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냉면
겨울 냉면
일사 후퇴 이후 이북에서 피란 오신 이모부
유독 겨울이면 냉면을 좋아하셨다.
김장 철마다 두어 섬 지기 항아리를 땅에 묻고 가을에 항아리에 무와 배와 배추에 통 고추, 후추 소금과 사카린을 넣고 달고 짠 함경도 특유에(이모부 말씀 이다. 나는 이북 태생이 아니니 함경도 토속 음식인지 이모부 개인 취향인지 알 길 없다.) 동치미를 담근다.
엄동설한 천지가 얼어붙으면 거친 메밀을 체에 내려 손으로 몇십 분 반죽하여 일본에서 사 왔다는 냉면 기계(믿거나 말거나)에 넣고 면을 뽑아서 팔팔 끓여서 차가운 물에 건져서.
얼음 둥둥 뜨는 달고 짠 동치미에 부어서 아래 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면서 드신다. 이모도 이종사촌들도 그 자리에 있지만 먹지 못한다.
혼자서 드시면서 그래 이 맛 이제 함경도 특유에 사투리를 하시면서
나보고 “조카도 먹어 보라우” 하신다.
호기심에 한 그릇 받아먹는데 겨울에 먹는 냉면~~~~~~~
온몸이 떨린다.
왜 이 고생을 사서 해~~ 하며 비명을 질렀는데
한참 뒤 ‘온몸에 열이 오른다. 추위가 춥지 않다.’
그분 왈 “쏘련 놈들 알 뒤 그놈들은 겨울에 얼음 깨고 발가벗고 들어가 수영하며 겨울을 즐겨~~~”
“겨울엔 동치미 냉면이 제일이지 암 제일 이 여~~”
이모부 영면(永眠)하신지 십여 년 지났지만, 겨울이면 아직도 동치미에 냉면 말아 벌벌 떨면서 그래 이 맛이야 하는 이모부 모습이 겹친다.
찾아 오셔서 읽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재미있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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