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다만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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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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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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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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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관계(3)

DUMMY

신체술사들은 마력 대신 신체 일부를 소모하여 술식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클린트가 바닥에 쏟은 붉은 액체는 아마도 혈액.

그러나 공간 전이에 필요한 막대한 마력을 대체하기에, 고작 이 정도의 혈액량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리브는 클린트가 상당한 실력의 술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클린트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예상이었을 뿐.


아네트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가장 먼저 발을 내디뎠다.

마치 이 정도는 당연한 것처럼.


“같이 갈까?”


클린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아네트를 붙잡았다.


“됐어. 이건 내 문제야. 그리고 그 음흉한 녀석이라면 지금쯤 여길 들여다보고 있을걸?”


아네트가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향해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보고 있지! 바만! 안내해!”


피부가 녹아내리고 있는 좀비가 맞은 편 방문을 열고 느릿하게 나타났다.


“이거 봐.”


아네트가 좀비를 가리켰다.


썩어가는 좀비의 육신은 도저히 사람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되어있었다.


‘좀비? 바만은 시체술사였나?’


강력한 신체술사인 클린트가 바만을 경계하는 것도 납득이 갔다.

바만이 클린트와 비슷한 수준의 시체술사라면, 뛰어난 전사나 술사의 시체를 취해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고 있을 것이다.

계약술식으로 몸집을 불려 용병 마을을 만들었던 넬라의 상위호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네트는 구역질 나는 좀비를 따라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천천히 따라가자. 리브. 나랑 한 거래는 잊지 않았겠지?”


클린트의 제안을 들었을 때부터 리브는 사활을 걸고 있었다.


잊을 리가 없었다.


리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시선을 반대쪽으로 보낸 클린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이!!! 클린트!!”


아네트와 좀비가 사라진 방향의 반대편에서 건방져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간신히 리브의 허리춤에 닿을 정도로 작은 키.


천진난만해 보이는 남자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이 리브의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불안정한 마력과는 다른 규칙적인 마력.


남자아이는 사람이 아니다.


‘호문쿨루스.’


리브는 자신을 제외한 호문쿨루스와 처음 만났다.


‘호문쿨루스를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게 이런 뜻이었어.’


술식에서 태어나 술식의 축복을 받고 있는 호문쿨루스는 사람들과 다르게 섬세하게 마력을 느낄 수 있기에, 다른 호문쿨루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녀석이 신입이냐?”


남자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클린트가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뭐? 아니야.”


퍽!


남자아이는 클린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브의 하복부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끄허어어억.... 흐어억....’


무방비하게 직격타를 맞은 리브는 뒤로 날아가듯 밀려 넘어졌다.


사람의 주먹이 이렇게 아플 수가 있는 것일까.


리브가 단단한 육체를 가지지 못했다면 일격으로 온몸이 산산조각이 났을 게 분명했다.

넬라의 보조를 받은 제이가 쏜 술식탄환이 어깨를 꿰뚫을 때보다도 더한 고통이었다.

리브는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기었다.


만약 리브가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유례없는 비명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레굴루스!”


클린트가 리브에게 다가오는 레굴루스를 제지했다.


“신기하게 생겨서 그냥 한번 테스트해 본 거야. 흠. 구멍을 뚫어버릴 작정으로 때렸는데. 너. 튼튼하구나?”


‘구멍? 죽는다고 이런 건!’


레굴루스가 리브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냥 단순한 운반용이라고.”


클린트에게 리브는 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뭐야... 그런 거였어? 재미없네.”


클린트의 부연설명을 들은 레굴루스가 실망한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럼 나중에 재밌는 일 있으면 알려달라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불손한 꼬맹이 캐릭터.

클린트같은 수준 높은 술사도 어쩌지 못하는 것을 보면 레굴루스 역시 상당한 수준일 게 분명했다.


‘끄으윽....’


꿰뚫릴 뻔한 하복부의 통증 때문에 몸 전체가 경직되어 욱신거렸다.


클린트가 왔던길을 되돌아가는 레굴루스를 보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필이면 저 녀석이 있을 줄이야. 호문쿨루스인건 딱 보고 알았겠지? 스텔모프의 엘리트 호문쿨루스 중 하나인 레굴루스다.”


‘저런 것들이 더 있다니.’


엘리트급이 즐비한 스텔모프는 지금의 리브가 감당하긴 어려운 조직이었다.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려면 신체술사를 통해야 하는 이상 스텔모프를 완전히 피해가진 못할 것이다.


‘젠장, 산 넘어 산이네.’


클린트가 리브의 하복부에 붉은 마력을 흘려보냈다.


‘치료까지 할 수 있는 건가?’


클린트가 리브의 신체에 대해 뭔갈 알아차린 듯, 잠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은은한 미소를 품은 본래 얼굴로 돌아왔다.


“네가 벌써 다치면 곤란하니까. 이건 서비스야.”


‘그거참 고맙네.’


클린트라면 레굴루스가 주먹을 휘두르기 전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리브가 레굴루스의 주먹에 죽을 정도밖에 안 됐다면, 치료할 마력도 아깝다는 뜻이었다.

아네트가 왜 그렇게 클린트를 싫어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불청객이 나타나서 조금 서둘러야겠어.”


케에에에엑!


복도에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바만의 마력이....”


클린트가 갑자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숨돌릴 틈도 주질 않네!’


리브도 그 뒤를 따라 있는 힘껏 달렸다.


*****


곳곳에 기둥이 세워진 넓은 공간.

주차된 차량이 없는 빈 지하주차장을 연상케 했다.


사방에 놓인 여러 통로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는 다양한 좀비가 썩은 살점을 흘리며 느릿느릿하게 한곳을 향했다.

수많은 좀비에게 뒤덮여 보이지 않는 장소에 누가 있는지는 뻔했다.


클린트가 자기 손목을 베어 피를 쏟아냈다.


신체술사들의 술식은 잔혹하거나 기괴한 형태로 리브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컨셉이었다.

스스로 손목의 동맥을 절단하고 피를 쏟아내는 모습을 본 리브가 자신의 손목을 어루만졌다.


‘내 손목이 다 아픈 거 같네.’


선혈술식 : 블러드 웨이브.


클린트가 쏟아낸 피는 좀비 무리를 향해 흐르기 시작하더니 홍수가 터진 강물처럼 순식간에 불어났다.

불어난 붉은빛의 지옥 물결은 무서운 기세로 좀비 무리를 휩쓸어 그대로 벽에 처박았다.


쿠구콰가강!


피에 젖은 좀비의 살점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클린트가 만들어낸 방대한 양의 선혈이 그 위를 덮으면서 떨어지고 있는 고깃덩어리들은 더 이상 죽은 자의 것이 아니었다.

인육의 비가 쏟아지고 있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역류한 작은 혈류 속에서 온몸이 붉게 젖은 아네트가 쿨럭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리브!”


클린트는 붉은 액체가 담긴 앰풀을 리브에게 건넸다.


“약속대로 아네트를 부탁한다.”

“잠깐! 왜 끼어들지?”


족히 2미터는 돼 보이는 푸짐한 체격의 남성이 아네트를 향해가는 나와 클린트의 앞길을 막았다.


“바만.”


스스로 만든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면서 클린트의 손목으로부터 흘러나오던 피가 멎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빠져라.”


클린트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야말로 무슨 생각이지? 아네트의 컨디션을 떨어트리는 건 보스가 싫어할 텐데?”


제삼자에 불과한 리브는 방관자일 뿐이었다.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컷 신을 보는 기분이었다.


‘내 팔자도 기구하지만, 아네트도 복잡한가 보네.’


팝콘술식을 알고 있었다면 당당히 사용해 보였을 것이다.


바만이 실소하며 말했다.


“큭큭큭. 보스와도 이미 얘기가 다 된 거다. 보스가 네놈한테는 별말 없었나 보군?”

“뭐?”


클린트가 크게 동요했다.


“맹랑한 년이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니 보스도 이제 싫증이 난거지. 이젠 숨만 붙여놓으라더군. 큭큭큭큭큭.”


아네트가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건 스텔모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얘기였다.

몰래 도망친다고 해도 수준급에 불과한 아네트가 스텔모프에 다시 붙잡히는 건 시간문제.


아네트는 검은색 마석을 찾아오는 것과 스텔모프에서 당당하게 벗어나는 것을 거래한 것이다.


“아. 보스가 네놈한테만은 말을 아낀 이유를 알겠군. 네놈이 노골적으로 피를 독차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슬렸던 거야.”


‘피? 그런가. 아네트의 피가 그렇게 귀한가.’


클린트가 바만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개소리 집어치워! 아네트의 신변을 내게 맡긴 건 보스다. 아네트의 피를 독차지하려고 하는 건 네놈이군. 바만.”


바만의 입꼬리가 떨어지질 않았다.


“보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짖어대는 꼴이 아주 흉하군.”


아네트는 클린트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신뢰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바만이 악당이네.’


리브는 긴장감과는 동떨어진 상태로 차분히 관망했다.


“그게 사실이야?”


정신을 차린 아네트가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사실이고 말고는 네년이 더 잘 알지 않나? 그래서 멍청하게도 내 제안을 받아들인 거고.”


아네트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음흉한 돼지 새끼야.”


시종일관 여유롭던 바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갈 곳 없는 고아 년이 거둬줬으면 얌전히 혈액 탱크 노릇이나 할 것이지! 여기저기를 쑤셔놔?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전부 네년이 자초한 일이라고!”


아네트와 만난 건 이제 막 하루가 되었지만, 아네트가 얌전히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넬라와의 싸움에서 처음 만난 리브의 마술을 믿고 목숨을 걸었다.

아네트의 승부사 기질에 스텔모프가 꽤 골치를 썩인 모양이었다.


아네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날 쫓아내고 싶을 정도였겠지?”


스텔모프에서 벗어나고 싶은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일부로...! 이 미친년이!”


시체술식 : 레이즈


바닥에 난잡하게 흩어져있던 좀비의 뼈와 살이 하나로 뭉쳤다.

뭉친 고깃덩어리에서 좀비의 팔다리가 기괴하게 뻗어 나왔다.

붉은 핏방울을 뚝뚝 흘리며 그로테스크한 좀비가 아네트를 향해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이건 왜 이렇게 빨라!’


리브는 느긋하게 움직이던 좀전의 좀비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당황했다.


아네트는 달려오는 붉은 좀비를 발로 차 날렸다.


하지만 빠른 움직임이 특징인 붉은 좀비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마력을 다 쓰더라도 여기서 전부 정리해주마.”


눈을 크게 뜬 바만이 각오를 다졌다.


선혈술식 : 블러드 피스트


바닥을 적시고 있던 핏물이 허공에 떠올라 붉은 주먹을 만들었다.


“음!”


클린트로부터 쏘아진 붉은 주먹이 바만을 크게 밀어냈다.


“사실이냐고 물었지? 아니야.”


클린트의 말에 아네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대답했다.


“어떻게 믿는데.”


클린트가 앞장섰다.


“예전부터 말만으로는 믿지 않았지. 바만은 내가 잡아둘 테니 둘은 여기서 도망쳐.”


아네트는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리브. 약속대로 아네트를 부탁한다.”


리브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아네트를 뒤따라갔다.


‘이대로 더는 아무 일 없이 구경만 하다가 끝났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건 리브의 욕심이었다.


클린트가 바만을 대비해 리브를 보험으로 들어둔 것처럼 바만도 마찬가지로 보험을 들어둔 것이다.


레굴루스가 좁은 복도의 끝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어이!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


기세등등하던 아네트의 얼굴이 절망감으로 물들었다.


“레굴루스....”


레굴루스가 아네트를 뒤따라온 리브를 향해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또 만났네?”


아네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리브... 아무리 너라도....”


아네트도 리브와 마찬가지로 엘리트 호문쿨루스인 레굴루스가 이곳에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쓰러트리는 게 목표가 아니야. 도망만 치면 된다.’


리브는 아네트에게 앰풀을 넘기며 레굴루스의 바로 앞에 섰다.


‘대화는 필요 없겠지.’


레굴루스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지만, 여유에서 나오는 장난일 뿐.

살기 돋는 마력만큼은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리브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술식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확실하게 강자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순간은 첫 일격뿐이다.


‘시작부터 전력으로 간다.’


스킬 트라이얼 : 거스트


숨 막힐 정도의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쿠와아아아앙!


좁은 복도를 가득 채운 사나운 바람은 지나가며 마주치는 방문의 문짝을 전부 날려버렸다.


“운반용 아니었잖아!”


어린아이 같은 작은 체구의 레굴루스가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피아식별 없는 거친 바람은 아네트와 리브마저도 삼켜버렸다.


“리브!!!”


쿠과가가강!


아네트의 신경질적인 외침이 바람 소리에 묻혀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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