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도...도도... 독방구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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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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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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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화 정양문(正陽門) (16)

DUMMY

제2화 정양문(正陽門) (16)






노호성을 내지른 파천검제 노윤은 초를 다루는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오른 손을 활짝 펼쳐서 앞으로 내밀었다.


"하늘(天)이여 부서져라! 만고고척파동검(萬古高尺波動劍)!"


그 순간 세계가 멈췄다.


'뭣?!'


기영은 멈춘 세계를 바라보며 기이한 기분이 휩싸였다.

어느새 정양문의 문주이자, 정선룡, 정선기, 정선혜 남매의 아버지인 정운이 기영의 바로 옆을 지나치는 모습 그대로 허공에 둥둥 떠있었다.

세상이 멈추자. 빠르게 쇄도했던 정운의 신체도 허공에서 둥둥 뜬 채로.

멈춰 있었다.


'이게 유체이탈인가?'


기영은 자신의 육체가 멈춰 있는 채로, 영혼으로 생각되는 부위들이 스르륵 육체에서 빠져나와서 세상을 둘러볼 수 있었다.


찌르르!


정수리를 관통하는 어떤 기시감이 기영으로 하여금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신체는 고정이 된 상태로 기영의 혼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할 말을 잃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새파랗던 하늘에 가느다른 공간의 균열들이 쩌적 일어나며, 균열들 사이로 새카만 우주와 같은 어둠이 드러났다.


'하늘이, 하늘이 정말로 부서진다.'


새파란 하늘이 깨진 유리 파편처럼 지상으로 비산했고, 깨어진 하늘 사이로 거대한 크기의 청동검이 하늘과 우주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 크기를 짐작하자면 하나의 봉우리 크기의 거대한 검이었다.


「만고고척파동검(萬古高尺波動劍)!」


하늘을 부수는 등장과 나타난 거대한 청동검의 검끝이, 멈춰진 세상 속에서 정운을 정확히 겨냥했다.


'······소멸(消滅)한다.'


기영은 정운의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아주 자세하고, 정운이 소멸하는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정운은 작은 세포 조각부터 낱낱이 해체가 되어서 마치 처음부터 미세한 먼지들의 결집으로 이루어진 인간이었던 것처럼.

한 줄기의 먼지 바람이 되어서 세상 속으로 사라졌다.


"······."

"······."

"······."

"······."


어느새 멈춰진 세상은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방금까지 기영의 바로 옆을 스쳐가던 정운의 신체가 뿌연 먼지들로 화(化)하며,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땅!


정운이 방금까지 입으로 물고 있던 보검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허억허억!!"


파천검제 노윤이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는데, 얼굴 빛이 울긋불긋하게 변했다.

독방구 중독에 의한 증상과 위기의 상황 속에서 소환한 「만고고척파동검(萬古高尺波動劍)」의 시전 후유증이 뒤늦게 몰아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거기에 더해서.


"으아아아아악!!!"


방금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두 눈동자에 광기 어린 살심(殺心)이 깃들었다.


"······."


기영은 그런 노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쨋든 정운이 그 상황에서 갑자기 떨어진 자신의 보검을 입에 물고, 노윤을 기습할 줄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으니까.

졸지에 죽을뻔한 노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화가 날까.

심지어 노윤이 마음을 먹으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도 남을 실력을 지녔으니.


"노 대협!"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정말로 노윤이 살심대로 행동하면 안 되었기에. 기영은 다급하게 노윤을 불렀다.

두 눈동자가 붉게 충혈이 되어서 좌중을 훑어보는 시선의 끝에 정양문의 살아남은 문도들과 정운의 일가인 정선룡, 정선혜 등이 걸렸다.

그 시선에 담겨진 분노를 모를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노 대협!!!!!"


지방 61위의 무신백좌(武神百座)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절대강자.

현경(玄境)의 절대고수.

그가 만약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검을 뽑아든다면 이곳은 곧 지옥도(地獄道)가 될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노윤은 자신의 오른 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그런 노윤의 행동에 기영은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 밖에 없었다.


'아이고!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는 구나!'


정말로 난감하더군 그 순간.


"나는 살인자(殺人者)가 아니다!"


노윤이 우렁차게 목소리를 드높이며, 하늘 높이 들어올린 자신의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쿵!


어찌나 강하게 때렸는지. 노윤이 서 있던 장소가 균열을 일으키며 아래로 푹 꺼졌다.

스스로 주먹으로 가슴을 내려친 노윤은 다시 한 번 주먹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


"나는 학살자(虐殺者)가 아니다!"

쿵!


이번에도 그 충격에 지반이 깨지고, 무너졌다.

노윤의 두 발이 어느새 지면을 파고 들고,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노윤은 다시 한 번 더 주먹을 하늘을 향해서 뻗었다.


"나는 마인(魔人)이 아니다."

쿵!


연속 세 번 자신의 가슴을 때린 노윤은 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바닥에 울컥! 피를 토해냈다.


촤아아악!


한 사람의 몸에서 이만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은 피가 노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많은 피를 토한 노윤의 얼굴은 마치 시체처럼 새하얗게 변했고, 온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가려던 순간 <사합원>의 원주인 금도신장 서충면이 재빠르게 기력이 쇠한 노윤을 안아들었다.


"모두 철수!!"


서충면은 허둥지둥 거리며 사파인들을 이끌고, 재빨리 그곳에서 달아났는데, 사실상 지금의 노윤이 가장 그가 나약할 순간이었다.

정말 문자 그대로 '개미 한 마리 죽일 힘이 없는' 그런 빈사 상태.

이곳에 노윤의 적이 많다는 것을 잘 아는 서충면이었기에 재빨리 사파인들로 하여금 노윤을 지키게하며 그들은 도망치듯이 정양문을 떠났다.


"······."

"······."

"······."

"······."


남은 사람들은 멍하니 떠나가는 노윤을 바라만 보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눈 앞에 본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인간이 충분히 마인(魔人)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노윤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서 자신의 심마(心魔)를 통제한 것이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기영은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이제까지 많은 광경들을 보았지만, 파천검제(破天劍帝) 노윤이 방금 전에 보여준 상황은 단연코 처음 있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심마를 통제하기 위해서 주먹으로 자신의 심장을 때리는 노윤을 떠올리자면.

심장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려왔다.




***




사천당가의 일행들은 곧바로 정양문을 떠날 수는 없었다.

일단 며칠간 정양문에서 지내면서 그들의 호의를 받고, 호의호식하던 그들이 단순히 정양문이 위기에 처했다고 매정하게 떠나간다면, 차후에 사천당가 역시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누가 그들에게 손을 뻗어 줄 것인가.

사람은 자기가 겉으로 하는 만큼, 다시 되돌려받는 법이었다.

특히 일개 개인이 아닌 중원천하에서 명성이 높은 사천당가(四川唐家) 정도의 대세력은 흥망성쇠(興亡盛衰)의 운명을 피할 수 없어서.

반드시 크게 흥할 때가 있으면 반대로 크게 망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사천당가의 긴 역사를 토대로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이은십원(二恩十怨 :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을 가슴에 새기고, 이를 행하고자 노력했다.

이전에 정양문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 이번에는 사천당가가 그들을 도와줄 차례였다.


"그렇게 되었으니, 우리들은 두 개의 무리들로 갈라져서 행동한다. 관 장로와 견혼단은 정양문에 남아서 뒷처리를 하고, 나와 염왕대는 너희들과 함께 천화산(天花山)으로 향한다."


무리를 둘로 나누어서 외문 장로인 혈왕도 관명과 견혼단은 정양문에서 뒷처리를 하고, 내문 장로인 구유혈 당충과 염왕대는 기영을 비롯한 직계 혈족들과 등용단이 나타났다는 천화산으로 향했다.




***




"여어! 히사시부리(やあ久しぶり)!"


순간 기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깜짝 놀란 기영은 다시 귀를 기울이며 상대의 말소리에 집중을 하자, 확실히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중화인(中华人)이 기영이 살던 시대의 일본어를 구사할리가 없지 않은가.


"노 대인을 뵙습니다."


내문 장로인 구유혈 당충이 절도가 느껴지는 포권으로 상대에게 고개를 숙였다.

단순히 상대가 나이가 많아서 예의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존경하는 태도가 당충에게서 느껴졌다.


"너희들 역시 천화산으로 갈 생각인가?"


기영을 포함한 사천당가의 일행들은 정양문을 떠난 직후 강을 건너기 위해서 선착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선착장에는 일전에 한 번 만났던 파천검제 노윤을 비롯한 사파인들이 선객을 자처했다.


"예. 노 대인과 사패련의 준걸들 역시 천화산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대답을 하는 당충의 시선이 노윤의 뒤쪽에 나란히 선 걸출한 인물들을 눈여겨서 보았다.

젊은 남녀가 12명이었고, <사합원>의 원주 금도신장 서충면과 같은 사파인들로 십 수명이 보였다.

현재 사천당가의 인원수와 거의 비슷한 숫자였다.


"맞아. 우리 꼬마들에게 재밌는 구경꺼리나 보여줄 생각이지."


젊은 남녀들 12명은 노윤의 '꼬마'라는 지칭에 언짢은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러나 누구도 노윤에게 그것에 대해서 말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허허허! 괜찮네. 괜찮고 말고, 내가 이러한 경지까지 도달했는데. 그나마 기력이 젊은이들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 참으로 기쁜 일이지."


당충과 노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강을 건널 수 있는 배가 왔고, 그곳으로 사패련의 무리들과 사천당가의 인원들이 옮겨탔다.

배가 그리 크지 않아서, 거진 4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배에 탑승을 마치자 다른 사람들은 감히 배를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반인들은 결국 탑승을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었고, 사패련의 무인들과 사천당가의 사람들만 태운 채로 배는 떠나갈 수 밖에 없었다.


"공자님. 장로님이 오시랍니다."


배가 출발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왕삼이 기영을 찾아왔다.

작은 배였기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기영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며 장로님의 곁으로 다가갔는데, 어느새 기영 말고도 사천당가의 직계 혈족들인 탈백수(奪魄手) 당송강, 화혈비(化血飛) 당노준, 원음투살촉(元陰透殺鏃) 당의, 독화(毒花) 당화린 등이 대기하고 있었다.

당기영이 마지막으로 합류를 하였다.


"오! 당기영 공자,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서 참으로 감개무량하오."


노윤이 바로 기영에게 아는 척을 하였다.

기영은 최대한 존경심을 담아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저 역시 노 대협이 건강하신 모습을 보고서 안심하였습니다. 정말로 다행입니다."

"허허허. 이 늙은이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런 것 뿐이지. 긴 세월을 살아오며 그 정도의 잔재주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겸손이 과하십니다. 파천검제의 명성이 드높은데, 어찌 잔재주 밖에 없다고 말하십니까."

"공자의 뛰어난 용독술에 비한다면, 내 재주는 잔재주에 불과하지."


기영은 노윤의 언변이 참으로 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한껏 띄어주고는 있었지만 어찌 그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영은 상대의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워서 머리가 아파왔다.


'이 노친네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나를 이렇게 띄어주는 것인지. 거참!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네.'


찝찝한 기분을 억누르며 기영은 노윤의 뒤에 선 사패련의 젊은 후기지수들에게 눈을 돌렸다.

두 세력의 인솔자들인 노윤과 당충이 충분히 대화를 나누어서 친분을 나누었으니, 이제는 그 다음의 차례로 각 세력의 중요 인물들이 서로 대치하게 된 것이었다.

사천당가는 기영을 비롯한 사천당가의 세가주 독제(毒帝) 당고후의 아들, 딸 5명이었고, 사패련은 일전에 노윤이 언급했던 사군자(四君子), 영웅회(英雄會) 외 1명의 여인이었다.


"공자님들 인사들 하시지요."


당충이 먼저 기영 등에게 인사를 하라고 권유를 했는데, 아무래도 현 무림에서 사천당가보다 사패련의 직위가 더 높았다.

사패련에서는 천방(天幇) 고수가 무려 넷이나 되었지만 사천당가에서는 천방 고수가 아무도 없었다.

최고 고수가 지방(地幇) 무신백좌(武神百座)가 한계였다.

그런 강호상의 직위가 사천당가가 먼저 인사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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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3화 천화산(天花山) (02) 24.05.22 206 4 13쪽
20 제3화 천화산(天花山) (01) 24.05.21 209 4 13쪽
» 제2화 정양문(正陽門) (16) 24.05.20 211 4 12쪽
18 제2화 정양문(正陽門) (15) +1 24.05.17 224 4 13쪽
17 제2화 정양문(正陽門) (14) 24.05.16 216 4 12쪽
16 제2화 정양문(正陽門) (13) 24.05.15 208 4 13쪽
15 제2화 정양문(正陽門) (12) 24.05.14 210 4 13쪽
14 제2화 정양문(正陽門) (11) 24.05.13 209 3 12쪽
13 제2화 정양문(正陽門) (10) 24.05.12 239 4 12쪽
12 제2화 정양문(正陽門) (09) 24.05.12 258 4 13쪽
11 제2화 정양문(正陽門) (08) 24.05.11 288 6 12쪽
10 제2화 정양문(正陽門) (07) 24.05.11 263 6 13쪽
9 제2화 정양문(正陽門) (06) 24.05.10 301 6 13쪽
8 제2화 정양문(正陽門) (05) 24.05.10 322 6 13쪽
7 제2화 정양문(正陽門) (04) 24.05.09 369 5 13쪽
6 제2화 정양문(正陽門) (03) 24.05.09 413 5 12쪽
5 제2화 정양문(正陽門) (02) 24.05.08 476 6 12쪽
4 제2화 정양문(正陽門) (01) 24.05.08 562 9 12쪽
3 제1화 빙의 (03) 24.05.08 575 9 12쪽
2 제1화 빙의 (02) 24.05.08 688 10 12쪽
1 제1화 빙의 (01) +3 24.05.08 1,21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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