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씹어먹는 괴물 육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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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정하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3
최근연재일 :
2024.06.15 08:3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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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3
추천수 :
522
글자수 :
281,222

작성
24.05.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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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2. 떡잎부터 다르다.

DUMMY

동네 초등학교 이어달리기 같은 육상 종목은 당연히 현실에도 존재한다.


4×100m 경기와 4×400m 경기.


바통을 주고받는다는 비슷한 양상을 띤다.


1,600m 릴레이는 꼬박 한 선수가 한 바퀴를 감내하며 뛴다.

절대 쉽지 않다.


하여, 피치와 스트라이드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지구력을 받쳐줄 체력이 요구된다.


하나, 400m 릴레이는 말 그대로 4명의 주자가 달릴 구간을 나눈다.

지금 우리처럼 말이다.


주자 특성에 따라 정교히 구간별로 주자를 배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단연 ‘팀워크’.


톱니바퀴 맞물리듯 부드럽게 바통을 교대해야 한다.


서로 스텝이 엉키지 않도록 하면서 속도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무조건 호흡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내가 더 빠르고 유능하니, 내 속도에 네가 와서 붙어라.’식의 운영은 필시 독이 되어 돌아올 터.

이때만큼은 가히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어깨가 움직였으니 1초 뒤 팔꿈치가 돌아가고 1초 뒤 팔이 궤적에 따라 휘적이는 것이 아닌, 도합 1초내에 어깨와 팔꿈치, 팔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과 같다.


같은 달리기 실력이라도 바통 교대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기록이 2~3초 정도가 차이가 나니까.


딱히 그것 말고는 릴레이에서 크게 기록 감점 요인은 없을 거다.


“음?”


아, 하나 있긴 하다.


‘만에 하나 달리다가 넘어진다면?’


그것만큼 기록을 망치는 일이 없기도 하다.


음? 에이!

매일 아침 뛰던 우리한테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아침마다 죽어라 뛴 우리에게 그런 시련을 줄까?

줄까, 정말로?

에이! 아니겠지.


만일 준다면, 그 존재는 더는 자애로운 신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아마, 그럴 거다······.





EP2. 떡잎부터 다르다.





가진 게 그뿐이니 어쩔 수 없다.

그저 악과 깡으로 달리려는 아이들이다.


달리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에 모조리 어정쩡한 스탠딩 자세를 취한다.


“제자리에, 준비-”


탕-!!


“출발!!”


이런 이어달리기에선 첫 번째 주자의 어깨가 참 무겁다.


어떤 기세로 치고 나가고, 누가 먼저 형세를 바로 잡느냐.

그게 첫 번째 주자가 오롯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옆에 있는 녀석이 나보다 빠르다고 기에 눌려선 안 된다.

그런 모습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그걸 보는 모두에게 전달되기에, 무조건 기세등등해야 한다.


전부 다 내 밥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어도 좋다.


‘파죽지세’


이 사자성어를 온몸의 관절 곳곳에 쑤셔 박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유민준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민준이는 사파리의 코뿔소가 철천지 원수를 들이받듯 돌진했다.


“와아아아!!!”

“더 뛰어어어!!”


운동장을 둘러싼 아이들이 아우성치며 자기 반을 목 놓아 외쳐 댄다.

안전상의 이유로 주변을 서성이는 선생님들은 중간마다 아이들을 제지하며 아닌 척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선생님들은 하나 같이 자기 반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타다다닥-!!

파바밧-!!


현재 첫 번째 주자끼리의 경쟁으로 볼 때, 우리 반은 3등 정도의 페이스.

하지만 2등과는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작 보폭 하나 차이다.


‘역시 1반이 아직 1등이네.’


힘으로 내달렸던 유민준이 그새 체력을 다했는지 슬슬 퍼지고 있었다.


“받아!!”


곧이어 유민준이 김용제에게 멋지게 바통을 건넨다.


“어엇?!!”


서로 다른 두 손을 이어 주는 하얀색 바통.

그 찰나에 하마터면 바통을 놓칠 뻔했다.

절대 용제가 엉덩이춤을 추며 깝치다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야! 똑바로 달려!!”


“우아아아!! 간드아아아!!”


참, 용제는 유치원 때부터 내 소꿉친구였다.

그리고 나의 소꿉친구란 말은 꽤나 많은 걸 내포한다.


나와 함께 술래잡기도 했단 뜻이고, 공 하나만 주어지면 무자비한 1:1 풀코트 운동장 축구도 해 왔다는 의미다.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그 상대는 늘 나였다.


그니까 현재 용제의 체감 상 함께 달리는 주전들은-


“지읏밥이네에!!!”


확실히 용제는 또래에 비해 발이 빠른 편이었다.

바통 전달이 삐끗했던 순간 떨어진 4등이란 순위를 우습게 3등으로 밀어 올렸고, 2등인 4반에게 바짝 붙어 쫓아갔다.


녀석은 가히 광기 어린 얼굴을 드러내며 무섭게 치고 나갔다.


“힘내라! 힘내라!!”


아이들의 함성은 지칠 줄 모른다.


4반의 2번 주자가 잠깐 뒤돌아봤을 땐, 그만 눈이 풀려 버린 용제를 봐 버린 후였다.


그래서 맥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허아······.”


“케케케케!!”


점점 다가오는 용제를 응시한 오승탁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오승탁은 장난치지 말고, 빨리 바통이나 건네라는 비통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장난 말고 빨리 와!”


“받아라, 부랄탁!!”


이때가 시작이었다.

무쇠의 오승탁 이미지가 한낱 부랄로 추락한 건.


“좋아! 달려어어엇!”


용제의 힘찬 함성과 함께 달려 나간 오승탁!


동시에 오승탁 엄마의 귀가 째질 듯한 응원이 운동장을 갈랐다.


“멋지다! 승탁아!”


무시무시한 스타트다.

크라우칭으로 터뜨린 스타트도 아닌데, 무릎이 곧장 가슴팍까지 솟아오른다.


무엇보다 피치가 빠르다.

전성기 우사인 볼트가 초당 피치가 4.4보라 했던가.


오승탁, 얘는 피치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

그래서 초반이 강세일 수밖에 없었다.


타다다닥-!!


“와, 2반 쟤 엄청 빨라!”

“바통 잡자마자 4반 제쳤어!”


“후욱, 후! 후욱, 후!”


앞선 용제보다 더한 발재간이 일품이다.

빠른 발 덕에 용제가 따라잡은 순위를 유지하다가 폭발적으로 곡선 주로를 내달렸다.


원숭이 새끼, 역시.

적으로 만나면 성가신데, 아군이니까 든든하기 그지없다.


“백팀, 2반이 현재 2등입니다!! 청팀 긴장해야 합니다!!”


유지하기만 해도, 완전 개이득.

그렇지. 달려라, 달려.


오승탁!

개같이 달려라!


오승탁의 얼굴엔 점차 희미한 웃음이 피어올랐고, 순식간에 1반의 3번 주자를 따라잡았다.

비슷하게 곡선 주로의 끝으로 치닫는다.


급기야 오승탁 엄마가 눈물겨운 포효를 질러 댔다.


“으어어어!! 우리 아들!! 잘한다!!”


그래요, 어머님.

저 감격스러운 힘찬 뜀박질이 이젠 도 대회까지 나갈 겁니다.


미래의 파편을 고이 간직한 나로선 저 여자가 앞으로 얼마나 울어 재낄지 눈에 선했다.


어느새 오승탁은 1반보다 미세하게 앞질렀고, 결국은-


“백팀, 2반이 추월에 성공했습니다!!!”

“2반! 2반! 으아아!!”


동시에, 1반 아이들의 함성이 사그라든다.

뭔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저릿하게 느끼고 있을 터.


그럴 만도.

다음 상대가 당연히-


“하, 2반 다음은 그 한길 걔 아냐?”

“우리 졌어, 이미······.”

“아, 화장실에서 개나댔는데······.”


현재 나와 함께 대기하고 있는 1반의 주자, 진우주.

진우주도 이런 쟁쟁한 경기를 예상치 못했는지 마른침만 꿀꺽 삼킨다.


고맙게도 오승탁이 판을 잘 깔아 줬다.

이제 얘만 내가 압도적으로 발라 버리면 되는 간단한 구도로 바뀐다.


그건 정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안한데, 내가 얘보다 한참 빠르다.


‘와라, 원숭이.’


유민준, 김용제, 오승탁.

내가 운명적으로 이 싸움을 끝내 줄게!


“오승탁! 오승탁!”


그러던 때.

누구의 실수도 용납지 않았던 오승탁, 본인이-


“쀍!!”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철푸덕-!!


운동장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어머, 승탁아아!!”


인간미를 보여 주기엔, 지금은 너무도 시의적절치 않았다.


아이고야.


동시에, 1반 무리들이 비릿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아, 아······.

아무래도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 * *



선수들은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제아무리 빠르고, 강하고, 똑똑해봤자 종국엔 한낱 인간이기에.


언젠가 한 번쯤은 실수도 하고, 넘어져도 보고, 고꾸라져도 보고, 실패도 하고 그런다.

그게 매번 그럴지, 평생을 통틀어 한 번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여 어떻게 빠르게 다시 딛고 일어날지가 관건이다.


전생의 트랙에서 넘어진 난, 그 마지막 트랙을 완주하지 못했다.


당시 난 큰 부상이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어떻게든 기어서라도 피니시 라인을 넘었어야 했다.

그냥 주저앉고 황망하게 신세 한탄을 하기보다, 발이 안 되면 팔 힘으로라도 기었어야 했다.


그래야만 인생은,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세상은 ‘다음 기회’란 걸 주기 마련이니까.


철푸덕-!!

“쀍!!”


처참하기보단 우스꽝스럽단 표현이 더 적절한 저 모습.


고꾸라진 오승탁을 피해 뜀박질하는 아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 발길에서 모래바람이 짙게 일었다.

그 덕에, 오승탁의 몰골은 더욱 엉망진창으로 변해 갔다.


일순 총 두 명의 아이가 오승탁을 제쳤다.


1반과 4반.


하지만.

어찌 보면 오승탁이 나보다 선수로서 백배 천배 더 나은 아이였을 수도 있다.


오승탁은 뜨거운 모래알이 잔뜩 얼굴에 박힌 채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운동장 바닥에 얼굴을 처박으며 엎어진 지, 1초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불굴의 오승탁!


“우어, 어어······!”


어쩌면 오승탁이 전남 어디 실업팀에서 꾸준히 달릴 수 있었던 것도 이것 때문이 아닐까.


오승탁은 넘어지는 것 따위에 두려움이 없었다.


내가 마지막 트랙을 완주하지 못하고, 망망대해 같은 심연 속을 허우적거린 시간 동안 오승탁은 또 성인이 되어 얼마나 더 도약하고 비상하려 몸부림쳤을까.


“칫!”


떨어뜨린 바통부터 찾아 들던 오승탁은 곧바로 일어나 다시 달렸다.

이미 유력한 1위 유망주, 1반은 바통을 건네받는다.


거리가······ 벌어졌다.


아마 영광의 순간은 이미 나의 능력치 밖으로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진우주는커녕 한참 뒤쳐졌던 4반 주자가 날 지나친다.


달려오는 오승탁의 바통을 기다렸다.


오승탁이 무게중심을 앞으로 해 넘어질 듯 오른손을 내민다.


새하얀 바통에 모래가 군데군데 붙어 있다.

오승탁 얼굴처럼 생겼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11살짜리의 압도적인 설움이 바통에 실려 전해진다.

정말 자기 때문에 모든 일이 꼬였다는 어울리지 않는 죄책감까지 얼굴에 가득했다.


야, 우냐?

내가 너한테 원망이라도 할까 싶어서?


전생의 나보다 빨리 일어났어, 오승탁.

나보다 낫구나, 네가.


“잡을게!!”


오승탁의 바통을 받아 들자마자 외쳤다.


그리고.


11살짜리의 자비 없는 주파가 시작됐다.


파바바박-!!!


실력은 11살을 한참 웃돌았지만 말이다.



* * *



마지막 옴니버스 이야기, ‘결(結)’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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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2. 떡잎부터 다르다. 24.05.18 501 13 11쪽
13 EP2. 떡잎부터 다르다. 24.05.17 532 11 16쪽
12 EP2. 떡잎부터 다르다. 24.05.16 609 9 15쪽
11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24.05.15 627 11 12쪽
10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1 24.05.14 696 14 16쪽
9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1 24.05.13 725 15 15쪽
8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1 24.05.12 757 17 15쪽
7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1 24.05.11 784 18 16쪽
6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1 24.05.10 813 16 15쪽
5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1 24.05.09 870 20 12쪽
4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3 24.05.09 925 19 13쪽
3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1 24.05.08 1,065 23 18쪽
2 EP1. 육상천재가 회귀했다. +2 24.05.08 1,197 20 18쪽
1 EP0. 프롤로그. 트랙 +4 24.05.08 1,245 2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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