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son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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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11is
작품등록일 :
2024.01.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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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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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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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02 : Room Number 1201-01

DUMMY

난 교도관 NPC 안내에 따라 방에 도착했다. 그러면서 이곳엔 다른 교도관 NPC 2명이 더 있었는데 사실상 똑같았다.

내가 처음 배치된 방은 1201-01, 내 수감 번호는 951번이다.


'951.'


이것은 구치소에서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밖에 있는 신발장에 고무신을 넣고 1201-01 방 안에 들어서자 나랑 같은 의상을 입은 사내 4명이 저마다의 자세로 앉거나 누워 있었다.

나까지 합하면 이 방엔 이제 5명이 수용된 셈이다.

수감 번호는 저마다 다르다.

난 잠시 이들의 생김새를 살폈다.

이들의 얼굴엔 1, 2, 3, 4 번호가 적혀 있다.

그 밖에는 덩치, 머리카락 등만 다를 뿐이다.

이들도 경찰, 구치소 직원, 교도관 NPC처럼 머리 위에 ▼ 표시가 떠 있었다.

이어서 난 방 내부를 둘러봤다.


......


1201-01 방에는 채널 3개가 나오는 TV, 나무로 된 상, 변소, 4칸짜리 연두색 나무 수납장, 망으로 덮은 선풍기, 찬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물 담는 파란색 플라스틱 통, 빨간색 대야가 있고 다들 나처럼 저마다 구치소에서 제공받은 관대랑 기본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

방은 8 ~ 10명 정도 수용 가능해 보였다.

방의 생김새는 아마 다른 방도 비슷할 것 같다.

난 방에 도착하고 나서 당일 받은 종이 2장에 글부터 적었다.

내용은 주로 오늘 하루 있었던 기이한 여러 현상에 대한 것이다.


......


'다 적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했다.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니 일단 뭐라도 간단히 먹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경찰에게 체포당한 직후부터 여태껏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곳엔 시계 같은 게 따로 없어서 시간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지금 저녁 6시는 더 지난 것 같다.

난 아까 미션 보상으로 얻은 도시락을 먹었다.


......


'맛없다...'


게임인데 맛까지 느껴진다.

이게 게임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혼란스럽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인생...'


난 먹던 걸 멈추고 플라스틱 수저, 젓가락을 내려놓은 뒤 잠시 고개를 들었다.


......


'이게 뭐지?'


인벤토리 i 단어 말고도 새로운 뭔가가 늘어나 있었다.


's, e, a, q?'


난 궁금해서 이것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확인해야 하지?'


인벤토리는 그냥 인벤토리 확인이라고 하면 창이 열리던데 저건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간단하게 영어 단어로 확인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난 궁금해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s 확인."


뭔가가 나왔다.


......


상태


이름 : 박하루

칭호 : 없음

서열 : 5번

HP : 100/100

피로도 : 36/100


......


'이게 상태창이었구나...'


영어 단어로 확인이라고 해도 해당 창이 열린다.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다른 것도 확인해 볼까?


"e 확인."


......


장비


상의 : 관복 상의, 난닝구

하의 : 관복 하의, 빤스

발 : 양말.


......


"a 확인."


......


기술


아직 배운 기술이 없습니다.


......


"q 확인."


......


퀘스트


......


난 창을 다 닫았다.

창을 닫을 땐 해당 단어랑 닫히라고 말하면 닫힌다.

내가 이번에 든 확신은 이게 확실히 게임이 맞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지냈던 기존의 게임과는 진행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게임은 일반적으로 시작할 때 튜토리얼이라고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 간단히 몸풀이 하고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건 그냥 진행된다.

상태창도 마찬가지다.

정말 단순하다. 마치 이거 빼고는 다 필요 없다는 것처럼 간단하게 구성돼 있다.

그 밖에 나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가 지금 모르는 부분은 게임을 하면서 점점 익혀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 운영자는 정말 불친절한 것 같다.


......


"게임 진행 방법 정도는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난 별 의미 없이 외쳤다. 그러고 보니 게임 시작 전 설명 칸이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호감도를 올리고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아 이곳을 탈출하라고 했지? 그러면 수용자들과 뭔가를 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난 이를 닦고 스트레칭도 간단히 했다. 그러고 나서 종이에 있었던 일을 적었다.


......


이곳은 오후 9시 이후에 TV가 꺼진다.

방의 불은 약하게 들어온다.

밤이 되면 장판 온도를 올려줘서 많이 춥지는 않다.

잠을 잘 때는 이곳에서 준 담요를 깔고 덮고 자면 된다.

수용자마다 담요는 2장, 베개는 하나씩 제공되는 모양이다.

난 잠들기 전 이 방의 수용자들과 대화를 잠깐 나눴다.

이들은 아까 탈의실에 있었던 교도관 NPC처럼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는 NPC도 있고 저런 식으로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부류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이 시스템 중 일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난 저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얼굴에 1, 2, 3, 4 숫자만 적혀 있지 않고 머리 위에 ▼ 표시 같은 것도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게임 속이니깐 나도 아마 하나의 이용자 일 것이다.


......


난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여기는 신입방이라고 한다.

신입방에 배치된 수용자는 이곳에서 어느 정도 머물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래층에 있는 다른 방으로 옮겨 가게 된다.

또한 새로 들어온 신입은 화장실에 가까운 방향에서 자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모양이다.

난 잠을 청했다.


......


노랫소리에 눈을 뜨자 밝은 조명이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


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감옥 안이다.

그렇다.

난 지금 게임하는 중이다.


'지금 몇 시지?'


알 수 없다.

내게는 지금 시계도 스마트폰도 없다.

단지 어림잡아 새벽쯤이란 것만 알 뿐이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담요를 접어 한쪽 자리에 놓았다.

다른 수용자들도 같은 일을 했다.

오전에는 대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모양이다.

기상을 하면 이불을 개고 점호한다.

이곳의 아침은 노랫소리와 함께 이렇게 시작된다.


.......


식사는 오전 7시에 했다.

이날 오전엔 간단한 음식이 나왔다.

식사하기 전에는 나무 상을 깔아놔야 한다. 그렇게 기다리면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방 창문 아래 있는 네모난 구멍으로 먹을 걸 넣어준다.

먹거리는 빨간 통에 담겨 들어오는데 저마다 먹을 만큼 떠서 급식판에 담고 먹으면 된다.

식사는 전날 저녁에 먹은 도시락보다는 나았다. 그런데 게임 안이라서 뭔가를 먹는 행위가 크게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맛은 느껴지는데 그다지 공복감 같은 건 없다.

이것은 추위, 더위 등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느낌만 난다.

내가 아는 한에서 게임에서 음식 같은 걸 먹으면 대게 HP, MP 같은 게 차 오르는데 이것도 그런 개념이려나?

또는 그저 필요한 하나의 수순인 걸까?

모르겠다.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다.


......


식사를 마치면 점호 전에 밖에서 근로자가 준 뜨거운 물이 담긴 큰 통을 활용해서 설거지를 해야 한다.

식사 후 먹고 남은 잔반은 나중에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왔을 때 반납하면 된다. 그러니 급식판, 플라스틱 수저, 젓가락 정도만 설거지하면 되는 거다.

설거지는 수용자들이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또는 저것을 활용해서 씻기도 하는데 난 귀찮아서 그냥 안 씻었다. 그나마 씻을 때 쓸 수 있는 건 이곳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눠준 비누뿐인데 비누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난 깔끔한 편이다. 그러니 씻기 싫기보다는 씻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난 씻는 것보다는 이 게임을 얼른 진행하고 싶었다. 그래야 게임이 끝날 것 아닌가?


......


그게 뭐든 때가 있는 법인지 내가 아무리 게임을 얼른 마무리 짓고 싶어도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예시로 내가 결혼을 한다면 우선 무엇부터 해야 하나?

그렇다. 연애를 해야 한다.

연애도 안 했는데 결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 상대가 있어야 한다.

남자라면 여자, 여자라면 남자가 필요하다.

상대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 접점이 필요하다.

이 접점은 누군가의 소개, 길거리, 사회, 게임 등 다양하다.

남성과 여성이 접점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이게 원칙이다.

이 세상에는 법칙과 수순이 있다.

그것을 따르고 절차를 밟아 나가야 탈이 안 난다.

서로 얼굴, 나이, 이름, 지역, 연락처 등 아는 것도 제대로 없는데 친구가 된다? 연인이 된다? 결혼을 한다? 이혼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억지고 사기다.


......


오전에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지나자 초기 상담 설문지라는 걸 건네주길래 받아서 작성했다.

난 이때 귀찮아서 대충 적었다. 그러고 나서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구속 적부 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건 다음 주에 통과된다고 한다.

내가 이걸 낸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에 잡혀 갈 때 구치소 NPC 통해서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렇다.


.......


난 이때 구속 적부 심사 신청을 하면 해방돼서 게임이 끝나고 자유로워지는 줄 알았다.


.......


소지품 검사를 했다.

도장도 찍고 다양한 일을 했다.

점심에는 이것저것 나왔다.

그전에는 앞서 말한 뜨거운 물이 담긴 큰 통이 새로 들어왔다.

난 밥은 먹지 않았다.

반찬 위주로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별일 없었다.

그저 잉여롭게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


'식사를 배불리 하자 졸음이 몰려옵니다.'


문구가 보였다.

난 졸리지는 않았고 피로감 같은 것도 없었지만 잠을 청하기로 했다.


......


눈을 뜨자 밝은 조명이 보인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정말 오래간만에 의도치 않게 TV를 봤는데 재미있지는 않았다.

난 TV를 잠깐 보다가 다시 누웠다. 그런데 글을 적어야겠다는 기분이 들어서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


이 게임 공간의 생활은 크게 불편한 건 없다. 그런데 괜찮지도 않았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여태껏 이렇게까지 태평하게 지낸 적이 있었나?

과연 이런 식으로 지내도 되는 걸까?

내가 저런 기분이 들 정도로 여유로웠던 건 아마 학창 시절 외에는 없을 것이다.

난 과거에 시험공부, 장래에 쫓긴 적이 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겪은 여러 가지에 비해서는 덜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게임 속이나 내게 단체 생활은 정말 안 맞는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몇 개월 만에 자퇴했는데 약 3개월 정도로 기억한다. 아마 2월쯤 입학해서 5월 시점 자퇴 했을 거다.

저 학교는 기숙사이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고 운영을 군대처럼 했다.

재미없었다.

재미는 둘째치고 과 같은 게 나랑 안 맞았다.

그게 가장 컸다.

난 자퇴를 하고 나서 검정고시도 봤는데 그러기까지의 과정과 이후에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난 집에 있어도 집 안에 있을 뿐 아프시고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랑 자꾸 짜증 나게 하는 가족, 이뤄지지 않는 꿈, 허상을 쫓던 나날, 제한이 걸려버린 인터넷 등 부자연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난 약 2년 정도를 저런 식으로 헛되게 보냈다. 마치 지금 구치소에 갇혀 보내는 나날처럼 말이다.

여기서 문득 돌아보면 장소, 상황만 다르지 결국 다들 어딘가나 뭔가에 갇혀 지내는 게 아닐까 싶다.

저마다의 마음이 만들어낸 감옥...

다들 뭘 하고 지내든지 갇혀 지낸다는 점은 같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수용할 건 수용하고 나랑 가장 잘 맞고 재미있게 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걸 찾아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구치소에서 지내는 상황이 한편으로는 과거 고등학교 다녔을 때랑 자퇴하고 나서 보냈던 때를 떠올리면 내가 바랐으니 이런 식으로 전개된 거고 앞으로는 내가 하기에 따라 많은 게 갈리고 변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그게 뭐든 결국엔 내 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할 일이 있으면 가급적 빠르게 마무리 짓는 게 좋다.

난 저런 상황이 인생을 지내면서 겪어야 할 하나의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난관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낫지만 혹시라도 마주해서 겪어나가야 한다면 곧바로 풀어 넘기는 게 낫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꼼꼼하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탈이 없다.


......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저녁이 됐다.

저녁 식사가 들어오기 전에는 아침, 점심때 그랬던 것처럼 뜨거운 물이 담긴 커다란 통이 들어왔다.

식사는 이것저것 나왔는데 맛이 괜찮았다.

난 식사를 하나마나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넘길까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여기서 문득 걱정은 아니지만 궁금했던 건 이렇다.


'오전, 오후에 두부가 나왔는데 설마 저녁에도 두부가 나오는 거 아닐까?'


내가 과거에 다녔던 고등학교 급식 시간에 식사가 나오면 고기반찬 중 거의 대부분이 생선이었다.

한 번은 튀김 가루가 입혀져 나온 음식마저도 돈가스인 줄 알았는데 생선가스였다.

앞서 말한 이유로 저녁에도 또 두부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또는 다음 날 식사 시간에 어느 순간 두부가 나오는 거 아닐까?

알 수 없다.

단지 시간은 계속 흐르며 이 세상은 뜬금없는 일의 연속일 뿐이다.

난 이 날 이 닦고 나서 스트레칭 간단히 한 뒤 얼굴은 방에 배치돼 있는 휴지로 닦고 잤다.


......


'위생 문제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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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tep 09 : A Game Operator 24.01.29 25 0 15쪽
9 Step 08 : The First Wave 24.01.28 17 0 14쪽
8 Step 07 : A Dream 24.01.26 19 0 14쪽
7 Step 06 : Never Give UP 24.01.25 23 0 12쪽
6 Step 05 : A Letter 24.01.24 26 0 14쪽
5 Step 04 : Room Number 602-05 24.01.23 69 0 13쪽
4 Step 03 : Solitary Confinement 24.01.22 33 0 12쪽
» Step 02 : Room Number 1201-01 24.01.21 55 0 14쪽
2 Step 01 : Let's Play The Game 24.01.20 149 0 12쪽
1 TIP 24.01.20 160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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