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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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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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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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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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9. 송시현의 수첩

DUMMY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송시현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송시현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던 김남운의 두 눈이 자꾸 생각나 송시현에게 연락을 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무서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무서웠다.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데 몸이 춥고 한기를 느꼈다.


이불을 여러 개 덮어도 증상은 같았다.


그건 몸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의 문제였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충격을 받은 머리가 자기에게 큰 충격을 준 상대를 두려워하는 것.


‘송시현은 왜 또 연락이 안 와?’


김남운이 나에게 한 말로 송시현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연락 한 번이 없었다.


‘송시현 성격이라면 바로 나에게 연락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고민 끝에 핸드폰을 집어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못하겠어.’


송시현에게 전화를 걸면 송시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김남운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았다.


김남운이 두려운 나로서는 그런 상황을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러고 있자. 어차피 내일 학교에 가면 송시현을 볼 텐데, 그때 이야기해야지.’


내일 학교에서 송시현을 만나면 김남운의 실체를 조사하는 일에서 빠지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야 이상하잖아, 이런 건. 송시현은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은데, 난 김남운이 무섭다고! 괜히 이상한 일에 얽혔다가 다치면 내가 송시현을 원망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아. 그냥 나 혼자 조용히 사라지자. 이강현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이불 속에서 잠을 청했다.


잠은 무척 느리게 왔다.


꿈숙에서조차 김남운이 나와 나를 괴롭히는 탓에, 아침에 거울을 봐 얼굴을 확인해 보니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이 생겨 있었다.



***



교실에 도착했는데, 송시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파서 결석했나?’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송시현이 더 많이 다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송시현을 기다리다가 지쳐 오늘 사용할 교과서를 사물함에서 꺼내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를 거의 끝날 때쯤, 어깨에 손이 닿았다.


“여!”


깜짝 놀라서 누군가 하고 고개를 돌려 보니, 송시현이었다.


“송시현!”


나는 송시현이 살아서 내 앞에 나타나자 역시 죽지 않았구나 안심하며, 눈에 눈물 한 방울이 핑글 돌았다.


그렇지만 꼴사납게 울지는 않았다.


“너 괜찮아······?”


제일 먼저 송시현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박정후에게 맞은 얼굴에 연이어 폭행을 당해 얼굴이 성한 곳이 없었다.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스스로도 그 점을 인지했는지, 너무 눈에 띈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반창고를 붙여 상처를 가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얼굴에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기에.


‘누가 보면 17대 1로 싸워서 이긴 일진인 줄 알겠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송시현이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지금 나 완전 일진 같지? 싸움 존나 잘할 것 같지 않냐?”


이런 상황에서도 송시현은 농담을 했다.


송시현의 멘탈은 이 세상에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듯했다.


“근데 실제로는 엄청 못하잖아.”


나도 농담으로 한마디 했는데, 송시현이 입을 닫았다.


‘아.’


나는 내가 실수했음을 깨닫고 사과하려고 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냐?”


다행히 송시현은 내가 한 말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무슨 말을 할까, 잠깐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충은.”


나는 송시현이 말하기를 불편해하면 강요할 마음은 없어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어제 말이야.”


송시현은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공원에서 쉬었다가 가려고 누워 있는데, 너한테 전화가 걸려온 거야. 나는 그때 내 가방을 김남운이 가지고 있다는 걸 기억했고, 그래서 김남운을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김남운이 이미 나에게 사람을 보낸 후였거든. 그다음은 너도 알다시피 신나게 두들겨 맞았어!”


왜인지, 그 말을 하는 송시현은 조금 신이 난 듯 보였다.


맞은 게 좋다기보다는 자기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데 흥미로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 후에 김남운이 내 앞에 가방을 놓고 떠나더라. 가방, 여기에 둔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나는 잘 몰라서 대충 찍었다.


“글쎄. 경고?”


송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경고 겸 협박. 또 자기를 건들면 그때는 죽이겠다는 살인 예고지.”


살인 예고라는 말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김남운이 송시현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왜 그런 짓을 한 걸까? 김남운이 왜 너한테―.”

“―놈은 눈치챘어, 내가 심부름 센터 사람이라는 걸.”

“응? 왜 그렇게 생각해?”


송시현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왜냐하면 어제 날 습격한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료거든. 난 그 사람들을 알고, 그 사람들도 나를 알지. 근데 진짜 아프게 때리더라. 아무리 의뢰라고 해도 그건 너무했지. 거의 울 뻔했다니까!”

“뭐? 그러면······.”


내가 말끝을 흐리자 송시현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전부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야. 내가 왜 자기를 괴롭히는지, 나에게 의뢰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너와 내가 무슨 관계인지도. 아무래도 내 뒷조사를 한 게 분명해. 그것도 내가 일하는 심부름 센터를 통해서! 정말 웃기지 않니? 김남운은 보통 놈이 아니야. 조용히 있다가 이렇게 갑자기 뒤통수를 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놈이야. 우리는 지금 그런 놈과 싸우는 거라고.”


나는 은근슬쩍 내가 그 자리에 끼는 게 무서워서 송시현에게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다.


“저기, 송시―.”

“―김남운!”


내가 말을 꺼내려던 때에 맞춰, 김남운이 교실로 들어왔다.



***



나와 대화하던 송시현은 김남운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가서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송시현이 김남운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어제 말이야.”

“어제, 뭐?”


김남운은 의자에 앉아 물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


웬일로 송시현이 말하기를 망설였다.


송시현은 김남운을 앞에 두고 잠깐 머뭇거렸다.


“······수첩.”

“뭐?”


내가 보기에 김남운은 알아들었는데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는 것 같았다.


송시현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려고.


“내 가방에 있던 수첩, 네가 가지고 갔지?”


송시현이 물었다.


김남운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난 네 가방을 열어보지 않아서 그 안에 수첩이 들어 있는지, 없는지 몰라.”

“아니, 그럼 말이 안 돼. 내가 가방에 넣어둔 수첩이 이유도 없이 사라질 리가 없잖아. 지퍼도 확실하게 잠갔는데.”


왜 김남운에게 말을 거나 했더니, 잃어버린 수첩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수첩이 많이 중요한가 보네.’


가볍게 생각하던 중에 혹시 거기에 김남운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괜히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김남운은 그 수첩을 이미 본 게 아닐까.


그래서 가지고 간 거 아닐까.


‘그래 놓고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고 있는 거라면······.’


김남운은 정말 무서운 아이다.


“수첩에 발이 달려서 스스로 사라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김남운은 송시현이 어이없어하는 반응을 보이자 가방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그건 파란색의 작은 수첩이었다.


“내 거잖아.”


그것도 송시현의 수첩!


“아니. 이건 내가 길을 가다가 주운 거야.”


김남운이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언제?”

“어제.”

“······.”


나는 평소에 송시현이 정말 뻔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송시현보다 김남운이 한 수 위였다.


‘와,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하지?’


나는 놀라서 말을 잃었다.


송시현의 반응도 같았다.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송시현이 물었다.


“······장난 그만하고 돌려주지 않을래?”


송시현은 진지했다.


반대로 김남운은 전혀 진지하지 않았다.


“장난 아니야. 넌 이 수첩이 네 거라고 했지만, 난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이 노트에는 네 이름이 적혀 있지 않거든. 대신 백일하, 라고 적혀 있는데.”

“······.”


그 부분에 대해서 송시현은 침묵했다.


김남운은 송시현의 반응을 확인했다.


“만약 이 수첩이 네 거라면 송시현이라는 이름은 가짜 이름이고, 백일하라는 이름이 진짜 네 이름인 거겠지.”

“······.”


송시현은 침묵을 이어갔다.


그러자 김남운이 송시현에게 물었다.


“너, 진짜 이름이 뭐야?”


송시현은 무표정으로 김남운을 응시했다.


김남운도 그에 뒤지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을 송시현에게 보냈다.


“혹시 추리 소설 작가야?”

“뭐?”

“수첩에 추리 소설에서나 쓸 법한 트릭이 많이 적혀 있어서. 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건이, 네 수첩에는 이상하리만치 상세하게 적혀 있는 거야. 마치 실제로 일어난 사건처럼! 네가 추리 소설 작가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 아니야?”

“그건······.”


송시현은 망설이다가 겨우 한 마디 꺼냈다.


“······내가 굳이 너한테 설명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김남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얄밉게 말했다.


“그럼 나도 너한테 이 수첩을 줄 이유가 더더욱 없지. 이건 내가 길 가다가 주운 건데, 네가 주인이라는 말을 믿고 너에게 줬다가 나중에 진짜 주인이 나타나면 곤란하잖아.”

“그럴 일은 없어. 그 수첩의 주인은 나니까.”

“그 말을 못 믿겠다고 지금 내가 말하고 있잖아.”


송시현과 김남운은 서로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김남운이 먼저 말을 꺼냈다.


“화장실이나 갔다 와야겠다. 길 좀 비켜 줄래?”


어제 그 사건 이후로, 송시현을 대하는 방식이 확실히 달라진 김남운이었다.



***



김남운이 교실을 나갔다.


송시현은 김남운이 책상 속에 넣어둔 수첩을 가지고서 내 옆자리로 돌아왔다.


“뭐야?”


나는 송시현이 수첩을 자기 가방에 집어넣고 지퍼를 잠그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


“그 수첩, 너한테 굉장히 중요한 거야?”

“어.”

“그럼 너 진짜 추리 소설 작가야? 필명이 뭐야?”


내 질문에 송시현은 이렇게 답했다.


“나 작가 아니야.”

“그럼 뭔데?”

“난······.”


송시현은 개미 목소리로 대답했다.


“······탐정이야.”


말하기 싫으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되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할 건 또 뭐람?


“그럼 그 수첩은? 수첩에 왜 그런 게 적혀 있어? 뭔지 궁금한데, 나도 보여 주면 안 돼?”


나는 송시현의 수첩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궁금했다.


“안 돼.”


송시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왜? 왜 안 돼?”

“······.”


내가 노트에 대해 끈질기게 묻자 송시현은 입을 닫았다.


“그 수첩이 너한테 뭔데?”


송시현은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뭐야, 진짜!’


괜히 궁금증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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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시즌2 21. 행방 24.08.30 23 0 11쪽
50 시즌2 20. 배신 24.08.29 25 0 15쪽
49 시즌2 19. 납치 24.08.28 24 0 12쪽
48 시즌2 18. 결석 24.08.27 27 0 15쪽
47 시즌2 17. 안재호의 묘 (2) 24.08.26 29 0 13쪽
46 시즌2 16. 안재호의 묘 (1) 24.08.25 28 1 11쪽
45 시즌2 15. 김남운의 실체 24.08.24 36 1 13쪽
44 시즌2 14.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2) 24.08.23 30 1 16쪽
43 시즌2 13.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1) 24.08.22 33 1 11쪽
42 시즌2 12. 삼자대면 (2) 24.08.21 31 1 13쪽
41 시즌2 11. 삼자대면 (1) 24.08.20 33 1 11쪽
40 시즌2 10. 놀이공원 데이트 24.08.19 34 1 11쪽
» 시즌2 9. 송시현의 수첩 24.08.18 34 0 11쪽
38 시즌2 8. 조별 과제 (2) 24.08.17 35 1 16쪽
37 시즌2 7. 조별 과제 (1) 24.08.16 34 1 11쪽
36 시즌2 6. 박정후를 이용하라 (2) 24.08.15 37 1 11쪽
35 시즌2 5. 박정후를 이용하라 (1) 24.08.14 38 1 13쪽
34 시즌2 4. 의뢰자 이강현 (2) 24.08.13 42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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