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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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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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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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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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사로잡히다

DUMMY

“일어나라.”


“...”


쫘아아아아악!!!


“크읏!!”


생살을 찢어지는 느낌이 수마에 빠진 용운휘를 깨웠다.


“...”


철컹.


허벅지의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일어나 움직이려 했지만 그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건?’


용운휘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눈과 몸의 느낌으로 파악했다. 자신의 팔은 철제기둥에 걸쳐져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형틀인가?’


으득. 으득. 으지직.


힘과 내공을 운기해 꺾으려 해도 기둥과 쇠사슬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쳇.’


용운휘는 피부로 철 기둥의 강도를 파악한 후 바로 단념했다.


솨아아아악! 촤악!!!


그러고 있는 사이 다시 한 번 용운휘의 상반신에 채찍이 지나갔다.


‘흡!!!’


용운휘는 있는 힘을 다해 신음과 비명을 참아냈다.


“소용없어. 네놈 따위가 맨 몸으로 끊어낼 만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까.”


용운휘가 눈을 들어 앞을 살피자 가사를 입고 있는 이가 들어왔다. 십이사도였다. 사내의 얼굴은 이제 막 수염이 거칠게 나있는데다 이목구비 또한 기가 세 보이는 것이 보통의 성깔로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광(凶光)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겁할 정도였다.


“여어. 깨우는 게 좀 난폭한데?”


용운휘는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주위를 살폈다.


촤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악!!!

채찍이 다시 공기를 연거푸 가로질렀다. 마치 붉은 지렁이가 지어가고 있는 듯한 흉터가 금세 두 개나 생겨났다.


꾸드드드드득.


주먹을 쥐고 있는 용운휘의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하. 용케 참는구나.”


“꽤나 나한테 감정이 있는 눈치인데. 혹 사도명 때문인가?”


촤아아아아아악!!!


“큽..!!”


십이사도로 보이는 남자가 채찍을 거칠게 휘둘렀다. 그 일격은 맞았던 채찍질 중 가장 강했기에 용운휘 또한 비명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네놈 따위의 입에 함부로 올릴 이름이 아니다.”


살벌한 기세가 십이사도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어이. 그만 하지?”


남자의 뒤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채찍을 휘두르던 십이사도는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공과 시선을 마주쳤다. 목소리의 주인공 또한 금색 무늬가 있는 가사를 입고 있는 걸 보아 십이사도 중의 한명임을 알 수 있었다.


“명령인가??”


“명령은 무슨. 교주께서 나에게 맡기지 않았나. 죽이지 말고 철저하게 고통을 주라고 하셨는데.”


“...지금 교주의 말씀대로 고통을 주고 있지 않나?”


“고통은 무슨. 기세를 보면 당장이라도 죽일 것 같은데 말이지.”


“흥...”


사납게 생긴 중년의 십이사도가 채찍을 거칠게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거친 발걸음으로 땅을 울리며 방안을 빠져나갔다.


“쯧쯧. 저렇게 단순해가지고.”


남은 십이사도의 얼굴은 준수한데다 목소리까지 좋아 흔히 호남이라고 불리울 만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십이사도는 다가와 용운휘의 상처를 힐끗 살폈다.


“혹시 변태인가?”


“뭐?!?”


용운휘는 맥락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잠시 당황했다.


“아니 그럼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저렇게 마음속에 칼을 세운 놈한테 들이댈 리가 없잖아.”


“...얼굴도 모르는 놈이 그렇게 살기를 뿜고 있는데 이유는 알아야지.”


“하. 이런 상황에서도 기가 죽진 않았군.”


“죽이지도 않을 텐데 내가? 굳이?”


“하하하하하하하.”


남자는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난 놈이군. 정식으로 소개하지. 난 십이사도의 제 삼 사도. 주옥룡(朱玉龍)이다.”


“벽력일무문의 용운휘. 그래서 지금 이건 뭐하자는 거지?”


용운휘는 묶인 쇠사슬을 쩔렁이며 물었다.


“교주가 내린 엄명이다. 너를 최대한 괴롭히라고 하더군. 뭐 일단은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른 널 용서할 수 없다는 표면 상의 이유지만...”


주옥룡이 말을 흐리자 용운휘가 입을 열었다.


“...요컨대 나를 아직도 아군으로 만들고 싶으시다?”


“머리도 괜찮군. 그 말대로다. 뭐 좀 전의 혁련의(赫連義)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겠지만.”


“...그보다 몇 가지만 묻지.”


용운휘는 간단한 대답정도는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물었다.


“뭐 말해줄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네놈들의 교주는 뭐냐. 설마 음양인이라도 되는 거냐?”


용운휘는 기절하기 직전 목격했던 교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풉. 음양인이라...크크크...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군.”


“그 중후한 목소리를 들으면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하하. 뭐 나름대로 핵심을 찔렀지만 약간 빗나갔군. 내가 알기론 음양인은 아니야.”


“...”


상대가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용운휘는 캐묻지 않고 넘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두 번째. 내 일행들은 어떻게 되었지?”


“흐음...”


주옥룡은 짧게 난 턱수염을 만지며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대부분은 놓치고 한 명만 사로잡았지.”


“한 명이라고?”


용운휘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누군데? 여자야?”


“아니. 남자다.”


용운휘는 자신의 사저가 붙잡혔을 꺼라 예상했지만 들려온 대답은 그의 예상 밖이었다.


‘불행인지...다행인지...’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생각에 용운휘는 약간이나마 안도했다. 마음속에 묘하게 약한 구석이 있는 악령화가 잡혀있다면 자신도 신경 쓸 일이 많겠지만 적어도 그 상황만은 피한 것이다.


“그럼 그 잡힌 남자는 젊은 애송이인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자네의 입에서 나올만한 소리는 아닌데.”


“...행동이 어리니까.”


용운휘는 상대의 지적을 아무렇지 않게 흘러넘겼다.


“흐음...뭐 자네 예상대로야.”


“후우...”


용운휘는 설마 했던 곽지성이 사로잡혀있단 이야기에 골치가 아파왔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놈과 일치단결해 이곳을 어떻게 탈출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묻지. 여기는 어디지?”


“하하하. 팔팔하군. 일어나자마자 탈출이라도 하려고?”


“...”


“미안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월신교에 적을 두고 있는 몸이라 그런 것까진 말해줄 수 없지. 뭐 자네가 입교한다면 당장이라도 알려 줄 수 있는 거지만.”


“거절한다.”


“후우...예상은 했지만 그대로 들으니 마음이 아프군.”


주옥룡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과 어조로 말들을 담담히 늘어놓았다.


“이봐 다시 생각해보라고. 어차피 자네는 여기를 빠져나갈 수 없어. 내가 자네를 떠맡은 이상 좀 전 같은 일들만 계속 반복될 뿐이라고.”


용운휘는 주옥룡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사내가 진심으로 하고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상대의 속이 보이지 않는 것이 찜찜하기 그지없었다.


“거절한다.”


“후우...막 일어난 참이니 생각할 일도 많겠지. 차분히 생각하고 있겠나.”


주옥룡은 담담히 말을 내뱉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철컹!!


용운휘는 방문이 닫히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그야말로 쇳덩이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공으로 무언가 들으려고 해도 철문이 닫힌 순간 들려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칫.’


용운휘는 다음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쇠사슬을 살피기 시작했다.


철컹. 철컹.


쇠사슬은 힘으로 끊기에는 너무나 두껍고 강도도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철 기둥에 얽힌 쇠사슬은 일정 범위 이상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또 다른 쇠사슬로 굴레를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열쇠 구멍이라도 있나 살폈지만 적어도 방안에서 보이는 것은 없었다.


“빌어먹을.”


용운휘는 욕설을 내뱉으며 내공을 운기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탈출의 기회를 잡기 위해 분노와 조급함을 가라 앉혔다.



***



철로 된 방, 다른 말로 하자면 감옥에서 걸어 나온 주옥룡의 앞에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땠소? 그놈은?”


한쪽 눈에 커다란 흉터를 가진 사내가 주옥룡에게 물어왔다. 그의 이름은 양진. 제 오 사도를 맡고 있는 자였다.


“어떻긴 뭘 어때? 이제 막 잡혀 왔는데. 그냥 그렇지.”


주옥룡은 물어오는 말에 대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쯧. 제 삼 사도께서는 속도 좋으시오.”


호리호리한 몸에 얼굴에는 얄팍한 쥐상(鼠相)을 지닌 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말이지?”


“그런 애송이를 우리랑 같은 자리에 올리겠다는데 태평한 얼굴이니까 하는 말이오.”


“...그럼 뭘 어쩌게? 교주가 한 말인데.”


“혁련의가 하는 짓을 그냥 내버려두면 되지 않겠소?”


“그러다 십이사도 중 태반은 죽어서 물갈이 될지도 모를 텐데?”


“...”


“모두 착각하는 모양인데, 지금 교주의 연공은 지금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중이야. 괜히 이럴 때 쓸데없는 짓 저지를 생각 말고 몸이나 사리라고.”


“허면 정말로 그러 애송이가 우리와 같은 자리에 서는 걸 두고 보실 생각이오?”


“...이해가 안 가는군.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 사도명이 같은 자리에 있는 걸 나름대로 인정했으면서 이제 와서 뭘?”


“이 사도는 다른 경우지 않소. 엄연히 말하면 공신이나 다름없는 그인데. 교주를 삼대나 섬긴 이와 어디서 굴러먹던 애송이가 어떻게 같을 수 있소.”


“쯧. 그래서 나보고 교주에게 말이라도 하라고?”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지 않소.”


“하아...말했잖아. 괜한 짓을 하면 너희들 목숨은 물론이고 나도 목을 내놔야 할 판이야.”


“...그 정도요?”


양진이 묻자 주옥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다들 적당히 몸을 사리라고. 혁련의야 제 이 사도를 제 스승처럼 생각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눈감아주고 있는 거니까. 혹시라도 그가 제멋대로 손을 쓴다면 막아야 되니까.”


“그럼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소?”


주옥룡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양전의 말을 기다렸다.


“교주께서 그 애송이를 굳이 왜 입교시키려는지 그 의중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겠소?”


“애송이라...”


“그 나잇대 치고는 제법이라고는 생각이 들지만 굳이 입교시킬 정도는 아니지 않소?”


“과연 그럴까?”


“무슨 뜻이오.”


“남궁 세가의 애송이와 싸울 때 보여준 것이 전부라면 교주께서도 입교시키지 않았겠지. 거기다 그 애송이가 교주의 복면을 찢었던 것을 잊었어?”


“...”


주옥룡의 자신만만한 말에 양진과 쥐를 닮은 제 십일 사도의 입이 닫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랬다. 기를 체외 밖으로 흘린 다음, 그 기를 다시 뭉쳐 암습을 가하다니. 애송이가 가한 기습치고는 고절한 수법이었다.


“뭐...두고 보자고. 그 애송이의 밑바닥이 어디쯤인지. 나도 궁금하니까.”



***



매일같이 찾아오는 주옥룡과 혁련의를 상대하며 때를 기다렸다.


혁련의는 매일같이 채찍이나 구타를 일삼았으며 주옥룡은 그런 혁련의를 억제하거나 용운휘를 설득해오거나 했다.


“후우...”


오늘은 혁련의가 꽤나 거세게 채찍을 휘둘러 살점이 떨어져나갔을 정도였다. 하지만 용운휘는 아파할 틈도 없이 그저 연공에 몰두했다.


철컹.


‘밥 시간인가?’


용운휘는 오늘은 이미 혁련의와 주옥룡이 한 번 왔다 갔으니 이 철로 된 방에 들어올 이는 음식을 전해주는 간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일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간수라고 해도 혀가 잘리고 근맥 또한 잘린 벙어리노인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용운휘는 문이 열리자 냄새가 풍겨오는 것을 느꼈다. 노인은 쟁반을 들고 중간에 멈춰 섰다.


‘?’


용운휘는 지금껏 없었던 일에 의아함을 느꼈다. 항상 바로 앞까지 와서 음식만 놓고 가던 노인이 자신의 행동반경에 닿지 않는 곳에 음식을 놓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장.”


용운휘가 소리를 불러 말하자 노인은 손을 들어올렸다. 뻗은 검지가 입 중앙에서 멈췄다.


“쉬이이이이.”


조용히 하라는 뜻을 표한 노인이 자신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분장이 지워지며 뽀얀 피부가 점점 드러났다.


“너...”


“쉬이이.”


그녀였다. 칠대 악인의 공동전인 악유어. 그녀가 변장을 한 체 나타난 것이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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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6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9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1 18 15쪽
»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6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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