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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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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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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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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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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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DUMMY

수희가 밖으로 나가자 그곳은 아까 창민과 세 여자가 있던 교회 무대 단상 뒤로 이어진 작은 통로였다.


교회에서 목사들이 설교를 하는 무대 같은 단상 뒤로 이어진 작은 통로는 교회 물건들을 비치해놓은 목적으로 만든 지하실 창고 같았다.


그녀가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까 쓰러졌던 세 명의 여자는 보이지 않았고, 이내 사악(邪惡)한 기운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요즘 들어서는 화마의 기운을 거의 쓸 수 없을 정도였고, 잡귀의 기운마저 느끼기가 어려운 수희였지만 그런 둔감해진 수희가 느낄 정도의 기운이라면 보통 예사기운은 아니었다.


수희가 몸을 돌려 황급히 그쪽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경환은 계속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상현은 자신이 묶였던 노끈으로 기절한 창민의 손목과 발목을 묶은 채 경환을 부축해 밖으로 나왔다.


수희가 달려간 곳은 교회 옆에 지어진 작은 집이었다.


교회에 묵는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같아보였는데, 최근에 새로 칠을 했는지 하얀색 페인트칠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작은 집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분명 그곳에서 역겨운 악(惡)한 기운이 용솟음 치고 있었다.


수희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이내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거실을 가로질러 안방이 바로 연결된 구조의 집이었는데, 안방 문이 열려 있었던 탓인지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침대 하나가 방안에 있었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잠옷차림으로 개처럼 팔다리를 네 발로 기며 침대 위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고, 그 밑에는 아까 창민과 교회 안에 있던 세 명의 여자가 나란히 누워 쥐 죽은 듯이 꼼짝도 하고 있지 않았다.


세 명의 여자들 사이로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이리저리 햛아 대듯이 그녀들의 얼굴 위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며 기괴한 소리를 뿜어내고 있었다.


긴 혓바닥을 꺼내 여자들의 얼굴을 햝아대는 모습을 기괴하고 공포스러웠다.


수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그 존재에게 다가가자 이내 수희의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그 존재는 수희를 향해 고개를 기괴하게 꺾으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꺼... 꺽....끄..끄그극!”


말을 한다기보다 거의 짐승과 같은 울부짖음 이었기에 수희는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그 존재가 서서히 수희를 향해 다가오자 외부에 가로등 불빛이 거실 창을 비추며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아까 포대자루에 있었던 미이라와 흡사한 여자는 이미 눈에 초점이 하나도 없었고, 피부는 거무죽죽한 검은 빛이었다.


수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에코백 안에 있는 벽조목부채와 부적을 꺼냈다.


만약에 자신에게 달려든다면 부적이나 벽조목 부채를 써야했다.


이내 기괴한 소리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그녀의 가슴에는 아까 창민이 지하실에서 말했던 작은 인형 하나가 묶여있었다.


그 인형은 다 헤진 낡은 누더기로 대충 꿰매 만든 조잡한 인형이었는데 눈에는 검정 단추와 흰색 단추가 허접한 바느질로 조악스럽게 X자 모양으로 꿰매져있었다.


수희 눈에 비친 인형의 배 한가운데 역시 붉은 실로 꼬매져 있었는데 아마 인형의 배를 가르고 경환의 누나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넣은 뒤 다시 꿰맨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흔히 ‘제웅’이라는 저주인형이 전해지는데 저 인형은 그것과 흡사해보였다.


흔히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푸라기로 만든 사람 모양의 인형에 바늘이나 못을 박으며 누군가를 저주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무당들은 인형의 머리, 가슴, 팔다리에 동전을 넣어서 저주를 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그리고 생쌀을 넣어 봉인한 뒤 저주를 걸었다.


수희는 긴장한 채 그녀가 달려들면 언제든 부적이나 벽조목 부채를 휘두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수희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승주가 써준 부적이나 벽조목 부채는 흔히 말하는 영(靈)적인 존재들에게만 직접적인 데미지를 입힐 뿐이었다.


지금 경환의 누나는 이미 영혼이 빠져나가고 육신만 남은 빈껍데기의 좀비와 같았다. 귀신이 아니었기에 영적인 공격이 통할리가 없었지만 수희는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그녀가 이내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네발로 수희를 향해 달려들자 수희는 부적 한 장을 그녀에게 던지며 벽조목 부채로 강한 바람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부적은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거실 바닥으로 떨어졌고, 벽조목 부채 역시 작은 부채질 바람만 한번 일고 말뿐이었다.


- 어랏? 이게 뭐야!


수희는 당황한 듯이 자신의 눈앞에 달려드는 경환의 누나 나연을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수희가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수희가 어이없어하고 있는 와중에 경환의 누나는 허공으로 몸을 날려 수희를 덮쳐오고 있었다.


수희는 자신의 눈앞에 덤벼오는 그 존재를 피해 몸을 잽싸게 비틀었고, 이내 거실 소파로 나뒹굴었다.


“아이고! 허리야!”


수희가 소리치자 어느새 그 존재를 또다시 고개를 기괴하게 꺾어 수희를 향해 몸을 돌리고 또다시 엄청난 속도로 덤벼들었다.


“우씨! 잠깐만! 타임!”


수희는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소파 뒤로 몸을 굴려 자신을 덮쳐오는 존재를 피했다.


소파 밑으로 떨어진 수희는 또 다시 고통에 신음을 내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부적이나 벽조목 부채도 통하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공격 밖에는 없었다.


수희가 한창 고민에 빠졌을 때, 어느새 경환과 상현이 달려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수희를 공격하던 경환의 누나가 이상하다는 듯이 목을 꺾어 상현과 경환을 바라보았고, 경환은 '파르르' 하고 몸을 떨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애처럼 '꺽꺽'대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상현은 그런 경환을 바라보았지만 그를 위로해줄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이상한 괴물은 수희를 잡아먹을 듯이 공격하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희는 소파 뒤로 몸을 굴려 반쯤 누워있었고, 그 존재는 소파에 네발로 기대어 수희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자신들이 들어오자 고개를 꺾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희 씨!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현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자 수희가 소리 질렀다.


“지금 경환 씨 누나 분 가슴에 붙어있는 인형 보이죠? 그 인형을 불 태워야 해요!”


수희의 외침에 상현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린 채 외쳤다.


“수희 씨!”


“왜요! 빨리 불태워버려요!”


“저...”


“아! 빨리 말해요! 왜요!?”


짜증난다는 듯한 수희의 외침에 상현 역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 라이터가 없습니다. 담배를 안 펴서!”


상현의 말에 수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에코백 안에 들어있는 담뱃갑 옆에 라이터를 꺼내 '휙' 하고 상현에게 던졌다.


상현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그 라이터를 왼손으로 낚아채고 이내 천천히 그 괴물 같은 존재를 향해 걸어갔다.


평소대로였다면 수희가 화마의 기운을 내뿜어 그 인형을 불태워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화마의 기운을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희는 어쩔 수 없이 이번 일은 상현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상현은 나름 동물적인 감각으로 저 괴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 공격을 피해 인형을 낚아챌 생각 중이었다.


그 괴물 역시 상현이 보통 남자가 아님을 알아차린 것일까. 수희를 공격하던 때와 다르게 천천히 몸을 비틀며 서로 대치 중이었다.


긴장감이 팽배한 가운데 수희가 고개를 빼꼼히 소파 위로 내밀며 상현을 향해 소리쳤다.


“뭐해요! 빨리요!”


수희의 외침에 이제는 괴물이 되어버린 몰골의 경환의 누나가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상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현은 재빨리 몸을 비틀어 그 공격을 피했고, 잽싸게 오른팔로 명치가 보이게끔 괴물의 몸에 방향을 비틀어 세웠다.


재빨리 오른손으로 인형을 낚아챈 상현이 그렇게 인형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던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안돼!’하는 소리와 함께 상현에게 달려든 것은 지하실에 묶여있는 줄만 알았던 창민이었다.


그는 어느새 묶인 노끈을 풀어내고, 아까 경환에게 호되게 맞은 탓인지 얼굴 한쪽이 심하게 부풀어 오른 몰골로 상현에게 달려들어 그의 손에 들린 인형과 라이터는 거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안 돼! 그러면 나연이는 죽어!”


창민의 외침에 경환이 일어나 소리 질렀다.


“매형! 창민이 형! 제발 정신 차리고 눈앞에 저 얼굴을 봐요! 저게 누나로 보여요? 저건 이제 더 이상 나연이 누나가 아니라 그냥 괴물이라구요!”


그의 외침에 창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질렀다.


“아니야! 저렇게 살아 움직이잖아! 어떻게 나연이가 아닐 수 있어! 처남은 가만히 있어!”


창민은 이미 현실을 부정하며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상현은 창민이 있는 힘껏 들이박아 나뒹군 탓인지 거실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신음을 하고 있었고, 수희 역시 어쩌나 싶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찰나였다.


인형이 가슴에서 떨어져나간 그 존재는 움직임이 둔해졌고, 이내 침을 질질 흘리며 이상한 소리를 또다시 중얼거렸다.


“거.....끄... 한....거....환....”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어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던 창민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나연아! 나야... 나 창민이야!“


수희와 상현, 경환 모두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고민 중이던 찰나 수희가 갑자기 고통에 찬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악! 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소리를 내지르는 수희의 모습에 모두가 일제히 수희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수희가 고통스러운지 끔찍한 비명을 계속 내지르며 자신의 왼팔을 머리 위로 치켜 들어올렸다. 이내 왼팔에서 엄청난 열기와 함께 붉은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수희 씨!”


상현이 수희의 비명소리에 놀라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 이미 머리 위로 뻗은 수희의 왼팔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은 붉은 불길로 변해 천장 벽까지 솟구쳤다.


천장 벽지에는 서서히 그을음이 생기며 어느새 시뻘건 불길이 옮겨 붙었다.


수희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어 털썩 바닥에 쓰러지자 놀란 상현이 미친듯이 뛰어갔고, 수희 근처에 다가서자 이내 상현의 몸 역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 지금까지 이 고통을 참고 있었던 겁니까?


상현은 자신의 얼굴을 덮쳐오는 엄청난 열기(熱氣)를 느끼며, 수희가 안쓰러워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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