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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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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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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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본 모습

DUMMY

악유어가 보기엔 용운휘에게 승산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저 이 지경에 이르러서 검을 찾는 용운휘에게 자신도 모르게 이끌렸을 뿐이었다.


‘후우.’


그녀는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압도적인 힘.


게다가 자신의 경공을 능가하는 빠르기까지.


도무지 길이 보이질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광인이 아닌가. 자신 있는 머리와 화술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서 용운휘는 무서운 게 없다는 듯이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머저리 자식.’


그녀는 저절로 욕이 나왔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바랬다. 그가 기적이라도 일으킬 수 있기를.


용운휘가 검을 빼들자마자 검이 번쩍였다. 그를 금방이라도 곤죽으로 만들 것 같은 장력이 두 갈래로 갈려지자 입을 열었다.


“이제 제대로 해보자고.”


‘제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빌었다.



용운휘는 연신 검초를 펼쳤다. 결코 눈앞의 괴물에게는 굴하지 않겠다는 원초적인 분노 때문이었다. 그렇게 연거푸 상대의 발휘하는 장력을 파훼할 때마다 조금씩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건...’


그것은 의아함이었다. 상대가 내뿜는 기세를 보면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아니 강해야 했다. 하지만 대적하면 할수록 무언가 느껴지는 기세와는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격렬하긴 해도 강하진 않다.


딱 그 느낌이었다.


“제...법이구나.”


교주는 자신의 장력을 연거푸 받아내는 용운휘가 뜻밖이었는지 감탄의 말을 늘어놓았다.


“약해.”


“무...뭐라고?”


“약하다고 너. 차라리 요전 황산에서 싸웠을 때가 더 강했어.”


“...마...말도 안 되는 소리.”


교주가 내공을 끌어올려 다시 한 번 장력을 후려 갈겼다. 그녀가 아직 온전한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저 눈앞에서 자신을 반항하는 존재에 대한 분노였을 뿐.


교주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이번에는 육 성의 내공을 담은 장력이었지만 그것 또한 용운휘가 음양개천을 펼치자마자 파훼되었다.


교주는 그저 멍하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았다.


용운휘는 지금이 되어서야 실감했다. 무인이라도 해도 허물을 막 벗었을 때 얼마나 취약해지는지. 사도명의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지 십분 이해가 가능했다.


상대는 그저 많은 양의 내기가 뜻도 목적도 없이 방출할 뿐이었다. 초의가 없으니 응당 의념도 없었다.


기회였다.


용운휘의 검세가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발짝, 한 발짝.


해일처럼 덮쳐오는 경력은 금방이라도 용운휘는 물론 창고 안을 전부 날려버릴 것 같았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점차 다가오는 용운휘에게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교주도 장법과 장법 사이에 시간을 두지 않게 되었다. 순식간에 세 번, 네 번의 장법이 펼쳐졌지만 용운휘의 검은 그 장력들을 모두 가르며 다가왔다.


“크으으으으.”


교주의 입에서 마침내 곤혹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날카롭게 닦인 의념이라는 비수. 지금의 용운휘는 최고조였다. 비록 몸 상태는 최고조가 아닐지라도 집중과 의지는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다.


“크아아아아아”


흉성이 발작하기라도 한 듯 교주가 지척에까지 다가온 용운휘를 향해 연신 내력을 방출했다.


“안 돼...그런 식으로는.”


용운휘가 처음으로 공세에 나섰다. 방어를 위한 검초가 아닌 처음으로 상대를 꺾기 위한 검초였다.


쏴아아악!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검광이 교주의 몸을 양단할 것처럼 번쩍였다.


한순간에 펼쳐진 공방.


“베...베었나?”


구석에서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던 악유어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흘러나왔다. 교주는 격돌이 펼쳐진 곳에서 이미 훌쩍 벗어나 있었다. 벽에 살짝 몸이 박힐 정도로 물러나 있는 것을 봤을 때 교주가 느낀 위기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르르륵.


벽과 한 몸처럼 서 있는 교주의 몸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쳇.’


이것으로 승부를 지으려던 용운휘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뒤로 도망쳤군.”


“아...아냐.”


“아니긴. 고작 한 번의 격돌이 무서워 도망친 주제에. 그 제정신이 아닌 머리로도 승산이 없다고 느낀 거지.”


“으으으으으으.”


“이제 마무리 짓자고.”


용운휘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승리를 자신한 모습 그대로였다.


“크으으으으으.....우와와아아아아아아아아.”


교주가 마침내 쌓아온 흉성을 괴성과 함께 터트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분열이라도 하듯 마구 뒤흔들렸다.


“흥.”


용운휘는 오늘 최고의 검격을 휘둘렀다. 능히 저 마녀의 목을 벨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일격이었다..


파아아앗!


“읏?”


요녀의 허리를 그대로 두 동강 내버릴 듯 했던 검이 갑자기 멈췄다.


지이이잉!


교주가 허리를 숙인 채 검날을 손바닥 사이에 반탄기공을 형성해 받아낸 것이다.


“하압!”


검을 쥔 용운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검날과 기공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베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


촤악.


그렇게 줄다리기가 이루어지는 동안 교주의 양손바닥이 마침내 검날에 직접 닿았다.


우우우웅!!


교주가 천근추의 수법으로 그대로 검을 누르자 검을 쥐고 있던 용운휘 속에서 뼈소리가 흘러나왔다.


뿌드득.


“크읍.”


마치 천근의 무게에 검 째로 짓눌리는 느낌에 용운휘가 신음을 내뱉었다. 위기감을 느낀 용운휘는 발차기를 곧장 교주에게 날렸다.


“하압!!”


퍼억!


용운휘는 분명 명치에 발차기가 꽂혔다고 생각했다.


‘어?’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공중에 떠 있는 채였다. 용운휘는 자신이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콰당.


“큽.”


‘어떻게 된 거지?’


고통은 크지 않았기에 바로 일어난 용운휘가 상황을 살폈다.


“난폭한 사내로군.”


“?!”


용운휘는 교주에게서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 떨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너...”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로군.”


“처음?”


“만나서 반갑다고 해야 되려나?”


“무슨 개-”


교주가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봤을 뿐인데 용운휘는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위압감과 두려움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무례한 말은 삼가주었으면 좋겠군. 아무리 그래도 일교의 교주니까 말이야.”


“...”


용운휘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이 상황을 보고 있던 악유어가 입을 열었다.


“이중...인격?”


“흐음.”


교주가 악유어에게 고개를 돌리자 악유어는 금세 입을 다물었다.


“이중인격이라...그것과는 조금 달라. 내 안에 있는 이들은 더 있으니까.”


‘다...다중인격.’


악유어의 머릿속에 사영공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태아를 대가로 만마의 주인이 되나 결국 그 주인은 스스로를 잃어버렸도다.

그렇게 자신을, 모든 것을 잃어버렸기에 사영공(事嬰功)은 이렇게도 불리노라.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마공이 마공으로 불리는 이유는 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성에 빠져 종국에는 수련자가 인성마저 상실하기에 마공인 것.


생각해보라. 압도적인 무력의 소유자가 미치광이라면 그것만큼 두려운 것이 어디 있는가.


“으으.”


악유어는 떨었다. 지금의 교주는 더 없이 평온한 상태로 보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무서웠다.


마치 폭풍이 치기 전의 고요함이랄까. 저 평온해 보이는 가죽을 벗겨내면 그 안에는 차마 상상조차 힘든 광기가 도사리고 있으리라.


그 증거로 그녀와 비슷한 느낌을 용운휘도 느끼고 있었다.


“정식으로 인사 하지. 나는 일월신교 제 십일 대 교주 한왕려(韓㞷戾)라네.”


용운휘는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 텅 비어있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흉험함에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검을 들려고만 하면 환상이 보였다. 자신의 몸이 난도질당하는 환상이.


‘제...길...’


“이렇게 나온 것은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군 그래.”


“이쪽은 최악이다.”


용운휘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하....하하...하하하.”


한왕려는 무엇이 그리 웃긴지 조금씩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은 마침내 광소가 되었고 마치 방은 물론 산이 부셔지라는 듯이 점점 커졌다.


“크으윽”


용운휘와 악유어는 내공으로 심맥을 보호하며 웃음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입에서 광소를 터트려도 한왕려 그녀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훤히 드러난 눈동자는 기이한 광기만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재미있어. 본 교주의 앞에서 언제까지 그렇게 뻗댈 수 있을지 아주 궁금해.”


그녀가 거짓말처럼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시끄럽군. 차라리 남자 목소리로 떠들던 때가 나았어.”


씰룩.


용운휘의 조롱에 한왕려의 볼 한쪽이 씰룩였다.


“삼 초. 본 교주가 지금부터 펼치는 삼 초를 버텨낸다면 너희를 풀어주마. 허나...받아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여주기를 소망할 만큼의 고통을 선사해주마.”


한왕려가 싸늘한 일갈을 날렸다. 그 음성을 들은 두 명은 마치 목덜미에 칼이 닿은 듯한 공포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부르르 몸을 떨던 용운휘가 검을 움켜쥐었다.


죽음과 직면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공포와 위압감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이미 자신은 한번 죽었던 몸이었다. 다시 태어나서도 강호에 뜻을 둔 자가 눈앞의 강적에게서 도망갈 수는 없었다.


무인으로서의 업. 무림인으로서의 숙명(宿命)이었다.


용운휘가 가볍게 내공을 운기하며 몸을 풀었다. 검을 강하게 움켜잡은 채로 천천히 들어올렸다.


“준비는 끝난 것 같군. 그럼...”


한왕려는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털어내듯이 팔을 휘둘렀다. 좀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


무형의 강기가 유형화(有形化)되어 그물처럼 펼쳐졌다. 용운휘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자신의 몸은 이 방안을 전부 분쇄해 버릴 듯한 강기에 맞서 몇 개의 검초를 펼쳤다.


용운휘는 음양개천, 청룡파미, 청룡탐조 세 개의 초식을 연거푸 펄치고 나서야 장력의 중앙을 잘라낼 수 있었다.


콰콰콰쾅!!


하지만 강기는 강기. 잘라진 강기가 용운휘의 뒤로 떨어지며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푸하학.


“컥.”


허나 용운휘가 강기를 받아내기 위해 치른 대가는 컸다. 강기를 모두 상쇄시키지 못하고 몸 곳곳을 적중당한 탓에 내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입에서 폭포수 같은 선혈을 뿜어냈다.


“흐음...”


설마하니 자신의 강기를 받아낼 줄은 몰랐던 한왕려는 신음을 흘렸다.


“용케 일 초는 받아냈다만...삼 초까지 갈 것도 없겠군.”


“...”


“자 이제 이 초다.”


들려오는 한왕려의 목소리에 용운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초, 앞으로 이초였다. 이 내기의 승자가 누가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용운휘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검기혼탈무에 집중하는 것뿐. 그의 눈빛은 여전히 전의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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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독대 +1 24.06.03 355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7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7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5 14 12쪽
» 56화 본 모습 +2 24.05.25 425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3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8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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