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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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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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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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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2화 정양문(正陽門) (07)

DUMMY

제2화 정양문(正陽門) (07)






일단 보폭부터 일반인들과 다르게 일정한 간격이 정확하게 딱 정해져 있었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거리 계산이지.'


상대의 공격이 얼마나 빠르고, 강력해도 결국 맞추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확하게 공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보폭이 일정하다는 것에서 이미 눈앞의 염소 수염의 노인이 최소 일류 고수는 된다고 할 수 있었다.


"······."


노인의 질문에 정선룡은 대꾸하기 이전에 기영에게 눈빛을 보냈다.

이에 기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르릉


정선룡은 망설임 하나 느껴지지 않는 태도로 허리춤에 달린 검집에서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지금 뭐하시는 것입니까?!"


염소 수염의 노인이 당황해서는 정선룡에게 양손을 휘둘렀는데, 노인의 양손에 어느새 붉은색 수투(手套)가 씌여져 있었다.

수투의 위로 옅은 기운들이 뭉치며 수강(手罡)을 형성했다.


"휘유~. 과연 사패천이군. 이 작은 삼문협에 절정고수를 파견하다니."


기영은 감탄을 터트렸다.

중원에 절정고수가 아무리 많다지만 <사합원>의 주인도 아니고, 총관으로 보이는 자가 절정고수라니. 어지간한 중소 세력은 감히 이곳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이었다.


"감히 우리가 사패천의 소속인 것을 알면서도 감히 검을 뽑아드느냐? 애송이들이, 어디서 헛바람을 집어삼켜서 헛 된 목숨을 재촉하는구나!"


염소 수염의 노인은 눈앞의 어린 애송들이 어디서 <사합원>에 대한 악명을 듣고서, 자신의 협행을 자랑하기 위해서 자신들을 쳐들어 왔다고 여겼다.


"어느 가문의 공자들인지 모르겠으나. 오늘 몸 성히 이곳을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염소 수염 노인이 정선룡과 몇 합의 무공을 주고 받는 동안에 내부에서 <사합원> 소속의 무사들이 각자 병장기들을 휴대하고 쏟아졌다.

점점 몰려드는 무사들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을 느끼며 기영과 선룡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끄덕

끄덕


사전에 모의 한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를 느끼며, 정선룡도 드디어 자신의 본 실력을 드러냈다.


우웅!


아직 젊은 축에 드는 정선룡의 검에서 찬란한 빛줄기가 모여들며, 염소 수염 노인의 양손에 맺힌 수강과 같은 검강(劍罡)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심지어 정선룡의 검강은 노인의 수강과 다르게 그 형태가 제대로 하나의 면으로 자리를 잡았다.


"헛!"


정선룡의 검강을 보고서 기함하는 염소 수염 노인의 기침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내게는 첫 실전이군.'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정선룡의 옆에서 기영은 자신의 허리춤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채찍을 풀어내렸다.

천년독각화린망(千年獨角華鱗蟒)의 수염을 꼬아서 만들어낸 금룡편(金龍鞭)이었다.


촤르르륵!


매섭게 주변에서 달려드는 <사합원>의 무사들을 바라보며 기영은 금룡편법(金龍鞭法)을 사용했다.


쩌저정!


금룡편과 부딪친 병장기들이 나무 젓가락처럼 힘없이 반으로 토막났고, 기영의 채찍을 들지 않은 손이 재빠르게 추혼비접(追魂飛蝶)의 암기술로 무사들의 사지 안쪽을 베었다.


"크악!"

"으악!"

"으윽!"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기영의 손에서 펼쳐진 암기들이 무사의 힘줄을 벴다.

십수명이나 되는 무사들이었지만 다소 시시할 정도로 한 호흡만에 모두 바닥을 뒹굴었다.


"와우."


기영은 첫 실전에 꽤 얼떨떨한 심정으로 주변에 쓰러진 무사들을 둘러봤다.


'이렇게 쉽다고?'


마치 게임하는 기분이었다.

그가 사용하고자 하는 스킬을 사용할 생각만 했을 뿐인데, 어느새 몸이 알아서 움직여서 적들의 병장기들을 분쇄했고, 역시나 암기들도 정확히 상대의 근맥만을 베었다.


'신기한 기분이네.'


하단전에서 느껴지는 내공의 소모나, 체력의 소모 역시 놀라울 정도로 미비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망나니라고 해도, 역시 사천당가구나.'


기영의 자신의 첫 실전에 대해서 기묘한 감응을 느끼고 있을 때, <사합원> 내부에서 웅장한 기파가 그들이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웬 놈들이냐?!"


뒤늦게 나타난 사내는 다른 장정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얼굴에 온통 거친 수염이 난 텁석부리의 장한이었다.

장한은 삼문협에서 사패련의 인가를 받아서 <사합원>을 운영 중인 섬서십대귀(陕西十大鬼) 소속의 일인인 금도신장(金刀神將) 서충면이었다.

그가 나타남과 동시에 정선룡과 손을 섞던 염소 수염의 총관이 재빨리 물러나서 사내의 곁에 섰다.


"원주님! 저놈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소란을 피웠습니다!"


서충면은 염수 수염 총관의 말에 주변을 쓱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언뜻 보아도 그가 잠깐 준비하는 사이에 십수명의 무사들이 근맥이 찢어져서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이런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금빛의 채찍을 든 젊은 공자는 어딘지 모르게 나른한 표정으로 서 있었는데, 그 어디에도 지쳐보이는 기색이 없었다.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데, 신기하군.'


그의 기감이 금빛의 채찍을 든 공자는 강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금빛의 채찍과 공자가 숨기는 수법들이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강하지는 않지만 위험한 놈 하나랑 아직 새파랗게 젋어 보이는데, 강기를 저렇게 뚜렷하게 구현할 줄 아는 놈이군.'


방금까지 <사합원>의 총관과 싸우던 놈은 실력이 절대 그의 아래가 아니었다.

만약 상대가 적극적으로 살수(殺手)를 쓰려고 했다면 이곳에서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었다.


"무슨 의도로 <사합원>을 침입했느냐. 단순히 협행으로 찾아왔다면, 이 금도신장(金刀神將) 서충면이 상대해주마!"


강호에서 종종 가문 내부에서 공들여서 키운 후기지수들이 세상을 경험하고자 바깥에 나와서 협행(俠行)을 한답시고, 사패련과 자주 부딪치고는 하였다.

걔중에는 눈앞의 두 명의 공자들처럼 상당히 뛰어난 실력의 후기지수들도 있었기에 서충면은 눈 앞의 둘이 딱 그렇게 보였다.


"나는 정양문의 소문주 천절검사(天絶劒士) 정선룡이오.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이 아닌 나의 동생이 이곳을 드나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오."

"뭐?!"


서충면은 깜짝 놀라며 정선룡을 보았는데, 상대가 이곳을 찾아 온 이유도 퍽 새로웠고, 무엇보다 상대가 무려 인방(人幇) 97위의 고수라는 것이었다.

이 중원천하에 최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들은 기라성과 같이 많았지만 그들 중에서 인방에 이름을 올린 고수는 단 100명 밖이 없었다.

그 100명들 중 1명이 바로 눈앞의 천절검사(天絶劒士) 정선룡이었다.


"아니, 그런 이유면 찾아와서 당신 동생만 데려가면 될 일이지. 왜 이런 소란을 피운거요."

"내가 이 자리에서 똑똑히 이야기 하겠소. 앞으로 내 동생이 <사합원>은 물론이고, 우리 가문의 명예를 먹칠할 수 있는 곳에 드나드는 것이 내 귀에 들리는 순간. 오늘의 참상은 <사합원>이 아니라도, 어디에서도 다시 재현이 될 것이오!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서충면은 정선룡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단순히 가문 내부에서 정선기를 단속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사합원>과 같이 불법적인 일들을 하는 모든 사업체에 경고를 날림으로, 그들이 주도적으로 정선기의 출입을 배제하도록 의도하는 발언이었다.

동시에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었다.


"우리가 만만해? 너희 집의 동생 녀석의 아랫도리나 제대로 관리하면 될 일이지. 감히 우리들보고 네 말대로 하라고? 너는 네가 무슨 절세 고수라고 되는 줄 아는가 보지?"


서충면이 투지를 불사르며 자신의 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무림인들 대부분이 명예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중에서도 사파인들은 자신보다 나약한 자들의 말을 듣기를 죽기보다 싫어했다.

정선룡이 분명 또래들 중에서 유명하고, 강한 것은 맞았지만 승부라는 것은 본래 직접 맞붙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었다.

정선룡 역시 서충면의 도발에 피하지 않았다.


"무력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어리석은 놈! 건방지다!"


둘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기세를 드높였는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두 개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서로에게 얽혀 들어갔다.


차자장!


도강(刀罡)과 검강이 서로의 목줄을 노리고, 맹렬하게 대치하였다.




***




쩡!


또 다시 두 개의 검과 도가 맹렬한 불꽃을 일으키며 마주쳤다.

귀청을 울리게 하는 폭음에 기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눈앞의 정선룡과 서충면을 보면서, 그들과 비교해서 과연 자신이 저 자리에 서 있어도 지금과 똑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당연히 대답은 '아니오.'였다.


"······."

"······."


마주침과 동시에 떨어진 정선룡과 서충면은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서충면이 자신의 도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의도였다.


"천절검사의 명호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겠군. 실력 잘 보았소. 정 소협."


말을 건네는 서충면의 호흡이 옅게 떨리고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호흡이 고른 편이었다.

전력을 다한 싸움은 아니었다는 것일까?

싸움 도중 말을 건넸다는 것은 사실상 그만 싸우자는 뜻이기도 하였다.

정선룡은 서충면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검을 검집으로 되돌려 놓았다.


"삼문협에서 내가 모르는 고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이 후미진 <사합원>에서 우리 아버지 만큼이나 뛰어난 고수를 만나다니. 참으로 기연입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치열했던 두 사람의 대결은 끝이 났다.

반면에 기영은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좀 아쉽네. 실력을 더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다 자기자신들의 전력을 내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흠. 그렇다고 둘 다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인간의 신체 능력으로 자동차급의 속도와 힘을 내려면 당연히 그만한 희생이 필요했다.

단순히 체력이 소모했다를 넘어선 그 이상의 희생!


"요범!"


서충면이 방금 전에 선룡과 대치하였던 염소 수염의 노인을 불렀다.


"예. 원주님. 하명하십시오."

"저기 있는 정 소협의 아우님을 데리고 와. 그리고 앞으로 정 소협의 아우는 우리 <사합원>은 물론이고, 그 어느 도박장, 기루와 청루에서도 발길 닿지 못하도록 아랫것들에게 똑똑히 이르고!"


이에 요범이라 불린 <사합원>의 총관은 난감한 얼굴을 지었다.


"원주님, 원주님도 알다시피 이런 소란이 일어났는데, 손님들이 멀쩡히 사합원 내부에서 가만히 소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으시겠습니까. 모두들 이미 진작 달아난지 오래입니다."

"그런가?"

"예. 그리고 정 공자님. 귀댁 막내 도련님은 우리 <사합원>을 찾아온 이유는 도박이나, 계집질, 아편을 하러 오신 것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저희들에게 의뢰를 하러 오셨죠."


정선룡은 처음 들어보는 얼굴로 총관을 바라봤다.


"의뢰라뇨. 무슨 말입니까."


이에 사합원의 총관은 다소 심드렁한 얼굴 빛을 드러내며 말했다.


"정양문의 막내 공자이신 정선기 공자께서는 저희들에게 많은 돈을 쥐어주시면서 남편이 있는 아녀자를 공수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저희는 확실히 그런 일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예쁜 딸 내지 아내를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해서, 그를 아편쟁이로 만들어 여자를 <사합원>에 판매하도록 만드는 것도, 사파(邪波)인 그들이 해야할 업무 중 하나였다.


"대략 육개월 전에 의마(義馬)에서 저희 삼문협으로 시집 온 처자가 있는데, 그 처자를 본 정선기 공자께서 저희들에게 의뢰를 하셨죠. 그 처자의 남편을 아편쟁이로 만들어서 부인을 손에 넣으시는 계획을 말입니다."


의마는 황하를 따라서 낙양으로 향하다보면 마주치게 될 도시들 중 하나였다.

그곳 출신의 남편 있는 한 여인이 정선기의 눈길을 끌었고, 그녀가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안 정선기는 수소문 끝에서 <사합원>이 고관대작들을 상대로 이런 업무도 하고 있다는 것에 자신도 똑같이 '의뢰'를 하러 온 것이었다.


"······."


뜻밖의 소식에 정선룡은 황망함을 금치 못하는 얼굴로 얼어 붙었다.

<사합원>에서 도박, 사창가, 아편이나 이용할 줄 알았는데, 설마하니 '의뢰'를 하러 왔다니. 정선룡의 입장에서는 충격이 이루 다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크하하하하! 그 놈 자식, 딱 우리 쪽이랑 잘 어울리는 놈이군!"


서충면은 이 마지막 반전에 폭소를 터트리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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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2화 정양문(正陽門) (16) 24.05.20 211 4 12쪽
18 제2화 정양문(正陽門) (15) +1 24.05.17 224 4 13쪽
17 제2화 정양문(正陽門) (14) 24.05.16 216 4 12쪽
16 제2화 정양문(正陽門) (13) 24.05.15 209 4 13쪽
15 제2화 정양문(正陽門) (12) 24.05.14 210 4 13쪽
14 제2화 정양문(正陽門) (11) 24.05.13 209 3 12쪽
13 제2화 정양문(正陽門) (10) 24.05.12 239 4 12쪽
12 제2화 정양문(正陽門) (09) 24.05.12 258 4 13쪽
11 제2화 정양문(正陽門) (08) 24.05.11 288 6 12쪽
» 제2화 정양문(正陽門) (07) 24.05.11 264 6 13쪽
9 제2화 정양문(正陽門) (06) 24.05.10 301 6 13쪽
8 제2화 정양문(正陽門) (05) 24.05.10 322 6 13쪽
7 제2화 정양문(正陽門) (04) 24.05.09 369 5 13쪽
6 제2화 정양문(正陽門) (03) 24.05.09 414 5 12쪽
5 제2화 정양문(正陽門) (02) 24.05.08 476 6 12쪽
4 제2화 정양문(正陽門) (01) 24.05.08 563 9 12쪽
3 제1화 빙의 (03) 24.05.08 575 9 12쪽
2 제1화 빙의 (02) 24.05.08 688 10 12쪽
1 제1화 빙의 (01) +3 24.05.08 1,21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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