜히 팀장님의 의심만 가중시켰다.


“네가 뒤에서 무슨 수작 질인지 몰라도, 적당히 나대라. 자칫 수 틀리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거고 나가리 될 거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원하는 대로 되고 있었다.


“참 그리고.”


팀장님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기생충. 앞으로도 통제가능 할 것 같냐?”


그리고 대뜸 그런 질문을 던졌다.


.

.


군용텐트 밖을 나오자 여전히 어수선했다.


독 페로몬에 의해 엉망이 된 한강 근처는, 독을 해제하기 위해 몰려든 독의들의 모습으로 북적거렸다.

또한.

방역 복장을 하고 방독면을 쓰고 있는 다수의 청소부들도 함께였다.


다친 헌터들도 보였고, 독을 해제해 목숨을 건진 군인들도 보였다.


모두가 원치 않은 싸움에 휘말렸다.


“···빌어먹을.”


만약.

최국과 최후 격투를 벌인 게 기생충이 아니라 나였다면 반드시 물었을 질문이었다.


‘독 페로몬의 유입처’


게다가.

절대 인간을 죽이지 말라는 나와의 계약을 역으로 이용했다.

최국이 독에 감염돼 스스로 괴물이 되게 만든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최국은 연가시에게 먹힌 것이다.


그러니까 기생충놈은 약속을 어긴 거지.


“이번 일. 곱게 안 넘어 간다.”


먼저 계약 조건을 어겼으니, 나 역시 이 놈에게 자아를 넘겨주는 짧은 시간동안 통제권을 포기하겠다는 제안을 바꿔야만 했다.


“기생충. 넌 언젠가 내 명령만 따라야 할 거다. 아니,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야.”

『이번임무. 내가 없으면 애초부터 이길 수 없던 게임이었다.』


다시.

손바닥을 통해 흉악한 독니를 들어낸 기생충.


“나오지 마. 누가 멋대로 나오래?”

『독을 삼킬수록, 나는 네놈의 신체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지.』

“그러니까, 내가 허락 안 한다고. 네가 독니를 들어낼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내 명령이 있을 때뿐이다.”


내 몸이다. 내가 주인이라고.


“먼저 약속을 어겼으니, 모든 계약조건은 철회한다.”

『죽으면 끝인 하등 한 인간 주제에. 감히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네.』

“···풉.”

『···?』

“양분이 없으면 그저 벌레따위인 네가 할 말이냐?”

『···』

“숙주의 몸 속에 기생해 양분을 먹고 강해지며, 내 신체를 전부 빼앗아도─네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있을 텐데?”


알아버렸다.

기생충의 비밀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내 의식이 필요하지? 쉽게 말해, 혈관에서 독을 공급하는 신체활동의 상태─이게, 네가 필요로 하는 절대 조건이잖아?”

『크흐흐.』

“그래서─나를 그토록 살려 두고 싶은 거고? 넌 지금 당장 내 자아를 지배할 만큼 강해지지 못했거나,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반드시 있겠지.”


고로, 나는 기생충에 의해 죽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란 의미다.


“어때? 이 정도 논리면 반박 불가냐?”

『네가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말, 그럴 듯한 논리라 자만하지 마라.』

“죽지 않은 상태로 날 살려 두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다. 네가 강해지는 것 또한 나도 강해지는 길이니까.”


이쯤.

숙주로서 기생충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도 곧 찾게 되겠지.


“뭐, 그건 나중에 부친을 만나면 차근히 해결해 가면 될 문제고.”

『···』

“똑똑히 기억해라. 이 몸의 주인은 나라는 걸.”


기생충을 통제할 수 있느냐고?

무식하게 힘이 센 데다가 지능까지 높은 벌레 놈을?


당연하지.


내가 어설프게 헌터 흉내를 내는 게 아니란 걸, 똑똑히 각인시켜 줄 거다.

반드시.

내 부친보다 더 강해질 거라고.


* * *


아침 댓바람부터 전국민을 떠들썩 하게 했던 ‘여의도 공원 한강괴물’에 대한 사건은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한강 근처는 거의 하루 종일 청소 작업이 진행됐다.

전투가 끝나고 약 6시간이 지나서야, 영등포구 봉쇄령은 해제될 수 있었다.


언론은 독충 헌터들에 대한 찬사기사를 쏟아냈다.

더불어 비난도 함께했다.


내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굳이 얼굴을 들어내고 싶지 않아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체태 컴퍼니 내부에서도 한동안 소란이 있었다.


최국에 협박에 못 이겨 배신했던 일부 독충 헌터들은 징계명령을 받았다.


또한.

나는 통신장치로부터 다음 두가지 통보를 받았다.


【A조 신백야님에게 포상휴가 3일이 주어집니다.】

【신백야님은 포상휴가가 끝난 이후, 정식 헌터로 등록됩니다. 또한 임원 회의 후, S랭크의 자격 여부를 판단할 예정입니다.】


이전에 마천태 팀장님과 대화했던 내용이었다.


내게 주어진 S랭크 자격심사 기준은 총 일주일. 헌데, 나는 컴퍼니에 입사한 지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휴가를 다녀와도 일주일을 채우지 못해 심사기한이 미달되니 이런 결정을 내렸겠지.


어떤 결론이든 자신 있었다.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현재 시각은 저녁 6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남해시외터미널까지 널널하게 잡으면 5시간 정도 걸린다.

못해도 내일 새벽 1시까지 도착할 수 있겠지.


챙길 건 딱히 없었다.

대충 백팩을 메고 막 훈련실을 빠져나가려던 참이었다.


텁──.


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누군가 내 목을 조르며 벽으로 밀어 부쳤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당황했다.


“어이, 신입.”

“···?!”


숨통을 조이는 악력.

고개를 드니, 붉은 눈을 희번덕거리는 비찬의 얼굴이 보였다. 비찬은 광대가 찢어질 듯 미소 짓고 있었다.


다친 헌터들은 하룻동안 치료를 받을 거라 들었다.

명단에는 비찬도 있었다.


“크흑!”

“어디 가는 거지? 재밌는 거라도 하러 가?”


인사치곤 과격했다.

이러다 진짜 뒈질 것 같다고.


턱!

오른손으로 비찬의 팔목을 부여잡았을 때였다.


“?!”


비찬이 당황해 뒤로 물러섰다.

기생충 놈이 독니를 꺼낸 것이다.


“뭐야, 방금··· 손바닥에 이빨이 있다고?”


비찬이 다급히 내 손목을 잡아당겼다.

독니는 어느 새인가 사라졌다.


“야.”

“···?”

“인사를 이따구로 하냐? 너무 과격한 거 아니냐고.”

“···푸흐흐, 푸하하하!”

“···어?”


비찬은 갑자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 놈은 실성한 게 틀림없다.


“크흐흑! 이젠 신체곳곳에서 기생충이 나오나, 신입?”

“···”

“말해봐. 너의 의지야? 아니면, 조금씩 지배당하고 있는 거냐?”

“네가 바라는 재밌는 상황은 요만큼도 없어.”


무시하고 지나쳐 가려했다.

하지만 비찬은 주저 없이 내어깨를 손바닥으로 밀쳤다.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다.


“비공식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나? 신입.”

“···뭐?”

“솔직히 말해도 된다고. 돈 벌러 가는 거잖아, 그렇지?”

“일일이 보고해야 할 이유 없다.”

“그럼 이렇게 하자. 휴가가 끝난 뒤 나를 찾아와라. 네가 원하는 비공식 지원에 필요한 막대한 후원금. 내가 벌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

“···무슨 뜻이냐?”

“특수임무의 점수. 일반임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걸 너도 체감했겠지, 신입?”

“···그렇다만?”

“나는 비밀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일반임무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은 점수를 얻고 있었단 뜻이지.”

“···?!”

“이 정도면 흥미가 좀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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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독충 유포자 관련 정보 23.12.13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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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하세계로 가는 길 23.12.10 51 3 12쪽
» 포상휴가 23.12.09 50 3 11쪽
23 최후 23.12.08 53 4 12쪽
22 동상이몽(同牀異夢) 23.12.07 55 4 11쪽
21 환영(幻影) 23.12.06 55 4 12쪽
20 독이 든 보석 23.12.05 61 5 11쪽
19 손바닥의 독니 23.12.04 71 4 11쪽
18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2) 23.12.02 74 4 12쪽
17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1) 23.12.01 82 6 12쪽
16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진실 23.11.30 90 6 11쪽
15 지하세계 23.11.29 94 6 12쪽
14 조건 23.11.28 114 5 12쪽
13 비공식 지원 23.11.27 138 6 12쪽
12 기생충 +2 23.11.25 161 7 11쪽
11 정체불명의 아주머니 23.11.24 149 6 11쪽
10 개미굴 23.11.23 173 7 11쪽
9 목적 23.11.22 201 7 12쪽
8 사연 23.11.21 249 9 12쪽
7 라이벌 +1 23.11.20 315 8 12쪽
6 괴물 23.11.17 449 10 12쪽
5 원한 +1 23.11.17 544 13 11쪽
4 독거미 +1 23.11.16 708 11 12쪽
3 훈련 +1 23.11.15 913 19 11쪽
2 독(毒)으로 각성하다 +1 23.11.14 1,135 20 12쪽
1 체태 컴퍼니(Chetae Company) +1 23.11.13 1,39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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