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불꽃은 드래곤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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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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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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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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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키렌과의 재회

DUMMY


공교롭게도 엘리안이 이야기의 요점에서 벗어났다는 걸 자각하게 된 리라는 조곤조곤하게 짚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계약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못 들었는데.”


엘리안도 깜빡했다는 듯 눈가에 웃음 주름을 피워냈다.


“그때는 2대 가문이 되는 거지. 원래는 다른 2대 가문은 갱신이 필요 없지만, 우리만 제약이 따르더군. 별 쓸모가 없다고 정령들도 느낀 모양이야.”


“아. 그래서 억울하다?”


“아니, 억울하기보단 우리 가문의 대들보인 알베르트 공작이 사라졌을 경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미래에 대해 비관적임을 야기시키는 엘리안이었다.


“알베르트 공작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


“우리 가문도 끝이다.”


엘리안의 목소리가 뱃전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어떻게 이룬 가문인데, 결코 천대받는 가문이 될 순 없다.”


선언문을 낭독하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엘리안의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세상은 원래 돌고 도는 건데.”


리라가 눈치 없이 충고하고 나섰다.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우리 가문이 얼마나 노력했고 성장해 왔는지.”


노력한 만큼의 값어치를 아직 보상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억울함이 담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고 그에 리라는 모든 걸 감내하겠다는 마음이 되어갔다. 엘리안의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아니, 알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주는 거야.”


“그게 무슨···.”


리라가 위로가 아닌 동경을 하고 있어 엘리안으로서는 도통 종잡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같이 미래를 위해 노력해 보지 않을래?”


리라의 진지함이 담긴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숙인 엘리안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마치 수줍은 새색시처럼 굴었다.


“커험. 내가 아무리 급해도, 여자에게 그런 마음을 품어본 적은 없다.”


엘리안이 쑥스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은 이유를 알 리 없는 리라였지만 가만히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런 마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대 맞을래?”


리라의 반응에 이상함을 감지한 엘리안은 고개를 들어 리라의 피부를 들여다봤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리라를 보며 수심에 잠긴 엘리안이었다.


“남자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엘리안은 리라 곁에 있으면 어둠이 된 자신을 발견했다. 명과 암의 대조가 명확히 구분 지어져서다. 게다가 리라가 남자일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보편적으로 남자가 쓰는 이름도 아니어서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남자가 맞고, 한 번만 더 이상한 소리하면 얼려버린다.”


리라가 여태 박력 있어 보였던 모습을 되짚어 보던 엘리안은 남자여서란 생각이 들며 새삼스러운 눈이 되었다. 리라를 눈여겨보기 시작하면서.


“부담스럽다. 노을을 쳐다보는 기분이니까. 적당히 하고. 그보다 하고 싶은 말은 드래곤을 찾는데, 힘을 빌려 달란 소리야.”


“체언을 얻으러 가자는 소리네.”


애석하게도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무시하며 외면했었다. 하지만 결국 엘리안의 바람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고 그녀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응. 위치를 알만한 사람도 필요하고.”


“그런 사람이 있어?”


엘리안은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전혀 접해보지 못한 정보였기에 솔깃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찾아보자는 이야기야.”


김이 쭉 빠진 엘리안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난 또 뭐라고. 아무튼 도와줄게. 어쩌면 너라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고맙다. 후회하지 않을 좋은 선택이야.”


태양을 머금은 주황빛 머리카락이 따스함으로 물들었다. 시선을 내려 엘리안의 눈가를 살필 때였다.


부산한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와서 주위를 살피니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어느새 배는 항구에 들어서고 있었다. 아퀴노스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리라 님.”


테오는 도착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선미에서 닻을 내리고 있었다. 레아는 우리에게 다가와 도착 사실을 알려주었다.


“고생했어. 엘리안과 다녀올게.”


리라는 정착한 선박에서 나갈 채비를 했고 레아도 그에 발맞춰 객실로 뛰어가고 있었다. 따라나설 듯해서 엘리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만류했다.


“배를 지켜주겠니. 나와 리라 둘이면 되니까.”


“하지만. 쿠가 님은 환수 종이니까. 제가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레아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해서 이번에는 리라가 달래는 목소리를 냈다.


“쿠가는 아직 어딨는지 몰라. 그리고 쿠가보다 더 강한 자가 벼르고 있어서. 아직 레아를 데려갈 수 없어.”


“무슨 소리야? 쿠가를 찾지 않겠다는 거야?”


리라의 말에서 수상함을 인지하게 된 엘리안은 곧바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물어왔다. 리라는 엉겁결에 사실을 숨긴 얌체가 되어 있었다.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한데, 쿠가는 아직 어디 있는지 모르고, 그보다 먼저 해결할 일이 있어.”


“해결할 일?”


엘리안은 쿠가를 찾는 게 급선무였지만 예기치 못한 일은 불안한 시선을 만들었다. 여기로 데려온 것도 계획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미심쩍은 표정으로 변해갔다.


“일부러 이곳으로 안내했지. 쿠가도 없는데?”


“아냐. 정말 이곳 어딘가에 있어. 내 가방을 가지고 이곳으로 움직였으니 확실해.”


“네 가방은 등에 매달려서 잘 있다마는?”


리라와 가방을 번갈아 보던 엘리안은 표정을 굳혔다.


“난 쿠가를 찾아야 해. 양보할 수 없어.”


“일단 쿠가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잖아.”


“넌?”


“난 확실한 정보가 있어. 그러니 빨리 해치우고 쿠가를 찾는 건 어떨까?”


“왜 그래야 하지?”


“그 자가 방해를 하기 때문이야.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도 까다롭고.”


엘리안은 쿠가를 먼저 찾고 싶었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해 주지 않는 듯하여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도대체 누군데?”


“이자크라는 녀석을 쓰러뜨려야 해. 지금 아퀴노스 마을에 있어.”


“이자크? 검은 번개의 그 이자크라고?”


엘리안의 눈동자는 불안한 진동을 보였다. 마치 그녀의 내면에 불안이 몸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검은 번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자크라고 본인 입으로 말했어.”


리라에게 분명하게 본인 입으로 밝혔었다. 설령 남의 이름으로 장난친 것이라 할지라도 무찔러야 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맙소사. 이자크라면 계산이 맞지 않지만. 알겠다. 우선 가자”


엘리안은 의외로 이자크와 본인의 역량을 저울질하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거기에 더 나아가 리라의 앞에 서서 나설 준비를 했다.


“저희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레아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왔다. 금색의 눈동자가 깊은 빛을 띠며 걱정 어린 빛을 띤 채였다.


“우린 한 방 컷이야.”


테오가 무모한 짓 하지 말라며 레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리라도 레아의 머리를 차분하게 쓸어 주었다.


“그래, 너희는 남아있어. 이 일은 전력으로 가야만 하는 일이니까.”


이자크의 강함을 경험해 보지 못한 레아였다. 따라와 봐야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한 일이라 생각했다. 아니 필시 발목 잡힐 일이었다.


“너희는 자리를 지키며,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휴식 시간을 갖는 게 좋아 보이는구나.”


엘리안까지 따라나서지 말라고 강구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레아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알겠습니다.”


풀이 죽은 레아는 테오가 다독여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속상해하는 이들을 지나친 후 리라와 엘리안은 둘을 일별했다.


지면과 연결된 계단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얼마 못 가서 멈춰서야 했지만.


“귀족 나리의 행차시다.”


“왕림해 주셔서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엘리안 공작님.”


저번과 같이 많은 행렬이 늘어져 있는 향연을 볼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쉬이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무엄하다. 감히 공작의 앞길을 막다니 썩 물러가거라.”


엘리안은 스피릿을 실어 소리를 퍼트렸다. 놀란 시민들은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일대는 한바탕 소란으로 몸살을 치뤘다.


“죄송합니다.”


“감히 무례를 저질렀군요. 용서 부탁드립니다.”


“무지몽매하여 몰랐습니다. 지금 당장 물러나겠습니다.”


“공작님, 잘못했습니다.”


각자 용서를 빌며 뿔뿔이 줄행랑을 놓고 있었다. 삽시간에 구름처럼 몰린 인파는 한산한 모습을 유지했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조차도 떠나간 모양이었다.


“그런 방법으로 쫓는 거구나. 역시 태생은 다르네.”


늘상 보아왔고 만인 지상에 오른 엘리안이었다. 그랬기에 너무도 익숙하게 사람들을 다루는 방법을 실천해 보였다. 리라로서는 쉽게 경험해 보지 못할 깨달음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보다 정보를 얻기엔 주점이 낫겠지?”


지난번 리라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발상이었다. 그런 엘리안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주점이 제일 위험한 순위 1위였어.”


만만하게 보던 상대에게 목이 댕강 잘렸었기에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리라는 주점은 선택 사항에서 뺐다. 곧장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노선으로 정했다.


“이자크가 주점에 있었다고?”


엘리안으로서는 은신이나 하며 잠복했을 이자크를 떠올렸다. 마을 한복판에 나타났다니 믿기 힘든 눈초리였다.


“주점에서 만났어. 정확히는 수풀이 우거진 공터였지만 아무튼 주점 인근이지. 그러니 우리는 성당에서 우회해서 가야만 해.”


리라는 과일과 생선 좌판의 중간 틈으로 들어갔다. 좁은 사이를 지나오니 길게 뻗은 언덕이 나타났다.


참나무 목재로 만든, 작은 성당이 올려다 보였다. 오래된 십자가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곳. 언덕길 옆으로는 조그마한 집들이 오밀조밀 자리하고 있어서 몸을 숨기며 이동하기에 유리해 보였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엘리안으로서는 목표가 코 앞인데 멀리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어차피 마주칠 상대였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도움을 줄 사람이 있어. 그가 필요해.”


리라로서는 성당으로 향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도움을 줄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리라에게서 느껴진 엘리안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우리는 성당에 다다랐다. 세밀하게 조각된 고딕 양식의 아치형 창문들이 뒤에 즐비했지만 감상할 겨를이 없던 둘은 성당 주변을 둘러싼 소나무에 바짝 붙었다.


빠르게 야외 테이블로 옮겨 다니는 종업원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엔 맥주를, 한 손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걸 보며 리라는 시선을 조금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이자크다.”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 그늘에서 주점을 주시하고 있는 사내를. 일반인보다 머리 하나는 큰 체구라서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진짜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엘리안도 이자크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리라와 이자크를 번갈아 보았다.


“혹시 쿠가랑 작당모의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배신을 했을 때 몸을 의탁할 장소를 만들어 두었을지도 몰랐다. 나중을 위해 대비도 되고 위기가 찾아왔을 때 혹은 지금처럼 줄행랑을 쳐도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은신처로 사용할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대담하게 자행한 일은 아닐듯싶었다.


“악랄한 그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엘리안도 그동안의 쿠가의 행적에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 그렇게 믿어 줬건만 돌아오는 건 참혹함이었고 배신자의 신분을 알아채지 못하고 속아 넘어간 바보로 전락했다.


“저기 온다. 키렌!”


리라가 다가오는 초록 머리의 사내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엘리안도 얼굴을 확인하고 눈썹 끝이 내려가며 눈을 크게 떴다.


“키렌?”


키렌은 처음 보는 여인이 아는 척을 해서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친근한 척하며 매너를 지킬지 모르는 걸 사실대로 말해야 얼굴을 붉힐지 말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고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


“네? 처음 뵙는데 저를 아세요?”


“그럼 잘 알지. 다우루오스 가문의 약혼자잖아.”


당황하지 않은 리라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얼떨떨한 표정이 된 키렌은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네 맞습니다만. 그런데 어? 엘리안 님.”


리라를 살피던 키렌의 시선이 엘리안으로 옮겨왔다. 금세 눈에 이채를 띄었고 엘리안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그 키렌이네. 네가 여기 왜 있어?”


엘리안으로서도 긴가민가하며 달싹거리던 입술을 풀었다. 키렌이 먼저 알아봐 줘서 화색도 돌았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엘리안과 다르게 키렌의 얼굴은 회색빛으로 물들어 갔다. 마치 아직도 기다리던 합격 소식이 없어 좌절한 표정이었기에 리라의 얼굴에도 의문점이 드러났다.


“어떻게 아는 사이야?”


역시 데려오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있었지만 전혀 언급이 없어서 더욱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엘리안이 친분을 과시해서다.


“키렌은 다우루오스 가문의 일급 기사였다.”


엘리안이 몇 번 놀러 갔을 때 인상적이던 키렌을 떠올렸다. 성인 셋을 혼자서 커버하며 현란하게 수놓던 검 놀림. 그때를 생각하던 엘리안은 그녀도 모르게 입가에 조그마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지 아십니까. 저도 엄연한 근위 기사단이 되었습니다.”


엘리안이 기억하는 건 3년 도 더 된 이야기였다. 지금은 엄연한 기사. 그것도 공녀님을 호위하는 충실한 기사단의 일원이 되었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말은 잘도 하네. 아무튼 그래서 안면이 있었구나.”


키렌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도 잘도 재잘거리는 모습에 한마디 해준 리라는 둘의 인연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었다.


“키렌이 필요했으면 진작 이야기하지.”


엘리안은 아쉽다는 표정이 되었다. 괜히 힘들게 언덕의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시선을 이자크가 있던 곳에 머물러 있었다. 미간이 찌푸려 진 채 아니꼬운 눈초리로.


“미리 말했으면 어떻게 됐는데?”


엘리안은 곧바로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했고 팔뚝에서 시작된 검은 글씨가 회전하며 드러났다. 손바닥을 기점으로 모여들며 각자의 배치가 있는 듯 자리 잡았다. 손바닥 위에 만들어진 원 안으로.


“엘리멘탈로 통보했으면 찾아오는 번거로움은 줄어들었지.”


엘리안의 손 위에는 어느덧 푸른 도넛이 생성되었다. 원 안에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물체가 회전하고 있었고. 깨알만 한 글씨들이 빼곡히 박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정령력을 이용해서, 통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장비입니다.”


리라는 잘 모르는 상황이어서 그걸 본 키렌이 직접 나서 대신 설명해 주었다.


“엘리안 님과는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거든요. 옛날부터요.”


“약혼녀랑은 연락 안 해?”


엘리안하고만 통화할 리 없다는 생각 든 리라는 곧바로 약혼녀를 언급했다.


“어제도 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작게 눈웃음이 지어지며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키렌이었다. 마냥 행복해 보였지만 속내를 알고 지켜보는 리라는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이런 쯧쯧. 아무 소리 안 하던?”


“잘 지내고 있으니,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고, 친구랑 같이 오라고만 했습니다.”


“약혼녀가 현명한 건지 네가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


리라는 측은지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지만 키렌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소리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어야 했다. 대신 엘리안이 거들고 나섰다.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아무튼 키렌 약혼녀한테 잘해줘라. 근데 약혼녀 이름은 뭐야?”


리라가 정확한 답변을 안 해주고 얼버무렸다.


“아는 게 도대체 뭐야?”


엘리안은 입술을 쭈뼛댔다.


“다우루오스 폰 데이지입니다.”


키렌은 큰일은 아닌 듯싶었다. 그래서 뾰로통해진 엘리안을 대신해서 대꾸해 주었다.


“꼬마는?”


리라의 입에서 언급된 존재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상상치도 못한 인문의 언급을 들은 키렌은 눈이 튀어나오는 건 아닌지 싶을 정도로 부릅떠졌다.


“꼬마라시면 설마 앙젤 님을 만나셨다고요?”


키렌의 반응에 리라는 꼬마가 맞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면서 등에 단단히 고정시킨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대충 맞겠지, 아무튼 너한테 검을 전달해 달라더라.”


리라가 검을 풀어 키렌 앞에 내밀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든 키렌은 서서히 뽑아 듦에 따라 세상에 고운 자태를 뽐냈다. 태양 빛을 받아 휘황찬란한 무지개를 삼킨 듯한 검신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길고도 험난한 길을 벗어날 때가,”


키렌의 눈동자가 점차 초롱초롱한 빛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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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전설을 만나다. 24.05.15 6 0 16쪽
9 9화 엘리안의 행방 24.05.14 6 0 18쪽
8 8화 엘리안은 성가시다.(?) 24.05.13 11 0 16쪽
» 7화 키렌과의 재회 24.05.12 14 0 17쪽
6 6화 다시 시작 24.05.11 13 0 16쪽
5 5화 새로운 각성 24.05.10 15 0 16쪽
4 4화 리라의 죽음?! 24.05.09 13 0 16쪽
3 3화 엘리안의 굴욕 24.05.09 13 0 16쪽
2 2화 아스칸더스 가문 24.05.08 16 0 17쪽
1 1화 나는 남자다. 24.05.08 3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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