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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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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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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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테스트

DUMMY

뼈대만 올리고 건설이 중단된 공사장 안에 한 무리의 양아치들이 모여있었다.


흔히 말하는 동네 조폭으로 족보도 없는 그런 양아치들을 모아 놓고 조직 흉내를 내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이들의 우두머리 이석우는 나름대로 족보가 있는 인물이었는데, 경기 남부를 세력권으로 두고 있는 폭력조직에서 중간간부까지 했었다.


나름 잘나가던 조폭이었는데, 검사 한 명을 잘 못 건드렸다가 감옥에서 4년을 살았다. 출소한 후에는 조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이후 고향인 강봉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네 양아치들을 모아 조직 흉내를 내고 있었다.


공사장 안으로 명우와 나인이 들어왔다.


“형님.”


명우는 바로 석우에게 다가갔다.


“저 새끼냐?”

“네. 형님.”


석우는 나인을 바라봤다.


몸은 좋아 보였다. 그리고 전혀 주눅 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 모여있는 양아치들의 숫자가 어림잡아도 20명은 넘었다. 게다가 야구 방망이 등으로 무장까지 했는데, 나인의 표정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가?’


조직 생활을 한 석우는 나인이 평범한 인물이 아닐 거라는 걸 바로 직감했다.


혹시라도 경찰이나 검찰 쪽 사람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거대 조직이라면 모를까 이런 동네 조폭이 검경 쪽 사람을 잘 못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린다.


“경찰이냐?”


석우가 물었다.


“아니. 청소부.”

“청소부?”

“어. 이 동네에 쓰레기들이 많다고 해서 청소 좀 하러 왔다.”


나인의 말에 석우는 가볍게 웃었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미친놈은 매가 약이지.”


석우가 고개를 까닥이자, 양아치들이 나인을 포위하듯 둘러쌓았다.


나인은 딱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육탄전 그것도 이렇게 많은 상대로 하는 육탄전은 나인도 꽤 오랜만이었다.


다만, 마피아급 정도 되는 적이라면 조금 긴장이라도 할 텐데, 젖비린내 나는 양아치를 상대하려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신중하게 상대할 생각이었다. 동생의 몸이 생각대로 잘 반응할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테스트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이 쉽게 갈 수도 아니면 어렵게 갈 수도 있었다.


“조져!”


석우의 명령이 떨어지자, 양아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나인은 양아치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기만 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주먹과 몽둥이를 일부러 한 끗 차이로 피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몸의 반응이 좋아 피하는데 여유가 있었다.


그에 반해 양아치들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맞을 듯 맞지 않으면서 피하는 나인의 움직임이 마치 만화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몸을 푼 나인이 공격에 들어갔다. 군더더기 없는 짧고 간결한 공격으로 양아치들의 무릎과 목, 그리고 명치 등을 타격했다. 그때마다 고목처럼 양아치들이 쓰러져 나갔다.


채 5분도 안 돼서 20명의 양아치가 모두 쓰러졌다. 무릎을 타격받은 양아치들은 일어나지 못했고 목을 타격받은 양아치들은 기절해 의식이 없었다. 명치를 타격받은 양아치들은 게거품을 물어댔다.


‘생각 이상인걸.’


테스트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100% 아니 200% 만족스러웠다.


몸만 놓고 본다면 동생의 육체는 나인의 육체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체지방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꾸준한 운동과 훈련으로 만들어진 근육은 마치 짱돌처럼 단단했다.


나인도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지만, 동생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전보다 몸이 더 가벼웠고 파워도 강해진 게 체감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나인의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 준 점이 좋았다. 진짜 자신의 몸처럼 말이다.


“정체가 뭐야?”


어느새 다가온 석우가 권총을 겨누며 말했다.


조금 전 나인의 움직임은 프로의 움직임이었다. 조직 생활하면서 수많은 프로 싸움꾼들을 봐온 석우였다. 그런데 지금 나인의 움직임은 차원 자체가 달랐다. 아니 지금껏 본적 없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는 움직이었다.


당연히 석우도 나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권총을 꺼내 든 거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총을 이길 수는 없으니.


구형 리볼버 권총이었는데 조직에 몸담았을 때 장만한 거였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총을 구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해외에서 불법으로 들어온 총기가 어둠의 루트를 통해 대량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조직의 간부들은 기본적으로 총 한 자루는 갖고 다녔다.


“청소부.”

“이 새끼가 죽으려고.”


석우가 나인의 이마를 향해 권총을 겨누는 순간 나인의 손이 권총의 실린더를 잡았다.


석우가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실린더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다. 그 사이 나인은 발차기로 석우의 무릎이 꺾어 버렸다.


그대로 무릎을 꿇은 석우, 권총은 이미 나인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나인은 권총 실린더를 열어 장전된 총알 여섯 개를 빼냈다. 총알 다섯 개는 버리고 한 개의 총알만 장전했다. 그리고는 실린더를 돌려 총알의 위치를 랜덤 시켰다.


“혹시 러시아 룰렛이라고 알아?”


석우를 보며 나인이 물었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어렵게 모은 양아치들로 조직을 만들었는데,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모든 게 물거품처럼 무너질 수 있었다.


“너 이 새끼 내가 누군 줄 알아.”


석우가 호기롭게 말하자 나인은 석우의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젖혔다. 그리고는 석우의 입에 총구를 쑤셔 넣었다.


“이제부터 내 허락 없이 움직였다간 뒤통수가 날아간다.”


나인의 눈빛과 목소리에 살기가 담겨 있었다.


나인의 엄청난 살기에 석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안에 총알 하나가 장전되어 있어.”

“...”

“이제부터 난 방아쇠를 세 번 당길 거야.”

“...”

“세 번 안에 총알이 나가지 않으면 사는 거고 아니면 죽는 거야.”


나인의 말에 석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설마 진짜 쏘지는 않겠지. 그냥 겁을 주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인의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쓰러져 있는 양아치들도 이 황당한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하나.”


말과 동시에 나인이 방아쇠를 당겼다.


‘딱!’


다행히 총알이 없는 실린더가 격발됐다.


하지만 그 격발 소리에 석우는 심장이 내려앉는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에 얼굴색도 하얗게 질려버렸다.


‘진짜 쐈어. 이 새끼 완전 미친놈이야.’


석우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머리채를 잡힌 왼손의 힘에 꿈적도 하지 못했다.


“둘.”


나인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딱!’


이번에도 총알이 없는 실린더가 격발됐다.


그 격발 소리에 석우는 진짜로 심장이 멎을 뻔했다.


“세 번째도 운이 좋을까?”


미소를 지으며 나인이 말했다.


석우는 나인의 얼굴에서 지금껏 본 적 없는 공포를 느꼈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별의별 미친놈과 사이코패스를 만났고 또 감옥에서는 연쇄 살인마와도 마주했었다.


그 미친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압도적이었다. 마치 악마와 마주하고 있는 그런 공포가 밀려왔다.


“혹시 모르니 신에게 기도라도 해봐.”


나인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빵!”


이번에도 빈 실린더가 격발됐다.


하지만 나인이 큰 소리로 ‘빵’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석우는 그만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그래도 용케 기절은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총알은 실리던 4번째 위치에 있었다. 원하는 실리던 위치에 총알을 넣는 건 나인에게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유럽 슬럼가에서 나인은 건달들을 상대로 이런 장난을 자주 치곤 했었다.


나인은 석우의 입에서 총구를 빼냈다.


“내일까지 저 새끼들 데리고 이 동네를 떠나. 만약 내 눈에 띄면 그땐 진짜 죽는다.”

나인의 말에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공포와 이 미친놈과 엮이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나인의 눈에 명우가 들어왔다. 명우는 싸우지 않고 지금껏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야. 빨간 머리.”

“어? 어.”

“이리 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명우는 나인 앞으로 뛰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본 게 있어서 감히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빵은?”

“어?”

“빵 사 오라고 했잖아.”

“아. 지금 사 올게.”

“따라와.”

“어디 가게?”

“편의점.”




*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나인이 혼자 앉아 있었다.


편의점 문이 열리고 명우가 나왔는데, 손에 각종 빵과 바나나우유가 들려 있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사 왔어.”


빵을 내려놓으며 명우가 말했다.


“앉아.”

“어.”


나인이 말없이 빵을 뜯자 명우는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꽂아 나인 앞에 놓았다.


눈치 빠른 빵셔틀로 자리를 확실히 잡은 모양이다.


“그런데 너 정말로 경찰이야?”


명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나인이 형사 신분증을 내밀자 명우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이를 확인했다.


“강, 강력계 형사네.”

“강력 3팀.”

“아...”


좀 전에 봤던 모습은 그냥 악질 사이코패스 같았는데, 형사라니 조금은 의외였다.


그보다 강력계 형사에게 시비를 걸었으니, 아무래도 인생 엿 된 것 같았다. 가능하면 내일 당장 동네를 떠날 생각이었다.


“넌 뭐 하고 지내냐?”

“나? 난 필리핀에 있다가...”

“필리핀?”

“아는 형님이 현지에서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셨거든. 그쪽 일 좀 도와드리다 저번 달에 돌아왔어.”

“돌아와서 조폭 되기로 한 거야?”

“아니야. 석우 형님이 도와 달라고 해서 아주 잠시만 몸담으려고...”

“전과는 있어?”

“어? 아니 없어.”

“착하게 살아라.”

“응. 앞으로 착하게 살게.”

“그래. 그리고 내가 너 빵셔틀 했었잖아.”

“그때는 내가 철이 없어서... 미안해.”

“미안할 거 없어. 너도 내 빵셔틀 하면 되니깐.”

“어?”

“진짜로 빵 심부름하라는 건 아니고. 앞으로 내가 시키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해주면 돼”

“아... 혹시 형사 정보원. 그런 거?”

“비슷해. 수고비는 챙겨줄게.”


형사 정보원이고 뭐고 사람 입에 총을 쑤셔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미친놈과는 절대로 엮이고 싶지 않은 게 지금 명우의 심정이었다.


“그게. 나 부산에 내려가서 일하기로 했거든. 절대로 나쁜 일은 아니고. 합법적인 일이야.”

“그럼, 팔다리 중 하나만 선택해.”

“어?”

“난 빵셔틀을 했는데 넌 하지 않는다면 공평하지 않잖아. 공평하게 팔다리 중 하나만 못쓰게 꺾어줄게.”


나인의 말에 명우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이 새끼는 그렇게 하고도 남을 미친놈이다.’


명우는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너 경찰이라며.”

“경찰이라고 꼭 착하라는 법은 없잖아. 나쁜 경찰도 있는 거지. 안 그래?”


나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에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는데, 어찌나 무섭고 살벌한지 명우는 순간 오줌을 지릴 뻔했다.


“부산에 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그냥 동네 아르바이트하면서 빵셔틀 할게.”


명우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잘 생각했어.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행여라도 도망치면 경찰력을 총동원해서라도 꼭 찾아낼 거야. 찾아서 팔다리 다 부러트릴 거야. 그다음에 얼굴만 남기고 땅에 묻어 버릴 거야.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일 거야. 알았지?”


그냥 말뿐이었는데, 명우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절대로 도망가면 안 된다. 머릿속에 아주 명확하게 새겨졌다.


“절대로 도망가지 않을게.”

“그래.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

“나 만날 때 꼭 빵하고 바나나우유 챙겨와.”

“응. 알았어.”


이렇게 나인은 명우라는 아주 든든한 빵셔틀 아니, 심부름꾼을 얻게 되었다.


이제 나인에게 필요한 건 돈과 장비였다.


작가의말

4년 전쯤에 썼던 소설이 있습니다. ‘막내 형사가 너무 강해’

최강의 킬러가 어리바리 형사의 몸으로 빙의되는 이야기였는데, 정말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쓰다가 얼마 못 가 벽에 부딪히고 접었습니다.

 

킬러 형사 나인은 ‘막내 형사가 너무 강해’를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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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서울 광수대 +5 24.03.06 2,222 40 12쪽
22 22화. 유민태 +4 24.03.05 2,245 40 12쪽
21 21화. 범호그룹(3) +4 24.03.04 2,231 36 12쪽
20 20화. 범호그룹(2) +4 24.03.03 2,248 35 13쪽
19 19화. 범호그룹(1) +6 24.03.02 2,258 41 12쪽
18 18화. 쌍명산 살인사건 +4 24.03.01 2,293 39 12쪽
17 17화. 단서. +8 24.02.29 2,303 41 13쪽
16 16화. 강력3팀 짐덩이(3) +4 24.02.28 2,338 44 12쪽
15 15화. 강력3팀 짐덩이(2) +7 24.02.27 2,344 40 12쪽
14 14화. 강력3팀 짐덩이(1) +4 24.02.26 2,413 41 12쪽
13 13화. 공팔이(3) +5 24.02.25 2,412 42 12쪽
12 12화. 공팔이(2) +4 24.02.24 2,425 42 12쪽
11 11화. 공팔이(1) +6 24.02.23 2,446 41 12쪽
10 10화. 친구? 죽이거나 살리거나 +8 24.02.22 2,506 45 15쪽
9 9화. 찰리 황 +5 24.02.21 2,485 46 12쪽
8 8화. 다이어 얀 +4 24.02.20 2,537 43 11쪽
» 7화. 테스트 +7 24.02.19 2,566 46 12쪽
6 6화. 빵셔틀 킬러? +7 24.02.18 2,610 39 11쪽
5 5화. 쌍둥이 형제 +5 24.02.17 2,650 40 12쪽
4 4화. 형사가 된 킬러. +3 24.02.16 2,663 37 12쪽
3 3화. 신이 존재한다면 +4 24.02.15 2,665 38 11쪽
2 2화. 강력계 형사 강태식 +3 24.02.14 2,879 36 11쪽
1 1화. 킬러 나인(nine) +4 24.02.13 3,490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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