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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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3.11.08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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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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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기를 시작합니다

DUMMY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마치 공연장에 온 듯 주변은 온통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또한.

현란한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 제대로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입장 안내를 받아 여기까지 왔다만.


“아무도··· 없잖아? 뭐 어쩌라고.”


경기장 안은 수상하리만큼 조용했다.


- 참가자님.

“···?!”

- 이쪽으로 입장 바랍니다.


그 때.

누군가 내게 손짓하며 경로를 안내했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하관만 내놓은 흰색 가면 말이다.


“아직 경기가 시작된 건 아니죠?”

- 경기 시작 20분 전입니다. 미리 대기 부탁드립니다.


퉁명스러운 목소리.

서늘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


아무리 경기 시작 20분전이라지만, 객석엔 아무도 없는데?

눈 뽕이 너무 심한 나머지, 제대로 안 보이나?


“경기장 안에 아무도 없는데요? 관람하는 분들이 있긴 한 겁니까?”

- 그렇습니다. 실제 관객 분들은 벽 뒤쪽에 계시며, 양방향 거울로 인해 참가자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


양방향 거울.

내가 보는 방향에서는 거울처럼 보이는 벽. 하지만 바깥에서는 유리로 되어 있던 것이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관객의 신원보호를 위해서일까?


- 대기실로 모시겠습니다. 경기시작 전까지 옷을 갈아입고 나오시면 됩니다.


.

.


얼떨떨한 상태로 안내받은 곳은 공사장 같은 디자인의 대기실이었다.

그곳에서 몇 가지 옷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그 중에서─가장 신축성이 좋은 추리닝을 선택했다.


그렇게.

다시 가면 쓴 남자에게 안내받아, 링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여전히 환한 불빛이 세어 나오던 경기장 안은, 내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적막했다.


【이어 진행될 경기는──참가번호 2번과 데스나이트!】


참가번호 2번이라고?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앞선 첫번째 경기가 끝나 있던 시점인가?


함성소리 하나 없는 서늘한 경기장 안.

링까지 걸어가는 건 생각보다 멀었다.


- 수우웁···

“저게 사마귀 인간···”


먼저 링 위로 올라와 있던 건, 누가봐도 영락없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다만.

그의 두 팔이 꼭 사마귀처럼 생겼다.

녹색으로 빛나는 칼을 붙여 놓은 것처럼 말이다.


【과연! 이번 참가자는 어떤 명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2번 참가자의 1라운드 대결 상대는, 데스나이트라는 사마귀 인간인데요. 그는 죽음에 저항한 기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지하세계에서 Level 1에 해당하는 계급입니다.】


에게?

고작 Level 1이라고?


【하지만! Lv.1이라기엔 무색하게, 지난 1년간 전적을 살펴보면──38승 10패의 신화! 그의 패배는 인간이었을 때 뿐이며, 괴물이 된 이후 단 한 명도 2라운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방어했습니다.】

【데스나이트는 과거, 지하세계에 참가해 패배한 인간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 때, 새로운 주인을 만나 괴물로 탈바꿈되어 새롭게 탄생한 것입니다!】


사회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열심히 데스나이트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의 특징은, 체력에 제한이 없다는 점과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의 숙련도가 오른다는 점입니다.】

【그를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그건 바로!

──정면승부 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두근. 두근.

드디어 링 안으로 입성했다.

지금 이 넓은 경기장 안에, 오로지 이 놈과 나만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데스나이트의 눈은 투명한 막에 가려져 안쪽이 검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마귀처럼 말이다.

자아가 있다기엔 공허한 눈빛이었다.


게다가.

인간을 초월한 신장.

대충 예상하기로 2m이상의 키였고, 골격은 거인 급. 몸은 온통 근육질이었다.


“···”


나는 녀석을 탐색했다.

사실 뭔가를 대비하고 참여한 경기가 아니었다.

대책 없이 무작정 덤벼든 것뿐이라, 뭘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경기시간은 1시간입니다! 관객 여러분들은, 경기가 재밌다면 반드시 시간안에 버튼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점수는 F등급입니다.】


F등급?

정확한 수치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물며 재밌으면 버튼을 누르라니?


어쩌지?


휙! 휙!

내가 방심하고 있던 순간, 닿기만 하면 잘려 나갈 것 같은 날카로운 두 팔이 허공을 갈랐다.

공기 마저도 베어버릴 것 같은 흉학한 놈의 칼날 같은 팔이 말이다.


용케 피할 수는 있었다.

반격을 위해, 놈의 복부에 잽을 날리던 순간─!


퍼억!


“크헉!”


되레, 손이 찢겨 나갈 것 같은 이질적 고통이 전달됐다. 평범한 줄 알았던 상대의 몸이, 강철로 되어 있던 것이다.

놈은 또다시 내 빈틈을 찾아냈다.


푸욱──!


“···?!”


사마귀의 팔이 정확히 내 명치를 공략했다.

그리고.

회심의 일격이라도 날리듯, 반대쪽 팔이 연이어 심장을 관통했다.

팔은 약 180도로 비틀어 지고 있었다.


고통을 극대화시키고 있던 것이다.


- 어이. 이게 끝이냐?

“···?”

- 시시하긴.


놈은 지루하다는 듯 팔을 잡아당겨 빼내었다.


뚝뚝.

신체에 구멍이 생기자 출혈을 일으켰다. 링 안을 적실만큼 붉은 핏물이, 내 몸 안에서 넘쳐흐르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 뭐, 뭐야?

“···”


내 몸은 어느샌가 혈액대신 ‘붉은 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약점이라 생각했던 심장을 공격한 사마귀 놈의 팔에, 독이 닿아버린 것이다.

혈관을 타고 흐르던 독.

아마 처음 생성됐을 때보다, 훨씬 강화돼 있겠지.


하물며 심장을 직접 피격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견디기 힘든 독성일 것이다.


푸쉬이이이이──!


일격을 날렸다 자만한 데스나이트의 몸은, 빠르게 부식되고 있었다.


- 호오.

“하아···”


아주 잠깐이지만, 나 역시 죽음의 공포는 느꼈다.


그러나.

아쉽게도 죽을 위험까진 아니었다.

그 증거로─또다시 내 자아를 탐닉하는 기생충놈이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만큼.

기생충놈에게 자아를 뺏기지 않고 싸운다.

기생충에게 몸의 권리를 내어줬다간, 오히려 경기를 망쳐버릴지도 모를 테니.


- 혈관을 타고 흘러, 심장에 공급되고 있는 그것. 혈액이 아니라 독인가?


썩은 동태 눈깔이었던 사마귀 놈의 눈빛이 변했다.

경이롭다는 듯 말이다.

놈에게도 약간의 흥미가 생긴 것이다.


단 번에.

구멍이 뚫렸던 몸은 신속하게 재생하기 시작했다.


“이거 하나만 알려줄게, 괴물아. 나를 즉사시키지 못한다면, 아마 넌 이길 수 없을 거다.”

- 흠?


파바바박.

흡사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놈은 부식되어 가는 두 팔을 다시 원상복구시켰다.


휙! 휙! 휙! 휙!

연달아 몰아치는 네 번의 공격.


허나, 느렸다.


“너, 몸이 상당히 둔하구나?”

- ···

“딱 레벨 1정도 수준이네.”


이번엔 내가 반격을 준비했다.


손바닥에 끈끈한 거미줄이 생성됐다.

근력의 저항이 점점 높아지고 있을 때.

단숨에 놈의 칼날을 낚아챘다.


우드득.

악력의 밀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졌다.

아무리 날카로운 팔을 가졌어도, 거미줄을 뚫을 순 없었다.


이번엔 왼쪽다리가 하얀 거미줄로 감싸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 여러 곳에 폭 넓게 거미줄을 생성할 수 있었다.

반사적으로 놈의 배에 킥을 날렸다.


퍼억!

정통으로 맞았다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데스나이트가 강한 타격에 뒤로 주춤 물러서더니, 고개를 들어올려 씨익 웃었다.


“왜 웃냐?”

-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배가 움푹 들어가 장기 일부분이 손실되었을 것임에도, 놈의 움직임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헌데.

놈에게 반격을 가하면 가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라? 왜··· 뭔가 부족해지는 것 같지?”


망가지고 부숴지는 건 상대일 텐데.

고장나는 건 오히려 나였다.


기분 탓인가?


게다가.

더 이상 거미줄을 생성시킬 수 없었다

마치─능력을 절도당한 것처럼 말이다.


- 이제 깨달았나?

“···엥? 설마, 내 능력을 훔쳐가고 있었냐?

- 같은 공격을 연달아 받으면, 상대의 능력을 훔쳐올 수 있지.

“오··· 그거 좀 신박한데?”


상대의 능력을 훔쳐갈 수 있다니.

이건 어딘가 흡수와는 다른 것 같았다.


“그래봤자, 잠깐 뿐이잖아?”

- 경기는 고작 한 시간이다. 한 시간동안 아무 능력 없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고보니 세슘이랬나. 네가 완성된 계기 말야.”

- ···?

“내 몸 속에, 독을 밝히는 이상한 기생충 한 마리가 살고 있어.”

- 무슨 헛소리야?

“너도 자세히 보면 인간이지만, 결국 벌레에게 지배당한 거지? 그래서 괴물이 될 수 있던 거고.”


여전히 퍼부어지고 있는 공격.

하지만 아무리 능력을 절도 당했다 해도, 놈의 움직임이 느린 건 똑같았다.

변함없이,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네 몸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거. 네가 아니라 벌레인 거잖아. 아, 그러니까 네 두 팔에 나타난 그 사마귀. 맞지?”

- ···허튼 소리로 내 멘탈을 부술 생각이라면, 꿈 깨.

“나도 여차하면 기생충놈에게 몸을 빼앗길 수도 있어. 그럼, 너처럼 숙주 꼴이 나겠지. 하지만.”

- ···?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강해질 생각이라서 말야.”


분명.

내 능력을 절도해 간 놈이었지만,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여전히 느린 움직임과, 필살기처럼 들고 있는 칼날만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전에, 돈이 좀 필요해.”

- 난 괴물이 된 이후에 져 본 적이 없어.

“그건 과거의 영광이고. 지금은 현재잖냐?”


손바닥에 독니.

녀석이 유일하게 빼앗아가지 못한 능력.

물론.

내 능력이 절도당해 사라진 것도, 아주 잠깐 뿐이겠지.

되찾아 오는 방법은 간단했다.

내 앞에 있는 놈을 이기면 된다.


“약한 놈이 강한 척 해봤자야. 결국 뽀록나거든.”

- 뭐라고?

“그럼 어디, 나한테 빼앗아 간 능력으로 반격해 봐? 할 수 있으면.”

- 끄아아아!


이번엔─내 도발이 제대로 먹힌 것 같다.

놈은 귀청이 뜯길 것 같은 험악한 괴성을 지르더니,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허나, 저 놈이 간과한 게 있었다.


지금 흥분한 상태라 방어태세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타이밍이 내겐 절호의 찬스란 말이지.


“야, 독니.”

『···』

“저 사마귀 몸에 세슘이 가득한 건 이미 냄새 맡았겠지? 지금부터 맘껏 먹어 치워라. 알아들었냐?”


푹!

순식간에 나타난 손바닥의 독니가, 흥분한 데스나이트의 배때기에 박혔다.


- 크헉.

“···”


희한하게, 손바닥 독니는 평소보다 3배쯤은 크고 두꺼웠다.

사마귀 인간의 몸에 독이 사라진다면?

영락없는 고물이 될 것이다.


- 으어어억.


풀썩!


경기 시작 10분도채 되지 않았다.

사마귀 인간이 힘없이 쓰러졌다.

비로소.

시시한 첫번째 경기가 끝난 것이다.


“진짜야? 이딴 놈이 연승을 거뒀다고? 도대체 참가자들이 어떤 실력이었단 거지?”


물론.

‘능력절도’는 신박했다.

상대를 무력화하기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세상엔 빼앗을 수 없는 절대능력도 존재하는 법이야.


나는 거만하게 관람석을 바라보았다.

역시 어둠으로 깔린 그곳은, 눈이 부실만큼 밝은 조명 빛만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이런, 이런! 경기가 시작된 지 정확히 7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벌써 게임이 종료되었군요!】


다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때까지 유례가 없던 경기를 펼쳐준 참가번호 2번!】


후후후.

봤냐?

이정도면 하루에 몇 경기를 뛰어도 가뿐할 거 같은데?

하루에 한 번 참가라는 제약만 없었다면 말이지.


【자, 그럼. 이제부터 관객석에 계신 분들은, 마지막으로 경기점수를 측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평가 시간은 1분입니다!】


오오.

이렇게 재밌는 경기를 보여줬으니, 맥시멈을 찍어야지?


나는 잔뜩 기대하며, 허공에 떠 있는 전광판을 확인했다.


【점수집계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지금바로 점수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공개된 점수.


【관의 경기 평가 점수는!】

【F등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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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충에 물렸더니 최강헌터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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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괴물 23.12.15 38 3 11쪽
29 스카라브 23.12.14 35 3 12쪽
28 독충 유포자 관련 정보 23.12.13 41 3 12쪽
27 추적 23.12.12 40 3 12쪽
» 경기를 시작합니다 23.12.11 43 3 12쪽
25 지하세계로 가는 길 23.12.10 51 3 12쪽
24 포상휴가 23.12.09 49 3 11쪽
23 최후 23.12.08 52 4 12쪽
22 동상이몽(同牀異夢) 23.12.07 54 4 11쪽
21 환영(幻影) 23.12.06 54 4 12쪽
20 독이 든 보석 23.12.05 61 5 11쪽
19 손바닥의 독니 23.12.04 71 4 11쪽
18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2) 23.12.02 74 4 12쪽
17 독충헌터 VS 특수부대 (1) 23.12.01 82 6 12쪽
16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진실 23.11.30 90 6 11쪽
15 지하세계 23.11.29 94 6 12쪽
14 조건 23.11.28 114 5 12쪽
13 비공식 지원 23.11.27 138 6 12쪽
12 기생충 +2 23.11.25 161 7 11쪽
11 정체불명의 아주머니 23.11.24 149 6 11쪽
10 개미굴 23.11.23 173 7 11쪽
9 목적 23.11.22 200 7 12쪽
8 사연 23.11.21 249 9 12쪽
7 라이벌 +1 23.11.20 315 8 12쪽
6 괴물 23.11.17 449 10 12쪽
5 원한 +1 23.11.17 544 13 11쪽
4 독거미 +1 23.11.16 708 11 12쪽
3 훈련 +1 23.11.15 913 19 11쪽
2 독(毒)으로 각성하다 +1 23.11.14 1,135 20 12쪽
1 체태 컴퍼니(Chetae Company) +1 23.11.13 1,391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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