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불꽃은 드래곤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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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0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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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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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엘리안의 굴욕

DUMMY

세토는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고주망태였다. 해롱거리는 눈으로 빠진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아가씨. 이리 와보라니까.”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세토를 보면서. 리라는 손바닥 안에서 시작된 작은 구를 선박의 바닥에 뿌렸다.


-만휘 : 삼켜진 달


갑자기 선체가 좌우 반동을 일으켰고 중심을 잡기 위해 세토는 속이 메슥거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변의 일행들도 입이 오므려지며 넘어지는 이들이 속출했다.


“뭐야? 무··무슨 일이야?”


“갑자기 배가 왜 이래?”


태양이 떠올라 있어 태풍의 영향은 아닌 듯하다고 생각한 일행들은 뜨악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고 있었다. 리라가 뿌린 여파에 갑판이 솟아 오르더니 검은 기운이 집어삼켜 가고 있어서다.


“저게 뭐야?”


“우악 넘어진···안 넘어진다?”


“멈췄어?”


배의 떨림이 멈추고 리라 앞에 나타난 거대한 블랙의 소용돌이를 목도할 수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을 보는 기분에 사로잡혔고 오래도록 볼 경우 빠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매혹적인 검은 구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이들은 리라와 구를 번갈아 보며 충동을 느꼈다.


“도대체 뭘 한 거지?”


넘어져 있던 세토도 눈앞의 광경을 보며 일어났다. 홀린 듯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뭐긴요. 사람의 영혼을 착취하는 곳이에요. 몸을 그렇게 더럽게 쓸 거면 여기 들어가세요.”


리라는 코를 막으면서 손가락으로 커다란 구를 가리켰다.


“뭐? 영혼 착취?”


세토는 술이 깨는 기분을 느끼며 뒤로 걷다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네 맞아요. 깨끗해지고 싶죠. 얼른 들어가요”


“무··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깨끗한데.”


리라의 말을 부정한 세토는 겨드랑이에 코를 대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봐. 더럽지 않아. 냄새 한번 맡아봐.”


세토는 양쪽 겨드랑이를 들어 올렸다. 리라에게 권유하며 은근슬쩍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누가 그런 더러운 걸 맡아요.”


리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요. 안 들어가겠다면 억지로 들어가게 해드려야죠.”


리라의 얼굴에 불길한 징조가 보였고 때에 맞춰 손바닥도 앞으로 내밀었다.


-달빛 어그러지는 밤 : 도휘를 멤도는 하늬바람


“아니야. 안 들어가도 돼!”


리라의 손에 핑크빛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강맹한 기운을 세토를 끌어당겼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마찰음을 내는 발을 질질 끌면서 칼을 바닥에 꽂아봐도 리라가 당기는 대로 딸려 들어갈 뿐이었다.


“살려 줘!”


리라에게 끌려가던 세토는 동료들을 바라봤지만 처절한 절규를 마지막으로 사라져갔다. 어둡게 일렁이는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었다.


“떨거지들도 다 들어가요. 빨리.”


떨거지들은 약속이나 한 듯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어쭈? 자진 납세를 안 하시겠다.”


리라는 핑크빛 소용돌이로 상대를 끌어당겼다. 강제적으로 생성된 구체에 밀어 넣기 시작하면서. 학살 아닌 학살에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으악!”


“싫어.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요”


들어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빌었지만, 리라는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 비는지도 모르겠고.


“그쪽도 마족인가?”


리라는 검을 뽑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엘리안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족이라뇨? 무슨 소리죠?”


리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을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사주 경계도 철저히 하며 사람들의 수도 착실히 줄여가고 있었다.


“시치미 떼도 소용없다. 이미 가방에서 마기를 느꼈거든.”


엘리안은 다 안다는 표정이었다. 발뺌해도 소용없다고.


“마족과 마기라니.”


엘리안의 말을 들은 쿠가는 입매에 호선을 그렸다. 앞에 보이는 가방을 얼음장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전혀 아닌데요. 어딜 봐서요?”


리라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지만 엘리안은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되어 갔다.


“그럴 리 없다. 우리 가문이 왜 3대 가문에 속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지.”


-시프티아 네즈 : 마나 아이즈


엘리안의 눈가에 푸른 물방울이 원을 그리며 돌더니 어느새 푸른색 눈이 활성화되며 손가락으로 사이즈를 조절하고 있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 정체를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슈아앙! 서걱!


그때 갑자기 리라의 뒤에서 바람이 가르고 지나갔다.


“베어 지지가 않는다고?”


느닷없이 리라에게 날아든 스콜은 검을 번뜩이고 있었다. 허리를 벨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멀쩡한 리라였고 의구심이 든 스콜은 지면을 밟았다. 다시 리라를 횡으로 긋기 위해.


슈확!


눈이 부릅떠졌다.


“다크월커라도 된단 말이냐?”


스콜은 예리한 눈을 빛내며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크월커는 아니에요.”


리라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스콜은 엘리안을 바라보며 머리를 숙였다.


“엘리안 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스콜은 엘리안의 가방을 맘대로 가져갔다.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이었기에 씨근덕거리는 엘리안이었다.


“무엄하구나. 대체···”


쿠가가 말리는 통에 조용해질 수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애써 외면한 스콜은 가방에 검을 겨누며 리라와 척을 졌다.


“가방이 소중한가?”


“당연하죠. 소중한 물건이니 찾으러 왔겠죠. 아니면 내가 여길 왜 왔겠어요.”


리라의 답변에 스콜은 검은 구가 있는 지역으로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던질 듯한 자세를 잡으면서.


“가방을 자른다면 어떨 것 같나?”


스콜이 눈을 부라리며 강행하려는 진심을 보였다. 리라는 수려한 웃음이 입가에 지어졌다.


“하지 않는 게 좋으실 걸요. 왜냐면. 왜냐면.”


스콜은 빼앗으려 달려들 걸 대비했지만 의외로 장난을 치고 있어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찌른다면 어떻게 될까?”


리라의 눈을 보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스콜은 입가를 비틀며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컥!”


아래를 내려다본 스콜의 눈이 커졌다. 찔러 넣은 검이 복부에 박혀 있어서다. 선혈도 낭자한 상태였다.


“봐요. 하지 말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공짜 조언이었건만.”


놀리는 듯한 리라에게 감정이 상한 스콜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내가 이딴 검에 죽을 것 같나.”


이를 악물며 검을 뽑아 던져 버렸고 철그렁 소리와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다. 기운이 빠지는 스콜은 가방을 들고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하필 뒤쪽엔 구가 있는 방향이었다.


덥석!


“놔라! 도울 필요 없다.”


스콜이 쥐고 있는 가방의 반대편을 리라가 잡았다. 선의를 거절하는 스콜이었다.


“돕는 거 아니에요. 가방을 가져가려는 것뿐이죠.”


수치를 느낀 스콜은 억지를 부리며 최후의 힘을 짜냈다. 팔뚝으로 가방을 감싸기 위해.


“내가 갖겠다. 절대 줄 수 없어. 지옥까지 가져간다.”


“그럴 순 없죠.”


리라의 몸에 검은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났다. 스콜의 손을 감싸며 팔까지 장악했고 감고 있던 가방을 놓친 스콜이었다.


“아?!”


짧은 단말마의 소리만을 흘린 채 본인이 한 공약도 지키지 못했다. 어둡게 일렁이는 구체의 위로 무너지며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안 돼. 스콜!”


-시프티아 게어 : 마나 시큘레이터


지켜보던 엘리안이 나서며 가슴 부근에 푸른 심장의 형태가 그려졌다. 박동을 울리듯 꿈쩍거렸고 동시에 주변이 겨울밤처럼 얼어붙었다.


“스콜, 정신 차려 봐. 스콜?”


“엘리안 님. 죄송 합···.”


엘리안이 달려와 스콜의 머리를 받쳐 들었지만 최후를 막지는 못했다.


“와! 스피릿이 차단 됐네요. 어떻게 한 거죠?”


리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엘리안이 스콜을 바닥에 눕히는 걸 보면서 만들어 논 구체가 형체도 없이 소멸해 버려서다.


“우리 가문 특성이지. 넌 이제 발이 묶였을 테니, 듣도록 하겠다. 대체 정체가 뭐지?”


“말 안 할래요. 전 가방도 찾았고, 이만 가볼게요”


엘리안의 대단한 능력도 리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순순히 밝힐 리 없는 리라는 가방을 흔들어 보이며 내빼려고 했다. 하지만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는 엘리안은 길목을 차단하며 퇴로를 원천 봉쇄했다.


“누구 앞인 줄 아는 것이야. 내가 우스워 보이더냐.”


눈을 흘기는 엘리안을 보며 리라는 혀를 쏙 내밀었다.


“저의 내력을 못 알아봐서 화난 거죠?”


정곡을 찔린 듯 움찔했다. 내심을 리라에게 들켜 부아가 치민 엘리안이었다.


“발칙하구나. 좋다. 입심만큼 대단한 실력을 보여봐라. 낱낱이 파헤쳐 줄 테다.”


-열화의 성화 : 작열하는 더위의 광란


엘리안의 주황빛 눈동자가 번뜩이는 순간. 리라에게 붉은 덩어리를 폭죽처럼 현란하게 쏘아댔다.


“저는 불꽃이에요. 차가운 불꽃은 처음일걸요. 결코 벨 수 없는 시리도록 얼어붙은 불.”


리라는 날아오는 덩어리들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제 것인 양 검게 얼어버린 공이 되었고 저글링을 하며 가지고 놀았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빙왕이라도 된단 말이더냐.”


엘리안은 대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덩어리를 날렸다. 리라는 오스카가 가지고 있던 빙왕의 숨결이 생각나며 인연의 연결고리처럼 느껴졌다.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넘어서야 할 존재라는 건 알고 있죠.”


“건방지구나.”


엘리안은 얼음장처럼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땅을 찍어 찼다. 붉은 덩어리에 가려지면서.


“스피릿이 없어도 강하다니. 새싹일 때 베어주겠다.”


리라는 앞의 덩어리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을 때 엘리안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리라의 뒤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끝이다.”


뒤를 점한 엘리안은 불꽃을 강하게 일으켰다. 회심의 일격을 찔러 넣으면서.


“아이쿠. 잔상을 찌르셨네요. 축하드려요.”


찔렀다고 생각한 리라는 연기처럼 흩어졌다. 소리는 엘리안의 뒤쪽이었고 뼈가 시리도록 차가워져 감을 느꼈다.


“아니 어떻게?”


엘리안은 순식간에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얼굴을 뺀 전신이 얼어붙어 있음을 느꼈고 리라가 짙은 안개처럼 보였다. 엘리안의 몸을 얼린 원인으로 보였다.


“호흡은 남겨뒀어요. 마음껏 음미하시길.”


리라가 안개 자체가 되어 엘리안을 감싸고 있었다. 돌연 쐐애액하는 파공음과 함께 가방을 낚아채는 그림자가 있었다.


“이건 내가 가져가마. 잘 있어라.”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든 리라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가방 내려놔. 빨리!”


리라는 안개를 풀며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술을 쓰느라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걸 후회하면서.


“아니, 쿠가 경. 그 모습은 대체?”


엘리안은 운신은 할 수 없었지만 전방에 자리 잡은 쿠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새의 날개가 어깻죽지에서 나와 펄럭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제 알아보다니. 그동안 개노릇 하느라 힘들었는데 말이야. 줄 선물은 없고, 보상이나 받아 갈 테니, 잘 있으라고.”


쿠가는 특유의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들었다. 손을 흔들어 보이는 여유도 보이면서.


“표식을 발견 못 했는데, 멸족된 하르피아족 이었다니.”


엘리안은 충격받은 얼굴이 되었고 믿기지 않은 현실에 입술이 떨리며 파리해졌다.


“이봐 내려오는 게 어때? 네 주인한테 복수해야지.”


리라가 내세울 수 있는 뾰족한 수는 그동안 당한 수모를 갚고 가라는 정도밖에 없었다.


“흥. 그건 언제라도 가능하지. 네 능력이 까다로울 뿐, 대책이 세워지는 대로 경합하도록 하겠다.”


쿠가는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는 듯 방향을 틀어 날개 짓하며 떠나갔다.


“쳇. 다 잡은 고기를 놓쳤네. 남자가 야망도 작고.”


리라는 저래서 뭐가 되겠어. 라며 투덜거렸다.


“뭐가 되긴, 내 눈치를 보며 여태 살아남아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었지.”


“잘나셨네요.”


리라가 웃으며 받아쳤지만 어쩐지 엘리안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빨리 잡으러 가죠. 이 배 어떻게 움직여요?”


리라가 궁금해하는 사항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엘리안이었다.


“이걸 타고 가겠다고, 제정신이야? 당장 내려.”


“바다에 수장시켜 드려요? 마을에 매달아 놓고 갈까요?”


리라는 사람 좋은 얼굴로 무시무시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


“악마가 따로 없구나.”


엘리안은 이가 으드득하고 갈렸지만, 대책이 없었다.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당연히 없다.


“그러니 골라요. 난 악마 할 테니까.”


뻔뻔한 태도에 엘리안은 얼굴이 찡그려졌다. 관여하기 싫다는 생각에 책임을 떠넘기기로 했다.


“테오와 레아에게 부탁해 봐. 머리를 조아리면서.”


이상하게 뒷말이 강조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리라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테오랑 레아라고 했나. 이리 와봐”


“네!”


리라의 부름에 테오는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다가왔다.


“저요?”


레아는 난생처음 보는 아름다우신 분이 이름을 알고 있다니 내심 신기하고 발그레한 기분이 되어 다가왔다.


“응. 출항해야 하니까 아까 하르파스타? 쿠?”


“하르피아족 쿠가입니다.”


레아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리라를 대신해 테오가 정정으로 마무리 해줬다.


“아! 쿠가. 그놈 잡으러 가야 하니까. 출항할 준비해 줘.”


“네!”


“네!”


리라의 명령에 동시에 대답한 둘은 각자 파트를 나눠서 출항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배 쓴다. 아니면 아까 한 말 실천해 줘?”


분명 귀족 사회의 질서와 예절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현재 상황에 불가라는 사전이 사라진 굴욕적인 순간이 아니었다면 엘리안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코.


“마음대로 써라.”


리라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켰다. 출항하기에 더럽게 좋은 날씨였다.


“준비되었습니다.”


조타수를 잡은 테오가 늠름해 보였다. 언제라도 바다를 헤치고 나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저도 준비 완료입니다.”


레아도 닻을 끄는 롤러를 고정시키고 있었다. 믿고 맡겨달라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준비됐으면 빨리 가야지. 당장 출항!”


리라는 배에 동력이 전달되는 소리를 들었다. 우우웅하며 조금씩 마법 엔진의 물리력을 끌어올리며 힘차게 앞으로 뻗어나갔다. 세찬 바람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엄청난데? 금방 도착하겠다.”


리라가 기쁜 듯했지만 내심 불안함은 있었다. 쿠가가 사라진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출항이었고 만약 방향을 꺾었다면 답도 없었다.


“이 방향으로 가면 아퀴노스 마을이 나와요. 랜스 기사단이 있는.”


레아가 마을의 위치를 알고 있는 듯했다. 궁금증이 이는 리라의 목에도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어. 설마?”


리라는 반가운 마음이 들며 소중히 간직하던 목걸이를 밖으로 꺼냈다. 곧바로 아임을 찾기 위해 뻗어나가며 방향을 알려주었다.


“아퀴노스 마을 쪽이네요.”


목걸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함께 본 레아는 앙증맞은 주먹을 꼭 쥐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리라는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얼마나 걸리는데, 도착하기까지?”


레아는 조금 더 칭찬받고 싶은 듯 황금빛 눈동자를 찬란하게 떠 보였다.


“10분 정도면 충분해요.”


“그 사이에 정리 좀 하자.”


이번에도 머리를 쓰다듬어 줄줄 알고 머리를 내밀던 레아는 리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보며 따라 일어났다. 커진 눈동자에 눈물을 매달면서.


“그렇게 말했는데도 말을 안 듣더니 참.”


안타깝다는 듯이 리라가 향한 곳엔 스콜이 단정하게 누워 있었다. 레아도 터덜거리며 다가가 무릎을 땅에 찧었다.


“좋은 곳으로 가야 돼.”


바다 위라서 장례를 치르지 못함에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레아였다.


“관 같은 거 있을 것 같은데.”


리라의 목소리에 창고로 향하는 레아였다.


“제가 가지고 올게요.”


레아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한시름 놓은 리라는 스콜의 몸을 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


“왜 스콜을 챙기지?”


엘리안의 목소리는 습기로 잠겨 있었다.


“글쎄.”


얼버무린 리라는 시선을 먼바다로 두었다. 배가 순조롭게 운항 되고 있음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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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전설을 만나다. 24.05.15 6 0 16쪽
9 9화 엘리안의 행방 24.05.14 6 0 18쪽
8 8화 엘리안은 성가시다.(?) 24.05.13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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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리라의 죽음?! 24.05.09 13 0 16쪽
» 3화 엘리안의 굴욕 24.05.09 14 0 16쪽
2 2화 아스칸더스 가문 24.05.08 16 0 17쪽
1 1화 나는 남자다. 24.05.08 3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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