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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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최근연재일 :
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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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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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취업준비(2)

DUMMY

오전의 햇빛이 통창을 통해 스카우트 서치펌의 면접장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깔끔하게 차려진 면접장 안에는 길다란 책상과 그 앞에 앉아있는 세명의 남녀가 있었다.

그들 면접관들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반듯하게 앉아 자신들을 날카롭거나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중앙에 앉은 남색 가디건을 입은 오십대의 남성을 중심으로 왼쪽엔 안경을 쓴 사십대의 여성이, 오른쪽에는 중앙에 앉은 남성과 비슷한 연령대의 눈썹이 유난이 굵은 남자가 책상위의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중 남색 가디건을 입은 중년남성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면접생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 거기에 앉아요. 그럼 오른편에 앉은 분부터 소개를 해볼까요? "

원목으로 만들어진 의자가 나란히 정면에 놓여 있고 면접자들은 각자의 의자에 앉아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현태는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가 왼편에 자리했고 순서상 가장 늦게 소개를 하게 되는 위치였다.

그렇게 가장 먼저 소개하게 된 이는 약간 낡은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 아,안녕하십니까. 저는 박재원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서른두살이고······ "

박재원이라 자기를 소개한 남자는 이런 상황에 당황을 한 듯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면접관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약간은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그의 소개는 입사동기까지 간신히 늘어놓고 말을 끝맺었다.

그의 소개가 끝이나자 왼쪽에 앉은 면접관 중년여성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물었다.

" 박재원씨는 왜 우리 서치펌에 입사를 원하신 거죠? "

" 에.. 그러니까, 제가 원래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잘 듣다보니 그 사람의 성격과 적성까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고.. 에 또 그런 종류의 회사를 찾다보니 이렇게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약간 어눌했지만 솔직한 이야기였다. 그걸 물은 여성도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종이에 뭔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

" 재원씨는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는 알고 있는 겁니까? "

오른쪽 눈썹이 굵은 남자의 질문이었다.

박재원은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까와는 다르게 자신감있게 술술 이야기를 시작했다.

" 네! 2005년에 설립되어 수많은 서치펌들 가운데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스카우트 서치펌은 인재를 원하는 회사와 일자리를 구하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불균형을 타파하고 서로를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위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

그나마 지금까지 가장 유창하고 자신있게 말을 잇는 면접자였다. 그 질문에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렇군요. 준비를 잘 해온 모양입니다. 크음. 사장님은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

오른편의 사내가 중앙에 앉은 인물에게 물었다.

아, 저 중년인이 사장이구나. 역시 포스가 다르다 했다.

정장을 입은 좌우측 인물들과 다르게 편안한 남색 가디건을 걸친 중년인은 면접자를 훑어보고는 물었다.

" 그 정보의 불균형은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재원씨? "

갑작스런 사장의 질문에 당황한 박재원은 우물쭈물하면서 오른편에 앉은 인물의 눈치를 봤다. 딱봐도 저 눈썹 굵은 인물과 박재원이 어떤 연관이 있는 모습이었다.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못하자 사장이 다시 물었다.

"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

그러자 현태의 옆자리, 면접생들 가운데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이 손을 들었다.

" 안녕하세요. 김지원입니다. 정보의 불균형은 기업이 가진 정보와 취업준비생이 가진 정보가 차이가 나기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당연하게도 기업은 자신들의 구인정보를 홍보하지만 그들의 기대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을 수 있고 취업준비생들은 그런 정보를 취득하기엔 경험과 경로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

듣기 좋고 똑부러지는 대답이었다. 삼송이나 엘진등 대기업의 경우는 뉴스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여기저기서 알려주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자체 홍보를 통해 인재를 모집해야 했다.

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중소기업들은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뉴스에서 말할 정도였다.

그런 김지원을 보곤 다시 지원서를 살펴본 사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 네, 맞아요. 지원씨. 대단하네요. 거기에 학력까지··· 솔직히 말하면 지원씨 같은 인재가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지 모르겠네요. "

꽤나 솔직한 이야기였다. 그만큼 그녀의 스펙이 좋다는 이야기겠지.

" 저는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큰 흥미와 비전을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법인만 약 오십만개, 개인사업자 삼백만이 넘어가는 현재, 대다수의 기업은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학교등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은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헤드헌터는 그들을 매칭해 그들 개인에게 행복을 주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

그냥 말하는 것만 봐도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꼿꼿한 자세와 정확한 발성, 음정까지 완벽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저 인서울의 순위권에 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겠지.

그만큼 김지원은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그에 반해 자신은 충동적으로 지원을 한 셈이었다.

조금 위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소개와 몇가지 질문이 지나가자 면접실에 훈풍이 불었다. 그만큼 그녀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자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일어나 인사를 했다.

" 안녕하십니까, 올해 28살이 된 장현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네, 현태씨. 흐음. 이력서를 보니 이전에 일년이상 근속한 기업이 있군요. 왜 거기서 나온 신거죠? "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 네, 답변드리겠습니다. 첫번째는 제 적성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더 나은 경험을 하고 싶어서 입니다. "

" 적성에 맞지 않다라. 그럼 자신의 적성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

오른편에 앉아 있던 눈썹 굵은 남자가 쏘아보며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약간 공격적이었다.

워낙 많은 젊은이들이 MZ세대란 이름을 들먹이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거나 쉽게 회사를 그만두거나 깽판을 치는 경우가 많다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었다.

" 제 적성은 사람을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람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처럼 말입니다. "

자신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것은 중앙에 앉아 있던 사장이었다.

" 하하하, 이곳에서 수십년을 근무한 베테랑 헤드헌터들도 하지 못할 말이네요. 재능을 찾아준다는 말. "

자신의 말이 오만방자하게 들린 것인가? 눈썹 사내는 이맛쌀을 찌푸렸지만 왼편의 안경 여성은 희미하게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현태의 눈에는 그런 상황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이번 면접이 망했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뒤 무슨 질문이 오갔는지 몰랐다. 그리고 어떻게 면접이 끝이 났는지도 아득했다.

면접이 끝나고 비서로 보이는 여성이 차비라며 봉투를 나눠주고 차후에 안내가 갈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면접자들과 헤어졌다.

그후 이것도 인연이라고 면접생들끼리 밥이나 한끼 먹자는 권유가 있었던것 같은데 오로지 망했다는 생각에 거절을 한 것도 기억이 났다.

자신의 보금자리, 원룸에 도착한 현태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자책을 했다.

아, 그때 그런 말보다는 다른 식으로 대답을 할껄,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만 가득했다.

똑똑.

그렇게 자책을 하고 있을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늦은 오후도 되지 않는 시각, 이 시간에 자신을 찾아올 인물은 없었기에 약간의 짜증을 담은채 느릿하게 일어나 문을 열었다.

자신을 찾아온 인물은 놀랍게도 몇일전 저녁에 마주친 이름도 모르는 옆집 여자였다.

" 아, 안녕하세요. 윗집 사람인데··· 어디 갔다 오셨나봐요? "

아직 면접 볼때 입은 양복을 갈아입지 않은 상태였다.

" 네. 잠깐 어딜 갔다오느라.. 갑자기 무슨 일이신지..? "

" 흠.. 그게··· 그때 감사했다고 전하려고요. 제 이름 모르시죠? 이은혜라고 해요. "

그렇게 이은혜라고 자신을 소개한 옆집 여자는 오늘 원룸에서 나갈 예정이라고 알려주며 얼마전에 자신에게 알려준 몽타주제작전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 ··· 전 그런 분야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 덕분에 초반에 진로를 정할 수 있었어요. "

경찰공무원에 합격했다는 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세부분야는 이후에 나눠진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고 하며 말을 이었다.

아마 회사에 입사한 후에 신입교육을 받고, 이후 부서가 나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 아, 뭘요. 그냥 모르고 아무말이나 한건데··· 어쨌거나 축하드려요. "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를 했다. 비록 그녀의 적성을 알고 있다고 해도 받아들인 것은 오로지 그녀의 선택이었으니까.

그동안 수많은 주변인들에게 오지랖을 떨어 그들의 적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지만 대부분이 웃으며 넘어가거나 무시했다.

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그들의 선택일뿐이라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렇다고 적성을 찾아갔다고 무조건 다 잘되는 법은 없었다. 그 이후에도 그만한 노력이 없으면 결실도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경험이었다.

그렇게 이은혜와 통성명을 나누고 헤어진 현태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 허참. 좋아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아니지, 아직 결과가 나온게 아니니까. 기다려보자. "

갑자기 찾아온 그녀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결과가 나온게 아니었으니까.

그때 핸드폰에 벨이 울렸다. 들어 슬쩍 보니 작은 누나였다.

" 어, 왜? "

- 이놈의 자식은 이쁜 누님이 전화를 했는데 그 따위로 받아?!

휴대폰을 타고 고함이 날아왔다. 우리집 여자들의 성격은 하여튼 알아줘야 했다.

그런 누나들을 데리고 살고 있는 매형들이 불쌍했다. 하지만 섣불리 그런 사실을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 네, 공사다망한 누님께서 미천한 저에게 다 전화를 주셨는지요? "

- 하, 이 자식이··· 여튼 내가 부탁할께 있어.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건 백프로 나에게 뭔가를 시키기 위해서 작업치는 거였다.

쎄한 기분에 전화를 끊을까 망설이다 겨우 말문을 열었다.

" 왜? 나 바뻐? 이번에 면접도 봤고 취업준비 해야지. "

- 그러게, 왜 그 회사를 뛰쳐나와가지고··· 어휴. 내가 못살아.

이전 회사는 작은 매형의 지인을 통해 들어간 회사였다. 그랬기에 조금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

" 뭐, 어떡해.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는데. 여튼 이제 취업은 내가 알아서 할께. "

- 그래. 그건 알아서 하고. 나 삼일동안 출장가야 하는데 말야. 네가 좀 얘들 좀 봐줘.

일명 커리어우먼. 회사와 가사를 다 잘하는 현대 여성을 가르키는 말이었다.

그런 작은 누나는 커리어우먼으로 나름 중견기업인 세우기획의 과장급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전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던 작은 누나는 그의 적성을 살려 광고, 기획회사로 취직을 했고 승승장구를 거듭해 십년의 경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름 그 분야에서 대우를 잘 받고 있었다.

문제는 작은누나의 아이들, 지은이와 나은이가 6살, 4살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나는 출장을 갈때마다 자신에게 부탁을 했고 매일같이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는 매형의 건설회사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했기에 자식들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간택이 된 것이 자신이었다. 고등학교부터 군제대 후, 대학교 졸업이후까지 언제나 조카들의 보모역할은 자신의 차지였다.

큰누나의 아이 두명까지 합치면 무려 네명이나 자신의 손으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은 큰누나의 조카들이 어느정도 자라서 내 손길이 필요없다고 하지만 작은 누나의 조카들은 아직 어렸기에 내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 매형은? "

- 니 매형은 지금 전라도에 가 있다. 당분간 집에 못 들어온데. 휴우.

자기 남편을 삼인칭 처리하는 화법은 작은 누나가 많이 화가 나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예전에 내가 누나들을 엄마에게 꼰지를때 사용했던 엄마 딸내미들이라는 말이 옮겨 간 모양새였다.

그래도 자신은 누나들이랑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 편이었다. 왜냐면 13살, 10차이가 나는 형제나 남매끼리는 그 서열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었다.

감히 대들지 못할 정도였고 언제나 기 센 누나들에게 눌려 살았다. 그 덕분에 자신의 성격도 조금 소심하게 변했다.

" 알았어. 나 면접 결과 나오면 바로 출근해야 해서 오래는 못 봐줘. "

- 땡큐. 어짜피 삼일만 보면 돼.

" 응, 올때 내 선물? 콜? "

- 지랄하지 말고. 빨랑 와.

뚝.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작은 누나였다.

잠시 끊어진 핸드폰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쉰 현태는 짐을 주섬주섬 찾아 가방에 넣었다. 삼일동안 작은 누나의 집에 가 있으려면 작은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어짜피 6살 지은이는 어린이집에 4살 나은이는 대충 인형놀이만 해주면 되는 일. 자신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작은 누나는 언제나 그 댓가를 명확하게 지불했다. 이번에도 용돈 겸해서 짭짤하게 돈을 줄 것이기에 크게 불만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몇번이나 자신을 챙겨주고 있는 누나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뒤숭숭했던 면접을 잊게 만들었다.

그래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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