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불꽃은 드래곤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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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0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7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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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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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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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화 나는 남자다.

DUMMY



먹구름이 낀 우중충한 하늘.


가방을 잃어버린 이후.


아니, 사람도 잃어버려 꿀꿀하다. 내 마음과 닮은 하늘과 같이.


“아임이 여기 있는 게 맞는 건가?”


나는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목에 건 목걸이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작동하면 위치를 알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 있었지만 한 시간 전부터 반응이 없었다.


“얘는 왜 반응이 없고. 섬은 코앞인데.”


그러는 사이 배는 해안가와 가까워졌다. 모래에 물결이 새겨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섬을 탐색할 시간이었다.


“일단은 여기에 희망을 걸고. 어? 목걸이가 움직인다.”


목걸이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미소가 지어졌다. 모래사장을 지나고 거대한 수풀 위 시선을 더 올릴 때였다.


“저기야? 진짜? 아 잠깐만. 애매한데.”


재차 확인하는데 목걸이는 힘이 떨어져 손바닥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건물을 가리키는 건지 수풀을 가로지르는 건지 확실히 보지 못했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구라는 안치니까.”


믿기로 하고 옷 안에 목걸이를 집어넣었다. 그리곤 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훌쩍 뛰어내리는데 찰박거렸다. 차가운 바닷물이 무릎까지 닿아와서다.


“밑에 암초가 있었구나. 어쩐지 더 못 들어가더라니. 아무튼 고마워.”


나는 원인을 파악하고 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심하게 요동쳤다. 처음엔 작별이 아쉬워서 떠는 걸로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혹시 아임을 못 찾으면 다시 돌아올게. 기다리고 있어.”


역시나 재회의 기쁨은 맛보고 싶지 않은지 각목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배가 두 동강 나면서 내는 소리였고 변덕을 늦게 부리는 바람에 바다 한 가운데에서 침몰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다음엔 이용 못 하겠네.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여기서 작별하자. 안녕.”


나는 손을 흔들어 주고는 첨벙거리며 해안 쪽으로 걸어나갔다.


***


“너무 안 보이는데.”


풀숲과 거리가 가까워져도 볕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듯했다.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아서다.


“어디 보자. 여긴 들어가는 문이? 아! 여기 있다.”


노란색의 쇠가 엮인 걸 못 봤다. 나무를 밀 때 눈치챘고 머리로 들러붙는 나무 줄기를 걷어내며 문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미처 보지 못한 끈적끈적한 이끼가 발에 밟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관리가 안 되는 건가?”


나는 실망한 얼굴로 더 안쪽으로 발을 들였고 가장 먼저 돌로 쌓아 논 탑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는 전구도.


“버려진 공원 같은데?”


군데군데 거무튀튀한 곰팡이에 벤치 근처도 허리까지 올라오는 잡초로 엉망인데 바람까지 불어오고 있어 미간이 좁혀졌다.


머리도 헝클고 풀도 헤치는 소리를 내서다.


“차핫, 받아라!”


머리를 매만지는 사이 풀 속에서 아이가 뛰쳐나왔다. 공중에 뛰어오르며 검을 찔러 넣는 아이의 멱살을 순간적으로 잡아 올렸다.


“귀여운 꼬마구나. 겁도 없이. 각오는 하고 공격한 거겠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박힌 검을 내려다보면서.


“어?”


벙찐 표정이 된 아이를 살폈다.어딘가 모르게 귀티가 흐르는데 푸른 코트는 계절에 맞지 않게 입고 있었다.


“혹시 강도 짓 하라고 협박 받았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가정을 해봤다. 핍박 받았거나 코 묻은 돈을 갈취하는 도적들의 소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하지만 아이는 감흥이 없는지 공중에 매달린 채 입술을 오므렸다.


휘이익!


휘파람을 불기 위함 이었음을 알았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도망쳐! 유령이야!”


내게 검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간파한 아이는 친구들에게도 사실을 빠르게 알려주었다. 필요 없어진 검은 놓아버렸고 찰싹하고 달라붙으며 내가 쫓아가는 걸 방해하려 했다.


“참 많이도 숨어 있었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뛰쳐나오는 아이들이 보였지만 나는 애당초 쫓을 생각이 없었기에 고개를 밀착시키고 있는 아이를 떼어내 바닥에 내려줬다. 자초지종이 듣고 싶어졌다.


아이는 뜻밖이라는 듯 동공이 흔들렸고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살려주시는 건가요? 안 죽이고?”


아이의 기막힌 발상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지만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시선에 눈을 마주쳐 갔다.


“죽어 마땅한데. 음. 이유부터 들어보려고.”


내가 그렇게 주워 섬기니 아이는 몸을 달달 떨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저···저희 누나랑 교환하려고 그랬어요.”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나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이마에 딱콩을 먹였다.


따악!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이마를 보며 나는 입을 가리고 웃음 지었다.


“푸훗. 이건 나를 노린 벌이야. 그런데 누나를 교환하다니?”


부어오른 혹을 달래던 아이는 잠시 망설이며 눈썹이 찡그려졌다.


“미녀를 데려오면 내기를 통해 이기면 바꿀 수 있대요.”


그러다 집요하게 쳐다보는 나의 시선에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여는 아이였다.


“아 그렇구나. 내가 미녀로 보였구나.”


나는 아까 아이가 쓰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냥 넘어가기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서 망설이지 않고 검을 지면으로 내리 꽂았다.


콰자작!


종종 그런 소리를 해서 매우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아이와 연약한 여자는 때리지 않으니 대신 검에 화풀이를 했다.


다행히 부서지지 않았고 검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쑥 들어갔을 뿐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누나를 찾으려고 했구나. 기특하네. 근데 걔들 지금 어디 있어?”


내 행동을 본 아이는 입이 벌어졌다가 떨쳐내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댔다.


“여기 앞에 자갈 길 보이시죠. 쭉 따라가시면 중앙 놀이터가 있어요.”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가져갔다. 나무로 된 담장 너머로 단상이 미끄럼틀을 끼고 있었고 단상 옆에는 암막 커튼이 쳐져 있었다. 밖에서 함부로 구경하지 말라고 쳐 논 모양새였다.


확실히 수상한 구석이 있었기에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새까만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너희는 나서지 마. 내가 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갑자기 아이는 소매를 잡아당겼다. 제자리에서 콩콩 뛰면서.


“안 돼요. 친구들과 구하기로 했단 말이에요.”


언제 성공할지 알 수 없는 계획이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이라 소중하다고 느낄 뿐. 입술도 삐죽 내밀고 있는 어린아이의 치기에 웃음이 났다. 갸륵한 마음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이럴 땐 감사합니다. 하는 거야. 딴소리 말고.”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배꼽에 손을 척척 얹게 시키면서 고개도 숙이게 했다.


“가··감사합니다.”


다행히 내 지시를 따랐지만 아쉬움이 남은 얼굴이 되어 있었다. 고개를 완전히 들지 않는 이유다.


“누나를 구하러 갈 테니까 너희는 잘 숨어 있어. 이건 어른들의 문제니까.”


나는 여전히 들지 않는 고개를 볼을 받쳐 바르게 보도록 도왔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누나.”


아이의 감사 인사에 꽂아둔 검이 보였고 손잡이를 격정적으로 밟아주었다.


콰작! 콰자작!


역시나 커다란 굉음이 났다. 부러지지도 않으면서. 대단히 단단한 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녀올게.”


아이에게는 손을 흔들며 생각했다. 순수한 아이들이었다. 무지로 인해 받는 고통이었을 뿐. 이런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랐다.


***


나는 도착하자 마자 시끌벅적함에 신선함을 느꼈다. 팝콘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대도 보여 욕을 목구멍으로 삼켜야 했다.


“잘도 꾸며 놨네. 중앙 놀이터라고 적혀 있는데. 이 정도면 테마 파크잖아.”


게다가 테이블에 앉은 남자는 귀족풍의 옷을 입고 있었다. 볼록 튀어나온 배 때문에 퇴색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곁에 다가오는 밤톨머리 사내는 제법 귀티나 보였다.


“축하드립니다. 오스카 남작님.”


만면에 미소를 짓고 오스카 남작이 있는 테이블에 음료를 내려놓고 있었다.


“크하하하. 테오 너도 봤지. 나랑 중앙 지역이 잘 맞는 다니까. 전리품도 얻고.”


테오를 바라보며 웃는 오스카는 종이 쪽지를 테이블에 탁 하고 내려놨다. 그에 테오는 쪽지를 들고 단상 위로 향했다. 흰 두건의 상인에게 용무가 있는 듯


“통째로 가져가는 건가?”


종이를 받은 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물함을 열고 있었다.


나는 돌고래가 새겨진 그네 앞에 서서 둘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열쇠를 받는 테오를 보며 오스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검은 휘장으로 향하려는 듯했다.


“테오야. 먼저 들어간다.”


오스카의 목소리에 나도 휘장 옆으로 움직여 나무 그늘에 몸을 숨겼다.


“네. 바로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테오는 여전히 단상 위에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휘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내부로 들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너는 이제 부잣집으로 가는 거야. 어때 신나지 않아?”


오스카의 으스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바닥을 쓰는 소리도 났다.


“저는 여기가 좋아요. 제발 저를 보내주세요.”


소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 마침 테오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어 따라 들어갈 준비를 했다.


“여길 못 벗어나서 우물 안이 좋은 모양이로구나. 걱정 마라. 나가보면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거다.”


안에서는 지속적으로 소녀를 구슬리고 있었다. 나는 심히 불쾌한 감정이 되어갈 무렵 테오가 휘장을 걷어내고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흰 두건 사내는 물품을 정리하느라 미처 이쪽을 신경 쓰지 못했고 그 기회를 틈타 나도 입구로 다가갔다.


“저는 남아서 동생들을 돌보며 살고 싶어요.”


소녀의 간곡한 부탁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 동생들을 죽여 달라고?”


오스카가 나무 창살에 얼굴을 붙이고 까무잡잡한 소녀를 보고 있었다. 나에겐 뒤통수를 보이고 있었고 충격을 받은 소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남자로 태어나서 창피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그 어린애들을 죽이겠다니. 풀이나 먹는 송충이보다도 못한 수준이네요.”


스콜은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며 나의 얼굴을 바라봤고 오스카는 목소리를 듣고는 눈이 크게 떠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미인이 제 발로 찾아주시다니 너무 황송한데.”


나는 기분 나쁜 시선 때문에 소름이 돋았고 이마에도 힘 줄이 불거지며 주먹이 꽉 쥐어졌다.


“환대 해준 건 고마운데. 명을 재촉하는 발언은 삼가 주세요.”


나의 불쾌한 목소리에도 오스카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양 볼에 손바닥을 대는 추태를 보이면서.


“아이고. 무서워라 조금 있다가 누구는 무릎 꿇고 있겠네.”


오스카는 뒤를 보며 소녀를 가리키고 얘처럼 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본인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태도에 나는 눈을 감고 천장으로 고개를 들어 뻐근한 목을 한 차례 풀어주었다.


“꿇고 있을 사람은 그쪽인 거 같은데. 이쯤에서 아가씨는 풀어주는 게 어때요?”


나는 참을 인을 새기며 자비심을 발휘 중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오스카는 비릿하게 웃으며 손가락에서 딱 소리를 냈다.


“풀어줄게. 대신 네가 나랑 혼례를 올려야 가능한 일이야.”


오스카는 연신 윙크를 해 대면서 새끼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죠. 아가씨를 풀어준다는 전제 조건인가요?”


나는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데 옆에 있는 테오에게 시선을 주는 오스카였다.


“테오. 귀족 조항 10-2 항을 읊어 보거라.”


오스카는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반면 테오는 웃음이 사라지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그러니까.”


“빨리 말해! 뱉어!”


테오가 주저하는 걸 본 오스카는 턱에 호두를 만들며 역정을 냈다. 반면 테오는 귀까지 빨개져 갔다.


“귀족이 원할 때 평민 출신과 혼인을 할 수 있다. 단, 상류층과 하류층의 혼인이므로 신분은 바뀔 수 없습니다.”


가까스로 오스카가 원하던 말을 뱉은 테오는 홍당무가 되어 감옥에서 멀찌 감치 물러났다.


“들었지? 저 소녀를 살리고 싶으면 혼례를 올리면 돼.”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손도 까딱거리는 오스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주먹을 들어 대답을 대신했다.


“협상 결렬. 지금부터 많이 맞을 거니까. 정신 차려도 멈출 수 없어요.”


나는 곧바로 안개가 되어 흩어졌고 두리번거리는 오스카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광폭화


내가 내지른 주먹은 오스카의 앞까지였다. 어둡게 피어난 기둥에 막혔고 마치 쇠판을 치는 소리가 나며 불꽃이 사정 없이 튀었다.


“가소롭구나. 그런 앙증맞은 주먹을 날리다니.”


그러나 말과는 달랐다. 오스카는 눈가를 찌푸리고 있었고 입가도 살짝 떨렸다.


“약점이 보이네요. 너무 단조로워요. 분발하셔야겠어요.”


나는 다시 그림자처럼 쭈욱 늘어졌다. 몸 안에 어둠을 불러 모으니 검은 기운이 주먹에 모이기 시작했다. 곧장 오스카의 우측에서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광폭화


이번에도 오스카의 앞이었다. 검은 기둥이 막아섰지만 연기를 피워낸 내 손은 멈출 수 없었다. 가볍게 기둥을 관통해 나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연기를 흩어버렸다.


복부에 꽂아 넣기 위함이었다.


“끄으윽! 감히 내 결계를 뚫다니.”


둔탁한 소리가 나며 땅에 긴 자국을 남긴 오스카는 나무 감옥을 수수깡처럼 부러뜨렸고 고통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통에 신음하는 오스카를 피해 부서진 감옥으로 들어가 소녀의 손을 잡아 끌며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탈출을 도왔다.


“저쪽에 피해 있어요. 위험하니까. 빨리요.”


나는 휘장의 입구에 있으라며 소녀의 손을 놓았지만 주저하면서 멀어지길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 몸을 사리세요. 어서요.”


나의 재촉에 소녀는 휘장 쪽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어느새 깨어난 오스카가 내 팔을 잡는 걸 보면서.


“역시 부드럽고 곱구나. 촉감이 어쩜 이리 고울 수가 있지?”


오스카는 팔을 잡은 게 기쁜지 흡족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입가에는 선혈 말고는 멀쩡해 보였다. 충격을 감옥이 몽땅 흡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맷집이 좋네요. 저라면 기절하고 패배를 인정했을 텐데요. 일어나신 걸 후회하게 해드리죠.”


나는 또다시 어둠을 불러 모아 검은 연기를 피워냈다. 오스카는 흩어지는 내 팔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잡으려고 했지만, 허탕을 치자 입을 동그랗게 모았다.


“흑마법인가?”


의혹이 깃든 목소리에 나는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검은 불꽃이에요. 위험한 흑마법은 안 쓰죠. 불은 잡을 수 없어요.”


나의 검게 타오르는 연기를 보며 흑마법이 아니라고 하자 오스카는 여전히 양팔로 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그대로 통과되어 감옥을 마주 보는 상태가 되자 돌아서며 감옥을 등졌다.


“빙왕의 숨결로 꺼주겠다. 그 잘난 불꽃을 얼려서 말이야.”


비열한 웃음을 짓는 오스카는 허리에 차고 있던 파우치를 열어 투명한 포션을 꺼내 들었다. 마개를 여니 얼음 결정들이 리듬을 타며 공중에서 눈 꽃을 피웠다.


“빙왕의 숨결을 가지고도 저를 이길 순 없죠. 다른 건 없나요?”


긴장감 떨어지는 모습에 나는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에 오스카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삐뚤빼뚤한 이를 드러냈다.


“동상이 되고 서도 그딴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고.”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당장이라도 씹어 죽일 듯 노려봤다. 하지만 나의 속도를 알기에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히려 했고 그런 강박이 허점을 만들었다.


“좋은 생각인데요. 쉽지 않죠. 특히 저를 상대로는요!”


나는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오스카가 쥐고 있는 손아귀를 목표로 잡았다. 오스카의 손을 검은 연기가 감싸고 돌면서 동시에 쩌적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오스카의 눈이 크게 떠지며 포션을 놓치고 말았다.


“안 돼!”


얼굴이 일그러진 오스카는 병을 잡기 위해 허공을 허우적거렸고 낙하물이 바닥에 닿기 일보 직전이 되어 다급해졌다. 허리까지 숙여봤지만 신발이 적셔지는 게 빨랐고 흘러나온 액체에 닿아 인상을 쓰며 손을 부여잡았다.


“안타깝네요. 조금만 빨랐으면 됐는데. 이미 진행돼서 포기하셔야겠어요.”


나는 새초롬하게 웃으며 실패를 안타까워해 줬다.하지만 오스카는 포기하지 않았고 떨어진 용액을 얼어붙은 손으로 움켜쥐며 약간 남은 용액에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 번이면 돼. 한 번이면!”


다 끝난 상황에 보인 집념과 광기였다. 손은 포기하지 않고 숨결을 뿌렸다.


“알겠어요. 저도 쉽게 끝낼 생각은 없었는데. 더 불타게 만드네요.”


나는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눈꽃이 휘날리며 지나갔고 회심의 일격을 실패한 오스카는 눈동자를 넓게 뜨며 내 펀치를 복부에 받아들였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귀를 찢어내며 울려 퍼졌고 뒤에 있던 감옥이 파편으로 터져 나갔다.


“끄아악···.”


파편과 함께 굴러간 오스카는 사지가 솟구쳐 올랐다 떨어지는 나무 조각에 결박 되었고 군데군데 얼음이 살을 뚫고 나오며 하나의 동상으로 만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다가온 소녀의 눈가에는 화색이 짙어져 있었고 다시 동생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도 엿보였다.


“저는 됐고, 동생들에게 잘해줘요. 많이 걱정하던데.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요.”


나는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니 뺨을 타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음에 뵙게 되면 식사 대접을 해드리고 싶어요.”


나는 소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래요. 다음에 꼭 놀러 갈게요.”


그제야 소녀는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휘장을 빠져나갔다.


“이쪽으로 와요. 숨어 있으니 편하죠. 상사는 죽어 나가는데.”


괘씸하게도 내 눈을 피해 조용히 발을 빼려는 테오를 발견하고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얏! 사··· 살려 주십시오. 저는 평민입니다. 그저 감시자였어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쭈뼛대며 다가오길래 단박에 허공을 격하고 거리를 좁혀 일단 한 대 쥐어 박는 걸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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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엘리안의 행방 24.05.14 6 0 18쪽
8 8화 엘리안은 성가시다.(?) 24.05.13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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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리라의 죽음?! 24.05.09 13 0 16쪽
3 3화 엘리안의 굴욕 24.05.09 13 0 16쪽
2 2화 아스칸더스 가문 24.05.08 16 0 17쪽
» 1화 나는 남자다. 24.05.08 3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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