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세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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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lish
그림/삽화
머저리
작품등록일 :
2024.01.16 07: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0: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23,216
추천수 :
88
글자수 :
70,364

작성
24.01.17 00:28
조회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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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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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쪽

겨울 냉면

DUMMY

겨울 냉면


일사 후퇴 이후 이북에서 피란 오신 이모부


유독 겨울이면 냉면을 좋아하셨다.


김장 철마다 두어 섬 지기 항아리를 땅에 묻고 가을에 항아리에 무와 배와 배추에 통 고추, 후추 소금과 사카린을 넣고 달고 짠 함경도 특유에(이모부 말씀 이다. 나는 이북 태생이 아니니 함경도 토속 음식인지 이모부 개인 취향인지 알 길 없다.) 동치미를 담근다.


엄동설한 천지가 얼어붙으면 거친 메밀을 체에 내려 손으로 몇십 분 반죽하여 일본에서 사 왔다는 냉면 기계(믿거나 말거나)에 넣고 면을 뽑아서 팔팔 끓여서 차가운 물에 건져서.


얼음 둥둥 뜨는 달고 짠 동치미에 부어서 아래 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면서 드신다. 이모도 이종사촌들도 그 자리에 있지만 먹지 못한다.


혼자서 드시면서 그래 이 맛 이제 함경도 특유에 사투리를 하시면서


나보고 “조카도 먹어 보라우” 하신다.


호기심에 한 그릇 받아먹는데 겨울에 먹는 냉면~~~~~~~

온몸이 떨린다.

왜 이 고생을 사서 해~~ 하며 비명을 질렀는데

한참 뒤 ‘온몸에 열이 오른다. 추위가 춥지 않다.’


그분 왈 “쏘련 놈들 알 뒤 그놈들은 겨울에 얼음 깨고 발가벗고 들어가 수영하며 겨울을 즐겨~~~”


“겨울엔 동치미 냉면이 제일이지 암 제일 이 여~~”


이모부 영면(永眠)하신지 십여 년 지났지만, 겨울이면 아직도 동치미에 냉면 말아 벌벌 떨면서 그래 이 맛이야 하는 이모부 모습이 겹친다.




찾아 오셔서 읽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재미있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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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냉면 24.01.17 193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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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발버둥 +1 24.01.16 220 1 1쪽
1 거친 세파(世波)에 +1 24.01.16 370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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