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퇴마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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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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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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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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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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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자동차에 내린 차씨 남매는 전원주택으로 다가가 벨을 눌렀다.


딩동- 철컥.


현관문이 열렸고, 열린 문틈으로는 수척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의 의뢰자였다.


“퇴마사님들이시죠...? 정말 잘 오셨어요. 얼른 저희 딸 좀 살려주세요.”


의뢰자는 두 손으로 차유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길에서 딸을 살려야 하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금방 원래대로 돌려놓을게요. 걱정마세요.”


차유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때문인지, 의뢰자의 굳은 표정은 잠시나마 풀어졌다.


“얼른 들어오세요.”


의뢰자를 따라서 집안으로 들어간 차씨 남매.

들어가자마자 거실에는 눈에 띄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게 빙의 된 소녀가 먹는 양인가.


차강준은 큰 거실에 쌓인 라면, 과자, 간편 음식 등 수십 개의 음식물 박스들을 바라보았다.


“놀라셨죠...? 저 음식들 모우 우리 아이가 삼일 만에 먹는 양이랍니다...”


저 음식들이 대체 어떻게 인간의 몸 속에 모두 다 들어간단 말인가?

의뢰자의 표정이 한 층 더 어두워졌다.


“저, 따님에 대해서 물어볼게 있는데 질문 괜찮습니까?”


차강준은 녹음 기능이 켜진 스마트폰을 들며 말했다.

퇴마 실습을 나갈 때 엄마에게 배운 방식이었다.

데이터수집.

빙의 된 원인은 다양했다.

원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쌓인다면, 다음 퇴마를 할 때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얼마든지요...”

“따님 분이 저렇게 된 것에 짚이시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가령, 원한 살만한 일을 저질렀거나, 주위에 누가 죽음을 맞이했던가 같은 일이요.”


의뢰자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이상한 점이라면... 딸아이의 꿈이 방송 BJ였어요. 그런데 딱히 재주가 없어서 못 하고 있었죠. 그런데 20일 전, 산행을 갔다가 돌아온 딸이 갑자기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며... 그 이후부터 이상해졌어요.”


객귀에 의한 우연한 빙의인 건가...?

자세한 건 퇴마의식을 치른 뒤 의뢰자의 딸에게 물어봐야 할 듯싶다.


갑자기 의뢰자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딸아이 건강이 안 좋아서 여기에서 사는 건데... 갑자기 많이 먹길래 좋아했죠. 왜 아시잖아요. 내 아이가 많이 먹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제가 여기로 오자고 해서 이런 일이...”


빙의 당사자 주변인의 자책.

10년 전, 퇴마 실습을 했을 때 차강준은 이런 모습을 종종 봐왔다.

그때마다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지.

진짜 고통스러운 건, 빙의 당한 사람의 주변 가족이라고.


“바로 퇴마의식을 해야겠습니다. 따님분은 어디에 있죠?”

“2층 방 안에 있습니다.”


먼저 차강준이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고, 그 뒤를 차유미가 따랐다.


[우걱... 우걱...]


2층으로 올라가자, 살짝 열린 방문 틈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몹시 배가 고픈 돼지가 음식을 마구 먹어 치우는 소리 같았다.


“...오빠, 걸귀라서 쉽게 퇴마할 수 있겠지?”


짐승처럼 먹어대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좀처럼 겁이 없는 차유미의 감정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아마도 쉽게 퇴마할 수 있을 거야.”


원혼 중 걸귀는 최약체로 분류되었다.

먹는 것에만 집중하여 빙의된 당사자만 피해를 입을 뿐, 웬만하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약체인 만큼 흑마력의 양도 적을 것이다.


시대가 현대로 바뀌면서 패턴도 바뀌었지.


차강준은 어렸을 적 읽었던 퇴마 서적을 떠올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귀를 굶어 죽어 한이 맺힌 원혼이라 생각한다.

분명 그랬다. 어디까지나 옛날에는 말이다.

하지만 먹을 것이 풍족해진 현대에서 누가 굶어 죽겠는가?

패턴이 바뀐 현대 걸귀 탄생 배경은 먹지 못하는 고문으로 사람을 죽인다거나, 먹는 것으로 장난을 쳐서 죽인다거나 음식을 잘 못 먹어서 기도가 막혀서 죽는다거나··· 그렇게 걸귀는 진화했다.


“들어가자.”


차강준은 방문 손잡이를 잡고 거침없이 밀었다.

실로 오랜만에 원혼과 마주한 상황이었다.

긴장되고 떨릴 법도 한데 그의 표정은 일말의 흔들림이 없었다.

천성···

어쩌면 그는 이 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끼이익-


차씨 남매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이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스탠드에서 나오는 은은한 조명 때문에 방안의 모습이 보였다.

방안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 포장지 때문에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우걱... 우걱...]


의뢰자의 딸은 큰 상에 놓인 음식들을 마구 먹어대고 있었다.

한 손에는 과자를 가득 쥐고, 한 손에는 얼굴 크기만 한 빵을 쥔 상태로 정신없이 먹어댔다.


불쌍해...


차유미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미 동영상으로 봤지만, 그녀의 피폐한 모습을 실제로 보자, 상황은 더욱 끔찍했다.

해골 같은 얼굴, 삐쩍 마른 팔과 다리. 풀려있는 동공.

그녀의 모습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신경 쓰지도 않아. 유미, 너 결계는 칠 줄 알지?”


어렸을 때 배운 그대로였다.

먹는 것만 방해하지 않으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걸귀.


“알고 있어.”


차유미는 메고 있던 크로스백에서 복숭아나무 가지로 만든 금줄을 꺼내었다.

보통 볏짚으로 금줄을 만들지만, 복숭아 나뭇가지로 만들면 더욱 효력을 발휘했다.


“후...”


큰 숨을 몰아쉰 후, 차유미는 금줄을 들고 앞으로 이동했다.

걸귀 근처로 도착하자 걸귀 들린 소녀의 주위로 금줄을 동그랗게 쳤다.

혹시나 금줄의 끝과 끝에 틈이 나 있을까 마무리로 금줄을 매듭지었다.


즈즈즈...


둥그렇게 둘러진 금줄에서는 반투명한 금색 연기가 흘러나왔다.

금줄 결계가 완성된 것이다.


“사냥을 시작해 볼까.”


차유미는 오른발 앞차기로 음식들이 놓여 있는 큰 상을 올려 찼다.

그러자, 큰 상이 금줄 밖으로 날아가 뒤엎어지며 음식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그제야 소녀··· 아니, 걸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싸늘하다.


차강준은 방안의 공기 흐름을 감지해 냈다.

급격하게 주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

원혼의 기본적인 흑마력이었다.


[크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걸귀 들린 소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빙의된 그녀의 모습이 변해있었다.

눈동자가 없어져 흰자 밖에 안 보였고, 얼굴에는 실핏줄이 여러 갈래 올라와 거미줄 문신을 한 것만 같았다.


[내 먹는 것을 방해하는 버러지 같은 놈은 싹 다 죽인다.]


여자의 목에서는 나올 수 없는 걸걸한 목소리.

놈이 확실하게 정체를 드러냈다.


[크아아아아!!!]


갑자기 놈은 두 팔을 내밀고는 차씨 남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즈즈즈...


금줄에서 나오고 있는 오로라가 놈을 멈춰 세웠다.


[크아아아악...!!!]

즈즈즈...


결계에 막혀서 놈의 몸과 두 팔에서는 거무스름한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계를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귀.

놈의 모습은 투명한 랩을 뚫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감옥에 갇힌 생쥐 꼴이군.


결계에서 빠져나가는 걸귀의 모습을 본 차강준은 결계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결계(結界)

퇴마에서 결계는 아주 중요했다.

저런 식으로 놈들의 발을 묶어둘 수 있었고, 동시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역할,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했다.

반대로 자신 주위로 결계를 만들면 악의 영혼이 접근을 못하니까.


“내가 먼저 공격할게.”


차유미는 가방에서 꺼낸 퇴마건을 들고 조준했다.

일반 권총보다 약간 큰 권총으로 안에는 암염탄이 들어있었다.

암염탄 즉, 소금으로 이루어진 총알인데, 구슬 모형으로 된 총알이었다.

구슬 모형 겉으로 소금이 발라져서 원혼 사냥에 아주 유용했다.


‘조준... 발사!’


탕! 탕! 탕!


연달아 암염탄이 계속 날아갔고, 총알은 정확히 걸귀 들린 소녀의 몸에 맞았다.


팍! 팍! 팍!


암염탄에 맞은 놈의 몸에서는 연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몸에 연기가 많이 나올수록 놈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크아아아아악!!!]


암염탄에 맞으면 맞을수록 놈은 결계에서 빠져나가려고 더욱더 힘을 주었다.

놈이 힘을 줄수록 금줄에서 나오고 있는 황금 오로라가 약해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도 계속 기다리고 있는 차강준.


위기 상황··· 즉, 결계가 깨지기 전까지는 자신의 힘을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오랜만에 하는 퇴마 의식인 만큼 신중했다.

어렸을 때 퇴마 실습을 나갈 때 배웠던 것을 그대로 실행 중이었다.

원혼의 패턴은 인간의 성격처럼 너무 다양했다. 하긴··· 원혼 자체가 원래는 인간이었으니까.

패턴이 다양하기 때문에 즉,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오빠, 안 되겠어. 기공력을 사용할게.”


차유미는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기공력이 들어있는 청석(赤石)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석에서는 푸른 기가 조금씩 흘러나왔고, 그 기를 오른손으로 보냈다.

[기풍(氣風)]

기를 사용하여 장풍을 날리는 기공법.


“어리석은 망자여. 신성한 힘으로 내 그대를 멸하리라. 어서 소녀의 몸속에서 나오지 못할까!”


주문을 외운 차유미는 오른팔을 들었다.

그러자 오른손에서 흘러나온 푸른 기가 소용돌이치더니 이내 여의주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쉬이익-!


기소용돌이는 오른손바닥에서 빠져나가 걸귀를 강타했다.


[크아아악...!!!]


기풍을 맞은 걸귀 들린 소녀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두발자국 밀려났다.

몸 밖으로 연기가 더욱 배출되고 있는 걸귀.

또 한 번 기풍을 맞자, 놈의 얼굴에 난 실핏줄들이 미세하게 연해졌다.


잘하긴 하는데...


동생의 퇴마하는 방법은 퇴마의 정석이었다.

결계 안에 원혼을 가두고 원거리에서 마력을 쏘는 방식.

이 정도라면 걸귀 상대로 동생 혼자서도 충분히 퇴마를 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예지몽은 대체 무엇일까···?

여태껏 다 들어맞았던 차강준의 예지몽.

쉽게 풀려가는 듯 한 퇴마 의식이었지만 차강준은 그 꿈 때문에 더욱더 긴장했다.


쉬이익- 퍽! 쉬이익- 퍽!


차유미는 기공력을 끌어올려 계속 기풍을 날렸고, 놈은 맞을 때마다 연기를 더욱 내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후... 오빠 내 실력 어때? 이 정도면 곧 끝날 거야!”


퇴마 의식은 일단 원혼의 힘을 빼내야 한다.

걸귀 같은 경우는 힘을 빼놓은 다음 입속 안에 소금이 들어 있는 성수를 넣으면 퇴마 의식이 완료가 된다.

힘을 빼놓지 않는다면··· 빙의 들린 소녀에게 성수를 넣어도 그 성수의 효력이 현저히 줄어버린다.


쉬이이익- 퍽!


또 한 번의 기풍을 맞은 걸귀 들린 소녀.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갑자기 놈이 큰 소리로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악!!!]


포효를 하자, 소녀의 팔, 목, 다리 근육이 두꺼워지고, 얼굴에 난 실핏줄은 더욱 두꺼워졌다.

원래 보다 1.5배는 더욱 커진 근육.

놈의 이능은 근력이었다.


“이게 무슨...”


차유미는 당황했다.

암염탄과 기풍으로 놈의 힘을 소진시키고, 마지막으로 소금 성수를 놈의 입에 부어 넣으면 끝이다···

그렇게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


중급 걸귀라니.


원혼의 급수는 힘에 따라 하급, 중급 상급으로 나뉜다.

이승에서 오래 머물고 한을 많이 품은 원혼일수록 상급.

하급 걸귀는 저렇게 근육을 부풀릴 수 없지만, 중급, 상급으로 가면서 저런 괴력을 내뿜는다.


“역시 예상대로다.”


그제야 차강준은 기공력이 들어 있는 청석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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