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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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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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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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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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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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6-94.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2)

DUMMY

윤재는 눈을 샐쭉 가늘게 뜨며 무명을 향해 입술을 삐죽였다.


“에이, 선생님도 참! 절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아직 선생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긴 해도. 영(靈)적인 거 느끼는 건 제가 선생님 못 지 않다구요!”


살짝 토라진 듯이 말하는 윤재의 어깨를 토닥이며 무명이 말했다.


“그럼그럼! 우리 윤재 영력(靈力)은 나 못지 않지! 수련의 일종이라 생각하렴! 자... 그럼 일단 근처 마을로 좀 가볼까?”


무명이 앞장서 천천히 걸어가자 윤재는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들을 잠시 뒤돌아보았다.


이윽고 공동묘지 중앙에 달린 현수막 플랜카드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양부터널 공동묘지가 다시 새롭게 태어납니다!’ 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윤재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현수막을 잠시 쳐다보고는 서둘러 그의 스승 무명도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 좁은 샛길을 따라 십여분 정도 걸었을까, 드문드문 서로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이 보였다.


그들이 시골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 회관에 다다르자 무명은 이윽고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마을회관 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회관 건물은 촌스러운 갈색 장판이 깔려있었고, 오래된 낡은 티비 하나가 켜진 채 노인 몇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나물을 다듬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은 귀가 어두운지 무명과 윤재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윤재가 더 큰 목소리로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려던 찰나,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씽크대에서 물에 젖은 손을 행주에 닦으며 중년의 여성 하나가 급히 무명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꺼냈다.


“그... 연주 엄마 소개로 오신 무명도사님 이신가요?”


조심스럽게 무명을 향해 질문을 던진 중년의 여성은 삶이 고단한지 눈 밑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있었고, 미간이며 볼 사이사이 검버섯과 기미가 가득 껴있었다.


힘든 농사일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은 피곤과 고단함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예, 일전에 도움을 드렸던 분이 저에게 부탁을 하셔서 왔습니다!”


무명은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에 이내 할머니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윤재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노인들에게 인사를 하자, 노인들이 누구냐는 듯이 무명과 윤재를 앉은채 올려다 보았다.


무명과 이야기 중인 중년의 여성은 서둘러 노인들에게 무명과 윤재를 소개했다.


“그 일전에 말씀드렸던 도사님이요! 우리 도와주시러 오신 분들이어요!"


귀가 어두운 탓에 잘 듣지 못하는 모양인지, 중년의 여인은 큰 목소리로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외쳤다.


이내 노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다시 나물을 다듬는데 집중했다.


무명은 그런 할머니들을 향해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고, 윤재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다.


“일단 여기 안 쪽으로 오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면서...”


중년의 여인은 무명과 윤재를 마을회관 사랑방 안으로 안내한 뒤 재빨리 식혜와 간단한 과일을 내왔다.


때마침 목이 말랐던 윤재가 신난다는 듯이 서둘러 식혜가 담긴 컵을 들어 시원하게 원샷을 하자 무명이 웃으며 그에게 자신의 식혜잔도 건넸다.


윤재가 맛있다는 듯이 무명이 건넨 컵을 받아들자, 중년의 여인이 식혜를 더 가져오려는 행동을 취하자 무명이 그녀를 말렸다.


“전 괜찮습니다! 혹시... 설명을 바로 들을 수 있을까요?”


무명의 말에, 주방으로 향하려던 중년의 여인은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사랑방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이장님 댁이었어요. 서울 사는 아들래미 집에 다녀온다고 하신 이장님이 그날 밤 소 축사 우리에서... 목을 매달고 자살하셨어요...”


그녀의 말에 입을 있는 힘껏 벌리며 컵 바닥에 가라앉은 식혜 밥알을 먹으려던 윤재가 조용히 유리컵을 쟁반위에 올려두고 무명과 같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문제는... 하나둘씩 동네 사람들한테도 이장님 댁과 똑같이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는 겁니다. 그 뒤로 옆집 철호댁도 철호가 먼저 시름시름 앓더니 애가 눈이 하얗게 까뒤집어져서 병원에 실려가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꾸 이상한 헛소리만 해대고...”


“무슨 헛소리를 하던가요?”


무명이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터널 때문에 다 죽는거라고... 터널로 가야한다고... 마을 사람들은 다같이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에서 키우던 닭이며 소들이 하루아침에 입에 거품을 물고 죽질 않나... 마을 한가운데 약수터에서는 붉은 물이 새어나오질 않나.... 얼마 전에는 여기 마을회관 옆에 사는 기웅이 엄마가 죽는다고 터널 위로 올라가서 뛰어내리려던걸 마을 사람들 몇이 겨우 끌고 내려왔어요....어찌도 그리 힘이 세던지...”


기웅 엄마라는 사람과 친했는지 옷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쳐내며 그녀는 괴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 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저 터널에 붙은 귀신들 때문이라고... 다들 그렇게 믿고 소문이 돌아서요... 연주 엄마가 무명도사님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하셔서 이렇게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지금 말하는 연주 엄마라는 사람 역시 일전에 무명에게 도움을 받아 자식들을 살린 사람이었다. 무명은 자신이 도운 이들이 또다시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탁하는 일이라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발 벗고 나서서 돕는 사람이었다.


“예... 일단 대충 알겠습니다. 우선 제가 마을 주변을 좀 살펴보아도 되겠습니까?”


무명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명과 윤재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회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마을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자! 우리 윤재 실력 좀 볼까나? 어디 한번 보고 느껴지는 거 있으면 말 좀 해볼래?”


무명은 이내 문제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윤재를 향해 물었고, 윤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말했다.


“음... 일단 해결책이나 실마리는 모르겠고.... 이상한 건 좀 있는데요?”


“그래? 한번 이야기해볼래?”


“일단... 첫 번째 이상한 건요...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아프고, 죽고, 그런다는 거? 딱 보기에 이 마을 오래 되어 보이고, 저 터널도 내부에 붙은 타일벽들을 보면 지은 지 오래되어 보이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게 예전부터가 아니라 최근이라는 점이요?”


“오... 그렇지! 최근의 일이다? 그것 말고 다른 게 또 이상한 점이 있니?”


무명이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씰룩이며 윤재를 바라보자 윤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두 번째 이상한 건... 영(靈)적인 문제라면 귀신들이 이 사람들한테 해코지를 한다는 건데 보통 그렇다면 깊은 원한 관계에 의한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불특정 다수의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귀신들이 집단 보복을 한다? 그렇다면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터널과 관계되었다는 거 같은데요?”


“이야. 우리 윤재 대단하네! 나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에이! 선생님은 원인과 해결책 전부 다 아시면서 저한테 물어보지 마시고 그냥 알려주시면 안돼요?”


“윤재야! 원래 문제는 자기가 맞닥뜨리면서 직접 풀어내고 해결해야 실력이 느는 거야. 왜 자전거 타는 법 배울 때도 넘어져가면서 배워야 실력이 느는 것처럼 말이지!”


무명의 말에 윤재는 입술을 삐죽이며 마을 뒤쪽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멀리 자리 잡은 양부터널 위의 공동묘지를 바라보았다.


“혹시...!”


윤재는 알겠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고, 무명이 껄껄 웃으며 그런 윤재가 귀엽다는 듯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재와 무명이 마을을 한 두바퀴 더 둘러본 뒤 다시 마을 회관으로 돌아왔을 때는 어느 새 해가 저물어 저녁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명은 윤재에게 직접 말해보라는 듯이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손짓했다.


윤재는 조심스럽게 아까 그 중년의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시면... 여기 마을 사람들 다 죽습니다.”


“에구머니나! 뭐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는 윤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놀라자 윤재가 살짝 당황한 듯이 보였지만,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여기 마을 주민들 조상 분들이 저기 공동묘지 터에 많이 묻혀계시지 않나요?”


윤재의 말에 중년의 여인이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거진.... 거진 다라고 봐야지. 그건 왜 묻는 거니?”


그녀의 말에 윤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자, 이윽고 무명이 윤재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이며 윤재 대신 언성을 높여 그녀에게 소리쳤다.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조상들 무덤 팔아서 터널까지 지었으면 제라도 잘 지내야 하는 거 아닌가!”


무명의 서슬퍼런 호통에 중년여인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커졌다.


마치 부끄러운 치부를 들킨 것마냥 어깨를 움츠려든 그녀는 자신의 두 손을 꼭 붙들고 발발 떨고 있었다.


무명의 윽박질에 윤재 역시 짧게 ‘헉’하고 숨을 들이마시곤 재빨리 무영의 말을 대신 이어 말했다.


“분명 처음 터널 공사를 시작했을 때, 몇 개 무덤이 소실되고 주인을 알 수 없는 시신들이 발견되었을 겁니다. 나라에서는 부랴부랴 시신들의 주인을 찾아 주변 마을을 수소문했을 거구요. 결국 이 마을에 와서야 마을 주민들 조상무덤인 걸 알았을 겁니다. 국가에서 보상금을 받기 위해 마을 주민 몇몇은 그걸 눈감아주면서 무연고 시신을 수습한답시고 어딘가에 대충 파묻곤 처리했겠지요. 그래도 그 당시에 깨어있으신 마을 어르신 몇이 위령제를 지어주자며 간단히 마을에서 제사를 지냈을 겁니다. 맞죠?”


윤재의 말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이상 숨기거나 감출 것도 없다는 듯이 그녀는 입술을 꾹 닫고 윤재의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게 되었을 겁니다. 이제는 오랜 시간도 흘렀겠다, 번거롭고 힘들게 뭣 하러 제사를 지내야만 하냐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제사가 흐지부지 되었을 거에요. 게다가 그걸로 모자라 이제는 터널 위에 흉물스런 무덤들을 없애자는 말이 나오고 공원을 짓는답시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마을 주민들은 보상금을 준다는 말에 공원 조성에 찬성했을 거구요?”


윤재는 아까 전 무명과 함께 찾아갔던 터널 위의 무덤가에 걸린 플랜카드를 보고 추측한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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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챕터6-94. 사이비(似而非)- 귀신 터널 (2) 23.12.0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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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챕터6-89.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2) 23.12.03 35 1 11쪽
88 챕터6-88. 사이비(似而非)- 구도자의 길 (1) 23.12.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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