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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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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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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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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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라(4)

DUMMY

잡사이트.

인터넷 포털은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알바몬, 알바천국, 알바나라, 품등이 있어 많은 이들을 연결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있는 잡코리아, 사람인, 인크루트 같은 보편적인 사이트도 있었고 특정분야의 사이트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패션스카우트, 패션인, 건설워크, 콘잡, 게입잡, 바이오잡, 데브잡, 디자이너잡 같은 전문분야의 포탈도 많이 존재했다.

그곳에 올라온 이력서들과 기업의 채용정보는 현태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이 로그인한 정보는 이곳 서치펌의 아이디였기에 각종 이력서들을 열람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서치펌에 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들 중 하나였다.

현태가 보기에는 그곳은 인재의 보고나 다름 없었다. 물론 안목이 필요했고 적절하게 걸러야 할 경험이 필요했지만.

수많은 이력서가 널려 있는 장소, 갖가지 채용정보가 난립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사이트를 훑어보면서 느낀 점은 과연 이 시대에 헤드헌터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는 사회, 그게 현대 사회였고 기업과 취업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 바로 이 사이트들이었다.

그럼에도 세세하게 들어가면 헤드헌터들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 사이트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현태가 그렇게 잡사이트에 빠져 있을 때, 잠시 나갔다 왔는지 이미자 헤드헌터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 어때요? 볼만해요? "

" 아··· 네. "

" 혹시 헤드헌터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 않나요? 금방 후보자를 고를 수 있을 것만 같고, 굳이 내가 끼어들어 비용만 발생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그럼 의문이 들지 않아요? "

정확했다.

" 호호, 누구나 헤드헌터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이 가지는 의문이죠. 하지만, 그런 잡사이트에 올라온 채용정보는 정말 일부분이에요. 회사법인 오십만개 중 몇천개에서 많아봐야 몇만개 정도? 그것도 구직자가 엄청나게 자세히 검색하고 찾아봐야 하죠. 거기에 자신이 가고 싶은 기업의 정보를 찾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 하죠.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들어 봤죠? "

면접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현태가 그렇다고 말하자 이미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 결국은 그런 인재들을 골라내고 발굴해서 수많은 기업들에게 적재적소, 적재적소 알죠? 이건 헤드헌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데.. 여튼 기업들에게 소개해 주는거에요. 이런 후보자들이 당신들의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기업들이 원하는 후보자들은 그런 잡사이트에서 발견하기가 꽤 어려워요. "

그리고 이미자는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 어짜피 말로 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테니, 직접 부딪혀 보세요. 잡사이트의 이력서를 보시고 직접 만나서 상담을 해보세요. 그럼 제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꺼에요. "

무슨 의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결국 할 수 있는건 하나였다.

직접 만나고 발로 뛰어서 후보자를 찾는 서칭 작업을 해야 한다는 거다.

감사하다는 의미로 꾸벅 머리를 숙인 현태는 다시 잡사이트로 시선을 돌렸다.

' 이중에 에이에프파트너스에서 원하는 인재를 찾아보자. 그리고 직접 만나서 설득을 해 후보자로 추천해보는거야. '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자세하게 잡사이트를 훑어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새로운 것들을 깨달았다.

" 아, 우리 서치펌에서 계약한 잡사이트만 구직자의 이력서를 볼 수 있군요. "

" 당연한 이야기죠. 구직자의 이력서 역시 개인정보에요. 그것도 제법 상세한 정보들이죠. 우리 서치펌의 이름이 등록된 잡사이트에서 정기적으로 광고를 통하거나 직접 연락을 해서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받고 있어요. 그것을 우리 회사의 헤드헌터들이 보는 거죠. 그것만 해도 꽤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요. "

그것이 서치펌에 다니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이해가 갔다. 개인 프리랜서 헤드헌터가 있지만 그런 개인이 서치펌을 만들고 개별적으로 광고를 하고 후보자의 이력서를 모으는 행위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회사에 내는 30%의 수수료가 결코 높은 비율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 뿐만 아니라 우리 서치펌을 지정해서 오더를 수주하는 고정회사도 꽤 있어요. 물론 담당 헤드헌터가 다 정해져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정기적인 코웍을 통해 이득을 챙길 수 있죠. "

그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스카우트 서치펌 만큼 큰 회사가 많지 않기에 일거리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도.

물론 자유경쟁이기에 그만큼 고객사들을 꾸준히 관리하고 영업을 해야 하는 번거러움과 수고가 있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경쟁력이었다.

이 바닥 역시 치열하다는 반증이었다.

현태는 그런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눈알이 건조해질 때까지 노트북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봤을까, 세명의 후보자를 찾아낸 현태는 직접 연락을 위해 전화를 들었다.

그런 후보자들을 무작정 만나러 가는 것은 실례였고 무엇보다 현재 아직도 구직활동 중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했다.

뚜뚜뚜..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거나...

첫번째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로 나왔다.

현태는 당황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두번째 후보자에게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도 신호가 잡혔다.

달칵-! 여보세요?

" 아, 안녕하세요. 스카우트 서치펌 헤드헌터 장현태입니다. "

- 예? 누구요?

" 스카우트 서치펌입니다. 예전에 사람인을 통해 이력서를 저희 회사에 제공해 주셔서··· "

- 아! 헤드헌터 회사요? 저 이미 취직해서 회사 잘 다니고 있어요. 이만 바빠서.. 뚝.

두번째 전화가 실패로 끝나자 허무함이 밀려왔다.

살짝 두려운 마음으로 세번째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딸칵! 네.

" 안녕하세요. 스카우트 서치펌 헤드헌터 장현태라고 합니다. "

- 아, 거기. 네. 말씀하세요

다행히 이번에는 느낌이 좋았다.

" 다름이 아니라 후보자님과 조건이 맞는 기업의 채용정보가 공시되어 연락을 드렸어요. "

- 오, 그래요. 어딘데요?

" 혹시 바쁘시지 않다면 만나서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

- 네? 흠.. 그래요. 여기 경기도 광주인데 지금 오실 수 있나요?

경기도 광주라는 것은 이미 이력서를 통해 알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네시.

여기서 업무용 차를 빌려 타고 가면 한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였다.

" 네, 가능합니다. 제가 근처로 가서 연락드리겠습니다. "

- 네, 기다릴께요. 뚝.

예스! 주먹을 불끈 쥐며 제스처를 하자 옆자리의 이미자 헤드헌터가 빙긋 웃으며 격려를 해줬다.

" 열심히 해봐요. "

" 네. 감사합니다. "

" 업무용 차량은 인트라넷으로 신청한 뒤에 총무과로 가서 차키를 받으면 될꺼에요. 사용하고 내일 반납해도 되니까, 천천히 운전하세요. "

첫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이미자의 모습을 보며 현태는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선입견은 좋지 않는 생각이다.

그 길로 신청을 마치고 6층의 총무과로 가서 업무용 차키를 받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몇가지 서류를 챙겨 업무용 가방에 넣은 현태는 업무용 차, 아반떼를 끌고 네비게이션에 위치를 입력했다.

그러는 과정에 헤드헌터 대부분이 자기 차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아보니 구식 아반떼를 타고 나타나면 의심을 하거나 비협조적으로 대하는 후보자들이 있다나 뭐라나. 역시 아직 대한민국은 겉으로 보여주는 겉치레가 중요했다.

하지만 현태는 그런건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심을 다해 설명하면 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도 광주의 한 카페에 도착한 현태는 상대방의 눈초리를 느끼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아, 그 스카우트 서치펌에서 오신 헤드헌터분? "

" 네. 장현태라 합니다. "

" 저는 마효준이라는 사람입니다. 근데··· "

가볍게 악수를 하고 카페의 구석자리에 앉아 통성명을 하고 만난 그 사람은 마른 체격에 신경질적인 눈매에 170대 중반의 키를 가진 38세의 남성이었다.

그 마효준은 현태가 타고 나타난 차를 보면서 못미더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 크음. 어떤 기업인지 한번 봅시다. "

마효준은 몇일동안 수염을 깎지 않은채 나와 비딱한 자세로 채용정보를 보자고 요구를 했다.

잠시 당황한 현태는 그의 요청대로 JD(채용정보)가 적힌 서류를 그에게 건내줬고 마효준은 그 서류를 한참동안이나 읽고 있었다.

에이에프파트너스에서 구하고 있는 경비 전문가는 팀장급으로 연봉이 칠천만원부터 협상이 들어갈 정도로 괜찮은 곳이었다. 물론 부산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 흠, 괜찮네. 그럼 내가 해줘야 할게 있소? "

마효준은 현태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빙긋 웃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과 타고온 차를 보곤 평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찬찬히 보고만 있던 현태를 속으로 혀를 찼다.

' 이 사람은··· 그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이 아냐. 후보자로 등록했다간 바로 탈락이다. '

현태는 마효준의 이마에 적힌 [일식 주방장]이라는 적성을 보면서 억지로 한숨을 참았다.

자신이 후보자를 아무리 많이 이력서를 받아 피엠, 소우진 헤드헌터에게 제출해도 결국 이력서를 컨펌하는 것은 그였다.

이런 사람의 이력서를 올리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난 이상 이력서를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후보자의 기분을 상하게 해선 안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괜히 밉보여 민원이라도 제기한다면 평판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네, 여기 이력서를 작성해주시고 필요한 서류는 등기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근무가 가능하겠습니까? "

" 뭐, 부산이야 제2의 고향아뇨. 흐흐, 걱정마시오. "

" 하하, 네. 여러명이 경쟁을 하기 때문에 이번뿐 아니라 다음에도 기회가··· "

" 여기 마음에 드는데, 어떻게 안되겠소? 뒷돈이라도. "

인성까지 최악이었다. 이런자가 보안의 책임자급인 팀장이 된다면 그 회사는 이미 숭숭 뚫린 보안 시스템을 가진 것이리라.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한숨을 집어삼키며 억지로 미소를 짓는 현태였다.

" 그런건··· 당연히 안되죠. 요즘은 그런 짓을 했다간 난리 납니다. "

" 크음. 뭐,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뭘 그렇게.. 알았소. 몇일내로 보내겠소. "

머쓱한 표정을 짓던 마효준은 뭐가 그리 기쁜지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 그 회사에 입사를 따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와 헤어진 현태는 답답한 가슴에 차를 몰고 천천히 서울 방향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그대로 받으며 그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 하긴 쉬운 일이 어디있겠어. 다시 찾아보자. "

그렇게 다시 다짐하며 담배를 꼬나 물었다. 그렇게 도로를 달리던 현태는 맞은 편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사내의 모습을 보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갓길에 차를 세운 현태는 급히 차문을 열고 나와 그 사내를 뒤쫒았다.

" 저기요. 아저씨. "

현태의 외침에 멈춰선 그 남자가 뒤돌아 봤다.

자신이 본 것이 틀림없었다. 현태는 만세를 부를뻔 했다.

" 잠시.. 잠시만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

" 무슨 일이오? 오늘 그런 기분이 아닌데··· "

그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그늘이 져 있었고 무기력한 자세였다. 마치 좋아하는 여자에게 실연을 당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저 나이에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한 현태는 급히 자신의 명함을 꺼내들었다.

그 명함을 건내받은 그 남자는 힐끗 명함을 보곤 말했다.

" 헤드헌터? 그게 뭐요? 왜 날 잡은거요? "

하긴 저 40대의 나이에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알리가 없었다. 그만큼 대중적이지 않은 직업이었으니까. 심지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직업이었다.

자신에 대한 직업 소개를 천천히 한 현태는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190은 될 듯한 장신, 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벅지와 굳은 살이 박힌 손과 각진 얼굴은 그가 순탄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그의 머리 위로 선명하게 박힌 [경비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나의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 혹시 시간이 되시면 잠시 자리를··· "

" 왜? 일자리를 소개 시켜주려고 하는거요? 크큭, 오늘 회사에서 퇴직을 당한걸 어찌알고?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군. 좋소, 갑시다. "

그 사내는 단순하고 우직했다. 그러니 저런 적성이 뜬 것이겠지.

다행히 말이 통한 현태는 그 사내를 태워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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