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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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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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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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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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5-85. 해태(獬豸)-아이티 부두인형 (3)

DUMMY

“수희 씨 괜찮습니까? 갑자기 왜 그러는 겁니까?”


수희는 대답 없이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맥없이 쓰러지는 수희를 상현이 품안에 안았고, 이내 수희의 왼팔에서 뿜여져 나온 불기둥은 서서히 몽글몽글 어떤 검은 형체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휙하니 건물 벽을 뚫고 사라져 버렸다.




그 때였다.


천장에서 떨어진 불씨가 거실 바닥에 떨어진 인형에 옮겨 붙었는지 갑자기 인형에서 검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인형이 검은 연기를 내며 활활 타오르자 경환의 누나 역시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인형이 붙은 부위가 같은 몸 쪽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는 서서히 해골 모양으로 바뀌더니 집 안 가득 비명소리를 내뿜으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내 창민은 서둘러 그 인형을 주워 불을 끄려했지만 이내 불길은 삽시간에 퍼져 불구덩이가 되어 한치 앞을 보기가 어려웠다.


“안 돼!”


창민이 애타게 소리쳤지만 이미 불은 거실 곳곳에 순식간에 퍼져 번지고 있었고, 검은 연기로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상현은 재빨리 자신의 왼쪽 어깨에 기절한 수희를 들쳐 업고 오른손으로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 광경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울고만 있는 경환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나자가, 경환아!”


그의 외침에 경환은 그의 누나와 매형을 데리러 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상현이 재빨리 오른손으로 경환의 뺨을 후려치며 말했다.


“정신 차려!”


그의 말에 경환이 멈칫하더니 이내 상현과 함께 수희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잠시 머뭇거리며 불타오르는 거실 한가운데 있는 자신의 누나를 쳐다본 경환의 눈에는 그 기괴한 모습의 나연을 감싸 안으며 누나의 등을 다독거리고 있는 매형 창민이 보였다.


그는 계속 ‘괜찮아’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녀의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경환이 그런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현관문 쪽으로 등을 돌렸을 때였다.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던 한때는 경환의 누나였던 존재의 입에서 다시한번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동.....생... 경환....아...... 보고....싶.......었어.....”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집안 내부는 엄청난 기세로 타오르는 불 때문에 경환은 더 이상 집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경환과 상현, 그리고 수희는 가까스로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이 집밖으로 나오자마자 집의 천장 지붕이 주저앉듯이 폭삭 내려앉았다. 불법으로 개조해 만든 판넬 지붕이었던 탓일까 이 화재에 인해 그대로 폭싹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경환과 상현은 그대로 집 밖에 공터에 주저앉아 불타오르는 교회와 집을 쳐다보고 있었다.


집에 붙어있는 불은 맹렬한 기세로 낡은 교회에도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상현이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는 순간 경환이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대로 묻으면 안 되겠습니까. 저희 매형이 죽인... 여자들은.... 제가 어떻게든 신원을 찾아... 사죄하겠습니다. 이대로 저렇게 흔적 없이 누나도 매형도 떠났으면 합니다.”


경환은 흐느끼며 말하고 있었고 상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수희는 의식을 잃고 누워있었는데 상현이 벗어놓은 양복을 깔고 누워있었다.


상현은 고개를 돌려 수희를 바라보았다.


수희는 고통스러웠는지 입술을 깨물어 피가 흥건히 맺혀 있었고,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선한 일을 행한 자는 생명의 부활로, 악한 일을 행한 자는 심판의 부활로 나오리라....”


경환은 멍하니 슬픈 표정으로 불타오르는 교회와 집을 바라보며 ‘요한복음 5장 29절’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병마(病魔)의 고통에 신음하며 자신과 다녔던 교회에 몸을 의지한 누나였다.


경환과 누나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척들 집을 전전하다가 결국은 오갈 곳이 없어 머물렀던 곳이 교회였다. 교회의 낡은 창고에서 먹고 자는 동안 누나는 주말마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간식거리를 챙겨와 자신에게 주곤 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누나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경환은 속으로 기도했다.


천벌을 받은 살인을 저지른 매형과 고통에 신음하며 쓸쓸히 죽어간 누나의 평온을 말이다.


미친 듯이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길 때문이었을까.


상현이 신고하지 않았지만 금새 소방차와 경찰차들이 들이닥쳤고, 경환과 상현은 수희를 들쳐 업고 산 속 샛길을 통해 광교 저수지 쪽으로 몸을 숨겼다.





상현과 경환, 그리고 수희는 그대로 수희가 묵었던 호텔 숙소로 몸을 옮겼고, 수희는 다음 날이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수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호텔 침대 위였다.


경환은 불타버린 교회와 집의 뒷수습을 하고 사건에 자세한 조사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고, 상현은 어느새 갈아입었는지 멀끔한 검은 정장 차림으로 침대 옆에 앉아 수희를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에요? 내 팔에서 불이 솟아오른 거 같았는데...”


수희가 이마를 짚으며 고통스럽게 말하자 상현이 물잔을 건네며 수희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나중에 불이 다 꺼진 뒤, 창민과 그녀의 누나는 껴안은 채로 거실 한가운데서 탄 채로 발견되었다. 교회를 비롯한 안방에서 시신3구, 지하실에서 시신 12구가 발견되었다고 했다.


모든 사태의 원흉은 창민의 소행으로 밝혀진 것이 아니라 사이비를 믿었던 사이비 신도들의 화재 사망 사고로 처리되는 듯싶었다.


물론 백마녀가 힘을 써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허가인가 받지 않은 교회에서 신도들이 지하실에서 기괴한 모습으로 죽어있었기에 경찰 측에서는 그렇게 결과를 발표하고 언론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수희가 알아본 바로는 창민이 뉴욕에서 가져온 것은 아이티 부두교에 관련된 저주인형이었다.


흔히 부두교는 아이티 부두교와 뉴올리언스 부두교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그 두 가지는 성격이나 전통이 아예 달랐다. 아이티 부두교가 프랑스인들의 가톨릭 신앙에 영향을 받은 것에 비해, 뉴올리언스 부두교는 미국 백인들의 오컬트에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아이티 부두교는 카톨릭의 영향을 받아 아프리카 본연의 신앙 형태가 무너진 반면, 뉴올리언스 부두교는 베냉, 토고의 원래 부두교계 정보를 접하며 그 전통을 어느 정도 보존하였다.


수희가 조사한 결과, 그 인형에 담긴 것은 ‘로아’의 일종인 것 같았다.


아이티에 노예로 잡혀온 흑인들은 가톨릭을 믿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백인들 몰래 아프리카 토속신령들을 섬기며 자신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길 기도했다.


특히 그들이 믿었던 내용 중에는 아프리카의 초자연적인 정령과 같은 ‘로아’라는 존재가 있었다. 나중에는 그 ‘로아’의 존재가 천주교와 융합되어 천주교 성인이라는 모습으로 변이(變異)하기도 했지만 본래 ‘로아’라는 개념은 정령의 개념에 더 가까웠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죽음을 유예해주고, 삶의 부활에 관장한다는 로아의 일종인 ‘바롱 삼디(Bawon Samdi)’가 관여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수희는 인형이 불타오를 때 상현과 경환이 보았다고 말해준 검은 해골 형상을 떠올리며 문헌 속에서 그 정보를 찾았다.


항상 시가 담배를 입에 물고 사과나 럼주를 따른 잔을 손에 달고 다니는 해골로 묘사되는 바롱 삼디가 경환의 누나를 좀비처럼 만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로아’는 선하든 악하든 인간이 제물과 의식을 통해 특정 목적을 기원하면 힘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기에 창민이 젊은 여자들을 제물로 바쳐, 경환의 누나를 소생시키려한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수희는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상현을 바라보았다.


“상현 씨는 좀 괜찮아요? 다들... 저랑 있으면 늘 다치는 거 같아요. 경환 씨도 많이 다쳤죠?”


상현은 자신과 경환을 걱정하는 수희를 잠시 매섭게 쳐다보다가 화가 난 것 같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수희 씨 걱정부터 하십시오! 제가 얼마나 놀랬는지 아십니까? 수희 씨 몸 먼저 챙기십시오!”


약간은 화가 난 듯이 말하는 상현을 보며 수희가 웃어보였다.


“아이고, 전 이제 괜찮아요! 이런 일은 흔해서... 헤헤... 이제 왼팔도 가볍고.... 어...? 가볍고? 가볍네? 왜 가볍지?”


수희는 상현을 향해 괜찮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왼팔을 들어 올려 좌우로 돌리다가 이내 자신의 왼팔이 가볍다는 것에 놀라 외쳤다.


“나... 왜 왼팔이 이래요?”


상현은 수희의 왼팔을 만지며 물었다.


“왜요? 왼팔에서 불이 솟구치더니 어디 아픈 겁니까? 화상 입었던 곳에 어제 또 화상 입어서 어디가 또 아픈 겁니까?”


걱정스럽다는 듯이 왼팔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상현을 보고 수희가 말했다.


“아뇨... 그게 아니라.... 내 왼팔에서... 화마의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요. 늘 모래주머니 하나 차고 다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너무 가벼워요. 어떻게 하죠? 화마가.... 떠났나봐요!”


왼팔을 쳐다보던 수희와 상현의 눈은 충격과 공포로 가득 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며칠 더 쉬면서 편하게 묵고 가라는 상현의 말에도 수희는 괜찮다고 난리를 치며 지금 당장이라도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다.


수희의 성질과 고집은 상현도 쉽사리 꺾을 수 없었기에 결국 상현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수희가 원하는 대로 호텔 데스크로 내려가 퇴실을 요청하고 있었다.


수희는 짐을 정리해 호텔 방에서 막 나와 1층 로비로 내려가는 참이었다.


1층 로비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현을 찾는 수희 앞에 갑자기 가방을 맨 채로 교복차림의 여중생이 다가와 말했다.


“언니! 오랜만!”


수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전에 신풍동에서 수희와 어깨를 대뜸 부딪치고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 여중생이 있었다.


“어! 너 그 싹퉁바가지!”


수희가 놀란 눈으로 손가락으로 여중생을 가리키며 말하자 그 여중생은 활짝 웃으며 수희를 향해 말했다.


“에이, 사람보고 무슨 싹퉁바가지래. 암튼... 그때 일은 내 미안했수다!”


어느새 수희의 눈은 그녀의 오른쪽 머리에 꽂힌 하얀 머리핀에 가있었다.


그녀의 교복 셔츠 위로는 작은 하얀색 리본이 묶여있었다.


그것은 익숙한 장례 장신구였다.


수희 역시 가족을 떠나보내면서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 달았던 그 하얀 리본이 어린 여중생의 교복과 머리에도 달려있었다.


수희의 손끝이 떨려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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