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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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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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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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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화 정양문(正陽門) (03)

DUMMY

제2화 정양문(正陽門) (03)






"아가씨, 이쪽으로 오시지요."


조용하던 만찬장에 화린의 질문에 대답을 한 이는 정양문의 문주 정운이었다.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선룡의 안내를 받아서 착석한 것에 반해서 화린은 이례적이게도 정운이 직접 자리를 안내했다.

화린의 자리는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까. 정운의 아내와 딸이 앉는 곳에 함께 앉았다.

화린이 자리를 찾아서 착석하자. 만찬장의 분위기가 언제 이상했냐는 듯이 금방 소란스럽게 변했다.


와글와글

시끌시끌

왁자지껄


마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너스레를 떠는 모양새였는데, 그들이 생각해도 방금 전에 화린의 모습을 보고 넋을 잃었던 상황은 군자나, 협객에게 어울리지 않는 추태였다.

그래서 더욱 요란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그러면서도 사내들의 눈빛은 하나 같이 화린의 자태를 훔쳐봤다.

기영은 남자들의 노골적인 눈빛에 가슴팍이 붉게 달아 올랐다.


"어후! 덥다. 더워."

"공자님, 물 가져올까요?"

"물은 됐고, 술이나 가져 와! 오늘 술이 확 땡기네."


혀와 입술이 땡볕 아래에 있는 것처럼 마르고, 건조해졌다.


"예."


왕삼이 술을 가지러 간 사이에 기영은 자신의 앞에 놓인 오리의 다리를 뜯어서 질겅질겅 씹었다.

기영은 정운의 아내와 딸 사이에 앉은 화린을 매섭게 노려봤다.


'저거! 저거! 이 오빠는 지금 가슴에 열불이 나서 죽겠는데, 넌 웃음이 나오냐. 아니, 아무리 강호의 법도가 민간보다 자유롭다지만 어떻게 다 큰 여자애가 다리를 저렇게. 어유! 추해라.'


화린은 기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몸을 훑어내리는 늑대들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였다.

오히려 그들의 안달난 시선을 즐기는 수준이었다.


"어머~. 어쩜 피부가 이렇게 고와요."

"아닙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께서도 너무 젊어 보이셔서 만약 바깥에서 만났다면 제가 먼저 언니라고 불렀을 정도로 젊어 보이시는데요."

"어머! 오호호호. 정 그러면 사석에서는 절 언니라고 부르셔도 되요. 오호호호."

"어머니! 주책이에요!"


세 여인은 제법 쿵짝을 맞춰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부인은 곧 어딘가로 손짓을 하였는데, 그것은 어느새 자신의 자리로 간 정선룡을 부르는 손짓이었다.

어머니의 부름에 정선룡이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는데, 누가 봐도 그건 그녀가 제법 친해진 당화린에게 자신의 아들을 소개하는 모양새였다.


"우리 아들과는 인사를 제대로 나눠보지 않았죠? 제 아들이지만 정말 괜찮은 아이랍니다. 성실하고, 바르고, 의협심이 넘치죠. 때때로 용기가 만용으로 넘어갈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제 아비를 닮아서 아마 잘 해나갈 것입니다."


정선룡은 어머니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하며 당화린과 눈을 마주쳤다.


"당 소저를 뵙습니다. 저는 정양문의 소문주 천절검사(天絶劒士) 정선룡입니다."

"들었어요. '정릉의 변'에서 활약이 대단했다죠?"

"그것은 다 호사가들이 부풀려서 떠들어댄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활약은 하지 못했습니다."

"겸손하시군요."


당화린이 그윽하게 정선룡을 바라보자. 정선룡의 곧고 바른 두 눈동자가 좌우로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우물(尤物)과 같은 여인이군.'


정선룡 역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여인들을 만나 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를 꼽자면 단연코 소검후(小劍后) 이설영일 것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넘어선 신성함이 느껴지는 초월적인 미(美)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를 보고 알았다.

이설영의 인간답지 않은 아름다움에 경탄했다. 하지만 곧 그녀에 대해서 많은 남자들이 관심을 잃었다.


'격이 다른 아름다움은 때때로 자연 경관처럼 지켜보는 것으로 사람을 만족하게 만들지.'


소검후 이설영의 아름다움이 바로 그러했다.

그녀 외에도 아무래도 무림맹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자주 무림맹에 있는 미녀들과 자주 마주쳤고, 눈앞의 당화린과 견줄 수 있는 미녀들도 정선룡은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있었다.

최근 유명해진 소제갈(小諸葛) 장군보 군사라던가. 무림맹주 독고구검(獨孤九劍) 독고신의 손녀 딸인 검향(劍香) 독고옥 여협도 절세미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남자의 마음에 불을 지필 줄 아는 여인이군.'


그저 아름답고, 매력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들의 가슴에도 불을 같이 지펴서. 경쟁을 시키게 만드는 그런 도발적인 화끈한 매운 맛이 당화린에게 있었다.


"얘는, 그렇게 서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아니라 여기 앉으렴."


부인이 냉큼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정선룡은 자신의 자리에 앉혔다.


"나는 네 아버지 곁으로 갈 터이니. 네가 여기 있는 당화린 소저가 무안하지 않게, 옆에서 대화 상대를 해주렴."


부인은 능숙한 말솜씨와 대응으로, 정선룡을 당화린의 바로 옆자리에 앉혔다.

누가 봐도 그녀가 정선룡과 당화린을 이어주려고 그러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저 아줌마가!!!!!! 미쳤나?!!!!!!'


기영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 만찬장을 뒤집어 엎고 싶었다.

기영이 그러지 않은 이유는 기영은 빙의자(憑依子) 당기영이지, 망나니 당기영이 아니었다.

그 차이가 기영이 사람 많은 만찬장에서 발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기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화린과 정선룡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런 두 사람의 분위기에 만찬장에 있는 다른 남자들의 얼굴 빛에는 다소 경직 된 살기가 스며들었다.


'이 오빠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 내가 얼마나 너를 아끼고, 귀여워 했는데. 너는 그렇게 얼굴만 잘생긴 놈에게 홀라당 넘어가서는.'


기영은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연거푸 왕삼이 가져다 준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마치 아내가 잘생긴 연하남과 모텔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발견한 기분이야.'


그 광경을 보고 분노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야.


탕!


기영은 소리나게 술잔을 내려놨다.

얼굴이 잔뜩 붉으락푸르락 되서는 매섭게 정선룡과 당화린을 노려봤다.

사악한 흑심(黑心)이 가슴 속에서 샘솟았다.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이유 있는 찐따였다는 것을 열실히 보여주는 기영이었다.




***




다소 어수선하고, 난잡해 보이는 만찬장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지. 내부에서는 밀고, 당기는 치열한 기 싸움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히 이곳의 주인인 정양문이 자신의 권위를 지켜내려는 싸움이었다.


쨍쨍쨍!


한 여인이 젓가락으로 술잔의 옆면을 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성깔을 할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그 여인은 정운의 나이 차이가 나는 여동생으로, 정운의 나이가 일갑자(一甲子 : 60년)였기에 그렇게 마냥 순진하고, 때 묻지 않은 여인은 아니었다.


"자자자! 분위기도 무르익었는데, 이제 정양문의 문주이신 정 문주님의 건배사(乾杯=잔을 말리다)가 있겠습니다."


그녀가 연신 "주목! 주목!"을 외치자. 만찬장에 소란스러움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정문에게 모아졌다.


"흠흠. 오늘 삼문협에서 멀리 떨어진 사천 성도에서 많은 손님들이 저희 정양문을 찾아주셨습니다. 이곳에 있는 저의 친우 혈왕도(血王刀) 관명은 오래 전에 저와 산서혈변(山西血變)에서 서로 어깨를 기댄 채로 오태산(五台山) 산자락에서 쏟아지는 마교도들을 상대했던 것이 떠올려지는 군요. 그 당시만 하여도 그도, 저도. 그곳이 저희들의 무덤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사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어서. 15년이 지나서 이렇게 다시 재회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당시 마도멸사(魔道滅死)를 부르짖으며 함께했던 시간들과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지금의 영광적인 자리를 빛낼 수 있었던 것에 조국과 황제 폐하, 지금의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피땀 흘린 많은 협객, 의인, 대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건배!"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정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만찬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위하여!!!!"를 외치며 술잔을 들이켰다.


'켁! 추잡하기는.'


기영은 그들과 같이 술잔을 목구멍에 털어 넣으며 속으로 상대를 판별했다.

은근히 대인배로 보였던 정운이었는데, 그도 어쩔 수 없는 결국 같은 동류(同流) 권력가이고, 속세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양신검 정운의 건배사에서는 사천 성도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뿐이지, 정작 이곳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당(唐)'씨 성에 대한 언급은 일체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천당가를 언급하면 작은 세력의 수장인 정운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정운은 '사천당가(四川唐家)'의 언급을 피한 채로, 15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화를 들먹이며 자신의 위상만 드높였다.

그런 정운의 언변에 위화감을 느낀 당문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얼굴을 굳혔다.


"자자자. 다들 주목하십시오. 이번에는 손님 측의 건배사를 듣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당문 사람들의 표정을 모를리가 없는 정운이 재빨리 흐름을 계속 이어나갔다.


"당 소저, 어떻소? 손님들을 대표해서 건배사를 들려주지 않으시겠소?"


정운이 지목한 건배사의 주인공은 바로 독화 당화린이었다.

그가 화린을 다음 건배사의 주인공으로 지목을 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지금 이곳에 정운과 배분이 같은 그의 친구도 있고, 무림에서 명성이 더 뛰어난 사천당가의 내원 장로 구유혈(九幽血) 당충도 있는데, 그런 쟁쟁한 사람들을 다 제치고 딸뻘의 화린에게 다음 건배사를 맡기는 것은 다분히 이곳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속뜻을 모르는 당화린이 기분 좋게 살구눈을 뜨며 눈동자를 빛냈다.


'이거야! 이거!'


과거 당화린이 기영에게 '주인공(主人公)'에 대해서 언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화린은 본인이 어느 장소를 가던지 자신이 그곳에서 큰 주목을 받고, 관심을 받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그런 화린에게 정운의 지목은 아주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여자가 지목을 당하고, 겸손하게 사양을 하면. 그제야 사천당가 측에서 정운 수준의 배분을 가진 사람이 나서서 건배사를 이어가는 흐름이겠지만.


"예!"


우리 화린은 그런거 빼지 않아요.


'어이쿠!'


기영은 남몰래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재밌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화린은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녀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시선과 호흡이 달라지는 것을 화린은 하나하나 다 느낄 수 있었다.


'좋아! 좋아!'


다른 여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화린은 뭇 사람들의 시선들 속에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뭇 여자들의 질시 내지 동경의 눈빛들과 뭇 남자들의 아래위로 훑어보며 짐승처럼 그녀의 몸매를 빨아대는 시선들 모두가 그녀의 큰 기쁨이고, 자랑스러움이었다.

화린은 집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턱을 도도하게 치켜들었다.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가 드러났고, 술잔을 든 화린은 자신의 신체를 비스듬하게 틀었다.

자세 하나가 변했을 뿐인데, 화린이 입고 있던 치파오의 갈라진 틈 사이로 아찔한 어둠이 좌중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화린은 술잔을 높게 쳐들며 말했다.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사천당가를 대표해서 건배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다시 한 번 더 정양문의 문주님이신 정양신검 정운 문주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기영은 화린에게 "그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성배(聖杯, calix/chalice)라는 단어를 그녀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나야 좋지.'


기영은 냉랭한 시선으로 화린을 바라봤다.

기영의 눈동자에 최애에 대한 애증이 피어났다.


'방구 치환술!'


하느님이 주신 치트 스킬의 발현!!

기영은 심하게 확신했다.

지금이 딱 방구 치환술을 쓰기에 매우 적기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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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2화 정양문(正陽門) (16) 24.05.20 211 4 12쪽
18 제2화 정양문(正陽門) (15) +1 24.05.17 224 4 13쪽
17 제2화 정양문(正陽門) (14) 24.05.16 216 4 12쪽
16 제2화 정양문(正陽門) (13) 24.05.15 208 4 13쪽
15 제2화 정양문(正陽門) (12) 24.05.14 210 4 13쪽
14 제2화 정양문(正陽門) (11) 24.05.13 209 3 12쪽
13 제2화 정양문(正陽門) (10) 24.05.12 239 4 12쪽
12 제2화 정양문(正陽門) (09) 24.05.12 258 4 13쪽
11 제2화 정양문(正陽門) (08) 24.05.11 288 6 12쪽
10 제2화 정양문(正陽門) (07) 24.05.11 263 6 13쪽
9 제2화 정양문(正陽門) (06) 24.05.10 301 6 13쪽
8 제2화 정양문(正陽門) (05) 24.05.10 322 6 13쪽
7 제2화 정양문(正陽門) (04) 24.05.09 369 5 13쪽
» 제2화 정양문(正陽門) (03) 24.05.09 414 5 12쪽
5 제2화 정양문(正陽門) (02) 24.05.08 476 6 12쪽
4 제2화 정양문(正陽門) (01) 24.05.08 563 9 12쪽
3 제1화 빙의 (03) 24.05.08 575 9 12쪽
2 제1화 빙의 (02) 24.05.08 688 10 12쪽
1 제1화 빙의 (01) +3 24.05.08 1,21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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