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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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최근연재일 :
2024.09.13 06:0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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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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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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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라(5)

DUMMY

" 일단 이것부터 보시죠. "

카페에 자리를 잡은 현태는 그 회사내에게 여분으로 준비한 에이에프파트너스 채용정보가 담긴 서류를 건내주었다.

그는 그것을 들고 천천히 읽다가 잠시후 고개를 들어 현태를 바라보았다.

" 이렇게 좋은 회사가 있다고요? 그런데 왜 내게···? "

그로써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상황. 실직의 서러움을 만끽하며 길을 걷다 구세주가 등장한 셈이었니까.

" 일단,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스카우트 서치펌 소속 헤드헌터 장현태라 합니다. 아까 이야기를 드렸지만 주로 하는 일은 기업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다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 이해했소이다. 백기훈이오. 근데 뭘 보고 나를 스카웃하겠다는 건지 모르··· "

한눈에 봐도 남자답게 생긴 그는 큰키에 단단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 운명이라고 해두죠. 그보다 현재 퇴직상태라고 했는데.. 혹시 구직의향은 있으세요. "

" 흠, 일단 먹고 살아야죠. 먹여 살려야 할 마누라와 자식들도 있는데··· "

정말 운명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를 내 인재풀에 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대화를 해보니 더욱더 탐이 났다. 이게 삼국지의 유비가 그토록 인재를 탐하는 이유인가 싶었다.

또한 이야기를 더해보니 인근 공단에서 보안업무를 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완벽한 스펙이었다.

기업의 경비원은 아무나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일반경비원 신임교육 이수자 또는 관련법령에 따른 경비원 경력, 자격을 갖춘자가 필수 요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기훈은 자신이 찾는 인재였다.

한참을 백기훈과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가 교감을 나누었다.

겉보기와 다르게 삼십오세에 불과한 백기훈은 예상대로 우직하고 빈틈이 없는 사내였다.

그렇기에 전 직장에서 쫒겨나듯 퇴사를 한 것이었다.

" ··· 하, 그놈의 사장 아들이 뭐라고. 지 맘대로 공장에 출입을 하지 않나, 기계를 맘대로 만지질 않나. 경비라고 하대하고 욕하고.. 내 드러워서 사표쓰고 나왔지. "

제법 친해진 둘은 자리를 옮겨 근처 포장마차로 갔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호형호제하기로 한 둘은 마음 깊숙이 간직한 이야기를 원없이 털어놓고 있었다. 벌써 소주 네병째였다.

" 잘 했습니다. 형님. 이 아우가 형님 직장은 꼭 구해드리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

" 크하하하, 말만이라도 좋네. 자 한잔 마셔. "

그는 평생을 이 경비분야에 일하면서 수많은 상황과 사고를 마주쳤고 그때 겪은 일들을 재치있는 입담으로 재밌는 만담처럼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소설속 클리세처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없었다.

" 크윽, 쩝. 이십대에 잘못된 길을 걸었어.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몰라. 우리 마누라를 만나지 못했으면 아직도 그 잘못된 길을 걷고 있겠지. "

그는 자신의 팔뚝위 슬쩍 드러난 문신들을 쓰다듬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말했다.

" 형수님이 보물이시네요. "

" 그치. 크흐흐, 그리고 우리 아들내미도 말야.. 휴우... "

그러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백기훈이었다. 가장으로써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한 모양이었다.

" 형님. 걱정 마시라니까요. 제가 책임지고 취직시켜 드리겠습니다. "

벌써 몇번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알겠다고 말하는 백기훈에게 거의 세뇌급으로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 알았다니까. 그 이력서랑 몇가지 서류만 준비해달라고? 빠른 시일내에 보내줄께. "

그렇게 확답을 몇번을 받고서야 주제를 돌렸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 술자리는 장소를 바꿔 백기훈의 집으로 이어졌지만 나는 이미 필름이 끊어져 있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 우우욱.. 여,여긴..? "

잠에서 깨어난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움켜쥔채 놀라 웅얼거렸다. 처음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 심히 당황을 한 것이다.

" 이제 일어났는가? 나와서 해장해, 마누라가 해장국 끓여 놨으니까. "

백기훈의 묵직한 음성이 방문 밖에서 흘러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사태가 어떻게 됐는지 깨달았다. 어제 너무 많이 마셨다.

술도 잘 못마시는 놈이··· 객기를 부린 것이다. 그만큼 백기훈이 편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런면에서 사람과 사람을 쉽게 이어주는 술은 마법과도 같았다. 물론 그만큼 헛된 경우도 많았지만 말이다.


해장국은 뜨겁고 시원했다.

" 우와, 속이 훅 내려가네요. 형수님, 음식점 해도 되겠어요. "

" 에이, 뭘요. 더 드실래요? "

예전에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점점 능글맞아지고 있는 현태였다.

뭐랄까? 서로가 교감을 하니 편해지고 그러다보니 본래 성격이 나온다고 해야 하나?

그만큼 빠르게 이 집안과 가까워진 현태였다.

" 형님, 명진이는 학교 갔어요? "

" 그렇지. 아직 학기중이잖아. "

" 아, 얼굴이라도 봐야 하는데.. 아쉽네요. "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서울로 출발해도 지각인 시간대였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헤드헌터는 출퇴근이 자유로운 직종이었으니까. 생각하기에 따라 엄청난 이점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늦은 김에 여기에서 후보자 서칭을 하면서 오후에 출근할 요량이었다. 아주 출근을 안할 수는 없으니까.

" 그 녀석 요즘 축구선수한다고 꽤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 이번에 중등대회에서 수상까지 했지 뭐야. 하하하. "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백기훈 역시 아들자랑에 여념없는 사람이었다.

" 으이구, 당신은··· 시간이 늦었는데 괜찮아요? 현태씨? "

잡담이 길어질 기미를 보이자 형수님이 걱정을 했다. 확실히 화끈하고 즉흥적인 백기훈의 내조를 통해 잘 컨트롤하는 모습이었다.

" 아, 저도 이만 출근해봐야죠. "

그리곤 옷을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났다. 딱히 챙길 것도 없었지만.

섭섭한 표정의 백기훈이 그런 현태를 따라 현관까지 따라나서고 있었다.

" 형님, 제가 말한 서류는 늦지 않게 부탁해요. "

" 걱정마,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와이프에게 퇴직 사실을 알려야 하는게 부담인데. "

그는 아직 자신의 실직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었다. 당장 가장으로써 책임감이 그를 막아서고 있는 모양.

그렇기에 현태는 그 사실은 천천히 알리고 이번 이력서의 합격여부를 보자고 했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백기훈을 뒤로하고 문을 나섰다.

오래된 아파트의 공기가 훅 밀려왔다. 오래된 추억이 되살아나는 광경이었다.

예전 아주 어릴때 이런 복도식 통로로 된 아파트에 살았던 적이 있던 현태는 주변을 둘러보며 숨을 깊이 들여마셨다.

오전의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남아있던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길다란 통로에 널린 말린 고추와 장독대가 그렇게 정겨웠다. 아파트 문을 열어놓아도 괜찮았고 이웃끼리 정겹게 인사를 건내는 예전의 기억들.

현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차를 주차해놨던 장소로 걸어갔다.

늦은 아침이라 드문드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특이할 것 없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후보자 두명을 찾았지만 보통 후보자 추천은 많으면 많을수록 컨택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 그럼, 인재를 다시 찾아볼까. "

될 수 있다면 백기훈이 컨펌되면 좋을 테지만 그건 자신의 바램일뿐이었다.

헤드헌터로써 역활을 다 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인재를 찾아 추천해야 하는.

부르릉.

구형 아반떼 엔진의 떨림을 느끼며 부드럽게 핸들링한 현태는 주변에 위치한 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런 평일 아침부터 사람이 모일 장소는 공원뿐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따듯한 햇살에 잠시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도 한켠에 있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너무 과음한 탓이다. 다행히도 주변에 큰 공원이 하나 있었다.

현태는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려고 공원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딸랑-!

편의점을 울리는 종소리에 계산대가 분주해졌다. 알바생이 늦은 아침부터 방문할 손님이 없다고 잠시 의자에 기대어 취짐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현태는 일부러 그런 모습을 무시하고 냉장판매대를 열어 500밀리리터 생수를 하나 꺼내들어 계산대로 향했다.

그곳에는 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거울을 보고 있던 여자 알바생이 고개를 들었다.

가볍게 고개를 까닥 숙인 그녀는 내가 내민 카드를 받아들었다. 그때 스친 그녀와 가벼운 터치에 그녀의 적성이 보였다.

[전문 비서]

응? 저런 직업은 처음 보는걸? 물론 비서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쌩얼로 보이는 그 알바생은 날카로운 눈매에 다문 입술에 고집이 보이는 긴 생머리의 이십대 중반 여성이었다.

살짝 눌려 있어 붉게 자국이 난 볼이 방금전까지 어딘가 기대어 졸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녀는 그게 부끄러운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삑.

" 오백원입니다. "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 무뚝뚝한 음성으로 그녀가 말했다.

현태는 잠시 망설였지만 백기훈과 급격하게 친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겨 그녀에게 말을 걸기로 작정했다.

이왕이면 스스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 한걸음이었다.

" 네, 여기요. 근데 아침엔 손님이 많이 없나봐요. 근처에 공원도 있는데. "

" 네? 그,그쵸.. 늦은 아침이라. "

" 하하, 그런데 학생은 아니신 것 같고.. 혹시 취업준비 중이신가요? "

갑작스럽게 이어진 대화에 잔뜩 경계를 하고 있는 그 알바생은 눈을 들어 현태를 쳐다봤다.

그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현태가 생수를 들고 손사래를 쳤다.

" 아, 오해하지는 마시고요. 제 직업이 이런 쪽이라··· "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명함을 건냈다.

" 헤드헌터? 아, 들어본 적이 있어요. 근데 왜..? "

다행히도 그녀는 헤드헌터에 대해 알고 있었다.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희귀한 직업은 아니니까.

특히 이런 젊은 사람들에겐 취업을 준비하면서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 다름이 아니라 제가 관상을 좀 볼 줄 알거든요. "

꽤 고전적인 수법이었지만 그만큼 보편적으로 통하는 작업이었다. 아, 물론 이성으로써 그런 작업이 아니었다.

" ···? "

" 하하, 효정씨의 관상을 보니 남을 보좌하는 직업에 재능이 있어보여서요. "

편의점 유니폼에 달린 명찰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던졌지만 그녀의 반응은 컸다.

그런 현태의 말에 눈이 커지면서 놀란 표정을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뭔지 몰라도 핵심을 짚은 모양이었다.

" ··· 어떻게 제가 비서과를 나온걸 아신거죠? 혹시 스토커... "

살짝 물러서는 김효정은 핸드폰을 꽉 잡고 있었다. 여차하면 112를 누를 기세였다.

이런 부작용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급하게 손사레를 치는 현태였다.

" 아뇨, 아뇨. 제 직업상 오지랖이에요. 관상을 보고 추측하는 것도요. 무례했다면 죄송해요. "

현태가 열심히 변명을 하고서야 경계를 푸는 그녀였다.

그제서야 흥미를 느낀 그녀가 물었다.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 그런게 관상에 나온다는 말이에요? 흐음.. 그래서요? "

" 헤드헌터의 특성상 인재를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해서, 혹시 취직하실 생각이 있다면 제 명함으로 연락을 주시겠어요? "

바로 번호를 따거나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면 다시 물러설 가능성이 있어 그냥 떡밥만 뿌리는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대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는 이야기는 대학생이거나 졸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고 구직활동 중일 확률도 높았다.

" 아, 네··· 알겠어요. "

약간은 떨떠름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이지는 않은 대답이었다.

현태는 그녀의 이름을 핸드폰을 이용해 원노트 어플에 간단하게 저장해놓고 나중을 기약했다.

그렇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중이었다.

편의점을 나선 현태는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깊숙히 들여마셨다.

또 다른 인연을 찾은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뭐라 설명할 수 없었지만 기쁘고 재미있었다.

" 이런게 천직이라고 하는 건가? "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천천히 공원을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 역시 사무실에 앉아 잡사이트에서 찾는 인재들로는 나만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없어. 이렇게 직접 뛰어다녀야 해. '

그런 마음이 어제 오늘을 지나면서 확고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인터넷 잡사이트를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몸이 열개가 아닌 이상 직접 뛰어다니는 서칭은 효율이 극도로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공원을 천천히 걷던 현태의 맞은 편에 머리가 하얗게 센 노년의 장신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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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park77
    작성일
    24.05.15 08:13
    No. 1

    대뜸 처음 보는 사람에게 관상을 볼 줄 안 다면서 들이대면....너무 수상할 거 같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흑전사
    작성일
    24.06.20 13:06
    No. 2

    관상이라고 하지말고 느낌으로 하면 어떨까요? 정말 잘보는 점쟁이중엔 영으로 전체 운명을 보는 이도 있는데. 관상보다는 심상이 으뜸이죠. 난 타인의 마음을 읽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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