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퇴마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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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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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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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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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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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천하퇴마소.


문을 열고 차강준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빠, 왔어!?”


차유미는 책상에서 컴퓨터를 하다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SNS로 가게 홍보를 하면서, 혹시나 초자연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있나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는 중이었다.


“어. 너는 훈련 안 하냐?”


차강준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걸귀로 인해 퇴마의 위험성을 한 번 더 깨달은 차강준.

그런데 동생이 저렇게 컴퓨터나 하고 있으니··· 걱정될 만도 했다.


“틈틈이 정신 수련하고 있어. 일 끝나고 가면, 체력 훈련도 하고.”


정신 수련도 기공력 에너지가 증가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고로 퇴마사는 청결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 법.

잡생각, 악한 마음들은 자신을 더럽히며, 흔들리게 하는 법이니까.

기가 강한 사람들의 특징은 덩치가 크고, 날카로운 인상, 쏘아대는 말투···등 그런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정직한 사람들이다.

악의 영혼들은 그런 순수한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했다.


“틈틈이 열심히 해야 돼. 이번 걸귀 사건 봤지?”


‘중급 걸귀.’

동생 혼자 퇴마를 했다면 분명히 예지몽처럼 어떤 큰 화를 당했을 것이다.


“알았어. 맞다. 오빠, 그거 챙겨 넣어둬.”


차유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테이블 위에는 두툼한 하얀 봉투가 올려 있었다.


“이게 뭐야?”


봉투를 열어보는 차강준.

봉투 안에 들어있는 건 5만원권, 몇 십장이었다.


“이번에 걸귀를 퇴마하면서 들어온 의뢰비야.”


차강준은 봉투에서 돈을 꺼내 세어보았다.

5만원권 40장··· 200만원.

역시 많이 주는군.

퇴마사의 수요가 엄청 적었기 때문에 퇴마 의뢰비는 정해진 것이 딱히 없었다.

어렸을 때 기억으로 최소 천만원이라고 했던가.


“이게 다는 아닐 텐데. 얼마나 받은 거야?”

“여섯 장!”


그 말에 동생은 손가락 6개를 펼쳐 보였다.

육백만원. 한 번의 의뢰 성공 보수로 분명 큰돈이긴 하지만···

어쩌면 적게 받는 액수일 수도 있었다.

퇴마에 필요한 흙, 성수, 소금, 금줄 등등 소모품은 무한이 아니었다.

성당이나 절, 퇴마사 전용 물건들을 파는 가게에 가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것보다 얼른 출발하자!”


훈련 도중에 차강준이 이곳으로 온 이유.

퇴마 의뢰가 들어왔다는 동생의 연락 때문이었다.


“근데 원래 이렇게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동생에게 연락을 받은 차강준은 이 점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10년 전 엄마와 퇴마 실습을 나갔을 적, 퇴마 주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런데 지금은 벌써 1주일에 2번의 의뢰가 들어왔다.


“음 아마 내 생각에는... 그때 오빠가 퇴마 의식을 했을 때는 스마트폰이 대중화 안 되어있었잖아. 지금 내가 SNS랑 블로그에 퇴마를 한다고 홍보하거든. 당연히 그때보다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차강준의 뇌리에 계속 불길한 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만약, 원혼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면?

그렇다면 사건, 사고가 앞으로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애써 차강준은 그런 불길한 상상을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그런 세상은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다.


“뭐. 그럴지도... 근데 오늘의 의뢰 내용은 뭐야?”

“잠깐만...”


책상에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차유미.

곧 차강준의 메시지에 한 캡처 사진이 전송되었다.


“...이게 의뢰자가 보내준 기사야. 귀신의 짓이라고 단정짓더라고. 자세한 건 현장으로 오면 이야기 해준대.”


차강준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 창에는 뉴스 기사의 이미지가 있었고, 그 기사를 읽었다.


아파트에서 여성 추락사](4일 전 기사)

서울 건대입구역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새벽에 베란다에서 B씨가 추락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세탁기를 돌리다가 4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나가는 시민에 의해 발견된 B씨는 다행히도 큰 부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어때?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 아무래도 지박령 같지? 의뢰자가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빨리 좀 해결해 줄 수 없냐고 하더라.”

“기사만 보면 지박령 같네.”


집 안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그 장소에서 원혼이 된 것을 지박령(地縛靈)이라 부른다.


“오빠, 얼른 가자.”


차씨 남매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


차씨 남매는 A아파트 앞쪽에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안에 손님은 두 테이블.

2개 중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혼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천하퇴마소에서 나온 차유미입니다.”


차씨 남매가 의뢰자의 앞자리에 앉았다.


“아... 어서와요... 근데 너무 젊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이미지가 전혀 아니네요.”


의뢰자는 빤히 차씨 남매를 쳐다봤다.

스무살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와 스무살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고리타분한 사고방식 때문이었을까?

퇴마사들의 젊은 모습이 미덥지 않아 보였다.


“에이, 신기는 나이를 불문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영체가 맑아서 신기가 더 강해요.”


능글맞게 대답하는 차유미.


“뭐... 알았어요.”


여전히 못 미더운 눈치였지만 의뢰자는 그저 수긍했다.

천하퇴마소에 의뢰하기 전, 몇 군데에 퇴마 의뢰를 넣었었다.

다른 곳은 퇴마 의뢰비가 최소 천 만원.

하지만 천하퇴마소는 육백만원이었다.

아파트 관리 위원회 회장인 의뢰자는 개인 사비가 아니라, 아파트 회비로 퇴마 비용을 충당해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싼 가격으로 퇴마를 해야 했다.


“보내 주신 기사 봤습니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요. 귀신의 소행이라고 믿는 이유가 뭐죠?”


차강준은 녹음 기능이 켜져 있는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 그 기사에 나온 젊은 새댁이 그랬어요. 세탁기 안에서 갑자기 거무스름한 물이 나오더니, 그 검은 물이 갑자기 손으로 변해서 자기를 밀어 떨어트렸다고...”

“거무스름한 물이라...”


지박령이 아닌 건가?

걸귀 다음으로 약체인 지박령.

지박령은 흑마력으로 물건을 움직이고, 그 물건을 사람이 못 찾게 만든다.

또 전기를 깜빡깜빡하게 만들거나, 빙의를 시도하여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

물도 움직일 수는 있지만··· 거무스름한 물로 만드는 건, 지박령의 적은 흑마력 양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번 원혼은 수살귀인가?


“단지 그거 하나 때문에 귀신의 짓이라고 믿는 건가요? 또 사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잘 알고 있네요. 사실 그전에도 몇 개의 동에서 사건이 있었어요. 104동도 거무스름한 물이 나왔다고 하고, 어떤 할아버지는 변기 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하질 않나. 107동은 욕조 속에서 물이 자기를 잡아당긴다고 했어요. 뭐 부상을 입지 않아서 그냥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진짜 사고를 당해서...”


차강준의 예상대로 이번에는 수살귀 였다.

그런데 아파트에 수살귀라니.

수살귀(水殺鬼)

자연령(自然靈)으로서 물 이능을 가진 원혼이었다.

수살귀는 대부분 강이나 바다에서 서식을 하는데, 특히 피서철에 많이 활동을 하는 원혼이었다.

아파트에 수살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일단 기사에 나온 사고 현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의뢰자와 차씨 남매는 카페 밖으로 나와서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빠, 아파트에 수살귀가 있을 수 있어?”


차유미 역시 아파트에 수살귀가 있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뭐,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인간과 문명이 진화 하듯 악의 영혼도 진화 했으니까.”


차강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악의 영혼들의 패턴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아파트에 들어가 셋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4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지금 여기 새댁은 입원하고, 남편은 회사에 있어서 아무도 없어요.”


사전에 들어간다고 말을 했는지, 의뢰자는 왼편 402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도어락이 해제되자, 문이 열렸고 의뢰자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나는 아무래도 못 들어가겠어요. 어휴, 괜히 들어갔다가 재수 없는 일이 생길까봐...”


현재 상황을 영적인 존재가 일으켰다고 전적으로 믿고 있는 의뢰자.

의뢰자의 이런 행동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저랑 동생만 들어가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차씨 남매는 바로 문을 닫았다.


“오빠, 다른 동에서도 일어났다면 이곳에 수살귀가 없는 거 아니야?”


예리한 차유미.

총 20개의 동이 있는 아파트 단지.

사건은 한 곳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고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일단 확인해 보자”


차강준은 가방에서 성수병을 꺼낸 뒤, 사고가 일어난 베란다로 들어가서 세탁기를 작동시켰다.

철철철, 세탁기 안쪽 투입구 부분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쏟아져 나오는 물에 차강준은 성수를 뿌려 넣었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는 세탁기.


“난 부적을 붙여 볼게.”


오빠의 방법이 실패했다는 것을 본 차유미는 크로스백에서 귀문관살소멸부 부적을 꺼냈다 .

귀문관살소멸부(鬼門關殺消滅符)

귀문 탐지 겸 귀문을 막아주는 부적이었다.


“여기에 귀문도 없네...”


차유미는 부적을 거실 벽에 붙였지만, 부적은 미동도 없었다.

만약, 이 집에 귀문이 있었다면 부적에서 황금 오로로가 미세하게 흘러나온다.


“강과 바다에서 서식하는 놈이 여기에 왜 있는 거냐...”


차강준은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을 바라보다가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긍정적인 감이었다. 이 방법이 될 것 같은 감.

강과 바다는 물이 모두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 강에 성수 몇 방울만 뿌려도 수살귀가 있는 자리에서 께름칙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물이 이어진다라.”


화장실로 이동한 차강준은 샤워기를 작동하여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철철철,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


“오빠, 거기서 뭐 해?”


화장실에 도착한 차유미가 의아하게 오빠를 바라봤다.


“혹시나 욕조에 물을 받고 소금 넣은 성수를 넣으면 반응할까 해서.”


차강준의 계획.

욕조에 받아진 물과 샤워기에서 나오고 있는 물이 이어지게 만들 계획이었다.


5분 후, 욕조에 물이 반 정도 찼고, 물이 나오는 샤워기가 욕조의 물속에 잠겼다.


차강준은 성수통에 있는 성수를 욕조 안에 다 부어 넣고, 소금도 한 움큼 집어 던졌다.


숨을 죽이며 반응을 기다리는 차씨 남매.


“이것도 실패인 것 같은데.”


1분을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차유미가 고개를 흔드는 그때···


[크아아아아...]


저 멀리서 원혼의 비명이 아주 미세하게 들려왔다.

정말 먼지만큼의 미세한 소리라서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시간이 없어.


차강준은 단전에 힘을 주어 영력이 깃들어 있는 ‘적석’을 가동시켰다.

그리고 나서 적석에서 나오는 붉은 에너지를 두 귀 쪽으로 보냈다.

[신체강화]-[청력증가]

순식간에 청력이 본래에 비해 4배는 증가되었고, 차강준은 빠르게 베란다 밖으로 나가서 소리가 나는 쪽을 확인했다.


[크아아아아아...]


들린다


차강준의 두 귀속에 원혼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곳은 아파트 입구 옆에 있는 101동 뒤편이었다.


“오빠, 어떻게 됐어? 찾았어?”


묵묵히 차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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