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불꽃은 드래곤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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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0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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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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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엘리안의 행방

DUMMY



장갑을 낀 손으로 엘리안을 둘러메고 달리며 앞에 보이는 부러진 나무 판으로 만든 배로 향했다. 상처 입은 듯한 흠집들이 곳곳에 즐비 했고 균열에 갈라질 듯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안과 탑승했다.


“빨리 가자. 레노.”


배에 올라 자리를 잡으며 엘리안을 내려놓은 아브란은 마비 독에 움직이지 못함을 알고 안심하며 레노를 재촉했다.


배의 후미에 앉은 레노는 소매에서 나온 끈을 바다로 밀어 넣었고 회전을 이루며 점차적으로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너희는 대체 누구냐?”


엘리안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경직된 몸 때문에 겨우 입만 움직일 수 있었다. 반듯하게 누워 하늘을 본 상태로 상대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아! 이거 미안하게 됐네. 엘리안 공작.”


“나를 알고도 납치했다는 말인가?”


엘리안은 공분을 느껴야 했다. 신분을 알고도 이와 같은 일을 벌인 상대 때문이다.


“대담한 자들이군. 나를 놓아주는 게. 자네들 신상에도 이로울 텐데 말이야.”


엘리안의 협박성 짙은 발언에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엘리안은 쾌활한 웃음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두목이 뵙기를 요청해서, 어려울 것 같네.”


“말도 안 되는 헛소리 마라. 무슨 배짱으로 아스칸더스 가를 건드린단 말이더냐.”


엘리안의 역정에도 아브란은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두목의 확실한 의중을 몰라서다.


“엘리안!”


그때 리라가 배를 발견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엘리안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운이 좋게도 만났다.


“애송이들이 벌써 찾아왔구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엘리안의 위치를 확인한 리라는 당장 구하러 달려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져 불가능했기에 일단은 돌아가서 배를 타고 쫓는 편이 빠르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리라! 구해 줘!”


“기다려. 금방 구하러 갈게!”


“엘리안 님, 꼭 구출해 드리겠습니다.”


키렌은 엘리멘탈을 구현해 연락을 넣었다. 여기가 어딘지를 살펴보면서.


“네. 테오입니다.”


때마침 연락은 바로 받았고 키렌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간이 다리가 설치된 선착장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와서다. 정교하게 깎아 만들어 진 나무의 모서리를 둥그렇게 다듬어 논 판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테오씨. 키렌입니다. 지금 바로 해뜰 마루 선착장으로 와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테오는 씩씩하게 대답하며 발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레아도 불러 같이 움직이는 소리를 확인한 키렌은 엘리멘탈을 중단 시켰다.


“키렌, 저들이 어디로 향하는 것 같아?”


리라는 멀찍이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리에 취약한 약점을 가지고 있어 보나 마나였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각한 길치라 서요.”


키렌 역시도 취약함을 드러낼 때 그들의 행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안이 향한 방향 만을 하염 없이 바라보는 둘 이었다. 초조한 가운데 배가 오기 만을 기다리면서.


뒤쫓아가기엔 이제 막 출발해도 역부족 해 보였다.


뿌우우우!


뱃고동 소리가 들려 고개를 왼편으로 돌렸고 금색으로 치장한 배가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었다. 리라와 키렌은 망설이지 않고 언덕 배기를 밟았다. 배로 훌쩍 뛰어내리기 위함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엘리안 님은요?”


테오가 조타수를 놓아두고 곧바로 리라 일행을 다급하게 마중 나왔다. 레아 역시도 서둘러 다가오고 있었다.


“도적들에게 잡혀갔어. 그러니 서둘러 줄래?”


리라도 엘리안을 놓쳐 불확실한 방향을 가리켰다. 일단은 그들이 향해 나갔던 곳이었기에 테오에게 이동해 줄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네, 알겠습니다.”


테오는 곧바로 달려가 조타수를 잡았고 마지막까지 보았던 키렌도 기억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며 유추한 사실을 의논했다. 이후 길 안내를 시작하며 배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레아로서는 같이 나가지 못해 섭섭한 감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자크는 물리쳤는데, 부하들이 나타나서 엘리안을 납치해 갔어.”


레아는 현재 납치범들을 쫓아가는 상황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찾으려면 이 방향으로 가야 해요?”


“일단 이 마을을 넘어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고 있어?”


리라도 확신하기는 어려웠기에 오히려 지리에 해박한 레아에게 역으로 물어봤다. 하지만 레아 역시도 확신이 없는 눈치였다. 곰곰이 생각하고 있어서다.


“아마···.”


망설이는 걸로 봐서도 확실해 보였다.


“목걸이가 움직여 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목걸이는 미동조차도 없이 리라의 목에 잠잠하게 걸려 있을 뿐이었다.


“생각났어요. 쭉 가면 아마 노바티쿠스 마을이 나올 거예요.”


레아의 표정이 화색을 띠며 밝아져 있었다. 리라도 덩달아 기분은 좋아졌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과연 노바티쿠스로 향했을까. 아니면 넘어섰거나?”


명확하게 답을 정할 수 없었다. 일단 되는 대로 가야 하는지 고민에 휩싸여 가는 가운데 레아의 황금빛 눈망울이 구슬처럼 빛을 냈다.


“목걸이가 움직여요. 리라님!”


옷 안에서 팽팽하게 느껴지던 감각이 목걸이에 의한 것임을 뒤늦게 알아차린 리라는 얼른 손을 집어넣어 밖으로 끄집어냈다.


“목걸이가 가방과 같이 있으면서 회복이 됐나 봐.”


리라도 기쁜 듯 외치며 목걸이를 살펴봤다. 가리키는 방향을 유심히 보면서.


“시간이 멈춰 서 있는 고요한 마을. 노바티쿠스 방향이에요.”


레아의 활기 띤 목소리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테오와 키렌의 시선은 레아를 지나 리라에게 쏠렸다.


“테오, 노바티쿠스 마을로 항로를 잡아줘.”


둘은 다소 안정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노바티쿠스 마을이라는 지명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네, 노바티쿠스로 안내하겠습니다.”


테오는 핸들을 회전시켜 약간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리라는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마을을 잘 알고 있네. 특별한 이유가 있어?”


“언니랑 여기 아스포델 지역에 살아서, 대충은 알고 있죠.”


아스포델


정령왕 오리에드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현재 리라가 있는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서 많은 광산 자원이 발굴되는 채굴장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확천금을 노리고 몰려드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물론 레아는 그저 이곳에 살던 주민이었을 뿐이다. 머리를 쓰다듬던 리라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되었고 머리를 매만지던 손도 멈칫하며 아래로 내려졌다.


“언니에게 가야 한다고 했지?”


엘리안에게 쫓겨나게 될뻔한 사정을 알고 있던 리라는 상처 주지 않고 좋은 해결 방안을 찾고 싶었다.


“네, 언니에게 가봐야죠. 데려다 주시려고요?”


배시시 웃는 레아를 보며 리라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가방을 못 찾더라도, 근방에 도착하면 말해, 들를 수 있게.”


반 농담 식으로 물어봤는데 리라의 진심이 느껴진 레아는 마음속에 커다란 파문이 일며 따스함이 번져왔다.


“네, 꼭 그럴게요.”


살짝 습기가 묻은 목소리였다. 그런 레아를 빤히 들여다보는 리라의 시선에 레아는 실수한 게 있는지 되짚어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마을 이름을 알려줘야 가지 않을까?”


이상 없다고 생각한 레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황이 없어졌다.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 마을 이름·· 마을 이름을 말씀 안 드렸네요. 그러니까. 아! 리브레티아 에요.”


레아는 가까스로 본인의 사명을 다했다는 듯 따스해지는 눈동자에 리라의 모습을 담았다. 해맑게 웃으면서.


“그래, 우리 조만간 그쪽도 경유할 수 있게, 노력해 보자”


“네,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리라의 마음 씀씀이에 감격한 레아였다. 고개를 끄덕인 리라는 얼굴이 트이며 시선을 주변으로 옮겼고 레아 역시도 고개를 돌려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배가 마을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레길을 조성해 진흙으로 된 길 주변에 말뚝이 박힌 걸 볼 수 있었다.


안전 확보를 위한 울타리로 보였고 경계로 보랏빛과 분홍빛의 물결이 보였다. 행운을 뜻하는 라벤더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다.


“진짜 시간이 정지한 마을 다운 풍경이네요.”


레아는 멀리 보이는 오래된 돌 담장을 따라 시선을 내렸다. 하염없이 흐르고 있는 강가의 푸르름을 볼 수 있었고 고요히 뜬 작은 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정말 너무 아름답다. 여기에 도적은 조금 아니, 많이 안 어울리긴 하지만.”


리라도 절경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렌과 테오 역시도 마찬가지인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모여봐. 이번엔 누가 따라 나설래?”


이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목걸이를 잡은 리라는 옷 속에 갈무리하며 키렌이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저는 가겠습니다.”


“저도 따라갈래요.”


키렌에 이어 레아도 동의를 표명했고 테오는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며 다가왔다.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저는 배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리라의 성격상 억지로 끌고 나가는 타입은 아니었다.


“알겠어. 그럼 테오만 남고 모두 출발하자.”


리라는 테오의 의견을 존중해 주며 곁을 지나갔다.


“다녀올게. 테오.”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리라님.”


삐걱 소리를 내며 배의 오르막길을 내려갔다. 이후 지면에 발이 닿았을 때였다. 바람이 부드럽게 라벤더 밭을 흔들었고 달콤하고 상쾌하게 퍼뜨려지는 향기에 반했다. 자연 그 자체를 뿜어 대는 싱그러움에 취해버려 서다.


“음. 향이 너무 좋아.”


리라의 감상 평에 뒤따라오던 레아도 산뜻한 향에 취한 듯 숨을 한껏 크게 들이마시며 자연을 음미했다. 둘레길 옆에 피어난 꽃들도 구경하며 걸으니 단단하게 굳은 진흙을 밟고 가는 낭만에 여유가 넘쳐 흘렀다.


"이게 뭐야?!"


"무슨 일이에요?"


선두에 섰던 리라가 발걸음을 멈춰 세우면서 뒤따르던 레아는 영문을 모른 채 리라의 등에 얼굴을 파묻히고 말았다. 콧잔등을 매만지며 고개를 내민 레아는 금방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다리가 끊어져 있는데?”


앞에 뚝 떨어지는 낭떠러지가 나타나서다.


“세상에?!”


레아가 보기에 분명 다리의 연결부는 존재하고 있었다. 증간 부분이 허물어져서 사라지고 없었을 뿐. 레아는 조금 더 다가가 내려다봤다. 깊은 협곡에선 금방이라도 오우거가 뛰쳐나올 듯했다. 관리가 되지 않은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하고 있어서다.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키렌이 낭떠러지 바로 앞으로 나서 자세를 낮췄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사···살려주세요.”


절벽을 울리며 미약한 소리가 들려왔다.


“밑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요? 유인책 일까요?”


키렌은 미심쩍은 표정이 되어 다가오는 리라에게 자문을 구했다. 진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품어서다. 혹은 동물의 울음소리가 우연히 유사하게 들릴 수도 있었다. 긴가민가해진 표정에는 의구심이 짙어졌다.


“그냥 다친 사람 아닐까?”


리라는 별로 예민하게 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렌은 다른 모양이었다.


“이봐요. 거기 누워서, 뭐 하는 거예요.”


키렌의 녹색 눈동자가 빛을 내며 이제는 사내의 모습이 낱낱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구해 주세요. 하루를 꼬박 굶어서, 기운이 안 나요.”


허기가 져 쥐어 짜 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말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왜 사람을 의심해. 조난자잖아.”


리라는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키렌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려 들었다.


“조난자가 있을 수 없어요.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즉사입니다.”


키렌의 말에도 분명 일리가 있었지만 눈으로 식별까지 해 놓고서 망설인다는 게 싫은 거였다. 께름칙한 기분을 들게 해서다.


“그러다 골든 타임 놓쳐. 빨리 내려가서 구하는 건 어때?.”


“아직입니다.”


키렌은 여전히 리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 한숨을 푹 쉰 리라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동료는 어디다 팔아먹고 혼자 있는 겁니까?”


키렌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혹여나 숨을 만한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면서.


“저는 세레나 마을에서 온 이온 사제입니다. 하늘색 로브는 우리들의 상징이죠. 이래도 못 믿으시겠어요?”


신분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데도 믿어주지 않고 의심을 사고 있어 이온으로서는 울분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토록 억울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사제라면 회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회복술을 배우지 않은 키렌조차도 아는 기본 지식이자 기본 소양이었고 덕목으로 알고 있었다.


“절벽에서 떨어져서 팔다리가 골절 된 상태예요.”


“그래도 치유는 가능하지 않나요?”


이온의 항변에 곧바로 반박하는 키렌이었다. 이쯤 되면 악연이 따로 없었다.


“부러진 걸 그대로 붙이면 못 써요. 좀 도와주세요.”


이제는 제발 처지를 생각해 달라는 간곡함이 담겨 있었다. 보다 못한 리라가 나섰다.


“알겠어. 도와줄게. 그런데 도와주면 보상이 있어?”


이온은 이를 맞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머리를 부들거리면서.


“도와주면 헤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키렌이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 리라는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했다.


“키렌, 그냥 가자. 더 들을 것도 없네. 네 말이 맞았어.”


만면에 미소가 지어지는 키렌이었다. 대신 밑에서는 처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농담입니다. 농담. 정말 잘못했습니다. 질 나쁜 농담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


진심 어린 사과에 울음기가 다분히 묻어있었다. 리라는 진담인 줄 알고 철수하려다가 호의를 베풀기로 했다.


“장소 가려서 농담해.”


“네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포인트가 제법 쌓이겠다는 흐뭇한 생각을 하는 리라였다. 한몫 단단히 잡으려는 건수를 발견해서다.


“그래서 보상은?”


이온은 이제 기운이 많이 빠져 기진맥진한 가운데 바닥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이보다 더 가혹하고 혹독한 벌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제가 졌습니다. 고급 정보를 드릴 테니 빨리 좀 구해 주세요.”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알겠어. 도와 주도록 할게.”


진짜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숨이 넘어갈 기세였기에 득 볼 생각으로 앞뒤 재지 않고 곧바로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리라였다.


“조심··조심하세요”


위에서 지켜보던 레아가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어 리라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금세 안개가 되었다. 바닥에 무사히 안착하는 리라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레아였다.


“후아. 간 떨어질 뻔했어요. 정말 놀라워요.”


“레아 씨. 업히세요.”


리라 혼자만 적진의 한복판일지 모르는 위험 지역에 보내 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 키렌은 레아와 함께 밑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네, 감사합니다.”


레아는 거절하는 쑥맥이 아니었기에 고마움을 표하며 키렌의 널찍한 등판에 매달렸다. 레아를 단단히 붙들어 맨 키렌은 곧바로 엄지를 물어 뜯으며 피를 머금었다.


-아카리아스 : 홍옥 그림자의 비호


키렌도 망설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지면으로 세차게 떨어지며 체감 속도가 올라갔다. 착지 하려는 순간 밑에 새겨진 그림자에 피를 뿜었다.


푸화악!


순간적으로 다리가 그림자에 쑤욱 들어갔다.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서서히 물의 부력으로 떠오르듯. 부드럽게 지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종래에는 저절로 딛고 설 수 있을 만큼.


“와! 키렌씨 신기해요. 대박.”


키렌의 등에서 모든 걸 관람한 레아는 눈을 크게 뜨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레아를 내려주던 키렌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됐다.”


리라는 이온의 어긋난 뼈를 모두 맞춰주고 있었다.


“드디어 제 몸을 찾았네요. 으갸갹.”


엎드려 있는 이온은 인상을 쓰며 몸을 뒤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용을 쓰며 인상을 찌푸리고 이를 깨물어도 생각처럼 쉽지 않은 듯 보였다.


“죄송한데, 저를 한 번만 뒤집어 주시겠어요?”


혹시 다른 보상을 또 요구할지 몰라서 부탁을 망설였지만 이온 혼자서는 어림도 없음을 깨닫고는 큰맘 먹고 두 번째 보상을 고민하며 부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던 리라는 간단히 몸을 뒤집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하늘을 보고 누운 상태가 된 이온은 손에서 점점 새하얀 빛이 감싸며 청아한 향을 내었고 정도에 따라 표정이 일그러지며 통증을 걷어내는 듯했다.


“와, 회복하는 걸 직접 보긴 처음이에요.”


오늘 레아의 눈은 호강하는 날이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기술을 벌써 세 번째로 견식하고 있어서다.


“아직 정식 사제는 아니지만 저도 회복 만큼은 뒤지지 않지요.”


어느새 몸이 회복된 이온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레아에게 시선을 주곤 위트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그건 본인 입장이었고 보는 이들에겐 험악함을 주었다. 얼굴에 온통 멍 자국이 채 가시지 않고 남아 있어서다. 인상이 좋아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놈이 왜 쓰러져 있어?”


리라는 꼴값 떤다고 생각하며 일침을 날리며 뒤통수를 노리려다 이제 막 회복된 상태라 봐주기로 했다. 몰골이 말이 아니기도 해서다.


“그건 통수를 제대로 맞아서입니다.”


“통수하니 엘리안이 떠오르네.”


이온의 발언에 엘리안과 아임이 타박하는 환청이 들렸다. 빨리 구하러 오지 않고 뭐 하는 거냐면서 위도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서 노닥거리고 있다며 리라를 탐탁지 않게 여길 듯했다.


“네? 그게 누구죠?”


“알 거 없고 빨리 보상이나 내놔.”


리라는 애써 상념을 떨쳐버리며 고급 보상을 받을 생각에 들떴다. 부디 일행을 찾을 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기를 바라면서 잔뜩 기대에 부풀어 이온이 준다는 보상을 기다렸다.


“네, 바로 드리겠습니다.”


이온은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켜 보이고 있었다.


“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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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엘리안의 행방 24.05.14 7 0 18쪽
8 8화 엘리안은 성가시다.(?) 24.05.13 11 0 16쪽
7 7화 키렌과의 재회 24.05.12 14 0 17쪽
6 6화 다시 시작 24.05.11 14 0 16쪽
5 5화 새로운 각성 24.05.10 15 0 16쪽
4 4화 리라의 죽음?! 24.05.09 13 0 16쪽
3 3화 엘리안의 굴욕 24.05.09 14 0 16쪽
2 2화 아스칸더스 가문 24.05.08 16 0 17쪽
1 1화 나는 남자다. 24.05.08 3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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