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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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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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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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선 잡기 (2)

DUMMY

“일어나 봐.”


나는 남자의 뺨을 툭툭 쳤다.


깊이 잠든 남자는 미동조차 없다가 어느 순간, 번쩍 눈을 떴다.


“깜짝이야.”


눈을 뜬 남자가 난리를 칠 게 뻔했으므로 뒤로 살짝 물러났다.


“······뭐야?”


남자는 눈앞에 나를 보고, 의자에 묶인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뭐야, 이거······?”


그는 혼란스럽다는 듯 나와 테이프를 번갈아서 보았다.


“뭐일 것 같아?”


웃는 얼굴로 물었다.

남자가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도록.


“너······.”


예상했던 대로,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난리를 쳤다.


“너 이 새끼, 이게 무슨 짓이야?”


그는 자기가 묶여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과 무력감을 느끼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거 당장 안 풀어······!”


남자가 자고 있을 때, 나는 그의 손과 발, 배를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구속을 풀고 나에게 달려드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테이프를 두 개나 써서 꽁꽁 묶었다.


그래서 지금 그는 움직이고 싶어도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씨발, 이거 풀라고! 내 말 안 들리냐?”


남자는 의자를 부러뜨릴 기세로 몸을 흔들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야!”


남자가 나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개 같은 미친 새끼가―.”


나는 무표정을 한 채, 귀를 막았다.


‘쓸데없는 짓을 하네.’


남자가 내는 힘보다 테이프의 접착력이 더 단단했다.


나는 남자가 알아서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



“야, 이 새끼야······.”


한참 동안 저항을 하던 남자는 드디어 힘이 빠졌는지, 몸부림치는 것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어제 본 것처럼 살기가 깃든 눈이었는데, 어제와 다른 점은 그가 아래에 있고 내가 위에 있다는 점이었다.


“너 나한테 왜 이래······?”

“이유가 궁금해?”


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대답 대신 그의 따귀를 후려쳤다.


있는 힘을 다해 때렸기에, 의자가 기우뚱하더니 남자가 옆으로 쓰러졌다.


“아프잖아!”

“아파?”


살인자가 한 대 맞고 아파하는 꼴이 우스워, 화가 났다.


“고작 이게 아프다면, 너한테 죽은 나는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운 채 진지하게 말했다.


남자는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 무슨 소리야? 난 지금 널 처음 봐.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해. 네가 찾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남자는 내가 사람을 착각했다고 말해서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물론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눈앞에 남자가 누구인지는, 피해자인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니. 난 착각 같은 거 안 해. 왜냐하면 내가, 네가 어제 죽인 바로 그 남자니까.”


남자가 그 말을 이해하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많은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남자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마침내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네가 어제 그놈이라고?”


남자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자의 눈에는 내가 처음 보는 중학생 남자아이로 보일 것이다.


뭐,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니까.


“그래.”


나는 넘어진 의자를 일으켜 세웠다.


“난 죽었지만 다시 살아났어.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거지.”

“하지만 그런 일이 어떻게―.”

“―아니야, 중요한 건.”


남자의 말을 끊었다.


“내가 이제 널 어떻게 할 것인가야.”


내 말에 남자는 잠시 말이 없다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 건데?”


두려움이 깃든 남자의 목소리는 꽤 인상적이었다.


나는 남 위에 서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때 깨달았다.


남보다 잘났다는 건 내가 우월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우월감이 생기니 자신감이 막 솟아올랐다.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다.


그 사실이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복수를 할 거야. 그거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그냥은 못 가지.”


주방으로 갔다.


남자는 의아한 눈으로 내 행동을 지켜보았다.


나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져 있던 커다란 솥을 들고 남자에게 갔다.


“봐 봐.”


내가 내려놓은 솥의 내용물을 본 남자는 경악했다.


“이, 이거 설마······!”

“응. 바로 그 설마야.”


솥 안에는 물에 삶은 고기가 있었는데, 그건 닭고기나 돼지고기, 소고기가 아니었다.


그건 개고기였다.


아까 죽인 그 개를 요리해서 만든 고기.


“네가 자고 있을 때, 내가 너무 심심해서 네 개를 죽였거든. 근데 갑자기 그걸 너한테 먹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개의 털을 깎는 데 사용한 미용 기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걸로 털을 깎았어. 대형견이라 미용할 때 돈이 많이 들 테니까 웬만하면 집에서 하지 않을까 하고 미용 도구를 찾아봤는데. 진짜로 있더라. 아, 왜인지 어제 봤을 때 털이 짧은 데가 있고 긴 데가 있더라고. 네가 집에서 직접 미용을 해 줘서 그런 거였어. 넌 미용에 재능이 없어. 그리고 너의 그 행동이, 지금 이런 결과가 되어서 돌아온 거야. 혹시라도 먹느라 불편할까 봐 털을 다 깎았어. 얼마나 착하냐?”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아 있었다.


나는 남자의 방에서 발견한 전기톱을 들고 왔다.


그 전기톱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내가 볼 때, 넌 정상이 아니야. 어떻게 사람 집에 전기톱이 있냐고!”


남자는 가만히 놔두었다면 더 많은 사람을 죽일 놈이었다.


그런 놈을 내가 처리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조금 들 뻔한 죄책감이 하나도 들지 않게 되었다.


“이걸로 네 개 머리를 잘랐어. 잘린 머리는 여기에 있어.”


나는 거실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개의 머리를 들고 와, 남자의 앞에 들이밀었다.


“으아악! 뭐 하는 거야, 당장 저리 치워······!”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음? 뭐야, 반응이 왜 이래?”


나는 크게 실망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무척 기뻐했다.


“네 개잖아. 네 개 죽은 모습을 보고 그렇게 놀라면 어쩌자는 거야?”

“미친 새끼, 머리를 잘랐어······!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남자는 어째서인지 나를 욕했다.


너무 놀라서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는 상태 같았다.


“적어도 난, 너보다는 훨씬 인간적이야. 그 사실을 너는 모르는 것 같네.”


보여줄 건 다 보여 주었다.


나는 개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남자의 의자를 발로 차 다시 넘어뜨렸다.


“윽!”


남자는 개의 머리 앞에 누웠다.


정신적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다.


“히이익······!”


남자는 눈앞에 놓인 개의 머리를 보고 질겁했다.


“치, 치워! 이거 제발 치워줘!”


나는 남자의 그런 반응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개가 그렇게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면 목줄을 잘 하고 다녔어야지. 다 자업자득이다.’


나는 물을 뺀 솥에서 고기를 꺼냈다.


아직도 물기가 조금은 남아 있어, 고기를 잡은 손이 축축해졌다.


한 손으로 몸통 부분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앞발을 잡았다.


약간의 힘을 주자 금세 몸통에서 발이 뚝 떨어졌다.


통닭을 먹을 때 제일 먼저 닭다리를 뜯는 것과 비슷한데, 크기가 커서 그것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됐다!”


나는 개의 몸통에서 뜯은 앞발 하나를 남자의 입에 갖다 대었다.


“자, 먹어.”


그 말을 하는 나는 웃고 있었다.


“먹으라니까?”


내가 재촉해도 남자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남자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먹기 싫어?”


그 질문에 남자가 즉시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누가 그딴 걸 먹고 싶어 하겠냐―.”


웁!


남자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가 입을 연 순간에 내가 재빨리 앞발을 하나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먹어. 널 위해 열심히 만든 거란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남자의 입 안 깊숙한 곳까지 다리를 집어 넣었다.


입에 개 다리가 들어가자 남자의 양볼이 볼록해졌다.


“우웁······.”


남자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은 꽤 볼 만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다문 입을 열지 않았고, 나는 다리를 더 집어넣지 못했다.


‘이러면 곤란한데.’


이대로라면 고기를 먹기도 전에 남자가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쉽지만, 일단 입에서 다리를 빼냈다.


“허억······!”


남자가 숨을 몰아쉬면서 대뜸 내 욕을 했다.


“야, 이 새끼야! 넌 어미도 없냐?”


뭐야?

갑자기 이렇게 패드립을 한다고?


나는 웃으며 대꾸했다.


“나 엄마 있어. 지금도 잘 살아계셔. 너는?”

“······.”


남자가 말을 아꼈다.


“푸핫!”


그 반응을 보고, 나는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넌 엄마가 없구나?”


그 말을 듣고 조금 화난 듯 보이는 남자였다.


“이 새끼―.”

“―개새끼야.”


나는 남자가 또 욕하려는 것을 막았다.


“지금 여기서 왜 엄마 이야기가 나와? 말 돌리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인심 썼다.


특별히 남자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남자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죽이고, 만약 고기를 먹는다면······.


“이거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나는 남자의 눈앞에서 개 다리를 흔들었다.


남자가 한번 물었다가 뱉은 거라서, 뼈에서 떨어진 살 부분이 떨어질 듯 덜렁거렸다.


그걸 본 남자의 시선도 양옆으로 똑같이 흔들렸다.


“안 먹으면 죽일 거야.”


일순간, 남자의 눈이 반짝였다.


“먹으면? 먹으면 살려줄 건가?”


역시 그게 제일 궁금했구나.


뭔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남을 쉽게 죽여 놓고서, 또 자기는 살기를 바라는 그 역겨운 이기심.


‘나는 너 같은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살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먹으면 살려 줄게.”


그러자 남자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나는 남자의 얼굴에 떠오른 희망과 함께, 은밀한 속마음을 눈치챘다.


‘내가 여기서 풀려나는 순간, 너부터 죽인다!’


남자의 눈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라서 그냥 못 본 척 넘어갔다.


“대신, 이거 다 먹어야 돼.”


나는 무거운 솥을 앞으로 기울여서 그 안에 든 많은 양의 고기를 보여 주었다.


참고로 남자의 개는 수컷이었다.


내가 먹어야 한다고 말한 고기 사이에는 개의 소중한 ‘그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형견의 ‘그것’은 소형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척 크다.


거의, 사람 크기였다.


“저게 뭐, 우욱······!”


남자가 바로 헛구역질을 했다.


‘역겹지? 근데 나한테는 네가 이것보다 더 역겨운 존재야.’


나는 차가운 미소와 함께 남자를 한심하게 내려다보았다.


“허억. 흐윽······.”


잠시 후에 남자는 헛구역질을 멈췄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무력하게 말했다.


“······알았어. 먹을게.”

“그래, 잘 생각했어.”


나는 싱긋 웃으며 아까 남자의 입에 억지로 집어넣었던 부위를 다시 들이밀었다.


남자는 입을 열었지만, 약간 머뭇거렸다.


“의자 좀 일으켜 세워주지?”

“왜?”

“자세가 불편해.”


알고 있었다.


의자를 옆으로 눕혀 놓으면 남자가 고기를 먹기 불편할 거라는 걸 알고서 일부러 그렇게 해 놓은 것이었다.


‘벌을 받는데, 자세가 편하면 안 되잖아?’


남자는 바보가 분명했다.


왜 나에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걸까.


“넌 지금 벌을 받는 거야. 엄살 피우지 말고 이거나 먹어.”


눈앞에 고기를 내밀자 남자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내 꼬리를 내리고, 내가 주는 고기를 받아먹었다.


첫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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