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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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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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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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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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라(1)

DUMMY

현태의 자리는 이 건물의 오층 B섹션의 통로와 붙은 자리였다. 제법 큰 규모의 사무실의 중간부분이었다.

비품실 겸 휴게실과 가까운 자리라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자리로 그다지 업무환경에는 좋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가 정해지자 현태는 자리에 앉아 세삼스럽게 책상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현태의 눈에 6층 총무과로 향하는 박현도 총무과장을 다급히 뒤쫒아가는 박재원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보니 닮아 보이는 그 둘은 무슨 관계가 있어보였지만 신경을 끄기로 했다.

책상에는 노트북 한대, 사원증, 명함 한케이스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책상의 윗부분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헤드헌터 장현태.

뭔가 뿌듯했다. 어딘가에 정식으로 소속되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져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멘토로 지정된 옆자리의 헤드헌터는 자리에 없었다.

이해했다. 대부분 밖으로 나가 후보자를 만나거나 면담하는 일을 주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출퇴근도 자율에 맡기다 보니 몇일씩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오로지 실적을 내고 그 수수료로 자신의 급여를 수수하면 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김지원이었다.

손짓을 하는 모양이 커피나 한잔하자는 제스처였다. 어지간히 커피를 좋아하는 여자였다.

그녀를 따라 간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 우와, 여기 이런곳도 있네요? "

이십층의 빌딩의 옥상, 그곳에는 하늘정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빌딩에 위치한 여러회사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장소답게 꽤 많은 인물들이 올라와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하는등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월의 햇살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뜻함을 전해주고 선선한 바람은 사람들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기 충분했다.

" 좋죠? 이 회사에 입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에요. "

좋았다. 오월의 하늘도, 새로이 시작하는 내 삶도.

" 그나저나 멘토들은 모두 어딜갔는지 코빼기를 보이지 않네요. 컴퓨터는 켜봤어요? "

태현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자 그동안 뭐했냐는 듯이 되물었다.

" 보통은 먼저 컴퓨터를 켜보지 않아요? 특히 서치펌은 내부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 수시로 구인의뢰가 등록이 되거든요. 한번 살펴보세요. 인트라넷도 꽤 많은 정보가 있어요. "

고마운 정보였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네, 고마워요. 지원씨, 저 담배 한탐해도 될까요? "

김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현태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 몇시간만의 담배인가. 좋았다.

그런 모습에 잠시 대화가 소강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현태는 담배를 피우며 옆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김지원을 세삼스레 살펴보았다.

중단발의 깔끔한 이미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예쁘장하다는 말은 들을 정도였다. 거기에 확고한 자기만의 신념이 박힌 자신만만한 눈빛은 유독 그녀를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커피를 주고 받을때 손을 스쳤던 그녀의 머리 위에는 [노무 전문가]라고 적혀 있었다.

세간에는 공인노무사라는 자격증이 있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 혹시 공인노무사라는 자격증 아세요? "

현태의 갑작스런 질문에 화들짝 놀라는 김지원이었다.

"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

" 아뇨, 제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서요. "

" 아. 그래요? 우연이네요. 저 역시 관심을 두고 있는 자격증 중 하나인데.. 확실히 제 눈은 틀리지 않았네요? "

" 네? "

현태를 돌아보며 싱긋 웃는 김지원이 말을 이었다.

" 왠지 현태씨가 사람을 볼때 저랑 비슷한 느낌이거든요. 사람의 진심을 보는 것같은? 내면을 느끼는? 저도 예전부터 그랬거든요. 사람들을 진심을 보고 돕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에요. "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같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것만 같았다. 노무사의 일은 힘없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모든 법률문제 전반에 대해 상담 및 교육을 하는 직종이었기에 누구보다 일반 노동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그 오해를 굳이 잡아줄 필요도 방법도 없었다. 그저 고객만 끄덕이는 현태였다.

" 왠지 노무사라는 직업이 김지원씨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

단지 그녀의 적성을 돌려서 말해줄 뿐이었다.

" 호호,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준비하려고요. 헤드헌팅도 저에겐 중요한 경험이에요. "

뭐, 공인노무사나 헤드헌터나 통하는 부분이 없진 않았다.

본인의 선택을 존중할 필요는 있었다. 그렇기에 주제를 돌렸다.

" 헤드헌터는 구인회사를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거죠? 인맥관리? 그런게 필요하죠? "

김지원이 워낙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전부터 느끼던 의문을 은근슬쩍 묻는 현태였다.

그렇게 서스럼없이 물어오는 현태를 힐긋 쳐다본 김지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 그거 영업비밀인데. 나중에 밥 한번 사셔야 해요? 그렇게 묻기만 하니.. "

" 좋죠.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

" 호호, 이거 제가 작업을 건 모양새네요. 일단 한 건 예약이에요. 뭐, 중요하죠. 일종의 개인 데이타베이스를 만들어놓는거 말이죠. 구인회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찾아놓는것도 중요해요.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말하면 전 회사보다는 인재를 찾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왜죠? 구인의뢰가 있어야 인재를 찾을 게 아닌가요? "

" 그게 순서에 맞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인재를 찾아내 소개하는 과정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죠. 특히 신입이 아닌 경력직의 경우는 더 심해요. "

그렇게 들으니 이해가 갔다. 항상 신입, 신규직만 생각하던 자신이 관념이 부서졌다.

사실 헤드헌터의 꽃은 경력직, 연구직등 전문분야의 인재를 스카웃해 필요한 회사에 소개해주는 것이었다.

" 보통 뛰어나고 이름이 있는 헤드헌터들, 연봉을 수억씩 받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노하우, 인재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분들이죠. 솔직히 그런분들은 서치펌에 다닌 필요가 거의 없어요. 실제로 그런 헤드헌터한두명이 운영하는 서치펌도 수십개가 넘을껄요. "

그 소리에 생각이 많아지는 현태였다. 어쩌면 막막하다는 말이 맞을 듯 했다.

" 그건 수십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에요. 이 바닥은 일종의 노가다판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죠. 그만큼 노동의 시간에 비례해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

꽤 상세한 대답에 의문이 드는 현태였다.

" 어쩌면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 거죠? "

" 아.. 사실은 우리 가족들 중에 이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

그제야 이해가 갔다. 왜 이렇게 헤드헌터에 해박한지가.

" 그렇군요. "

휴우, 현태가 내뿜은 하얀 담배연기가 하늘로 올라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그때 옥상의 한쪽에서 누군가 소리를 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입사동기 박재원이었다.

" ··· 아니. 삼ㅊ··· 히. 정규직으로 취직시켜준다고 했잖아요?! "

" 이 녀석아!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될것같아? 당장은 맡은 일을 잘해. 그럼 추천을 해서 일반 사무직으로 전환할 수 있을꺼야. 이번 달 실적때 몇건만 성사시켜봐. "

" 그게··· 휴우, 알았어요. 어떻게든 해보죠. 이번엔 확실히 약속지키는 거에요? "

" 알았다고. 어쩌다 이런 녀석을··· 누나 아들만 아니었으면. 쯧. "

" 칫, 엄마가 한번 방문하래요. 밥이나 같이 먹자고. "

" 오냐. 그만 내려가서 업무나 파악해. 동기들보다 뒤쳐지지 말고. "

총무과장 박현도와 박재원의 관계가 명확해졌다.

면접때부터 심상치 않아 보였는데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런 광경을 멀찍히서 보고 있던 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뭐, 흔한 일이네요. 특히 이런 서치펌에는··· 생각보다 쉽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문 말이에요. 그만큼 빨리 퇴출당하는 사람도 많죠. "

진입이 쉬우니 나가는 것도 쉬운 것이 이 헤드헌터 프리랜서 직종이었다.

현태는 그 말을 듣고야 왜 자신이 쉽게 합격을 했는지 알았다.

그런 현태를 보던 김지원이 애둘러 말했다.

" 본래 헤드헌터는 제2의 인생을 살아보려는 퇴직자들이 많이 진입하는 분야에요. 요즘은 젊은 사람도 많아지긴 했지만 사무실에 보면 대다수 나이가 지긋한 분들도 앉아 계시는 걸 볼 수 있을 꺼에요. 뭐, 여긴 정년이란 개념이 없으니까요. 호호. "

그녀의 말대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드문드문 앉은 인물들의 머리카락에 새치가 듬성듬성 자라있는 것을 봤었다.

김지원은 현태의 담배가 꽁초만 남은 것을 확인하고는 손짓으로 내려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현태는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먼저 나선 김지원을 따라 급히 내려갔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현태는 옆자리에 멘토 선배가 출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가 꽤 있어보이는 여성으로 단발머리에 염색을 했지만 뿌리가 하얀색으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의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돋보기를 끼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녀에게 먼저 현태가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규로 들어온 헤드헌터 장현태라고 합니다. 선배님. "

그러자 그녀가 슬며시 눈을 뜨며 현태를 훑어보았다.

" 방가워요. 이미자라고 해요. 이야기는 들었어요. 제가 멘토로 뽑혔다고요. "

" 네! 선배님. "

기합이 절로 들어갔다. 저번회사에서 경험한 사회생활이 모두인 현태로는 어쩔 수 없는 자세였다.

꽤 큰 목소리를 내뱉는 현태를 보며 손짓을 내젓는 그녀, 이미자가 말했다.

" 목소리는 크게 하지 않아도 되요. 우리끼리 들릴 정도로만 부탁해요. 그리고 우리 업무는 크게 배울게 없어요. 알아서 해야지. "

성의 없는 말투와 자세로 일관하는 이미자의 모습에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배울 것이 있으리란 생각에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는 현태였다.

" 일단 사내 인터라넷을 보는 법부터 알려드릴께요. 사실은 그게 다지만. "

이미자의 지시를 따라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노트북을 켜자 윈도우가 구동되고 바탕화면이 자리잡았다. 그냥 윈도우 기본 화면이었다.

" 거기보면 우리회사 로고로 되어 있는 아이콘이 있어요. 그걸 클릭하면 인트라넷에 접속이 되죠. 아, 혹시라도 외부에서는 접속이 안되니까, 노트북 들고 나가서 작업하려는 건 헛짓이에요. "

그녀의 말대로 회사로고, 영어로 스카우트(Scout)가 필기체로 꾸며진 아이콘이 있었다. 그 아이콘을 실행시키니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 거기 보시면 현태씨 이름을 치시고, 아 다행히 중복되는 이름이 회사에 없었나 보네요. 그리고 본인 생년월일이 비번이니까, 나중에 바꾸시면 되요. 로그인 되시면 메뉴를 살펴보시면 되는데.. 기업메뉴에 보면 기업정보, 채용정보, 취업박람회 정보등이 보이실꺼에요. 가끔 회사에서 내려오는 오더가 뜨긴 하는데 대부분 고난도 작업이라 몇몇 외에는 손대기 힘들어요. 그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

그녀가 고개를 쭉 내밀어 하나씩 설명을 해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에서 풍기는 술냄새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 그리고 중요한게 코웍(Co-Worker) 메뉴에 가시면 현재 진행중인 컨택정보와 함께 서칭파트너를 찾는 헤드헌터분들이 계시는데.. 그걸 유용하게 처리하면 앉아서도 꽤 짭짤하게 수익을 낼 수 있어요. 신규분들은 그런 코웍을 주로 담당하면서 업무를 알아가는게 좋아요. "

어려운 말과 전문용어가 뒤섞여 나오니 이해가 어려웠지만 술냄새를 풀풀 풍기는 선배에게 질문하기가 어려웠다.

현태는 일단은 무작정 들어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 네, 네. "

" 뭐, 추가로 말하면 영업이 헤드헌터의 중심이라는 건 알테죠? 고객사를 발굴하고 대기업 오더를 따오는 것이 여기선 제일가는 능력이에요. 그런 기술은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쉽사리 배우지는 못할테지만 알아 두어야 할꺼에요. 그럼 이만. "

그녀는 속이 메스꺼운지 얼굴을 구기며 일어나 나가다 다시 뒤돌아 말했다.

" 아, 그리고 인재 데이터베이스는 회사것도 있지만 본인만의 것을 만들어 두는것이 좋아요. 무슨 이야긴지는 차차 경험해보시면 돼요. "

그리곤 화장실로 직행하는 이미자였다.

워낙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간 설명이라 다시 꼼꼼히 확인하는 현태는 대충이나마 어떻게 서치펌이 돌아가는지 깨달았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번 듣는거보다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인트라넷에 접속해서 이것저것 눌러보니 헤드헌터 프로세싱이 어느정도 감이 잡혔다.

점점 더 노트북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하기 시작하는 현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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