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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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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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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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글자수 :
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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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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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DUMMY

수희는 안간힘을 쓰며 다시한번 화마의 기운을 끌어내려고 온힘을 기울였다.


수희가 한참 동안 화마의 기운을 이끌어내느라 끙끙거리며 정신이 없는 와중에 갑자기 철문에서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저벅거리는 낮은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은 플래시 불빛을 비춰 내려온 것은 창민이었다.


“매형! 왜 이러시는 거에요! 저희 좀 풀어주세요!”


경환이 창민을 바라보며 소리질렀지만 창민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슬픈 눈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한참을 말없이 그들을 쳐다보던 창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처남... 나연이 살리려면 이 방법밖엔 없어. 처남도 누나 살리기 위한 거니까 다 이해하지? 처남이랑 저 남자는 풀어 줄거야. 대신 저 여자는 두고 가... 누나 살리려면 저 여자가 꼭 필요해...”


그의 말에 경환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상현의 눈동자는 동그랗게 커졌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누나가 사는 거랑 수희 씨가 무슨 상관 인데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그가 외치자 창민은 말없이 한참을 서 있다가 천천히 주황색 포대자루로 걸어가 하나를 집더니 그들 앞으로 가져와 꽁꽁 묶여있던 매듭을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포대 안의 물건을 보자 경환과 상현, 그리고 수희 모두 경악에 찰 수밖에 없었다.


주황색 포대 안에는 삐쩍 마른 해골 같은 미이라가 들어 있었다.


시체의 살가죽은 하나도 없이 뼈만 앙상했고, 그 피부 가죽은 거의 검은 갈색 빛으로 색이 새까맸다. 시체라면 당연히 썩었어야 했겠지만 수분을 모두 빼앗긴 것처럼 바싹 마른 나무장작 같은 상태였기에 부패는 되어 보이지 않았다.


“잘 들어... 처남. 나연이.... 사실 1년 전에 죽었어.”


그의 말에 경환은 몸을 파르르 떨며, 창민의 손 역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수희는 예상했다는 듯이 덤덤한 반응이었고 상현과 경환은 경악에 찬 얼굴로 가만히 창민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내가 다 설명해줄게. 내 이야기를 다 듣고도... 저 여자를 살려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처남 뜻대로 해. 그 때 가서 처남 마음대로 해...”


창민은 미이라 같은 시체가 담긴 포대자루를 다시 노끈으로 꽁꽁 묶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연이가 언제부터인가 몸이 너무 피곤하다고 했어. 나는 그냥 너무 일하느라 고생했던 사람이니까... 이젠 지쳐서 그런가보다 하고 일을 며칠 쉬라고 했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연이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배가 아프다고... 그리고 아침마다 얼굴이 누렇게 뜨고... 나는 순간 나연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병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더니... 처남도 알다시피.... 췌장암이었어. 의사 말이 췌장머리 쪽이면 그나마 예후가 좋지만, 꼬리 쪽에 발병했고.... 후....“


말할 때마다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듯이 창민의 말끝은 점점 떨려오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경환이 창민에게 소리쳤다.


“그래서요! 누나가 1년 전에 죽었다뇨! 일주일 전 즈음에도 저랑 통화했는데 그럼 그 사람은 누구인데요! 매형!! 제발 좀 빨리 말해 봐요!”


그가 소리치자 창민은 슬픈 눈으로 경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들어봐... 나연이한테 증상이 나타나면서 우리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4기였고... 생존률이 낮아서 나연이는 그만 포기한 채 인생을 정리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어... 결국 나연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나는 미국으로 갔지... 그 때는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병원에서도 진통제만 놔줄 수 있다고 했어.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미국에 가서 한국에 없는 동안 나연이는 병원 치료도 거부한 채, 동네 교회에 다니면서... 기도에만 매달렸다고 해. 나는 나연이가 그러는 동안... 미국 뉴욕에 노블리스바이오펌이라는 회사가 만든 췌장암 신약이 있다는 걸 알고 그걸 직접 구하러... 미국에 간 거야.”


“그런데요? 신약을 구했어요? 그 약으로 누나가 살아난 거에요?”


경환의 말에 창민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처남. 그 약은 구할 수 없었어. 뉴욕에 있는 병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고, 정말 있는 인맥 없는 인맥 총동원해서 어렵사리 신약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임상실험을 하고 싶어도 대상자 선택까지 하고 대상자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각종 검사에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야 신약을 써볼 수 있다는데... 나연이가 도저히 그걸 그 시간을 버틸 수가 없는 단계였어. 그러기엔 너무 늦었던 거지... 그래서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제약회사 쳐들어가서 도둑질이라도 해서 가져오려고 했는데... 갖은 수를 써도 도저히 방법이 없더라고.... 그렇게 빈 손으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날 밤.... 너무나 속상한 마음에 술에 잔뜩 취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어. 그런데 골목 으슥한데서.... 나연이를 살릴 구세주를 만난거야. 정말 신이 내려준 동앗줄 같았지!”


“구세주라뇨?”


경환의 말에 수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곳에서 금단의 주술을 받았군요? 서양 주술인가봐요?”


수희의 목소리는 분노에 가득 차있었다.


그녀의 낮은 목소리에 창민이 의외라는 듯이 커진 눈동자로 수희를 쏘아보았다.


“그래, 저 여자 말이 맞아. 빈민촌 할렘가 주변을 정처없이 술에 취해 돌아다니며 나도 죽고 싶었는데... 그때 우연히 빈민가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흑인 노파가 보였지. 정말 비루한 옷차림에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지. 나는 나와 나연이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 흑인 할머니에게 다가가 몇 달러를 손에 쉬어주는데 그 할머니가 내 손을 붙잡더군... 그 손에는 잡은 인형이 쥐어있었어.... 그녀가 말하길.... 당신이 나를 구원했으니 자신 역시 나를 구원해주겠다고 하더군. 그 흑인 할머니의 말은 인형 안에 살리고 싶은 사람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넣고 제물을 바치면.... 그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고 했어.”


“매형!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경환이 어이없다는 듯이 외쳤지만 창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도 처음엔 믿지 않았지. 다 포기하고 전재산을 털어 이 낡은 폐교회를 사고, 나연이를 편안히 보내주려고 했는데... 나연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난 무엇이든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나연이 머리카락이랑 손톱을 인형 배에 넣고 등산객인 여자 한명을 납치해와서 인형과 함께 그 여자를 방 안에 넣어놨지.... 그런데...”


“그 인형이... 그 여자를 미이라도 만들고, 아내라는 분이 멀쩡하게 살아난 거군요?”


수희가 창민을 쏘아보며 묻자 창민이 말했다.


“주님의 기적이었지!”


“미쳤구나! 당신 지금 그 인형이 당신 아내를 살려주는 거 같아요?”


“주님이 부활하셨듯이, 나연이 역시 일어났어. 부활한거라고!”


창민의 외침에 수희 역시 부아가 치민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살아도 산 게 아니야! 당신 정확히 아내 얼굴 본 적 있어? 그거 살아난 거 아니야!”


수희의 말에 창민은 화가 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 찾고 있었다.


이내 뭉툭한 망치를 찾고 창민이 저벅저벅 수희를 향해 다가와 수희에게 망치를 내려치며 고함을 쳤다.


“니가 뭘 알아! 넌 그냥 나연이 목숨으로 쓰일 장작이 되면 그만이야!”


창민이 분노에 차 망치를 수희에게 내려치려는 순간 경환이 몸을 일으켜 창민에게 돌진했다.


엄청난 기세로 달린 그는 창민의 명치에 머리를 갖다 대며 그의 몸을 튕겨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창민과 경환의 몸이 엉켜 지하실 바닥에 나뒹굴었고, 그 순간 상현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수희의 몸에 묶인 끈을 풀어냈다.


“어떻게..?”


수희가 놀라 상현을 쳐다보자 상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짓했다.


사실 경환이 창민에게 말을 걸며 이야기를 듣는 동안 경환은 상현에게 눈짓했고, 그 둘은 창민이 옛날 일을 꺼내며 자신들을 신경 쓰지 못하는 동안 품안에 있던 작은 칼로 손목에 묶인 노끈을 잘라내고 그를 공격할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노끈으로 묶여 욱씬 거렸던 탓인지 수희는 자신의 손목은 붉은 노끈자국이 남아있었다.


자신의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수희는 잽싸게 달려가 쓰러진 경환의 손목과 발목에 묶인 노끈을 풀어주었다. 창민은 어느새 일어나 망치를 들고 그들을 위협하며 서 있었다.


상현이 그에게 한걸음 내딛으며 다가서려 하자 경환이 다가와 상현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경환의 목소리는 축 가라앉은 채,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경환이 천천히 창민에게 다가가자 창민은 그를 향해 망치를 있는 힘껏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명동에서 상현을 도와 사채시장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온 그였다. 각종 격투기를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틈틈이 운동을 해온 경환에게 있어 창민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몸을 비틀어 망치를 피한 경환이 창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리 꽂았고 이내 망치는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창민 역시 기절한 듯 축 늘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수희 씨...”


경환이 침통한 목소리로 낮게 수희를 부르자 수희 역시 짧게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저희 매형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따로... 나중에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매형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법적인 처벌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저희.... 누나 좀 살펴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창민의 법적인 처벌을 이야기할 때 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경환의 목소리는 누나를 살펴봐달라는 말을 할 때 즈음에는 감정이 벅차오르는지 흐느끼며 말하고 있었다.


그런 경환은 수희는 아무 말 없이 쳐다보다 이내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그를 향해 말했다.


“누나 분은 이미... 돌아가셨어요. 아마 뉴욕에서 받았다는 인형은 부두술의 일종 같은데... 그 인형을 불태우면 누나 분은 그냥....”


“압니다. 전부 다 받아 들이겠습니다. 누나가 편히 가게.... 도와주십시오... 제발 도와주십시오...”


경환은 그 말을 하면서 이내 무릎을 꿇고 지하실 콘크리트바닥을 주먹으로 내리꽂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린 아이처럼 애처롭게 통곡을 하며 우는 그의 어깨를 상현이 토닥거리며 수희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수희는 알겠다는 듯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지하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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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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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23.12.02 37 1 11쪽
84 챕터5-84.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2) 23.12.02 34 1 11쪽
» 챕터5-83.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1) 23.12.02 37 1 11쪽
82 챕터5-82. 해태(獬豸)-광교저수지 (2) 23.12.01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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