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퇴마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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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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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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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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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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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A아파트. 105동 202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정장을 입은 남자가 202호의 벨을 눌렀다.

남자의 눈매는 날카로웠고, 얼음처럼 냉소적인 모습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를 보면 ‘기가 세 보이네’ 속으로 생각하며 피할 관상이었다.


딩동-


남자는 벨을 눌렀고, 잠시 후 202호의 문 앞에 달린 스피커에서 아주머니의 음성이 나왔다.

202호에 사는 주인은 며칠 전, 천하퇴마소에 물탱크 사건의 퇴마 의뢰를 했던 아파트 관리 위원회 회장이었다.


“누구세요?”

“아, 며칠 전에 퇴마 의뢰 문의를 주셨는데, 연락을 안 받으시길래, 직접 찾아왔습니다.”


아주머니는 5군데 가게에 퇴마 문의를 했었고, 결국 제일 가격이 싼 천하퇴마소에 의뢰를 맡겼었다.


“아, 제일 저렴한 곳에 의뢰를 했습니다.”


저렴한 곳···? 남자는 의문을 가졌다.

퇴마는 위험한 의식이다. 그러므로 비싼 가격에 의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실례지만, 얼마나 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6백만원이요...”


6백만 원이라···

확실히 싼 가격에 의뢰를 받았다.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돌팔이 무당에게 의뢰를 맡길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퇴마 의식은 성공 했습니까?”

“아마 성공한 것 같아요. 며칠 지나도 별일이 없는 거 보면...”

“혹시 퇴마의식에 대해 들으신 게 있나요? 가령... 어떤 령을 퇴마했는지 말입니다.”

“음... 물귀신... 아, 맞다. 수살귀라고 했었어요. 물탱크에 수살귀가 있었다고.”


아파트에 수살귀라니.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남자는 그 점에 대해서 바로 수긍했다.


“혹시. 그 퇴마한 곳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신당이나 퇴마소를 운영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천하퇴마소라고... SNS에 나와 있어요.”


천하퇴마소?

남자가 알고 있는 가게 리스트에 전혀 없는 퇴마소였다. 이 바닥은 좁은 세계였기 때문에 퇴마를 할 정도의 퇴마소라면 남자가 모를 리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스마트폰으로 ‘천하퇴마소.’를 검색했다.

SNS에 올려진 천하퇴마소의 정보. 퇴마사의 이름, 전화번호와 위치까지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차유미? 차강준?


둘의 이름 또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남자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자신의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아, 네. 지나가던 길에 의뢰 주문이 들어왔던 곳에 들렸는데 이미 퇴마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퇴마한 곳이 퇴마사 협회도 가입 안 되어 있고, 저희 조직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퇴마소더라고요.”

“신생 퇴마소라는 거지?”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한 번 영력도 측정해 보고, 다른 능력들도 있나 한 번 알아봐봐. 괜찮으면 바로 결사단으로 들어오라고 제의하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찰나, 여자는 남자를 불렀다.


“근데... 그 퇴마사 이름이 뭐야?”

“아, 차유미, 차강준 이라고 합니다.”


여자는 그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 잠시 말문이 막혔다.

차유미, 차강준.

이미 차씨 남매를 알고 있는 여자.

차씨 남매의 엄마인 천예슬과 예전에 퇴마 파트너였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여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아, 그쪽은 내가 직접 가볼게. 그 퇴마소는 신경 끄고 볼일 보면 될 것 같아.”


여자는 전화를 끊었다.

여자의 이름 이지연.

정부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초자연현상의 사건을 해결하는 조직 ‘결사단.’의 임원이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건가.


차씨 남매의 엄마 천예슬의 장례식장에 이지연도 갔었다. 그때 차강준을 만났고, 퇴마를 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었다.

···더 이상 퇴마를 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이지연은 한 번에 수긍했다. 억지로 하는 퇴마는 오히려 독이었으니까.


위기 상황인데, 잘 됐어.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퇴마사 한 명, 한 명이 귀중한 상황이었다.


***


훈련을 마친 차강준은 천하퇴마소 안으로 들어왔다.

폭염이 지속되는 나날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밖은 더웠다.

더위 때문에 훈련을 소홀히 할 법도 한데 오히려 차강준은 이 상황을 즐겼다.

극한의 상황이 더 강해지게 하는 법이지.


“오빠 왔어?”


차유미는 요가 매트에서 가부좌를 틀고 정신 수련을 하다가 눈을 뜨며 말했다.


“의뢰는 안 들어왔어?”


차강준은 간이 테이블에 있는 아메리카노 분말을 종이컵에 넣은 후, 그 안에 따뜻한 물을 넣었다.


“안 들어온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 건지...”


의뢰가 안 들어온다는 건, 세상이 평화롭게 돌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였다.


“후...”


차강준이 아메리카노를 음미하며 소파에 앉는 그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어라, 누구지?”


차유미는 귀를 쫑긋, 세웠다.

퇴마소를 개업하고 나서 직접 의뢰를 하러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철컥-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가죽 자켓을 입은 4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아, 여기가 퇴마를 하는 곳이 맞습니까?”


남자는 안을 쭈욱 둘러보며 말했다.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데.

금줄에 매달린 부적, 조상신의 동상, 촛불, 쌀, 부채, 돼지머리 등··· 그런 이상한 물건들이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는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네. 의뢰하러 오신 거죠? 여기 앉으세요.”


신속하게 차유미가 안내를 했고, 의뢰자는 소파에 앉았다.

차씨 남매와 남자가 마주 봤다.


“어떤 일로 오신 거죠?”


차강준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저는 형사입니다. 사건 조사를 하는데 아무리 봐도 풀리지 않아서... 지나가는 길에 퇴마소 간판이 보이길래 왔습니다.”


수사를 하다 보면 초자연 현상을 겪게 되지.

차강준은 엄마와 실습을 다녔을 때를 떠올렸다.

엄마는 경찰서 수사과 반장의 자문으로 가끔씩 초자연현상 사건을 해결 해줬던 적이 있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여기 근처에 동화 빌딩이라고 알죠? 거기에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두 번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서 사건 조사를 나갔죠. 화장실에서 한 번. 그리고 1층 입구 전신 거울에서 한 번. 이렇게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거 있지 않습니까? 이걸 보시면 아실 겁니다.”


형사는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태블릿 PC에는 cctv영상이 있었고, 멀리서 찍혀서 화질이 좋지 않았다.


1층의 안내 데스크 앞에 큰 공간.

곧 데스크 옆으로 등장한 남자가 입구에 있는 회전문으로 나가려다가 옆에 있는 전신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남자.

그런데 갑자기 거울을 보고 있는 남자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갸우뚱하다가 일시 정지한 것처럼 딱 멈춰선 남자.

그러더니 남자는 자신의 두 손을 목에 갖다 대며 자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동영상은 거기까지였다.


“어떤가요? 아무리 봐도 귀신의 소행 같은데... 감식반에서는 이렇게 자기 목을 졸라서 죽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 하더라고요.”

“화장실에서 일어난 사건도 거울 앞에서 일어났겠죠?”

“잘 알고 있네요.”


영상을 본 차강준은 한 원혼을 떠올렸다.

바로 물건령(物件靈)의 한 종류인 경령(鏡靈)이었다.

경령... 속히 말해서 거울령.

거울 안에서 최면을 걸어 사람을 조종하는 원혼이었다.


“혹시, 그 빌딩에서 요즘 사건, 사고가 일어난 게 있습니까?”


거울을 통해 이동하는 거울령.

사건이 일어난 곳은 화장실과 1층 안내 데스크.

놈이 이동하는 반경 범위는 빌딩 전체일 것이다.

그 빌딩에서 최근에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면, 그 거울령은 사고 현장에 있는 거울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혹시나 해서, 우리도 조사했는데, 사건,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더군요.”


이것도야···

이 사건 역시 사연이 없이 나타난 거울령 같았다.


“일단은 저희가 사건 현장으로 가봐서 살펴봐야겠습니다.”

“아, 그렇게 하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서에 들어가 봐야 하니, 조사하는 데 불편한 일이 있으면 그 빌딩 관계자에게 제 명함을 주거나, 저한테 연락하면 됩니다.”


형사는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고, 차강준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 발견한게 있다면 연락 주기 바랍니다.”


형사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오빠, 이번에 경령 인거지? 얼른 가보자.”


차유미도 원혼의 종류를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 빌딩에 사람 많을 테니까, 늦은 시간에 쯤 가자.”

“아, 맞다.”


차유미는 책상으로 돌아가서 그 빌딩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차강준은 식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거울령에 대해 생각했다.


***


동화 빌딩.


동화 빌딩은 여러 회사들이 있는 7층 건물이었다.

저녁 10시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터라, 빌딩에서 나오는 사람은 없었고, 차씨 남매가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젊은 친구들이 무슨 일로 왔나요?”


차씨 남매를 맞이해 준 건 60대로 보이는 경비 아저씨였다.


“저희는 경찰이 부탁해서 여기에 조사하러 나왔습니다.”

“아, 연락받았습니다. 편하게들 조사해요.


이 곳으로 오기 전, 차유미가 형사에게 전화를 했고, 형사는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놓는다고 말해놓았다.


“저, 혹시 요글래에 이 빌딩에 거울 교체라도 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음 거울 교체라... 그런 일은 없던 것 같은데.”


거울 교체.

교체된 거울 속에 원혼이 숨어 있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퇴마 서적에 거울귀에 대해서 나온 바로는... 피가 묻은 거울을 집으로 들고 와 거울의 저주가 시작되었다는 일화도 있었다.

거울귀가 이곳에 터를 잡는 경우의 수는 또 있었다.

강령술이나 미러주술

미러 주술은 미래를 점치는 의식으로 거울 속에 자신이 나타나서 미래의 일을 알려주는 주술이었다.


이 빌딩에서 그런 주술을 할 가능성은 적은 것 같고.


주술은 보통 악의 영혼들이 많이 활동하는 축시(丑時)[01:00-03:00]에 실행한다.

이곳은 밤 10시가 되면 경비 아저씨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고 나와 있었다.


“저 자리 좀 비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알겠네.”


경비 아저씨는 지하로 내려갔고, 차씨 남매는 사고가 일어난 전신 거울로 다가갔다.

하지만 거울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놈의 패턴...


거울귀의 특징은 기가 약하고, 혼자 있을 때만 최면을 걸었을 것이다.

즉, 기가 강한 차씨남매 앞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확실히 놈이 이 빌 딩안에 숨어 있어.”


차강준은 거울의 끄트머리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거무스름한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놈이 왔다 갔다는 증거였다.


“한 번 붙여 볼까...”


차유미는 크로스백에서 여러 부적을 꺼내 거울에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울의 반응은 없었다.


“안 되네... 오빠 어떻게 하지? 이 빌딩 안에 수백 개의 거울이 있을 텐데. 다 뒤질 수는 없잖아. 뒤진다 해도 놈이 도망가면 그만이고.”


차유미의 말이 맞았다.


“아무래도 재물을 쓰는 수밖에 없겠다.”

“재물? 오래된 물건?”


원혼들은 대체로 오래된 물건을 좋아한다.

그래서 특히 지박령 같은 경우는 오래된 장롱 속에 숨어 사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기가 약한 인간 재물을 써야 해.”

“인간 재물? 누구를 쓰게? 이런 일에 도와줄 사람을 대체 어디서 구하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딱 한 명 있긴 있는데... 전화가 될지 모르겠다.”


10년 전, 퇴마 실습을 했을 때 차강준은 딱 한 번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차강준은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서 ‘비상 연락망’ 종이를 꺼냈다.

수십 개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종이.

차강준이 퇴마 실습을 했을 때, 엄마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하라며 알려준 전화번호부였다.


“여기 있네.”


차강준은 한 남자의 번호를 발견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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