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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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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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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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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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챕터6-93.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1)

DUMMY

의심스런 눈총을 받으며 중년의 남자가 껄껄 웃어보였다.


“괜찮아. 아저씨는 믿어도 돼! 뭐... 따라오고 말고는 너가 결정할 일이긴 한데... 우리 일단 할아버지 장례부터 치러 드릴까? 아직 넌 어려서 잘 모를 거야. 장례도 처리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이 아저씨가 도와줄게. 장례 끝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


그랬다. 저 알지 못하는 낯선 아저씨의 말이 옳았다.


윤재는 지금 당장 할아버지의 장례부터 치러야했다. 아직 고3인 자신은 당장 졸업도 해야 했지만, 눈앞에 닥친 할아버지의 장례가 먼저였다.


언제까지 죽은 할아버지를 끌어안고 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편히 모셔야했지만 그 누구하나 연락할만한 친척이 없었다.


윤재가 슬픈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자, 어느새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 중년의 남자가 윤재의 어깨를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열심히 그리고 바르게 살아야한다. 그게 그동안 널 지켜주시고 보살펴주신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예의고 의리야. 알겠니?”


그의 말에 윤재는 또 다시 벅차오르는 슬픔에 눈가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눈가에 맺히자 중년의 남성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눈가를 훔쳐 눈물을 닦아주며 윤재를 꼬옥 안아주었다.


“윤재는 눈물이 참 많구나... 울어도 돼. 소리내서 크게 울어도 돼. 하지만 눈물을 다 흘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굳세게 살아야한다. 힘들 땐, 남들한테 의지하고 기대도 돼!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마라.”


그의 부드럽고 다정한 말에 윤재는 더욱더 서럽게 꺾꺾 울어대며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무명(無名)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한다!”


무명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윤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윤재는 생면부지의 낯선 중년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윤재가 뼈줏뼈줏 거리며 천천히 몸을 돌려 무명에게 고개를 90도 숙이며 말했다.


“무명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차 안에서는 따뜻한 히터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시트에 앉은 등과 엉덩이 부분은 아직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자신의 양손에 쥐고 있는 따뜻한 호두과자를 손난로 삼아 윤재는 순간 3년 전 자신과 무명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곤 재빨리 두눈을 감았다 떴다.


고개를 휘휘 젓던 윤재는 서둘러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가는 고속도로 바깥 풍경을 보느라 윤재는 정신이 없었다.


마치 지방으로 여행을 온 기분이었던 탓에 지금 윤재의 마음을 살짝 들떠 있었다.


“선생님, 근데 저희 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윤재는 또랑또랑한 얼굴로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자신의 스승 무명도사를 바라보고 물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아무도 살지 않는 폐마을로 숨어들어 무명 밑에서 갖가지 밀교비술을 배운지 어느 덧 3년이 되었을 때쯤이었다.


무명은 갑자기 윤재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실전을 해야겠구나! 한번 가보자!”


그는 기쁜 듯이 껄껄 웃으며 윤재의 어깨를 양손으로 밀며 자신을 차에 태웠다.


그는 중간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려 차에 기름도 넣고, 자신에게 호두과자며 가락우동과 같은 간식도 사주었다.


무명은 지금 그들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윤재에게 아무런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주변을 잘 살펴보라고만 말했다.


호두과자 한 알을 꺼내 입안에 쏘옥 넣고 오물거리던 윤재가 무명도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도 하나 드릴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앳된 윤재였다.


맑고 순수한 윤재의 눈동자가 무명을 바라보며 묻자 무명도사는 살짝 웃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재는 재빨리 호두과자 봉지 안에 손을 넣어 호두과자 한 알을 무명의 입에 넣어주려던 순간이었다.


윤재의 손이 순식간에 허공에 멈추었다.


“선생님! 잠시만요!”


무명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우리 윤재 예민한 걸? 기운이 느껴지지?”


무명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차를 고속도로 옆 샛길로 가져다 세웠다.


주정차를 할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마치 어쩔 수 없이 만들어놓았다는 듯이 급하게 만든 티가 나는 갓길 주차 장소였다. 원래 칠해져있던 하얀색 페인트칠이 아닌, 새로 덧바른 듯한 노란색 페인트로 ‘위험 시 긴급 임시 정차’ 라는 글이 삐뚤삐뚤 새겨져 있었다.


무명이 모는 흰색 SUV 차량이 그 장소에 멈추어서자 윤재가 무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뭔가 되게 이상한데요?”


윤재가 무명을 바라보며 묻자 무명이 차에서 내리라는 듯이 눈짓했다.


윤재가 조심스럽게 차문을 열고 도로로 나가자 아까 자신이 느꼈던 이상한 기운이 더 짙고 강하게 느껴졌다.


“선생님! 이거... 뭔데 이렇게 악하고, 찜찜하게 기분 나쁘죠? 되게 화가 나는 듯한 기운데 한 두개가 아닌데요? 이거는...?”


윤재가 똥그래진 눈으로 무명을 바라보며 묻자, 무명은 아무 대답 없이 그들의 눈앞에 있는 고속도로 터널 위를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윤재가 무명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돌린 곳은 터널 위에 있는 작은 무덤 봉분이었다.


“엥? 터널 위에 무덤이 있을 수 있어요?”


윤재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자 무명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윤재에게 차에 타라는 듯이 손짓했다.


윤재가 조수석에 앉고 무명은 아무런 설명 없이 차를 터널 안으로 옮겼다.


터널 내부로 들어가자 어둠이 찾아왔고, 운전자들을 위한 밝은 오렌지색 불빛들이 천장과 벽에 요란스럽게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이고 있었다.


중간 중간 터널 천장 위로 거대한 선풍기같은 터널 환풍기가 연이어 빙글빙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헐!”


윤재가 놀란 듯이 천장을 바라보자 무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윤재에게 말했다.


“보이지?”


“네! 근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대요?”


지금 윤재와 무명의 눈에 비친 것은 차들이 다니면서 매연이 누적되어 나쁜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한 터널 환풍기에 매달린 희끗희끗한 영혼들 때문이었다.


천장 위 환풍구에는 사람 형체를 한 귀신 여럿이 다닥다닥 원숭이처럼 매달려 붙어있었다.


몇몇은 그대로 차 보닛 위로 떨어지기도 했고, 또 어떤 귀신은 그대로 거미처럼 터널 옆에 타일 벽으로 엄청난 속도로 기어가 터널 안을 지나는 차 바깥쪽을 미친 듯이 두들겼다.


“이야! 여기는 그냥 귀신 소굴인데요? 그냥 귀신 터널이라고 불러도 되겠어요!”


윤재가 고개를 이리저리 가로저으며 무명을 바라보고 말하자 무명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터널 밖으로 나온 무명의 차는 고속도로 옆 샛길로 빠져 국도를 타기 시작했다.


우회전과 유턴을 하며 꾸불꾸불한 샛길을 따라 차라 달리고 도착한 곳은 어떤 공동묘지였다.


“선생님! 여기는...”


윤재는 이제야 무명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동안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들이 지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착한 공동묘지는 바로, 아까 그 터널의 바로 위였다.


윤재가 자신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리자 무명이 살짝 웃어 보이며 윤재에게 말했다.


“그래, 아까 그 귀신 터널 바로 위야. 아무래도 수많은 묘지들을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옮기기엔 무리였을 것이고, 그렇다고 터널을 뚫지 않을 수도 없고 하니... 무리해서 터널을 뚫어버린 거 같은데... 그래서 지금 이 사달이 난 것이고...”


“아니....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윤재가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은 자신과 무명이 바라보고 있는 공동묘지 터에 귀신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괴이한 광경 때문이었다.


보통 무덤가나 묘지 터에는 여러 영혼들이 떠돌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수백 개의 묘지에는 무덤가를 배회하는 혼령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윤재는 그들이 모두 터널 밑에 내려가 있음을 느끼곤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경상북도 칠곡군에 다부리와 가천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 '양부터널' 이었다.


양부터널은 예전부터 귀신들린 터널로 유명했다.


그래서일까, 양부터널 주변 일대를 둘러싼 괴이한 소문은 끊이질 않았다.


운전을 하고 가면 남자 둘이 벽에 매달려 운전 중인 운전자를 노려본다거나, 분명 트럭 뒤에 짐이 실려 있는 곳 위에 흰색 소복을 입은 여자 여럿이 앉아 물가에 발을 담근 것처럼 허공에서 발장난을 치면서 고개를 괴이하게 꺾고 있다던가 심지어 흰색 차를 몰고 터널을 빠져나와 차를 보면 차 외부에 먼지나 흙이 잔뜩 묻은 손바닥자국이 차 여러 곳에 찍혀있었다던가 하는 괴이한 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근 마을에서 도는 소문뿐만 아니라 인터넷 경험담 역시 끊이질 않았다는 점이다.


양부터널 진입 시 운전핸들이 저절로 돌아간다거나 속도가 저절로 줄어들어 연쇄충돌 사고가 난다던가 하는 경험담들로 양부터널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잘 들어라, 윤재야!”


“네, 선생님!”


윤재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무명을 바라보며 대답하자 무명은 윤재에게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터널에서 귀신을 봤다는 건 대부분 고속도로에서 차가 빠르게 달리면서 나는 바람소리나 공중에 나부끼는 흰색 비닐봉지 같은 게 많아! 그런데도 자신이 영능력자라면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터널이 귀신이 들렸다며 퇴마를 한답시고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엉터리 사기꾼들도 많지... 하지만 여기는 아니란다...”


“아니라면요...?”


윤재가 묻자 무명이 설명을 계속했다.


“터널은 음습하고, 어둡고 밀폐되어 있으니... 귀신이 좋아할만한 환경이긴 하다만... 귀신 들렸다는 터널들 중에 몇몇은 진짜야. 특히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이코마 터널’은 내가 예전에 갔다가 퇴치는커녕 죽을 뻔 했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아무튼... 이 양부터널도 귀신들이 자꾸 나타나고 주변 마을에까지 찾아가 해코지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해결하려고 온 거야. 너가 느낄 수 있나 내가 살짝 시험도 해볼 겸!”


그랬다.


지금 무명이 윤재에게 말한 ‘이코마 터널’은 1914년 일본 히가시오사카 시와 이코마 시 사이에 개통된 철도 터널이다.


현재는 1964년 신(新) 이코마 터널이 개통되면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터널인데, 이 터널이 개통되면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났다.


1946년 원인 모를 열차 화재로 3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생겼고, 1948년엔 브레이크 고장으로 기차가 폭주해 5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그 이후로 이 근처에서 사람들이 실종되고, 밤마다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코마 터널은 저주받았다고 하고, 일본 정부는 결국 1964년 이 터널을 폐쇄시킨다. 하지만 폐쇄 후에도 여전히 터널 근처에서 구슬프게 여자 우는 소리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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