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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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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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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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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1화.

DUMMY

지금 벌어진 상황이 믿기지 않아 우린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폭격을 맞은 듯 땅은 모두 뒤집혔고, 주위의 건물들도 모두 무너져 그 잔해조차 찾기 어려웠다.


그 일대 살아 있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


“아이들!”


난 문득 친구들이 생각나 집으로 갔다.


집 역시 흔적조차 남지 않고 무너져 내렸다.


“얘들아..”


“현태니?”


친구들을 잃었다는 마음에 허탈해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죽은 줄 알았던 친구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일단 학교로 가자.”


“갑자기 학교는 왜?”


“지금으로서는 학교가 제일 안전해.”


난 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친구들을 따라 학교로 갔다.


“아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학교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중에 선영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너희도 살아 있었다니 참 다행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밤사이에 지구로 운석이 떨어졌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어젯밤에 핫라인을 통해 미국에서 연락이 왔어. 소행성이 충돌하니 거기에 대비하라고.”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SF영화를 보는 거 같았다.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지 횡설수설이었다.


“저 6명이 기를 분출시켜 막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사부들 저래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거예요?”


나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오덕만 회장의 말을 듣고 보니 사부들의 얼굴이 쭈글쭈글 몹시 늙어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마땅한 방법도 없고 원기를 회복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회장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저기 한번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비서의 말에 밖을 보니 또 다른 운석이 우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오고 있었다.


“이거 낭패구먼. 낭패야. 6명도 현재로서는 힘을 못 쓰고, 이제, 이게 마지막인가?”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선영이 나섰다.


“너 미쳤니!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나서?”


“아빠도 잘 알잖아요. 나 힘 쎈 거. 그리고 어제 다른 곳은 다 무너졌는데, 우리 집만 멀쩡했어요.”


“너 정말 괜찮겠어?”


무턱대고 나서는 선영이를 말리고 싶었지만, 선영이라면 왠지 가능할 거 같아 내버려뒀다.


“지금이라도 멀리 도망가 우리끼리 살래?”


“그 말 진심이니?”


“얘가 속고만 살았나?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아니야. 그걸로 충분해.”


그 말을 남기고 선영인 학교 밖으로 나갔다.


선영이를 따라 나가려 했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선영이가 제발 무사하게 해 주세요.’


난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이란 존재에게 기도했다.


가속 붙은 운석은 온몸에 불덩이를 달고 굉음을 내며 다가왔다.


멀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운석의 크기는 점점 커졌다.


난 선영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너희는 또 왜 올라와!”


친구 놈들이 나를 따라 왔다.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선영이가 실패하면 죽는 건 마찬가지야!”


태환이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선영이 저 운석을 막지 못하면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 얏!!”


어느 정도 운석이 가까이 왔을 때쯤 선영이 두 손을 펴고 장풍을 쏘듯 몸 안에 있는 기를 발산시켰다.


“근데, 선영이 제 저런 장풍 같은 것도 쏠 줄 아니?”


“글쎄, 내가 아는 선에선 할 줄 모르는데..”


어느새 올라온 VIP가 나 대신 대답해 주었다.


그의 말대로 선영이의 몸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 쟤 왜 저런 포즈를 취하는 거야?”


머쓱한 듯 선영이 우리가 있는 쪽을 돌아보며 씨익 웃더니 코앞까지 다가온 운석을 주먹으로 쳤다.


힘과 힘이 부딪히자 거센 바람이 불었고, 눈을 떠보니 맹렬하게 다가오던 운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선영아, 너 괜찮아?”


“아무렇지 않.. 어. 여기 조금 까졌다.”


“어디 봐? 에이, 티도 안 나는데.”


“자세히 봐봐.”


그러면서 내 쪽으로 주먹을 내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현태 너 혹시 쫄았니?”


“쫄기는 누가 쫄았다고 그래? 발이 미끄러진 거야.”


“그래, 알았어.”


“정말이야 정말 미끄러진 거라고!”


“누가 뭐래?”


우리는 식당을 샅샅이 뒤져 요깃거리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어젯밤, 운석과의 충돌로 통신은 물론, 물과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이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기후도 바뀌었는지, 해가 떨어진 다음에는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웠다.


무엇보다 임신 중인 미진이가 걱정이었다.


“미진아, 너 정말 괜찮아? 어디 아프거나 하면 바로 말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해 줄게.”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걱정 안 해도 돼.”


체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던 녀석인데, 오늘은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삼촌, 저랑 산에 땔감이나 구하러 가죠.”


“네 친구들 많은데, 왜 나랑 가지는 것이냐?”


“사부님들은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고, 산에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애들을 어떻게 데리고 가겠어요.”


“산에서 뭐가 나올 줄 모르는데 나는 괜찮고?”


“삼촌과 저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함께 넘긴 전우잖아요.”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범털을 질질 끌다시피 해 학교 뒷산으로 갔다.


“친조카도 아닌데, 괜한 놈과 엮여서 이게 무슨 고생인지.”


“남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면 과거에 지은 죄가 좀 사그라지지 않겠어요.”


“정말 그렇게 될까?”


“네? 지금 뭐라 그러셨어요?”


난 괜히 딴청을 피웠다.


“아이 씨. 무슨 어른이 겁이 그렇게 많아요! 고함 지르는 소리에 더 놀라겠네.”


“어른이라고 겁이 없는 줄 아냐? 나이가 들수록 겁이 더 많아지는 거란다.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해서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절, 죽기 살기로 도와주신 거예요?”


“그럴지도 모르지.”


뭔가를 느낀 것인지 범털이 나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우리는 산에서 약간의 땔감을 구해 학교로 다시 되돌아 왔다.


돌아오는 도중 범털이 근처에 있던 대나무를 한 움큼 꺾었다.


“대나무는 뭐하시게요?”


“아가씨나 너 같은 고수는 무기가 필요 없겠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겐 허접하지만, 죽창 같은 거라도 들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단다.”


“총은 아예 안 되는 거예요?”


“혹시나 해서 낮에 해봤는데, 안 되더라.”


“그럼, 거추장스럽게 왜 가지고 다니세요?”


“그러게 말이다. 아마 직업병이 아닐까? 만약의 경우 총이라도 뽑아 던져야 하지 않겠냐.”


“뭔 소리래!”


교실로 돌아왔을 땐 급격히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모두 추위에 떨고 있었다.


우리는 가져온 땔감으로 서둘러 불을 피웠다.


“너희는 어떻게 라이터는 고사하고 성냥 하나 가지고 다니는 놈이 없냐?”


“야, 이 새끼야! 네가 담배 피지 말라며, 담배도 안 피우는데 라이터를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지.”


진환이가 억울한지 절규하듯 내뱉었다.


“그리고 지금이 구석기 시대도 아니고, 성냥은 왜 가지고 다녀? 성냥은?”


잔소리가 듣기 싫어 진환이의 입을 급하게 틀어막았다.


“그리고 아기한테 담배 해로워. 이 새끼, 삼촌이란 놈이 왜 이렇게 무책임해.”


얼마 있지 않으면 곧 애 아빠가 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지켜본 바에 따르면, 잔소리도 많아졌고, 몇 달 안 본 사이에 어른이 된 거 같았다.


늘 장난만 치던 놈이 갑자기 바뀌니 적응도 잘 안 되고,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그나저나, 진환이 말마따나 지금이 구석기 시대도 아니고, 모아놓은 땔감에 불을 붙이기 위해 30분째 고군분투 중이다.


“너희 둘, 이리 와봐.”


“우리는 왜?”


불을 붙이다가 짜증이 난 나는 우식이와 동민이를 불렀다.


“너희, 머리끼리 한번 세게 부딪혀 봐.”


그날 난 인간 샌드백이 되어 애들한테 흠씬 두들겨 맞았다.


“넌,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이 치고 싶니?”


애들한테 맞고 있는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보고는 선영이가 벽에다가 주먹을 살짝 부딪치니까 벽과 주먹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얼른 불쏘시개 갖다 대지 않고.”


범털의 말에 정신이 든 우리는 선영이에게 다시 한번 부탁하고는 땔감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불이 있으니 좀 낫네.”


우리는 모닥불 근처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내일은 밖으로 한번 나가봐야겠어요.”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나가 본다고?”


“먹을 것도 좀 구해보고, 언제까지 학교 안에만 있을 수 없잖아요.”


다음날, 우리는 팀을 꾸려 학교 밖으로 정찰을 나가기로 했다.


“뭐해? 안 가고?”


밖으로 나가려던 진환이 우두커니 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얘들아, 나 용을 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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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2 24.05.23 3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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