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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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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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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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幻影)

DUMMY

연가시의 능력.

그건 바로─괴 벌레의 신체 일부를 내 멋대로 조종하는 것이었다.


우드득!


“···?!”


우드득! 우드득!


연가시의 몸은 마치 ‘쇠사슬’처럼 단단했다.

너무 견고한 나머지 끊어내는 건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힘을 줄 때마다 연가시의 몸에서 고철소리가 났다.


코어 힘만으로 구부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동시에.

왼쪽 팔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순조롭게 공간을 벌린 것이다.


“뭐지, 저 미친놈은···?”


신입의 최후를 즐기고 있던 최국의 미간이 거칠게 구겨졌다.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인 것이다.


“봐 드리는 건, 이게 끝입니다.”

“···뭐?”


왼손에 자유.

주저없이 연가시 몸체를 움켜쥐었다.

내 몸 구석구석을 자유자재로 활보했던 기생충은, 이번엔 왼쪽 손바닥에서 모습을 들어냈다.

날카로운 독니를 자랑하면서.


독을 탐하고 있던 게 아니다.

난 놈에게 독을 흡수하라고 명령한 적이 없었으니까.


콰직끈!


- 쿠오오오!


연가시의 딱딱한 몸체에 아무런 저항없이 독니가 박혔다. 연두부처럼 말캉하게 말이다.

역시, 놈들은 벌레답지 않게 괴이한 비명을 질러 댔다.


“귀청 뜯어지겠네. 이러면 내가 벌레 학대라도 하는 줄 알잖아? 아직 놀라긴 이르다고.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기생충의 독니는 역으로, 내 몸에 흐르던 독을 연가시의 전신으로 흘려보냈다.


『내 양분을 왜 저떤 버러지와 나눠야 하지?』

“시끄러. 이건 내 피 같은 독이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


기생충의 볼멘소리는 가볍게 무시했다.


회갈색을 띄던 연가시의 몸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검붉게 변해갔다.

독에 의한 중독인 것이다.


곧장 놈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스르르─.

연가시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매듭처럼 풀려 바닥으로 흩어졌다.


독에 감염된 순간부터 내 명령에 복종하던 것이다.

최국의 ‘독 페로몬’과 같은 능력이었다.


타악.

손쉽게 풀려나 가뿐히 땅에 착지했다.

그런 내모습을 지켜보던 최국.

그는 티날만큼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말이다.


“신입 너··· 아까부터 거슬리고 있던 거 알아?”


나는 별일 없었다는 듯 옷을 털고 있었다.


“선임님. 아니, 최국씨.”

“···?”

“이 정도 밖에 안 되십니까?”

“뭐···?”


뚜벅. 뚜벅.

천천히, 다시 그에게 다가갔다.

최국은 급히, 남은 보석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챙!

이번에도 보석을 깨뜨렸다.


척! 척! 척! 척!

금세 달콤한 냄새가 주변으로 퍼지더니, 흩어져 있던 연가시가 둔갑술이라도 펼치듯 내 앞을 가로막았다.


군인으로 변한 채 말이다.


“엥···?”


분명, 내가 구해준 군인들은 모두 인간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신체 일부분만 감염된 상태였고, 독을 해제함으로 결박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놈들은─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그저 벌레에 불과했다.


“와, 감쪽같이 속았네!”


내 손끝에서 생성된 거미줄.

팔을 타고 빠르게 어깨뼈를 감싸며 신체 근력을 지지해주었다.

거미줄은 꼭, 하얀 핏줄 같았다.

점성이 높아질 때마다─근육은 한계를 모른 채 초월해 가고 있었다.


“보석 하나를 들고 참 다채로운 묘기를 부리시네요! 쇼는 잘 봤습니다만, 이제 막을 내리셔야죠?”

“···”

“종막입니다.”


다다다닥!

시속 120km로 도약했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군인은 단숨에 뚫어버렸다.

조무래기 따위에 시간을 뺐기는 건 시간 낭비였으니까.


곧─그들 뒤에 숨어있던 최국이 모습을 들어냈다. 꼴 보기 싫은 면상에 스매시를 날릴 계획이었다.


헌데.


“···?!”

- 신백야.

“···선임?”


내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그는 다름아닌──가사한.

순간적으로 내지르던 발끝의 속도가 점점 힘을 잃었다.


아무리 애증관계라도, 선임의 얼굴에 주먹을 꽂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 그건 말야···


퍼억──!


“쿨럭!”


가사한의 순간 속공은 어마어마했다.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했던 내 허리가 폴더처럼 접힌 채, 저항없이 100m쯤 나가떨어졌으니 말이다.


“크하··· 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선임?!”


분명 내 눈앞에 있던 사람은 가사한이었다.

그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여유롭게 주머니에 손을 꽂더니,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야, 가사한?”

- ···

“크흐흐, 카하하하!”

“···?”


그 때였다.

멀찌감치 지켜보던 최국이, 온몸을 베베 꼬며 사족을 못 썼다.

즐거움을 전신으로 표현하고 있던 것이다.


“와, 두 사람의 눈물나는 동료애! 선임과 후임의 목숨을 건 격투라니?! 어디 팝콘 없냐? 콜라도 추가해서!”


짝짝짝!

그의 유쾌한 박수소리가 울렸다.

최국은 곧, 찔끔 흐르던 눈물을 검지손가락으로 닦았다. 그리고 이내 등을 보였다.


“야! 어디가!”

“음? 지금 나한테 야라고 한 거야, 신입?”

“아직 싸움이 안 끝났···”


퍼억!


“크헉!”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가사한이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흡사 맹수처럼.

오로지 본능에 의지한 채.

──누구라도 죽일 것 같은 살의였다.


퍽! 퍽! 퍽!


“아아, 뭐. 걱정하지 마. 두 사람 일엔 관여 안 하니까. 그리고 이건, 선물.”


챙──!

최국이 이번에도 보석을 쥐어 깨뜨렸다. 동시에 수상한 녹색 연기가 스멀스멀 퍼지고 있었다.


“가사한! 야!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 죽어. 네가 죽는 게 도움되는 일이니까.

“뭐···?”


나는 가사한에게 시선을 뺏겨 정신없었다.


덥썩.

대뜸 내 안면을 강타하던 가사한의 주먹을 낚아챘다.


“···뭐야, 가사한이 아니네?”


가사한의 악력은, 내가 각성한다 해도 감히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강했다.

그러나.

나를 공격하던 놈의 악력은, 가사한의 천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흘깃.

곧, 내 눈에 가사한이 보였다.

아직 번데기 상태인 가사한말이다.

고로─이 놈은 가짜다.


타악.

가사한을 흉내 낸 놈의 안면을 뼈가 부숴질 만큼 단단하게 쥐었다.


“가사한 선임의 얼굴이 작긴 작지. 한손으로 잡힐 만큼. 외관의 흉내는 퍼펙트 했으나, 힘까지 복제하진 못했네?”


우드득.

곧, 환영에서 풀려갔다.

놈의 얼굴이 부숴지면서 말이다.


“···연가시.”


손바닥을 집어삼킬 듯 가득히 생성된 거미줄. 거미줄은 산성을 내뿜으며 지독한 암모니아 향을 풍겼다.


독에 닿은 연가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연가시는 꼭─물이 담긴 냄비를 버너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녹아가고 있었다.


- 끼유우우우우.


얼굴의 윤곽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자, 연가시는 힘을 잃었다.

서둘러 다시 최국을 뒤쫓으려고 했을 때였다.


- 백야오빠.

“···?!”


신백설.

녹색 연기가 걷히자, 그토록 보고싶었던 동생의 얼굴이 나타났다.


“배, 백설아?”

- 오빠, 여기서 뭐해?

“···”


환영(幻影)에 속아서는 안 되는데···


- 나 오늘 엄마랑 오빠한테 상의할 게 있었는데.

“···그게, 뭔데?”


동생이 아니란 걸 인지했음에도, 대답해버렸다.

그러자.

동생은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두어 걸음 물러섰다.


- 뭐긴. 오빠도 계속 취업 못하고 있고, 엄마도 내 학비 때문에 등골 휘시잖아.

“···”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는 동생 때문에, 순간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 그래서 휴학할까 고민 중이거든? 오빠 생각은 어때?

“그건···”

- 어···? 그런데 오빠.

“···?”

- 그 이상한 복장은 뭐야?


생김새도 목소리도 영락없는 신백설이었다. 그녀는 내가 환영에 빠졌단 사실도 잠시 잊게 해주었다.


- 설마··· 오빠 드디어 시험에 합격한 거야? 오빠 경찰 되고 싶어 했잖아. 오빠가 입고 있는 그 복장, 경찰들이 입는 거 맞지?

“그게, 설명하자면 좀 복잡해. 백설아.

- 아니, 뭐가? 아, 알겠다. 지금 엄마한테 뭐 숨기고 있는 거구나? 그렇지? 내가 콱 일러버린다?

“···백설아, 그게.”

- 이건 어떨까?


철컥.


그 순간.

백설은 k2소총을 들더니 아무런 고민도 없이 장전을 마쳤다.


“신백설···?!”


타앙!

탄약이 발포되는 소리.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간발의 차이로 볼을 스쳐 지나가는 탄약. 동시에, 왼쪽 볼에 새빨간 피가 맺혔다.


- 아깝다. 죽일 수 있었는데.

“하··· 벌레새끼가 재주가 많네. 이제 그만 좀 놀려라. 슬슬 지겨워지려 하니까.”

- 크크크. 계속 속아 놓고, 이제 와 센 척하기는.

“가족을 볼모로 삼는 건 좀 치사한 방법 아니냐?”

- 그래서? 네 불쌍한 동생을 때리기라도···


퍼억!


더러운 벌레가 또 구걸하기 전에, 잽싸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내 발등은 정확히 동생의 안면에 닿았다.

힘 조절은 하지 못했던 탓에, 동생의 예쁜 얼굴이 걸레짝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튼 좀 슬픈 일이다.


이제 벌레놈의 지랄맞은 똥꼬 쇼는 볼 필요가 없겠지.


- 크흡!


놈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연가시의 형태로 말이다.


“졸라 야비한 새끼.”


힘으로 안 되니까 속임수를 쓰고 있는 건가? 그나저나··· 최국 이놈은 어디로 도망친 거야?


최국을 찾기 위해 서둘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신백야.

“왜! 왜, 또! 뭐?! 아직 안 끝난 거···”


귀찮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이번엔 모친 홍화연 여사가 보였다.


쿵.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비참함을 느꼈다.

모친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며 내 곁을 떠났다. 지금도 나는 모친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식 헌터가 되지 못해, 나는 아직도 그녀의 장례를 치루지 못했으니까.

어찌 볼 낯이 있겠는가?


- 백야···

“···진짜 적당히 해라. 이런 거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 밥은 잘 먹고 다니지?

“···뭐? 하. 무슨 벌레 놈한테 메모리 탑재기능이라도 있냐? 아니면, 내 기억의 프로세서를 훔쳐 가기라도 한 거야? 어떻게 우리 가족을 다 알고 있는데?”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에 몸서리 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쉽게 공격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모친을 마주할 면목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뿐.


- 경찰 공무원 시험 떨어진 거, 다 알고 있었어.

“···”

- 걱정 마. 내년에 더 잘하면 되지.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그만하라고.”

- 백야야.

“그만해, 씨발!”


천하의 패륜아가 따로 없었다.


단 한 번도 홍화연 여사에게 소리질러 본 적이 없었는데─지금 이 행동이 낯부끄럽고 몹쓸 놈이 된 것 같았으니까.


“진짜 뭐 같네.”


내 멘탈은 1초에 한 번씩 부숴져 내렸다.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바로 그녀의 눈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고작 벌레 따위에게─불효자가 된 것 같은 절망감을 느끼게 하지 말라고.


“어지간히 해라. 이딴 감성에 젖어서 시간 뺏게 하려는 거··· 치사하지 않냐?”


나는 여전히 홍화연 여사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 백야. 손에 이 상처들은 다 뭐야?


홍화연 여사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따뜻한 감촉을 느껴버린 것이다.


- 왜 싸우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니?

“...”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 *


“푸흐흐흐. 크큭.”


환영에 휘둘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신백야를 멀리서 확인하고 있던 최국.

그는 배를 잡고 깔깔 웃어 댔다.


“독이 담긴 보석의 능력 중 하나. 환영. 이건 내면에 잠재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지. 참, 독 주제에 감성 있다니까?”


달각달각.


최국은 남은 보석들을 지압기처럼 손바닥 안에서 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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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독충 유포자 관련 정보 23.12.13 41 3 12쪽
27 추적 23.12.12 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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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하세계로 가는 길 23.12.10 51 3 12쪽
24 포상휴가 23.12.09 49 3 11쪽
23 최후 23.12.08 52 4 12쪽
22 동상이몽(同牀異夢) 23.12.07 54 4 11쪽
» 환영(幻影) 23.12.06 55 4 12쪽
20 독이 든 보석 23.12.05 61 5 11쪽
19 손바닥의 독니 23.12.04 71 4 11쪽
18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2) 23.12.02 74 4 12쪽
17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1) 23.12.01 82 6 12쪽
16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진실 23.11.30 90 6 11쪽
15 지하세계 23.11.29 94 6 12쪽
14 조건 23.11.28 114 5 12쪽
13 비공식 지원 23.11.27 138 6 12쪽
12 기생충 +2 23.11.25 161 7 11쪽
11 정체불명의 아주머니 23.11.24 149 6 11쪽
10 개미굴 23.11.23 173 7 11쪽
9 목적 23.11.22 200 7 12쪽
8 사연 23.11.21 249 9 12쪽
7 라이벌 +1 23.11.20 315 8 12쪽
6 괴물 23.11.17 449 10 12쪽
5 원한 +1 23.11.17 544 13 11쪽
4 독거미 +1 23.11.16 708 11 12쪽
3 훈련 +1 23.11.15 913 19 11쪽
2 독(毒)으로 각성하다 +1 23.11.14 1,135 20 12쪽
1 체태 컴퍼니(Chetae Company) +1 23.11.13 1,391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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