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불꽃은 드래곤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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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0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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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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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다시 시작

DUMMY

리라가 배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쿵쿵거리며 뛰어 내려오는 사내가 있었다. 붉은 뒤통수를 보아하니 스콜이었다.


“야!”


스콜은 첨탑 쪽으로 향하던 중이었고 리라의 일갈에 뒤를 돌아본 스콜은 펀치를 얻어 맞았다. 피할 틈도 없게 복부에 정통으로 꽂혔다.


“커헉!”


자세가 무너지며 곧바로 바닥에 대자로 뻗은 스콜은 입가에는 개거품을 물고 기절해서 두 방은 필요 없어 보였다. 곧바로 배에 오르기 시작하는 리라였다. 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면 피곤해서다.


“죄송합니다. 스콜 님.”


뒤에 남아있던 테오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본인이 괴물을 끌어들인 것 같은 죄책감을 안고 위로 올라가면서.


“리라님. 잠깐만요.”


리라가 성큼성큼 걸어가는 걸 보며 다급하게 외친 테오의 목소리에 엘리안이 돌아보았고 리라를 확인한 엘리안이 눈을 치켜떴다.


“넌 뭐 하는 족속인데, 귀족의 배에 마음대로 올라온 거지?”


엘리안이 냉소를 지으며 위엄있게 바라보았지만 리라는 아랑곳 없이 최대한 거리를 좁혔다. 가방을 들고 있던 엘리안의 손이 검을 뽑기 위해 허리춤으로 향했다.


“잠깐. 이쪽으로 오는 게 좋겠군.”


리라는 팔을 잡아당기며 엘리안을 뒤에 서게 한 후 쿠가를 바라봤다. 눈초리가 매섭게 변했다.


“엘리안 님께 이 무슨 무례냐. 당장 더러운 손을 치우지 못할까?”


쿠가가 격앙된 목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엘리안의 손목을 다시 낚아가기 위해서였지만 빼앗길 리 없는 리라는 뒤로 연신 물러났다.


“네가 또 가방을 낚아채 갈까 싶어서지. 하르피아 양반!”


손을 뻗던 쿠가는 귀를 의심하며 멈춰 서서 리라가 한 말에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듯했다. 그 결에 리라도 더는 물러서지 않게 되었다. 대신 팔목을 잡힌 엘리안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그게 무슨 망발이냐. 책임질 수 있는 소리를 하는 것이더냐.”


엘리안은 리라에게 성을 냈다. 오래도록 같이 지내던 지기였다. 수족처럼 부리긴 했지만 믿고 의지해 왔었고 이상한 낌새도 없었기에 그럴 리 없다며 리라를 질책했다.


“엘리안.”


“엘리안? 어디서 반말을···.”


“미안한데 잘 들어. 하르피아 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표식이나 방식이 있지?”


리라는 여전히 쿠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하지만 엘리안은 하르피아라는 단어가 신경 쓰였다. 리라가 잡은 팔에 미세한 떨림을 전달해 주는 나약함이.


“방법이 있다. 다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선 빙왕의 숨결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귀한 숨결을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빙왕이 실종되면서 보유하고 있는 곳도 드물었다. 공작가에서도 2대 가문만이 가지고 있었다.


“빙왕의 숨결로 어떻게 확인하는데?”


리라는 일이 잘 풀려감을 느끼며 엘리안을 재촉했다.


“머리카락을 뽑아 한 방울 떨어뜨려 보면 알 수 있다. 깃털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앞에 있는 작자 것도 확인했어?”


“물론이다. 그랬기에 우리 가문에 들어올 수 있었지. 그러니 너의 말은···”


리라는 눈을 빛내며 엘리안의 말을 잘랐다.


“그때 오스카도 같이 실험에 참여했지?”


곰곰이 생각해 본 엘리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 그때 오스카는 제정신이 틀어박힌 인간이었으니까.”


엘리안의 말에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리라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져갔다.


“오스카가 빙왕의 숨결을 가지고 있더군.”


리라가 오스카에게서 빼앗은 포션을 꺼내 들었다. 그려진 황금 독수리 문양을 확인 할 수 있게 보여줬다. 뚜껑을 엘리안 쪽으로 기울이면서.


“창공을 수놓은 황금 독수리. 아스칸더스. 우리 가문의 문양이 틀림없다.”


문양을 확인한 엘리안은 확신 어린 표정을 지었고 리라의 시선과 함께 두 쌍의 시선이 쿠가에게 향했다.


“엘리안 님. 저런 천한 자의 말을 믿는 것입니까?”


눈 밑을 긁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쿠가였다.


“오스카와 관련된 일이라면, 철저히 의심해 볼 수밖에 없어 보이는군. 나도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다네.”


엘리안이 보인 뜻밖의 반응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처음 보는 애송이를 두둔하고 나서다니 쿠가로서는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좋습니다. 제가 다시 머리카락을 제시하지요. 다만 저자를 어떻게 믿으시겠다는 겁니까?”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지 걱정 어린 시선이 되었다. 엘리안도 일리가 있다며 다시 리라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에 메인 검을 발견하고는 눈매가 샐쭉해졌다.


“자네는 검사인가?”


“아니. 검사는 아니야. 잠시 맡아둔 것 뿐인데.”


부정했지만 검의 내력이 심상치 않아 보임을 느낀 엘리안은 눈을 번뜩이며 꼼꼼히 감상하기에 이른다.


“이 검 어디서 났지? 대단히 좋은 명검으로 보이는데 마치 내가 지닌 오시리우스 처럼.”


엘리안은 검이 잘 있는지 시선을 내려 확인하고 있었다. 리라는 전달해 달라고 받은 검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기 누나 약혼자한테 가져다주라고 한 것 뿐이야. 단단하긴 하던데.”


“생각났다. 익숙한 문양이 들어 있어서 가물가물했는데 누구한테 빼앗았지?”


이제는 대놓고 도둑놈 취급이었다. 게다가 받은 것을 빼앗았다고 맘대로 결정지어 버렸다. 어안이 벙벙한 리라에게 살기까지 내보이면서 말이다.


“무슨 소리야. 꼬마 애한테 전달해 달라고 부탁 받았다니까.”


그러면서 아이의 키와 생김새 등을 알려주었다. 엘리안은 눈동자가 커지며 리라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다우루오스 가문의 아이가 여기 있다고?”


“응?”


리라는 어리둥절한 기색이 되었다. 다우루오스 가문에 대해 전혀 몰라서다.


“어디 있어? 당장 안내해.”


“잠깐만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그냥 어린 아이 였다니까.”


“네가 가지고 있는 검은 대대로 혈육에게 전해지는 검이다. 이만하면 답변이 되었나?”


답변은 되었지만 정작 급한 불은 여기가 아니었다. 시각이 분산되어서 좋을 것도 없었고 말이다.


“일단 알겠는데, 저 하르피아 문제를 해결해야지. 아이들에게 해코지할지도 모르고.”


다행히도 엘리안의 시선은 거둬졌다. 리라 대신 쿠가를 찬찬히 쳐다봤다.


“쿠가.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서 준비해라.”


“정말 저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쿠가는 억울하다는 표정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엘리안은 미심쩍은 부분을 확실히 짚고 싶었다. 설렁설렁 넘어가는 성격도 아니어서다. 게다가 해가 될 부분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마음 상할 일은 더더욱 없었고 말이다.


“마침 빙왕의 숨결도 있고, 이 아이가 하는 말이 신빙성도 있어서, 검증을 해보려는 것 뿐이다.”


상처 받지 않아도 된다는 엘리안의 배려였다. 다만 쿠가까지 같은 마음일 리 만무했다.


“진짜 빙왕의 숨결이 맞나?”


쿠가는 따르기 전에 리라에게 시선을 주었다. 우선적으로 진품인지 여부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응. 확실해 오스카가 어는 것도 봤고.”


“오스카가 얼었다고, 확실해?”


리라의 확신에 찬 표정을 확인한 엘리안은 재차 언급하며 물어왔다.


“그래. 빙왕의 숨결을 떨어뜨려서 어는 걸 봤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순간에 얼더라고.”


리라의 감성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 엘리안도 다뤄보았었다. 얼게 된 모습도 곁에서 지켜보기까지 했었기에 진실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좋다. 쿠가, 더 이상의 이견은 없는 걸로 알고, 써보도록 하겠다.”


엘리안은 리라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이제 쿠가의 승낙만 있으면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카아악! 웃기는 소리 마라.”


쿠가는 순식간에 깃털로 시야를 차단했고 이후 본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를 펄럭 거리면서.


“정말이었군. 하르피아였어. 저런 천인공노한 찢어 죽일 놈!”


엘리안은 눈에 살기를 품으며 검을 뽑고 있었다. 그에 반해 리라는 엘리안이 내려놓은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정체를 밝힌 쿠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망할 년 때문에 일이 틀어졌군. 엘리안 넌 뭘 본 거냐?”


리라의 가방을 살피던 쿠가였다. 돌연 엘리안을 보며 인원을 소집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너 따위에게 알려줄 말은 없다. 당장 내려와서 심판의 벌을 받아라.”


엘리안이 당차게 외쳐봤지만 그 뿐이었다. 이제는 끈이 떨어진 쿠가는 명을 따를 리 없었고, 콧방귀만 뀌었다.


“웃기는군. 내가 아직도 너의 똘마니로 보이나?”


“이익!”


이를 갈아 붙이는 엘리안을 대신해서 리라가 앞으로 나섰다.


“근데 당신도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데?”


리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복수의 칼날을 들이밀 타이밍은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도 거의 둘 만 붙어있었다. 레아를 뺀다면.


“알 것 없다. 나라고 다 말할 필요는 없지. 아무튼 망할 계집은 잘 때 목을 잘 씻고 자도록 해라.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네 목을 취할 테니까.”


“왜? 지금이라도 취해도 되는데, 꼬리를 빼는 주제에 수준 낮은 협박은 왜 씨부리는 걸까?”


리라의 비아냥거림에 아랫 입술을 깨물어 화를 가라앉히려 했다. 하지만 턱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까지 막지 못했다.


“내 이놈! 다음에도 생글 거릴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혼자 열 내고는 역부족이라 생각했는지 꽁무니를 뺐다. 날아가는 모습을 멀거니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다음에 두고 보던지 말던지. 올 때 되면 편지나 써.”


염장을 한 번 더 지르는 리라였지만 상대가 어느새 점이 되어 흐릿하게 보이는 게 문제였지만.


“쫓아가야 해. 반드시 잡아서, 더는 일을 꾸미지 못하도록 막아야 해.”


엘리안은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렇지만 쿠가의 목적지를 모르기에 애만 태울 뿐이었다.


“아퀴노스 마을로 향하고 있어.”


엘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라를 바라봤다. 목을 홱 소리가 나게 꺾으면서.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방향으로 알았어. 저쪽에 아퀴노스 마을이 있잖아.”


리라가 가리키는 동쪽 방향을 본 엘리안은 자신이 너무 당황했다는 걸 인지했다. 아침에도 랜스 기사단이 있던 아퀴노스 마을에서 출발했건만. 금세 볼이 빨개지며 자괴감이 드는 엘리안이었다.


“미···미래라도 보는 줄 알았잖아.”


창피함을 애써 감추며 리라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엘리안은 터치 이후 손바닥을 얼굴에 가져다 대며 열을 식혀야 했다.


“미래는 무슨. 테오, 레아 출항 준비 좀 해줄래?”


리라는 뒤에서 멀뚱히 서 있는 둘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테오는 곧바로 닻을 올리러 선미로 향했다.


“저 있어도 되는 거예요?”


레아는 손가락으로 본인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엘리안에게 의견을 물으면서.


“그래.”


레아는 반색하며 서둘러 테오 곁으로 갔다. 올리고 있는 롤러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


“있어도 되냐니? 무슨 소리야?”


리라는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깜빡했다. 그렇다 보니 설명의 필요성을 느끼는 엘리안이었다.


“레아의 언니 문제로 한창 시끄러웠다.”


“언니가 찾아온 거야?”


보통 동생이 눈물의 편지를 부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언니가 참지 못하고 데려가서 호의호식 해주겠다고 한다. 마치 어미 새와 같은 마음을 가진 정열적인 언니들이 종종 있었다.


“아니, 언니에게 가야겠다고 데려다 달라고 하더군.”


엘리안의 말에서 유추한 리라가 선수를 쳤다.


“데려다 줄 수 없어 쫓아내려고 했다는 이야기네.”


엘리안은 진짜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닌지 싶은 얼굴이 되었다. 리라를 찬찬히 살펴보며 눈도 깜빡이지 않으면서.


“맞다. 그래서 오늘 떠나라고 했지. 네 말대로.”


“그래서 반응이 뜨뜻미지근했구나.”


리라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릴 때였다. 엔진이 점화되는 소리가 들렸다. 배가 조금씩 진동하는 걸로도 알 수 있었다. 앞에서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며 움직인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주변에 있는 풍경이 지나쳐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큐우우우웅!


언제 들어도 신기한 리라였다. 동력장치가 순수 마법은 아닌 듯했다. 이질감이 들면서도 부드럽고 힘차게 배를 미는 힘이었다.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거야. 마법은 마법인데 뭔가 다르네.”


리라가 영민함이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엘리안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진중한 표정이 되어갔다.


“예리하네. 마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령이나 그들에게 허락 받은 공작가만 쓸 수 있는 정령 마법이지.”


엘리안은 점점 눈시울이 붉어져 가고 있었다.


“별로 기뻐하는 눈치가 아니네. 특별히 쓸 수 있어서 좋은 거 아냐?”


“그렇지도 않다. 올해 계약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노를 젓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이동 수단은 구미가 당겼고 리라가 만약 얻는다면 마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엘리안의 입장에선 재검토가 필요한 모양새였다. 꼭 유리한 입장만 있는 건 아닌 듯 해서다.


“가문의 입지가 있는데, 계약 종결돼도 타격은 없지 않아?”


“아니. 마법이 성행하던 시절에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지금은 심대한 타격을 외면하고 있는 소리처럼 들렸다. 리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직 마나와 스피릿은 차단 할 수 있어서 실용적이잖아?”


리라를 애먹게 했던 기술이었다. 다른 이들의 발목을 묶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하르피아 족이 사라진 이유를 알고 있나?”


“하나 남았잖아. 새끼를 낳지 않았을까?”


“쿠가가 말인가. 그렇군. 정체를 안 들키려고 혼인도 하지 않은 거였어. 귀족이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실마리가 풀리는군.”


엘리안은 너무 늦은 깨달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심도 깊은 고민을 하는지 하려던 말도 잊어버렸는지 정승처럼 서 있었다.


“그래서. 하르피아 족이 어쨌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리라 덕분에 엘리안은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어디까지 얘기했는지 갈피를 잡기 위한 것처럼 보였고 그러다 보니 조금씩 가닥이 잡혀 가는지 눈이 밝아져 왔다.


“그들은 원래 우리에게 신성시 여겨졌다. 천족과 유사한 모습과 바람을 다루는 능력이 출중해서였지.”


전설로 전해지던 어린 시절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읊고 있었다. 낭만 있던 시절이 그려졌다.


“예언도 해 줬기에 신탁을 믿었던 우리 가문과도 꽤 잘 맞았다.”


“무슨 예언을 주로 했는데?”


잠자코 듣고 있던 리라가 질문을 했다.


“드래곤을 몰아내라고 했다더군.”


“어디로 몰아냈어? 그 드래곤?”


드래곤에 대해 알고 있는 엘리안이 반가웠다. 기쁜 마음에 리라는 그들의 행적에 대해 묻고 있었다.


“천족과 정령의 불가침 조약으로 인해 함구 되었지. 우리 가문도 기억을 지웠기에 아는 이도 극소수다.”


리라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그걸 본 엘리안은 리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래도 하나는 안다. 용인족 타비티온이 남긴 체언에, 그날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고.”


“오오. 타비티온.”


리라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다만 이름부터가 있어 보이고 간지 있어 보여 입 안에 넣고 발음을 여러 번 굴려보기까지 했다.


“그래. 아무튼 드래곤 족을 없애는데, 동참한 건 맞지만 뒤통수를 맞은 것도 사실이지.”


“그래서 쿠가에게 원한이 있었구나.”


리라는 납득이 간다는 듯 턱에 손을 괴며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집안에 내려오는 가보를 훔쳐 숨겨 놓은 상태다.”


“가보까지 들고 튀었는데 무슨 염치로 옆에 붙어있는 거야. 실마리라도 알려주려고 돌아왔나?”


리라는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컷 비웃으며 비밀은 옆에 있는데 못 찾냐며 일과가 끝나면 혼자 분위기에 취해 잠에 들었을 것이다. 최악은 매일 밤 흥얼거리는 밤을 보냈을 상상을 하면서였다.


“나도 의문이지만 이번에 꼭 잡아야 한다. 실마리든 복수든 간에.”


배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 거리가 있어 망망대해 위를 벗어나지 못한 채여서 복수의 칼을 갈며 초조한 시선을 바다에 던지는 엘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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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전설을 만나다. 24.05.15 6 0 16쪽
9 9화 엘리안의 행방 24.05.14 7 0 18쪽
8 8화 엘리안은 성가시다.(?) 24.05.13 11 0 16쪽
7 7화 키렌과의 재회 24.05.12 14 0 17쪽
» 6화 다시 시작 24.05.11 15 0 16쪽
5 5화 새로운 각성 24.05.10 15 0 16쪽
4 4화 리라의 죽음?! 24.05.09 13 0 16쪽
3 3화 엘리안의 굴욕 24.05.09 14 0 16쪽
2 2화 아스칸더스 가문 24.05.08 16 0 17쪽
1 1화 나는 남자다. 24.05.08 3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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