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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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야월
작품등록일 :
2024.04.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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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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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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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일지도

DUMMY

과거 개방은 중원 최대의 정보 조직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하지만 지난 정마대전에서 마교는 작정하고 개방의 지부들과 핵심 인력을 추살했다. 멸문에 가까워진 개방은 전쟁이 끝난 후, 중원에서 재기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개방과 비슷한 수준으로 피해를 입은 낭천관(浪天官)과 의기투합하기로 한 것이다. 본디 거지들과 낭인들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낭천관은 낭인들이 각 지역에서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낭인들이 사기를 당하지 않게끔 중계를 했던 조직이었다.


낭천관과 개방은 서로 반복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들은 마치 태극처럼 조화를 갖추며 빠르게 성장했다. 10년 만에 무려 100개가 넘는 지부를 만들었고, 지금은 현마다 개방의 지부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정보를 취합하여 판매하기도 하며, 낭인들의 특성도 살려 각 세력과 낭인들의 임무도 주선했다. 최근에는 특정 세력에 소속된 이들도 낭인 등록이라는 것을 하면 개방에서 적절한 임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세상이 참 좋아졌어.’


혈향이 난무하는 전쟁에선 파괴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기도 했다.


장사현 북동(北東) 거리에 개방의 지부가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꽤 많은 무인이 서성이고 있었고, 오른쪽 벽면에는 여러 필체로 적힌 종이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막헌위가 들어올 때부터 입구를 주시하고 있던 개방도가 다가왔다. 주변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게 딱 처음 지부를 방문한 초짜인 듯했다.


“임무를 찾으러 왔소.”

“개방의 임무를 맡으시려면 낭인 등록을 해야 합니다. 절 따라오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성함과 나이 그리고 소속된 세력이나 가문을 말씀해주십시오.”

“막헌위. 스물 둘. 막씨세가 출신이오.”

“막씨세가 막 헌위······.”


등록하기 전에 해당 지부에서 낭인 등록을 했는지 살펴본다. 낭인을 등록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지만, 낭인의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개방은 여러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정보가 돈이 된다는 걸 알았던 개방도들은 낭인의 정보부터 체계적으로 보관하기 시작했다.


일 각 정도 낭인 목록 문서를 살펴보던 개방도가 왈칵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2년 전에 등록했잖아?’


해당 목록은 일정 주기로 수정이 된다. 그 이후에 임무를 맡아 수행했다면 암호처럼 기록이 남아 있었다. 표식을 해석한 개방도가 혀를 내둘렀다.


‘세 건의 임무를 수락하고 전부 실패. 전부 처참하게 실패했군.’


개방도들에게도 직급이 존재한다.

높은 직급으로 올라기 위해서는 실적을 쌓아야 하는데, 어떤 낭인들을 관리하느냐. 높은 수준의 낭인들과 친분이 있느냐로 나뉜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곤 하지만 무림인들은 폐쇄적인 면모가 있다. 낭인 임무를 받는 이들은 계속해서 똑같은 개방도를 통해서 임무를 소개받곤 했다. 그렇기에 개방도들은 실적을 내는 낭인들과 친분을 맺고 싶어했다.


당연히 막헌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막씨세가? 호남성에서 유명한 무가였다. 그러나 막씨세가라는 배경보다 임무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하다. 현재의 개방은 그러했다.


“이미 등록이 되어 있는데, 왜 말씀을 안 하셨습니까?”

“그렇소?”


의외였다. 막헌위는 주색잡기에 빠져있는 줄로만 알았다. 낭인 등록을 해서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단 말인가? 그 또한 가문에 인정 받기 위해 노력하긴 했다는 말일까?


“명패를 잃어버리셨다면, 다시 발급을 받아야 임무를 중계받을 수 있습니다. 명패를 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보름 정도 소요됩니다. 재발급 비용은 은자 한 냥입니다.”


막헌위가 빠른 방법은 없냐고 묻기도 전에, 개방도가 말한다.


“은자 다섯 냥을 내시면 한 시진 내로 발급이 완료됩니다.”


비싸다고 불평할 수도 있었지만, 개방의 체계가 그런 듯하다. 아마 이런 방식으로 개방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리라.


“다섯 냥을 내겠소.”

“예, 그러십시오. 명패가 만들어질 동안 벽보에 적힌 임무를 살펴보십시오. 저기에 있는 중계 창구로 가시면 임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개방도인 석륭안은 막헌위의 얼굴을 보고 직접 낭인 등록을 도와주고 중계를 맡아주려 했다. 당당한 시선과 걸음으로 볼 때, 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의 간단한 임무도 제대로 성공못한 것을 볼 때, 굳이 연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임무 중계인에 내 이름을 올렸다간 망신만 당하겠지.’


막헌위는 개방도의 조언에 따라 벽보를 살펴보았다. 참 다양한 일을 알선해주고 있었다.


‘일정량의 중계료를 지불하면 벽보를 붙일 수 있다라.’


약방의 재료를 구해오면 사례하겠다는 벽보도 보였고, 장원 보수 공사를 진행한다는 벽보도 있었다. 단순히 무림인만 찾는 공간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재밌는 의뢰들이 많군.’


처음 객잔에서 개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치고받는 임무만 즐비할 줄 알았다. 막상 와보니 그게 아니었다.


‘굳이 저런 의뢰를 할 필요는 없지.’


그래도 몇몇 특이한 의뢰의 내용은 외워놓고,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그가 찾는 의뢰는 간단했다. 빨리 끝낼 수 있으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의뢰였다.


“공자님,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친절한 목소리에 막헌위가 뒤를 돌아보았다. 두 손을 곧게 모은 채로 과하지 않은 미소를 머금은 청년이 있었다.


“그렇소.”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어떤 임무를 찾으시는지도 알 것 같고요.”

“음? 어떻게 말이오?”

“사실 저는 공자님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막씨세가의 셋째 막헌위 공자님이시지요.”


뭐, 유희공자라는 웃기지도 않은 별호로 불렸으니 그를 안다고 해서 이상한 일을 아니었다.


“그렇소.”

“사실 저는 막 공자님이 풍월 반점에서 서가장의 서 공자님과 비무했던 것을 보았습니다.”


그걸 비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최소한 눈앞의 청년 개방도는 비무라 칭했다.


“제가 알던 막 공자님이 맞으신가 싶었지만,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겠더군요. 평소였다면 그냥 참으셨을 상황에서도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셨지요.”

“뭐, 그런 일이 있긴 했소.”

“이쪽에 막 공자님께서 원하시는 임무가 있을 겁니다.”


특정 구역에 가니 전투에 관련된 벽보가 가득했다. 비무첩의 대리인을 구하는 것부터 호위 무사를 고용하는 일까지. 당연하게도 누군갈 암살해달라는 의뢰 따위는 없다.


“전 이 의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벽보를 붙인 의뢰주는 백비표국이었다.


“백비표국?”

“예, 호남성 장사현에서 터를 잡고 사업을 영위하는 표국이지요.”


또 표국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막헌위는 내용을 살펴보았다.


‘요약하자면 이거군.’


- 무인 급구! 최소 이류 이상. 하루 전투.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 다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주의.


보통 무림에서 이류라 함은, 기를 느끼는 기풍회(氣風懷)를 넘어 기를 운용하는 운기초(運氣初)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내력을 운기하여 육신의 한계를 초월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가능하다.


사실상 무림인이라고 불리는 단계였다.


“나쁘지 않구려?”

“예, 공자님이라면 이 임무를 마음에 들어하실 줄 알았습니다.”

가만히 청년을 지켜보던 막헌위가 묻는다.


“일부러 이걸 보여준 거 같은데, 맞소?”

“맞습니다. 사실 백비표국에 제 지분이 있습니다.”


막헌위는 상대가 의도가 어떠하든 그것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속내를 감추고 아들을 교주의 제자로 팔아넘긴 부모의 행동에서 비롯된 바가 컸다.


“내가 임무에서 활약하리라 기대한 것이고?”

“기대하긴 합니다만, 솔직히 판도를 바꿀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솔직하군.”

“왠지 공자님껜 거짓을 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하하.”


꽤 신선한 청년이었다.


“참, 제 소개를 잊었군요. 저는 개방의 3결 제자인 심세문이라 합니다. 임무를 맡으시겠다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좋소. 이 임무로 하도록 하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는 것이오?”

“하하, 조만간 소집령이 떨어질 겁니다. 백비표국이 주도하는 상황은 아니라서 말이지요.”


음? 기껏해야 귀중한 표물을 운송하는데 호위가 필요하다는 임무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뭘까? 여러 상상을 하며 막헌위가 심세문을 따라 나섰다.


그렇게 막헌위가 심세문을 따라 귀빈실로 향했을 때.

명패 제작을 의뢰하러 연화점(鍊火店)에 갔던 석륭안이 돌아왔다. 그는 막헌위가 벽보 앞에도, 중계 창구에도 없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그새를 못참고 갔네. 이리 참을성이 없어서야. 내가 임무를 중계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 * *



“공자님은 호남성에 터를 잡은 표국에 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음, 의뢰를 받고 물건을 먼 거리까지 옮겨주는 단체가 아니오?”

“맞습니다. 허나, 요즈음의 표국은 여러 세력과 얽혀있지요. 표국이 길을 낸다는 건, 넓디넓은 중원 땅 어디든 존재하는 풍림객(風林客)들과 안면을 텄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특정한 길목은 일부의 표국만 지나갈 수 있지요.”


풍림객?


“아, 풍림객은 저희 쪽에서 녹림도를 일컫는 은어입니다.”

“그렇구려.”

“표국 하나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짧게는 십 년이 걸립니다. 해당 지역을 장악한 풍림객과의 협의가 잘 끝났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녹림도가 그리 강하오?”


듣다보니 이상했다. 막헌위가 알기로 녹림이라는 건, 고작해야 농사를 짓기 싫어하는 농민들이나 죄를 지은 자들이 산으로 도주하여 무리를 형성한 존재들이었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세력이 강하지 않았지요. 마교와의 전쟁 이후, 녹림왕은 혈염마제와와 연을 맺어 기연을 얻었다고 합니다. 소문으로는 삼황에 버금가는 경지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또한, 마교도가 정파의 중진들을 대거 학살했던 탓에 사파의 힘이 중원에서 강해졌지요.”


“······.”


이번에도 뭔가 마교가 얽혀 있는 일이었다.

개방이 특이한 방식으로 발전한 것도, 녹림도가 득세하는 것도 마교와 연관되어 있다. 뭐, 정마대전이 끝난 지 고작 20년밖에 안 지났으니 영향이 클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그럼 녹림 놈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오?”

“아닙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장사 주위의 주요 길목을 점거하고 있는 무릉산채가 허가한 또 다른 신생 표국과 비무 대전을 벌여야 하지요.”

“잘 이해가 안 되는군. 표국과 표국이 서로 싸운다는 말이오?”

“예, 호남성 대부분의 표국은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파가 완전히 장악한 지역에서는 녹림도의 허락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장사현에서는 녹림도와 협약을 맺은 표국만이 표국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일정 사례금을 보내고 그들이 점거한 길목에서 ‘보호’를 받고 있지요.”

“싸우지 않아도 돈을 벌 방법이로군. 녹림도들이 꽤 머리를 굴렸어. 허나, 그런 방식이라면 정파인들은 반발이 거셀 텐데 말이오.”


심세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십니다. 사실 몇몇 정파인들이 간악무도한 녹림도를 토벌하려고 했고, 실제로 특정 산채의 녹림도를 모두 말살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완전 토벌’ 따위는 꿈꾸지 못하게 됐지요.”

“녹림왕이라는 존재 때문이로군.”

“예, 과거 녹림의 총채주는 작은 산채 하나가 사라지는 것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헌위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허나, 아직은 예상일 뿐이었다.


“녹림왕은 홀로 유유히 나타나 산채를 멸문시킨 관계자의 목을 손수 베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웬만한 문파들은 녹림을 건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거기다 녹림도들은 동일한 교육이라도 받았는지 함부로 살생을 하지 않고, 통행료를 받는 것에만 만족하니 녹림도 전체와 전쟁을 하려고 해도 명분이 서질 않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막헌위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연다.


“이해했소. 거산표국이 뇌물이라도 주어서 이 지역의 표국 운영권을 따냈고, 백비표국은 그런 거산표국을 견제하기 위해 비무전을 벌이려 한다는 말이로군.”

“거산표국을 알고 계셨군요.”


신생 표국이라고만 했지 표국의 이름을 말하진 않았다. 막헌위는 이번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산전장에 가니 날 표국으로 끌어들이려 했었소. 그때 듣게 됐소.”

“······!”


심세문이 깜짝 놀랐다.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산표국에서도 막헌위를 주목했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무조건 그를 잡아야 한다.


이번 임무만 고려한 게 아니다. 담소를 나누어 보니 그는 소문과 달리 우매하지 않았으며, 범인들이 쉽게 깨닫기 힘든 대국적인 세력 간의 이해관계도 쉽게 받아들였다. 과거에 사로잡힌 무림인들은 이러한 형세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노여움만 터뜨린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강호와 다르다는 이유로 말이다.


“제 권한으로 다른 낭인들보다 최대 삼 할 이상의 보상을 약속하겠습니다. 그러니 임무를 꼭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심세문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며 문서를 쑥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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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약조를 지켜라 24.04.10 490 8 14쪽
4 악독한 백수 24.04.09 508 11 13쪽
3 백수는 뭘 하면서 지내는가 24.04.08 544 9 13쪽
2 백수가 되다 24.04.08 584 12 13쪽
1 서장 24.04.08 721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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