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퇴마 백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호옷
작품등록일 :
2024.03.24 08:11
최근연재일 :
2024.04.03 17: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63
추천수 :
2
글자수 :
56,740

작성
24.03.24 18:20
조회
37
추천
0
글자
12쪽

1화.

DUMMY


“휴...”


새벽 2시, 물류 센터 안에서 차강준은 가게에 납품해야 할 식자재 물품들을 트럭에 옮기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정말 힘도 강하고 체력도 좋네.”


일을 도와주고 있던 물류 센터 직원이 차강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차강준은 40kg 나가는 쌀 2개를 겹친 후, 자신의 가슴까지 들어 올려서 트럭 화물칸에 쌓고 있었다.

보통 운동을 해서는 나오는 힘이 아니었다.


“빨리 실어야 일이 일찍 끝나지 않습니까?”


차강준은 계속 식자재 물품을 트럭에 실었다.

그렇게 무겁고 많은 식자재 물품을 실어 나르는데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13살 때부터 현재까지··· 14년 동안 하루에 5시간씩 유산소, 근력 운동을 빠짐없이 했기 때문이었다.


“...내일 낮에 회식하려고 하는데 강준씨도 오지 그래?”


물류센터 직원이 말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차강준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인간관계는 방심을 유발한다. 특히 술을 마시면 더더욱 그 방심이 증가된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몸 단전에 들어 있는 영력과 기공력. 그 능력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심을 해서 그 능력을 조금이라도 발산했다가는 냄새를 맡은 악의 영혼들이 공격할 수도 있었다.


“시작해 볼까.”


물품들을 트럭 화물칸에 다 실은 후 차강준은 트럭을 몰기 시작했다.

식자재를 배송할 곳은 10군데.

배송을 다 끝내면 아침이 되었고, 차강준은 밝은 곳에서 잠을 자야 안심이 되었다.

그가 새벽에 일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귀신들이 제일 활동을 많이 하는 축시(丑時)에 잠이 들면 이따끔씩 찾아오는 악몽.

그 악몽에서는 수많은 망자들이 차강준을 보며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휴, 뭐 좀 먹고 해야겠다.”


가게 5군데를 배송 하자,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차강준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편의점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은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아무래도 사장 같아 보였다.

수척한 모습에 눈 밑에는 다크써클이 진하게 올라와 있었다.

차강준은 그런 남자의 모습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망자(亡者)···


차강준은 사장 등에 매달려 있는 망자를 곁눈질하고는 라면 코너로 이동했다.

회색빛의 반투명한 망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 망자의 모습은 사장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편의점 사장의 아들이겠지.

원혼은 아니고, 구천과 귀문에 가지 못한 갈 길 잃은 영혼이었다.

떠나기 싫은 강력한 소망이 저 남자를 망자로 만들어 아빠의 곁에 머물게 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피곤한 상태로 지내겠군.


이유 모를 피곤함.

사장의 등에 망자가 계속 붙어 있는 한 사장의 피곤은 계속 지속된다.

사장은 아들이 자신의 등에 매달려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생을 마감할지도 몰랐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드문드문 차강준에게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 올랐다.

저런 망자라면 차강준의 실력으로 쉽게 퇴마할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참아냈다.

퇴마를 하지 말라는 엄마와의 약속도 있었고, 더 이상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았다.


“빵이나 먹어야겠군.”


편의점 안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이내 계획을 바꾸었다.


삑- 삑-


“사천원입니다...”


계산을 하는 편의점 사장.

사장의 등 뒤에 매달려 있는 아들 망자는 두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사장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저 두통이라 생각하겠군.


차강준은 빵과 우유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 트럭으로 이동했다.


다 자기 업보일 뿐이다···


차강준은 다시 한 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살아생전에 아들 망자와 편의점 사장의 관계는 좋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망자의 탄생 배경은 높은 확률로 어떤 원한이 있었다.

그 원한이 아주 작을지라도 말이다.


“일이나 하자...”


트럭으로 이동하는 차강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거부라도 한 것 같은 죄책감.

트럭에 올라타는 그의 뒷모습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


해가 뜬 아침.

악몽이라도 꿀까, 차강준은 암막 커튼도 없이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이 깨기 10분 전··· 그는 한 꿈을 꾸게 되었다.


“살려줘...”


어두운 방 안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아닌 차강준의 동생 차유미였다..

차유미 앞에는 사람 형체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는 그림자는 서서히 차유미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된 거냐, 차유미]


차강준은 이곳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시점은 3인칭인 카메라 시점.

마치 TV를 보듯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지몽이구나.


차강준이 꿈속 안에서 꿈을 자각한다면, 현실에서 그 꿈과 같은 비슷한 일이 반드시 일어났다.

즉, 이 모습은 동생의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었다.


“읔...”


검은 그림자는 두 손으로 차유미의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공중에서 발버둥을 치면서 차유미는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는 압박을 풀려고 노력하지만, 검은 그림자의 두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준 오빠... 살려줘...”


목이 졸린 상태에서도 동생은 마지막 남은 혈육인 오빠를 찾아댔다.


“컥...”


결국 눈을 감으며 고개를 축 늘어트린 동생.

그러면서 꿈이 끝났고 차강준은 눈을 번쩍 떴다.


“헉... 헉...”


잠에서 깨어난 차강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필시 이 불행한 일은 동생한테 일어난다.

바로 차강준은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 띠리리리-


3개월 만에 동생에게 하는 전화.

1년 6개월 전만 해도 동생과 같이 살았지만, 스무살이 된 동생의 대학 위치 때문에 둘은 떨어지게 되었다.

차강준은 그렇게 홀로 사는 동생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스무살. 어리다고 볼 수 있는 나이였지만 차유미는 성격이 당차고 저돌적이었다.

거기에 싸움도 잘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엄마의 걸크러쉬한 성격을 꼭 빼다 닮은 것이겠지.


전화 신호가 몇 번 가더니 동생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무슨 일이야?”

“너, 대학교는 잘 다니는 거지? 요새 무슨 이상한 일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차강준의 말에 수화기 저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목소리가 나왔다.

감이 좋은 차강준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뭔가 있어.


“무슨 일은... 학교 잘 다니는데.”


미세하지만 기죽은 동생의 목소리.


“솔직하게 얘기해야해. 오랜만에 꿈을 꿨는데 굉장히 안 좋은 꿈이다.”

“아...”


귀신이네. 귀신.

차유미는 뜨끔, 했다.

오빠의 예지몽은 거의 다 맞아떨어졌다.

지금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무슨 꿈이길래 그런데?”

“그냥 안 좋은 꿈이야. 요즘 뭐 하고 있는지 사실대로 얘기해.”


이 정도면 이미 오빠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꿈에서 그 모습이 나왔다던가.

할 수 없이 차유미는 진실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 퇴마소 차렸어.”


역시···

차강준은 큰 한숨을 쉬었다.

동생 차유미의 몸속 안에도 기공력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동생의 기공력은 아주 적었다. 더구나 어렸을 때 동생은 퇴마 실습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장 그만둬. 엄마 유언도 그렇고 너 진짜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거니까.”

“오빠, 나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주위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고. 그들은 그대로 영문도 모른 채 죽고 있다고.”

“......”

“...엄마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을 원치 않을 거야. 오빠도 알잖아. 엄마가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는 사실을...”


엄마는 가난한 사람을 퇴마해 줬을 때는 무료로 해주기도 했었다.

퇴마를 하고나서 오히려 병원비까지 준 적도 있는 엄마.

차가운 퇴마사지만, 정이 많기도 한 차씨 남매의 엄마였다.


“멈추는 게 좋아. 꿈이 너무 안 좋다...”

“대체 무슨 꿈이길래 그래?”

“차유미... 네가 죽는 꿈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농담을 잘 하지 않은 오빠였다.

오빠가 여태껏 꿈 이야기를 하며 조심하라고 했던 적은 2번.

2번 모두 안 좋은 일이 일어났고, 모두 다 조심해서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죽음이라니···


“에이, 너무 과하잖아. 엄마랑 약속 때문에 나 퇴마 못하게 하려고 하는 거지?”

“정말이다. 당장 그 일 멈춰야 해. 조만간 일어난다.”

“오빠가 아무리 말려도 나는 내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할 거야. 아, 나 볼일 있어서 끊어야겠다.”


차강준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엄마를 닮아서 고집이 센 동생은 한 번 한다는 일은 좀처럼 멈추지 않으니까.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 퇴마소 주소 찍어줘 봐. 가게 개업 기념으로 축하 선물 좀 가지고 갈 테니까.”

“오~ 웬일이야. 알겠어. 메시지로 여기 주소 보낼게.”


곧 스마트폰으로 주소가 도착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어떻게든 동생의 죽음을 막아야 했다.


***


일을 마친 차강준은 집으로 가지 않고 트럭을 수원 쪽으로 이동시켰다.

얼마 있지 않아서 동생이 운영하는 퇴마소에 도착했다.

퇴마소는 상권이 있는 곳이 아니라, 동네 길가에 있는 허름한 2층 건물이었다.


“어차피 의뢰는 거의 없으니까...”


신당을 운영했던 어머니도 이런 곳에서 사람들의 의뢰를 받았다.

엄마가 운영했던 가게는 ‘천하대신당’에서 지금 이 가게의 이름은 ‘천하퇴마소.’


차강준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건지, 안에서는 기척이 전혀 없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차강준의 뇌리에 불길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스마트폰을 들어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얼마 있지 않아서 동생의 음성이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많이 해.”

“지금 어디야? 너 설마 퇴마하러 가는 건 아니지?”

“진짜 귀신이네 귀신! 그건 어떻게 알았대.”


차강준의 입에서는 저절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당장 멈춰!”


차강준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동생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빠가 뭐라고 해도 난 이 일을 할 거야. 그러니까 신경 끄셔.”


차유미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어떻게든 말려도 언젠가 어떻게든 퇴마를 할 아이다.

이런 동생을 절대로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차강준은 깨닫고 말았다.


“하... 유미야, 약속할 게 있어.”

“무슨 약속?”

“절대 혼자 퇴마하러 가지 말 것. 꼭 나와 함께 할 것.”

“응...? 어? 그럼 내 파트너가 된다는 거야?”


결국, 차강준은 단념했다.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건가?

어쩌면 동생에 관한 예지몽은 계시일지도 모르겠다. 퇴마를 다시 하라는 계시.


“그러니까 일단 돌아와서 같이 가자.”


전화를 끊은 차강준은 실로 오랜만에 단전에 있는 영력과 기공력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네.


동생과의 약속을 하자, 그동안에 묵혀 왔던 심한 두통이 가시는 것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현대 퇴마 백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ㅜ 5월에 헌터물로 오겠습니다. 죄송해요ㅜㅜ(냉무) 24.04.04 16 0 -
11 10화 24.04.03 15 0 11쪽
10 9화. 24.04.02 19 0 12쪽
9 8화. 24.04.01 15 0 12쪽
8 7화. 24.03.30 13 0 13쪽
7 6화 24.03.29 17 0 15쪽
6 5화. +1 24.03.28 19 0 12쪽
5 4화. 24.03.27 20 0 12쪽
4 3화. 24.03.26 26 0 12쪽
3 2화. 24.03.25 27 0 11쪽
» 1화. 24.03.24 38 0 12쪽
1 프롤로그 24.03.24 55 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