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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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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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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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글자수 :
1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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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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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0화.

DUMMY

안개속을 거닐 듯 희미했던 기억들이 모두 생각났다.


그날, 나를 죽인 이유와 우리를 죽인 저들의 얼굴이 모두 떠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민낯이 까발려 지는 게 두려웠던 나머지 비자금을 조사하던 나와 내 아내까지 죽이고 말았다.


먼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혈육도 서스럼 없이 죽이는 나의 아버지 오덕만 회장.


다음으로 돈과 자기의 출세를 위해 후배와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죽인 정원술과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최석훈.


끝으로 상관에 대한 충성심으로 친히 사냥개가 되어 버린 범털 나주혁까지 모두 나와 내 아내를 죽이는데 동조한 자들이다.


“현태야, 이제 정신이 좀 드니?”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다시 한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식적인 가면을 쓰고, 내 눈앞에 있는 자들을 단죄하고 싶었다.


안타깝지만,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이 그럴만한 처지가 아니기에 힘이 필요했고, 그 힘을 키우기 위해 당분간은 현태로 지내야 했다.


“난 현테 네가 내 마지막 테스트를 통과할 줄 알았다.”


“테스트요?”


오덕만 그는 더 이상 내 아버지가 아니다.


세상에 그 어떤 아버지가 자식도 모자라 손자까지 죽이려 하겠는가.


그는 또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있다.


“난 솔직히 현태 네가 태양 그룹의 차기 회장으로써 힘이 있나 없나 한번 더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단다.”


“그래서요?”


“역시 내 손자답게 보란 듯이 또 한 번 성공을 하지 않았니.”


희번덕거리는 그의 얼굴을 있는 힘껏 때리고 싶었다.


“그동안 고생했을 텐데 며칠 더 쉬지 그랬니?”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신을 차린 날 나는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런 나를 정원술 이사장은 기꺼이 자기 차로 날 손수 학교까지 태워 주었다.


“구치소에 있을 때 많이 쉬어서 괜찮아요.”


“미안하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막는 거였는데, 회장님의 뜻이 워낙 완강하셔서..”


“이사장님 마음 다 이해해요. 그러니까 신경 쓰실 것 없으세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그리고 거 있잖니. 네가 전에 좀 찾아 달라고 한 놈.”


요 며칠 동안 내가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하는 탓에 미진이를 망가뜨린 놈을 깜빡하고 있었다.


“그래, 찾으셨어요?”


“찾긴 찾았지. 근데, 놈이 네가 자신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고 자수를 했지 뭐냐.”


“네? 자수요!”


“네가 있던 구치소에 수감 되어 있어. 지금. 그렇다고 놈 때문에 네가 다시 구치소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


이것 역시 뭔가 찝찝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팍!


학교 정문에서 이사장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려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내 뒤통수를 세게 쳤다.


이런 짓을 할 놈은 단 한 놈밖에 없다.


“진환이 너 그러다 내 손에 진짜 뒤진다!”


“탈옥 축하한다.”


친구 놈들의 뒤이은 공격이 시작됐다.


“이 새끼들아, 형님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으면 위로는 못 해 줄망정 케잌을 얼굴에 처바르냐! 그리고 두부를 주지. 케잌은 에바다.”


“네가 탈옥한 날이 바로 네가 다시 태어난 날 아니냐? 그래서 두부 대신에 케잌을 준비했지.”


“이게 뭐냐? 옷 다 버리고.”


친구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으며 교실로 갔다.


몇 달만에 간 학교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현태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얘 얼굴 야윈 거 좀 봐.”


“이거 왜 이래? 얼굴에서 손 안 치울래.”


그 중에서 날 제일 많이 반긴 건 바로 선영이었다.


선영이 아까부터 내 얼굴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있다.


“뭐 하는 짓이야!”


진환이 갑자기 내 앞에 있던 책상을 치웠다.


“왜 반응이 없어?”


“뭔 반응!”


“감옥에 있을 동안 여자 구경도 못 했을 건데. 외간 여인의 손길에 반응이 와야 되는 거 아니냐?”


진환이의 말에 모두 한곳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


“아니면 거친 남자들과 지내다 보니 취향이 바뀐거야?”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난 장난끼 가득한 얼굴을 한 진환이의 얼굴을 그대로 박아 버렸다.


“너 정말 그런 거 아니지?”


내 얼굴을 만지던 선영의 손이 어느덧 내 허벅지까지 내려와 있었다.


“에잇! 진짜 너까지 왜 이래?”

순간,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래 이 놈들아. 내 한 몸 희생해 너희들이 웃을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현태야, 학교 마치고 우리 집에 같이 가자.”


“왜? 또 라면 끓여 달라고!”


“아니, 너 얼굴이 많이 상한 거 같아서 너 몸보신 좀 시켜 주려고. 너 나왔다는 소식 듣고 너 몸보신시켜 줄 닭이며, 소며 잔뜩 사다 놨어.”


“그거 좀 오바 아니냐?”


“미진이도 몸보신 좀 시켜줘야 하는데, 우리도 같이 가면 안 될까? 미진이가 입덧 때문에 요새 도통 먹지를 못한다.”


“야! 쪽팔리니까 그냥 가만히 좀 있어.”


미진이를 슬쩍보니 배가 더 나와 있었다.


“그 얘긴 들었지?”


“이사장님이 말씀해 주시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조금 늦게 나오는 거였는데, 미안하게 됐다.”


“아니야. 미진이도 놈이 구속된 그거만으로도 됐데. 괜히 복수한다고 그래봤자 태교에도 좋을 게 없다고.”


“그럼, 다행히고.”


미진이의 뜻에 따라 미진이를 저렇게 만든 놈에 대한 복수의 마음을 접었다.


“이사장님은 뭐 저딴 걸 틀어 주고 그래!”


애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식당에 있던 대형스크린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뉴스의 내용은 몇 달 전 발생한 모 고등학교의 여선생 살인사건은 누군가의 허위 신고였으며,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선량한 학생을 범인으로 몰아 구치소에 가둔 두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유서와 함께 차에서 발견됐다는 거였다.


아마 이거 역시 나를 죽인 자들이 꾸몄을 것이다.


점심시간에 이사장이 불러 그의 방으로 가니 교장과 내가 죽였다는 그 여선생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손이 발이 되게 빌었다.


생각같아선 그 인간들의 옷을 홀딱 벗겨 사람들 앞에 고개도 못 들만큼 망신을 주고 싶었지만, 그들을 마지못해 용서해 주었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선영의 집으로 갔다.


한사코 따라오겠다는 진환이를 눈치 좀 적당히 챙기라는 미진이의 등짝 스매싱으로 겨우 말릴 수 있었다.


“구치소에서 고생했을 건데, 많이 먹어 현태야.”


“나 정말 쉬다 나왔다니까.”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많이 먹어.”


먹기 싫다는 데도 억지로 내 입에다가 닭 다리며, 소고기며 잔뜩 쑤셔 넣었다.


“이렇게 기쁘고 좋은 날 한잔해야지.”


선영이가 술병과 술잔을 들고 왔다.


“아빠한테서 뺏어 온 복분자 주야. 이거 마시고 얼른 기운 차려.”


“얘가 이거 마시고, 뒷 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한번 따라 보거라.”


“내 서방님.”


우린 서로를 바라보고 낄낄 웃었다.


그러다 서로의 눈에 스파크가 튀어 딥키스를 하고 그날 우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보기완 다르게 성숙한 선영이를 보고 그동안 참아 왔던 내 모든 걸 폭발해 버렸다.


“오라방, 이번엔 내가 할게.”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그날 난 선영의 도발에 넘어가 밤새도록 그녀와 유희를 즐겼다.


“너 처음 아니지?”


“뜬금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난 선영의 말에 괜히 짜증이 났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잘 이해할 수가 없지.”


“나 정말 처음이야. 제발 믿어 줘.”


난 괜히 두 선영이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뭐, 현태에겐 이게 첫 번째니 이걸로 위안을 삼는다.


“내가 첫 번째가 아니어도 좋아, 근데 내가 마지막이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난 내 입으로 선영의 입을 틀어 막았다.


그 이후로 우리는 몇 번의 사랑을 더 확인했다.


거사를 치른 다음 날, 일어났는데, 온몸이 뭐에 맞은 듯 욱신거리고 뻑쩍지근 했다.


방을 둘러 보니 간밤에 나눴던 사랑만큼이나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종일토록 친구 놈들, 특히 진환이에게 놀림 받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거렸다.


“어? 일어났네.”


선영이는 아무렇지 않은지 벌써 일어나 씻고 교복까지 입고 있었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릿결에 촉촉이 맺혀 있는 두 눈, 누워서 바라보는 선영의 모습이 날 묘하게 흥분시켜 결국 두 번의 사랑을 더 나눴다.


“이제 텅텅 비어 더 하려고 해도 못 하겠다.”


“왜. 내가 다시 채워줘?”


“그러다 진짜 나 죽어. 그리고 이제 학교 갈 시간이야.”


날 유혹하려는 선영의 손을 애써 뿌리쳤다.


어질러진 방을 대충 치우고, 선영이가 차려주는 아침을 대충 먹었다.


“현태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도 어찌 된 건지 잘 모르겠어.”


선영이와 짧게 입을 맞추고 밖으로 나온 세상은 많이 변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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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외계침공(3) 24.07.25 8 0 9쪽
43 43화. 외계침공(2) 24.07.24 11 0 9쪽
42 42화. 외계침공(1) 24.07.23 12 0 9쪽
41 41화. 외계침공 24.07.22 15 0 9쪽
40 40화. 24.07.19 15 0 9쪽
39 39화. +2 24.06.14 23 2 9쪽
38 38화. +2 24.06.13 15 2 9쪽
37 37화. +2 24.06.12 18 2 9쪽
36 36화. +2 24.06.11 13 2 9쪽
35 35화. +6 24.06.10 21 3 9쪽
34 34화. +4 24.06.06 27 4 9쪽
33 33화. +4 24.06.05 30 2 9쪽
32 32화. +2 24.06.04 20 2 9쪽
31 31화. +2 24.06.03 2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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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2 24.05.24 2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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