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씹어먹는 괴물 육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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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정하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3
최근연재일 :
2024.06.15 08:3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2,040
추천수 :
522
글자수 :
281,222

작성
24.05.14 08:30
조회
695
추천
14
글자
16쪽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DUMMY

일주일 전, 교무실로부터 담임에게 먼저 연락이 닿았다.


“-아 그래요?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기 중 전입생이 온다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원래도 그렇게 전화 한 통에 알겠다고만 하면 되는 건데, 교무실에선 염려 섞인 말투로 설명 한 줄을 더 보탠다.


“선생님! 이 아이가 체육을 하나 봐요. 그래서 우리 학교로 온다는데, 학부모님과 제가 한번 통화는 했거든요? 근데 보통이 아니네요······.”


‘보통이 아닐 거다.’


담임 또한 그 말을 흘려들은 건 아니었다.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왜 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당일.

담임은 교실 앞 복도에 서성이는 남자애를 마주했다.


제법 씩씩해 보이는 갈색 머리 남자애.


‘아?’


그래도 어른들끼리의 얘기니, 오늘 처음 보는 아이에게까지 색안경 낀 시선을 들이밀 순 없다고 생각한 담임은 그 소년을 향해 미소를 머금었다.


이건 어른으로서, 그리고 낯선 공간에 발을 디딘 저 어린양을 기꺼이 사랑으로 보듬어 주겠다는 교육자로서 지당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했다.


“안녕? 네가 승탁이구나?”

“······.”


담임은 아무 말 없이 올려다보는 오승탁을 보며 가여운 아기새라 여겼다. 그래서 더 따스하게 반겨 주었다.


“만나서 반가워~ 우리 그럼 교실로 들어가 볼까?”


“여기 운동장 왜 이래요?”


그게 녀석의 첫마디였다.

새롭게 시작할 자신의 학교에서, 처음 마주한 어른에게 던진 인사였다.


그리고 오승탁이 무심코 던진 그 한 마디로, 아이의 절반은 얼추 파악한 담임이었고.


“······운동장이 왜?”


“뭐 잔디도 없고, 트랙도 없고.”


“아, 이전 학교는 잔디 운동장이었어?”


“하, 여기 완전 꽝인데.”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시간이 3초라 했던가.


오승탁은 그 시간마저 미래 육상인답게 멋지게 단축했고, 담임은 마른침만 삼킬 뿐이었다.


그렇게-

담임은 저 자신의 한 해마저도 그리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감했다.


‘음?’


교과서는 따로 주머니에 담아 왔는데, 가방을 뚫을 듯 불룩 튀어나온 저건 또 무어란 말인가.

궁금은 했으나, 그냥저냥 물음을 목구멍으로 다시 집어삼켰다.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들끓는 냄비처럼 콧김을 내뿜던 오승탁 엄마는 일순 유순해졌고, 아직도 오승탁은 안쪽 입술만 줄곧 으깨 씹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담임은 곰곰이 생각했다.


실은 그녀 또한 이 일이 크게 번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아직 5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어쩌면 올해 내내 크고 작은 사건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 확실해진 건, 전생처럼 오승탁의 기세가 전학 첫날부터 기고만장하게 펴지기만 할 건 아니란 거다.


“귀 없냐고 묻잖아, 사과는 네 엄마가 아니라 네가 해야지.”


“한길, 말 예쁘게 해.”


담임이 낮은 어조로 천천히 다그쳤다.

하나, 적극적으로 날 말리거나 상황을 종료하지 않는 걸 보면 담임 역시 이 사달의 중심이 오승탁의 분조장이란 걸 파악했다는 의미일 거다.


오승탁은 그 말에 날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아래로 거뒀다.


난 그런 오승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놈의 보호자를 다시 쳐다봤지만 그닥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그저 나와 당신의 아들만 쳐다볼 뿐 매듭을 풀 의지도, 여력도 없어 보였다.


그때 오승탁 엄마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음, 우리 승탁이도 육상부에 들어갈 거거든, 길아? 한길 맞지? 오늘 이런 일이 있어서 유감이긴 한데, 서로 잘 마무리하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난 오승탁 엄마가 아닌 담임을 바라봤다.


담임은 저 말을 어떻게 여기는지 궁금해서였다.

정녕 저 멘트가 사과로 들리는 건지, 아니면 그냥저냥 이 사태를 마무리 짓고 해치우려는 건지 말이다.


담임은 날 바라보다 눈에 힘을 바짝 주었다.


‘제발, 길아. 여기서 끝내자!’란 필사적인 외침 같았다.


나 역시 담임의 ‘골 썩는 일은 오승탁 하나로도 족할 텐데’란 생각으로 대충 그냥저냥 끝내려던 찰나에.

오승탁 엄마가 그새를 못 참고 내게 말을 덧붙였다.


“같은 반이고, 함께 운동도 할 사이인데······.”


‘하.’


아직까지 운동이란 말로 포장하려는 말본새가 무척이나 아니꼬웠다.


사실 난 나 자신과 몇 번이나 싸우는 중이었다.


실상 내면에서는 이런 말이 목구멍에 차올랐다.


[그러니까요, 잘 마무리하려면 당신이 업어 키운 이 갈색 원숭이가 똑바로 사과만 하면 될 텐데 말이죠. 그리고 아까부터 운동운동거리시는데, 어차피 트랙 경기는 개인전이 대부분이라 여기서 우리가 철천지원수로 안 좋게 끝나도 뭐 딱히 나쁠 건 없어요. 심지어 당사자인 이 새끼나 당신이나 별다른 조치도 없고. 그냥 그 나물에 그 밥인 건 확실히 알겠네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자 오승탁을 쳐다봤을 때.


녀석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나는 저릿한 느낌에 휩싸였다.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모르겠다만, 회귀한 마당에 내가 분노란 감정에 휩싸여 잊어버린 그 명확한 목표가 다시금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저 원숭이가 필요하다.

전생처럼 사냥개 훈련법을 감내하며 기록을 앞당겨야 한다. 누가 뭐래도 저 녀석은 우리 학교에서 나 다음으로 빠른 녀석이었으니까.


그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오승탁이 다른 학교로 또다시 전학 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녀석은 나와 함께 육상부 활동을 해내야 한다.


그래서 내 입에선 사무치는 감정과는 달리 전혀 생뚱맞은 얘기만 뱉어졌다.


“운동······. 으음 그렇네요. 실은 저도 달리기 좋아해요. 그리고 저처럼 달리기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더 생겨서 사실 설렜어요. 비록 일이 이렇게 됐지만 말이죠. 이번 일은 그냥 승탁이랑 저랑 서로 생각이 짧았던 거 같아요. 저는 승탁이랑 같이 육상부도 하고, 재밌게 학교생활 하고 싶어요.”


내게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던 오승탁 엄마는 갑자기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뭔가 몽글한 감정이 피어올랐는지 곧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긴.

자신의 아들을 낯선 학교에 전학 보낸 입장에서 이보다 더 눈물 나는 멘트가 어딨겠는가.


몸의 대화를 나누며 부닥치고 싸웠는데도 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고. 그리고 심지어 육상도 함께 잘 해보고 싶다고 손을 먼저 내민다는 게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을까.


오승탁 엄마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이내 조금은 울컥했는지 목소리가 살짝 떴다.


“으응, 고맙다······ 아줌마도 갑자기 오자마자 화내서 미안해.”


심지어 이 순간까지도.

오승탁은 끝까지 꿍한 채로 사과 한마디 없었지만, 내 메소드는 여전했다.


“네, 감사합니다.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하고 승탁이랑 잘 지내고 싶어요. 뭐가 됐든 전 승탁이를 용서하고 승탁이도 인제 그만 기분 풀었으면 좋겠어요.”


일순 담임이 ‘저놈의 인격은 대체 몇 개인가’하는 얼굴로 날 빤히 쳐다봤다.


무슨 꿍꿍이로 저런 가식적인 말을 늘어놓는 건지 의아해 하는 것 같다.


그건 오승탁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점심까지만 하더라도, 자기와 죽기 살기로 운동장을 뒹굴었던 녀석이 몇 분 만에 돌변해서 저런 아가페적인 용서와 사랑을 설파하고 실천하다니.


실로 믿기지 않아, 오승탁도 눈썹을 씰룩이며 날 쳐다본다.


‘자, 그렇다면-’


여기까지 내가 머리를 겨우 쥐어 짜내 만든 역겨운 내 각본이었고.


정말 더는 할 말이 없었기에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큰 문제로는 안 번졌으면 좋겠네요. 두 분 모두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고 또 고생하셨습니다.”


실로 4학년 입에서 과연 나온 건가 싶은 의젓한 인사로 마무리한 뒤.


고개를 조아리고 교실을 나섰다.


교실에 남겨진 두 어른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서롤 마주 보며 ‘이 정도면 일이 얼추 끝나지 않겠냐’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 * *



그렇게 홀로 교문을 나서는 동안 난 내 머릴 쥐어뜯었다.


다른 이들은 절대로 공감 못할 고뇌에 빠졌다.


‘아오.’


확, 마.

시원하게 싸대기라도 한 대 더 때려 주고 싶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했다.


회귀까지 한 마당에 조금의 손실적인 부분이 있어선 아니 된다. 특히나 저 오승탁 같은 재원이라면 더더욱. 내가 목표 기록에 다다를 수 있게 만든 좋은 거름이었던 녀석이니까.


“하······.”


오승탁은 아마 별다른 이변 없이 육상부에 합류할 것이다. 그 합류는 1년을 앞당긴 것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하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는 빡침이 또다시 솟구쳤다.


내기 달리기 하나 응했다고 이 모양 이 꼴에 시답잖게 시간만 낭비하고······.


앞으론 또 얼마나 거지 같은 인과율의 부메랑이 내 안면에 들이닥칠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골이 아프다, 골이.”


오승탁과 나는 5학년 막바지에 함께 새로운 육상부에 발을 디딘 것인데, 이젠 이홍섭이란 인물이 주축이 된 육상부에서 다른 시기에 맞닥뜨린 거니까 또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겠다.



* * *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관대하게 용서해 준, 일명 ‘용돈빵 사태’.


그래도 얻는 건 있었다.


교실의 민심을 얻었다.

아이들은 내 아량과 넓은 마음이 귀감이라도 된 듯 존경하듯 바라봤다.


“이야, 길아 그래도 네가 이긴 거야! 결국은!”

“승부도, 인성도 모조리 챙겼다!”


물론, 용제의 핍박도 있긴 했다.


“대신! 넌 가오를 잃었어!!!”


“김용제 나와. 누가 그런 말 쓰래?”


그리고 담임의 신임.


처음엔 담임도 이상히 여겼지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가 친근하게 오승탁을 챙겨 주고 도와주는 모습에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긴 마찬가지.


문제는 오승탁.

이 병신이 자기가 더 꿍하고 화가 나서 마음의 문을 콱 닫았다는 거다.


하지만 이미 기세가 한풀 꺾여 버린 오승탁이다. 녀석은 다시는 가방에서 육상화를 꺼내는, 그런 괴악한 기적을 행하진 않았다. 당연히 ‘달리기’란 말 역시 입 밖으로 먼저 꺼내지 않았다.


사실 이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늘 자기가 1등이라고 노래를 부르며, 기고만장했던 게 가장 꼴사나웠는데 그 짓을 다음부터 보질 않으니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 그래. 승탁이구나, 우리 같이 뛰어 보자!”


예상대로 오승탁은, ‘이홍섭호’에 탑승했다.


육상부의 존속에 도움이 될 부원 영입이 무척이나 목말랐던 이홍섭이었지만, 그 역시도 오승탁과의 시작이 탐탁지는 않았다. 그래도 날 반겼을 적처럼 얼굴엔 일부러라도 화색을 띠고 있었다.



* * *



5월의 어느 날.

아침 운동장.

준비 운동을 막 끝내고 잠깐 숨을 돌릴 때 이홍섭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오승탁은 아직도 운동장을 돌고 있다. 이전 학교에선 체력 훈련 강도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지, 죽을상을 하며 뛰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홍섭과 단둘이 얘기할 시간이 자연스레 조금씩 생겼다.


“길아, 그날 얘기 잘 끝났나 보네?”


“아, 예 뭐. 보기에도 그렇게 좋진 않고 해서.”


“오올~ 네가 더 남자답게 품어 줬다, 뭐 이런 거냐?”


“아직 애잖아요. 그러니까 그렇죠.”


“얌마, 너도 애야.”


“아닐걸요.”


이홍섭이 이런 날 귀여워하며 옆에서 깐족댄다.

만 10세들의 정치 싸움이 그저 귀여운 지 웃고만 있다.


“그래 뭐가 됐든, 용서할 줄도 알고 네가 마음이 더 편하겠네.”


“네?”


“용서한 쪽이 그래서 마음이 더 편해. 이미 일을 먼저 종식한 거니까. 주도권을 아예 가져간 거야.”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뭐.”


“암튼, 잘했다. 한길.”


오늘도 내일도, 이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더 쑤시는 스타트 훈련. 딱히 스타트만의 훈련도 아니었다. 스타트는 곧 대쉬까지 속수무책으로 이어지니 그냥 늘 달리면서 템포를 유지하는 훈련의 일환이었으니까.


그렇게 이홍섭도 역시 오승탁의 예사롭지 않은 스타트를 잡아냈다.


특히, ‘초반 반응 속도.’

그건 이때의 나보다 오승탁이 월등히 빨랐던 게 사실이었다.


내가 가속이 강세였다면, 저 원숭이는 단연 ‘스타트’였다.


“출발!!”

파바바박-!!


“오호라?”


이홍섭의 예상을 능가하는 폭주를 선보인 오승탁이 어깨에 힘을 바짝 준 채 다시 스타트 라인으로 돌아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홍섭이 입맛을 다셨다.


“이야, 승탁이도 투지가 있구나!”


이홍섭이 꺼뭇꺼뭇한 수염만 자꾸 만지작거리는 걸 보니, 혼자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나도 이홍섭의 은밀한 저 생각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지난 생의 초등 육상부 코치도 이런 반응을 보였기에.


필시 우리 둘을 써먹을 최적의 조합을 생각하고 있을 터.


이를테면-


“이거 계주도 되겠다.”


그게 별반 다를 거 없는 이홍섭의 골자였다. 그러나 그건 이홍섭이 다른 육상지도자들에 비해 특별하지 않거나 무능해서는 아니었다.


다년간의 경험이 그의 머릿속에서 일렁였을 테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체스말로 하여금 어떤 전략이 가장 최적의 합을 이룰지를 고심하는 것이다.


하나, 계주는 최소 4인이 모여야 가능한 일.

이제껏 꺼 두었던 그의 핸드폰을 열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며 이 운동장에 나오지 않은 유령 부원 두 명만 꼬셔도 릴레이 출전 가능성이 열리니까.


나 역시 저 갈색 원숭이와의 협업이 탐탁하진 않았으나 그의 원대한 계획을 방해할 생각도 없었다.

근데-


“아뇨? 전 쟤랑 계주하기 싫어요.”


네가 왜 나서?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발을 뻗어야지.


“음? 뭐라고?”


이홍섭이 오승탁에게 재차 물었다.


“뭐가 싫다고?”


“계주요. 쟤랑 배턴 주고받는 거 싫어요. 그냥 혼자 달리면 안 돼요?”


오승탁의 그런 반응은 또 예상치 못했는지, 이홍섭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분명 ‘우리 승탁이는 스타트가 빠르니 1번 주자로! 그리고 길이는 가속이나 직선주로에 강하니 4번 주자 정도가 어떠니?’하면, 어젯날은 모두 잊은 채 설레는 우리 둘의 얼굴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하나,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이홍섭은 오승탁의 기세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오승탁은 오승탁대로 여느 어른들에게 그랬듯 되바라지게 굴기만 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리라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이홍섭은 고글을 벗었다.

일그러지다 못해 찌푸려진 그의 눈살이 드러난다.


이땐 나도 몰랐었다. 이홍섭은 그저 ‘그래그래, 아유 뛰는 것도 고맙고 고생인데 마음 편한 대로 하려무나’ 하는 유순하고 서글서글한 어른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홍섭도 나이가 50을 바라본다. 매일같이 나와 꼬박 10바퀴를 같은 템포로 뛰고 있지만, 그는 엄연한 40대 후반이란 말이다.


이 육상계에 선수로 있었건 지도자로 있었건 간에 분명한 건 이홍섭, 그는 제법 많은 시간을 이 트랙과 경기장에서 보낸 인물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오승탁 같은 녀석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실력적으로나 인성적으로나 더한 녀석들을 숱하게 만나 봤을 테고, 저 갈색 원숭이의 투정은 이홍섭 눈엔-


“승탁아, 여기 달리기하러 오지 않았어?”


“네, 근데 쟤랑은 같이 안 뛰고 싶어요. 쟤랑 뛰면 육상부 안 할래요.”


-치기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일 테고.


하여, 이홍섭은 몇 초간 말없이 생각하더니 입술을 뗐다.


“음 그럼, 어쩔 수 없지.”


“네.”


고집대로 일이 풀리는 줄만 알았던 오승탁이었고-


“네가 나가는 수밖에.”


“네?”


-상대에 적합한 공략법을 찾은 이홍섭이었다.


단순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만 10세 오승탁 앞에서 절대로 아쉬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이홍섭의 판단이었고, 난 그가 선택한 해법에 묘한 쾌감을 느끼며 피식 웃어 보였다.


터질 뻔한 걸 겨우 참은 거다.


“이익······!”


급기야 오승탁이 침음성을 흘린다.


11살의 오승탁.

하고는 싶은데, 하고 싶은 대로 안 되는 한참 빡칠 나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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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2 다위
    작성일
    24.06.13 00:59
    No. 1

    주인공 ㅂㅅ같네.....
    더 읽긴 힘들겠네요.. 전개가... 뭐이렇게 계속
    짜증스럽게 진행되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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