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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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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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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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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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무림맹의 회의

DUMMY

강호의 중심이라고 칭해지는 무림맹. 강호의 구중심처라고 일컬어지는 그 곳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주함을 보이고 있었다.


맹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군사 사광몽은 군사부에서 맹의 중진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맹 밖에 있거나 혹은 강호를 떠돌고 있는 무인들이었기에 군사부가 마련한 자리는 공석들이 많았다.


오십 오개의 자리 중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오셨습니까.”


사광몽은 군사부의 의사청(議事廳)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정중히 맞이했다. 기실 무림맹주의 직속으로 맹주의 흉중을 살피는 그가 맹의 실질적인 이인자라고도 말할 수 있음에도 그의 행동거지는 그의 위상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오히려 그가 맹 내에서 경원시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좋게 보면 공무만을 생각하는 청렴결백한 군사라고 말하겠지만, 정반대로 말하자면 그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했다.


특히나 속이 검은 무림맹의 인사들에게 있어선 거북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지극히 올바른 길을 걸으려고 하는 그를 대하고 있으면 마치 자신의 속내가 거울에 비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불쾌하기도 하거니와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격언이 떠오르기에.


군사로 취임한 이후 한 번도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흉중을 뉘라서 알 수 있겠냐는 의문도 그 같은 감정에 한몫했다.


그런 그가 자리에 일어서서 정중하게 맞이하니 상당수의 인사들은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벌써부터 이렇게 밑밥을 까는지 하는 마음에 속으로 한숨을 쉬는 이부터, 사광몽을 지나치면서 인상을 찡그리는 이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닳고 닳은 노회한 무림의 노강호들이 감정을 대놓고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거, 오랜만에 뵙는 구려”


“요전에 생일잔치 할 때 보지 않았나?”


“아. 그랬소? 요새 늙어서 그런지 기억도 잘 안 나서 말이오.”


“그보다 이렇게 다 불러 모은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낚시질이 좋아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귀 하나는 열어두라고.”


“하하하.”


두 노인의 대화에 다른 이가 끼어들었다.


“어옹께선 여전하십니다. 그래.”


“평생 물고기 잡으며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달리 산다면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소리밖에 더 되겠나?”


“하하. 제가 실언을 했군요.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장로원에 든 두 명을 상대로 말을 올리고 있는 이는 종남의 순양자였다. 삽십 대로 보이는 순양자는 넉살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러나?”


“아무래도 마공이 강호에 흘러나온 것 같습니다.”


“마공이라...드물지만 아주 없는 일도 아니었지 않나. 그게 이만한 이들을 죄다 불러 모을 일은 아닐 텐데...”


“그냥저냥 흔히 볼 수 있는 마공이라면 그랬겠죠. 허나 그런 마공 중에 으뜸이라는 불리는 것이니 군사께서도 작정한 듯 싶습니다.”


“마공 중 으뜸? 그런 게 있었던가?”


어옹이라 불린 늙은이는 머리를 긁으며 생각을 떠올렸다.


“으이고. 이 친구야. 자네가 강호인이 맞기는 한 가. 탐영혼륜공을 몰라? 그러고도 무림맹의 장로라고 으휴.”


“흠...탐영혼륜공이라...”


어옹이 자못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


잠시 생각하던 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라면 지금 이렇게 모일 때가 아니잖아. 바로 나가서 때려잡아야지.”


“그렇지 않아도 백량문이 이미 나갔어 이 친구야.”


“뭐? 그 놈이?”


느긋하던 어옹의 어조가 높아졌다.


“백량문의 일이라면 쌍심지 켜는 건 여전하구만. 이미 삼십년이나 지났어 이 친구야.”


“자네 내 조간(釣竿)에 한번 베이고 싶나?”


“...”


어옹의 살벌한 말에 마주하고 있는 노인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떠드는 세 명처럼 의사청에 모인 이들은 주변에 앉아있는 이들과 떠들기 바빴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중 군사부의 입구에서부터 맹의 중진들을 맞이하던 사광몽이 의사청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오실 분이 없는 것 같군요. 다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음.”

“오랜만이오.”

“군사께선 어째 늙기만 하는 것 같소?”

...

..

.


모인 이들의 입에서 다양한 인사가 쏟아져 나왔다. 사광몽은 인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위가 조용해지자 바로 입을 열었다.


“사태가 긴급한 까닭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잡담의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들어가는 사광몽의 모습에 고개를 돌리고 혀를 내두르는 이도 있었다.


일체의 틈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은 소문 그대로였다.



***



“해서 본 맹은 남궁세가와 개방의 조력을, 거기에 더해 산서의 젊은 고수를 초빙해 용모파기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사광몽의 짧고 명료한 이야기가 끝나자 자리에 있던 이들은 사태를 대부분 이해했다. 하지만 해소되지 않은 의문도 생겨났다.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군사의 말씀은 언제나 그렇듯이 간단명료해서 이해하기는 쉬웠소. 헌데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어 몇 가지 묻고자 하는데 괜찮겠소?”


“맹의 중추이신 분들께서 의문이 있다고 한다면 응당 제가 대답해드려야 할 일이지요.”


“으음...솔직히 말해도 되겠소?”


“예, 물론.”


“내 솔직히 말하건대 군사께서 너무 필요이상으로 경계하고 있지 않나 싶소. 굳이 맹의 중진들을 이렇게 불러 모을 일이 아니라, 그저 맹의 무력단을 반 정도 보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오만...”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허나 강호에서 수위로 꼽히는 마공의 수련자입니다. 거기에 세를 헤아리기 힘든 사교집단까지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지난 수십 년 동안 없었던 강호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 제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부디 헤아려주시기를.”


맹주의 직속인 군사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해오자 말을 꺼낸 중년인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 고개를 한 번 휘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맹의 대소사는 물론 강호의 정기까지 수호하려는 군사의 그 신중함을 내가 어찌 모르겠소? 허나 좀 전에 말한 산서의 젊은 고수가 그 마인에게서 도망쳤다 하지 않았소? 내 생각에는 아무리 마공이라 한들 뿌리내리는 텃밭이 약하다면 그 한계가 있다 생각하오. 그러니 그 젊은 고수하나 어쩌지 못 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물론 강호에 나타난 젊은 고수가 그 마인을 마주하고도 도망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자세히 모르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위협이 아니라고는 해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으음...”


말을 꺼낸 중년인은 사광몽의 논리정연한 말에 대꾸할 말이 없어 신음성을 흘렸다. 그렇게 한 중년인이 질문이 끝나자 이번에는 노인 한명이 손을 든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군사. 이 늙은이도 궁금한 것이 있소만.”


“예.”


“군사께서는 이 사태가 장기화되리라고 예측하고 계시는 거요? 내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군사를 지켜봐왔지만 군사께서는 언제나 미래를 대비해 움직여왔소. 이렇게 우리들을 소집한 것도 그런 포석의 일환이라고 받아들이면 되겠소?”


“...어디까지나 만약의 상황을 위한 대비입니다. 혹 지금 달아난 마인이 후에 재앙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를 상황이니 여기 계신 분들에게는 상황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음. 신산이라 불리우는 군사께서 그리 말씀하니 내 할 말은 더 없소.”


사광몽은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의사청에서의 회의를 끝마쳤다. 한없이 길어지는 맹의 다른 조직들의 일처리와는 다른 그 다운 처리였다.


사광몽은 곧 이어 부하들을 소집해 황산으로 보낼 파발마와 각종 서신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군사부에 모였던 맹의 중진들은 삼삼오오 모여 군사부를 떠나기 시작했다.



***



“허 참.”


“왜 그러나?”


군사부에서 걸어가던 한 장한이 탄식을 터트리자 옆에 있던 텁석부리 장한이 물었다.


“불쾌해서 말일세. 산서같은 변방의 애송이를 맹에 부른다니. 전례가 없는 일이지 않나.”


“그야 어쩌겠나. 맹주 직속의 군사께서 하시는 일인데.”


“쯧...마음에 들지 않아. 그 애송이 이름이 용운휘였나? 어디 듣도 보도 못한 문파의 애송이를 맹의 이름으로 정식으로 초빙한다니. 그럼 구대문파는 물론 다른 중소문파들의 신진고수들이 뭐가 되겠나.”


“그거야 그렇지만...마공을 익힌 자를 유일하게 목격한 자가 아닌가. 명분이야 없는 건 아니지.”


“아냐. 이렇게 넘어가선 안 될 일이야. 혹시 이게 군사가 파벌을 늘리려고 하는 묘수일지도 몰라.”


“이 사람. 무서운 소릴 하는군. 군사가 어디 그럴 사람인가.”


“자네도 참 사람이 참 순진하군. 그래서 내가 자넬 좋아하는 거지만. 자네 말처럼 군사가 한 번도 자신의 욕심을 드러낸 적은 없었지. 하지만 그렇기에 무서운 법이라네.”


“...”


“사람인 이상 욕심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어. 그것은 아무리 자네라도 이해하는 일 아닌가.”


“그야...그렇지.”


“헌데 만약 군사가 여태까지 인간처럼 굴지 않았던 것이 그 무서운 심계 속에 있었던 일이라면? 그 뒷감당을 어찌 하겠나. 안 그래도 각 파들이 맹에서의 권한을 놓고 각축전을 매일 같이 벌이는데. 군사가 제대로 된 파벌을 만들어 끼어들기라도 하면 답도 없는 상황이란 말일세.”


“그렇지만 뭘 어쩌겠나. 군사부의 이름으로 초청을 하는 건데.”

“단순한 용모파기를 위해 맹에 초빙할 필요가 어디 있나. 그냥 솜씨 좋은 화공이나 한 명 붙여주면 되는 것을.”


“그렇다면 자네 말 뜻은...”


“적어도 강호를 다스리는 맹이 싸구려가 돼서는 안 될 일이지. 그런 애송이 하나 훈육하는 것이 어렵겠나?”


“...난 못들은 걸로 하겠네.”


“하하하. 그야 그렇지.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거고.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세.”


“...자네가 사는 거지?”



저승에는 아귀도(餓鬼道)가 존재한다고 한다. 생전에 죄를 지은 자가 아귀도로 떨어져 아귀가 되고 이윽고 걸신이 들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지옥(地獄)이 바로 아귀도라 할 수 있다. 만약 아귀도가 현세에 존재한다면 그 중에 하나는 필시 무림맹 일터.


온갖 권력암투가 벌어지는 그 곳은 말 그대로 복마전(伏魔殿).


무림맹을 조금이라도 아는 자들은 맹을 그리 부른다. 인세에 펼쳐진 아귀도라고.


권력이라는 번뇌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은 자. 절대 맹에 들지 말지어다. 무림맹에는 괴물이 산다. 바로 권력이라는 괴물이.



***



“다 와가는군.”


호북성 무한에 근처에까지 도착한 백량문이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쯤에 선이 있는데 보이는가?”


백량문이 용운휘에게 말을 걸었다.


“예.”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길게 이어진 선이 모두 맹이라네.”


“...마치...긴 성벽에 둘러싸인 것 같군요.”


용운휘가 감탄을 터트렸다.


“성이라...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근처에 객잔을 잡아놓았으니 머물고 있게나. 내 군사부에 기별을 넣어두고 오지.”


“예.”


백량문은 일행에게 인사를 전하고 바로 맹으로 향했다. 군사의 말대로 용운휘를 데려왔으니 맹에 정식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통행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떻소?”


사공헌이 용운휘에게 다가와 물었다.


“뭐가?”


“맹을 보니 어떠냐는 말이오. 내 눈이 확실하다면 소협도 맹에 관심이 있을 터.”


“관심이라...”


“내 말이 틀렸소?”


“아니.”


“하하하. 역시나. 그래서 소감은? 어떻소.”


“지금은 홀로. 다음에는 홀로 오지는 않을 것이고.”


“하하하하하.”


사공헌은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용운휘가 한 말이 너무나 기분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인으로서 맹에 들지만 다음에는 소속한 문파와 같이 맹에 들겠다는 그의 솔직한 말이 유쾌했다.


사공헌은 눈앞에 있는 이가 그럴 만큼의 능력과 운을 분명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와 거래를 이미 텄으니 그로선 기쁠 따름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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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백량문 +1 24.06.08 257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3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5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6 12 11쪽
»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89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4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0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5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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