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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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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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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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2화. 축구 시합 (3)

DUMMY

천해중에 입학해서 주호남이 본 무풍초 출신 1학년 남자들의 축구 실력은 허접했다. 한 마디로, 개X밥이었다. 당연히 이번 축구 시합 내기에서 동초가 이길 것은 99% 확실했다. 


하지만, 동초가 그런 허접들이 뭉친 무풍초에 축구 경기를 지는 굴욕을 맛봤다. 그것도 단, 한 골 차이로······.


‘개발들에게 지고, 자존심 상하네.’


체육 시간 때만 해도 개발이었던 무풍초 출신 애들. 그런데 막상 경기하니, 자기편에 제대로 패스했다. 수비도 곧잘 했다.


무엇보다 무풍초 골키퍼를 맡은 이정욱은 수비수처럼 움직이면서 동초의 역습을 매번 차단했다. 센터백을 맡은 염동수는 위정수를 완전히 봉쇄했고···.


‘이정욱, 염동수만 없었어도··· 우리가 완전히 발라버리는 건데.’


축구 경기 전. 주호남은 동초 출신 선배들에게 축구 시합 승리를 호언장담했다.


- 호강이 형, 우리가 당연히 이기죠. 동초 우승에 돈 다 거세요. 


그게 악수였다. 이번 1학년 축구 시합 승패 관련해 내기를 한 동초 출신 2학년 선배들이 꽤 많은 돈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늘 등교 전에 2학년 선배인 주호강에게 불려갔다. 


- 아, X발놈들이. 개X밥들한테 축구에 져서 동초 자존심을 상하게 해. 


천해중 2학년이자 동초 출신 중에서 싸움을 잘하기로 유명한 주호강. 그는 1학년인 주호남과 위정수, 김지욱을 앞에 두고 뺨을 두 대씩 갈겼다. 


- 야, X발놈들아. 잘해라. 앞으로 지켜볼 테니까, 무풍초 애들 기죽게 만들어. 알았어? 몰랐어? 


주호남은 사촌 형인 주호강 앞에서 입도 열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주호강은 미친X으로 유명했다. 그에게 뺨을 맞은 것도 이번만이 아니었다. 


- 너희들이 잘 모르니까. 이 형이 알려줄게. 너희 빵 먹고 싶으면 무풍초 출신 중에서 찐따 같은 놈한테 사 오라고 시켜.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풍초 애들이 너희 눈도 못 마주칠 테니까···.


주호강은 동초 출신 1학년 남학생들에게 일진 노하우를 알려줬다. 이번 축구 시합 굴욕을 간접적으로 되갚을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예전부터 호강이 형이 이런 또라이 짓은 잘해. 빵과 우유를 사 오라고 시키면 된다···. 누구한테 시켜야 하나? ’


주호남은 같은 반에서 무풍초 출신 중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이정욱뿐이라고 여겼다. 무풍초 출신 친구들이 말하길. 이정욱이 무풍초에서 싸움 순위 1, 2등을 했다고 말했으니까. 


그렇게 주호남이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어루만지면서 1학년 1반 교실에 들어갔더니. 이정욱이 대뜸 주호남에게 누구한테 맞았냐고 물었다.


“호남아, 어디서 한 대 맞고 왔어? 왜 볼이 그렇게 빨갛니?”

“X발. 몰라도 돼.”


그런데 주호남은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해버렸다. 주호남은 순간 겁이 났다. 그래서 재빨리 교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 X 될 뻔했네. 정욱이가 싸움 잘한다고 했는데···.’


***


1학년 축구 경기 이후. 무풍초 친구들에게 시비를 거는 동초 출신 친구들은 없었다. 염동수도 1학년 2반에 알력 다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욱아, 위정수나 고종훈이 완전 조용하게 지내. 괜히 시비도 안 걸고···.”

“그래. 다행이네.”


이로써, 평화로운 1학년 생활의 시작이었다. 수업도 재미가 있었다. 선생님들마다 가르치는 방법이 달랐지만, 봄 햇살이 내리쬐는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나름 낭만적인 일이었다.


영어 문장을 외우라는 영어 선생님.

영어 문장을 외우는 것은 꽤 효과가 있는 영어 공부 방법이다. 전생에 막 미국에 도착했을 때. 중학교 영어 시간에 외운 문장만은 확실히 들렸고, 생각 없이 입으로 내뱉을 수가 있었다. 


‘아임 파인 땡큐 엔드 유? 이게 영어 공부의 효과였지.’


칠판에 빈자리 없이 단원 요약을 빽빽하게 적는 사회 선생님.

50분 수업 시간이 필기로 시작해서 필기로 끝났다. 요약한 내용이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책을 찾아봐야 해서 공부가 됐다.


‘정작 시험 문제는 필기가 아니라 시험 전에 나눠준 예비 시험지에서 다 나왔지.’


컴퓨터 타자 연습시키는 기술 선생님.

시골에서 지금은 컴퓨터 보급률이 낮은 탓에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 연습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영문으로 타자 연습을 해도 1분에 500타가 나오네. 한글은 300타네···.’ 


‘옜다 공’이라고 말하면서 축구공을 던지는 체육 선생님.

축구공만 던져주고 체육 창고에서 주무시고 있는 게 통상적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 축구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기 학습 능력을 익혔다. 


‘어제도 과음하셨구나.’


그리고, 진지하게 설명하시는 국어 선생님.

한문 쪽지 시험을 본다는 한문 선생님.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

쉽게 과학 용어를 외우는 법을 알려주는 과학 선생님.

미술의 역사를 알려주면서 그림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는 미술 선생님······.


이렇듯 섬마을 시골 중학교에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았다. 매 수업 시간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가끔 딴짓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들 중학교 생활에 적응을 해나갔다.


‘무슨 냄새지? 뒤에 앉은 애들이 새우깡을 먹고 있군. 혓바닥 위에 올려놓고 녹여 먹어야지. 소리가 안 날 텐데···.’


짝꿍인 설지수는 전교 1등 학생답게 수업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모두 필기했다. 괜히 1등이 아니었다. 반면 나는 핵심 단어만을 적었다. 전생에서 시나리오에 중요한 단어만 적는 버릇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설지수가 내 노트를 보면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비웃은 것 같은데. 1등에게는 내 필기가 엉망으로 보일 수밖에···.


“지수야.”



설지수는 자기가 비웃은 것을 나한테 들켰다고 생각하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왜? 나 안 웃었는데?”

“하하하. 그게 아니고. 너 필기 잘하네. 앞으로도 화이팅하라고.”

“아, 응. 그래. 내 노트 빌려줄까?”

“오, 그래? 근데, 됐어. 나도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어.”


설지수가 또 웃었다. 


“아, 미안. 비웃는 게 아니라···.”

“아니. 괜찮아.”


***


점심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 교실 벽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40분가량이 남았다. 중학교 남학생이 평균 점심 도시락을 먹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가량. 어찌 보면, 군대보다 더 빨리 밥을 먹는 게 아닐까. 


‘배도 부른데, 산책이나 할까? 


남는 점심시간에 전생에 가장 좋아했던 장소인 학교 별관 옆 벚꽃길에 가보기로 했다. 3월 중순은 벚꽃이 만개할 시기였으니. 


실내화를 벗고,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본관을 빠져나와 별관으로 향했다. 벚꽃길로 가는 내내 봄 햇살이 내 등을 마구 간지럽혔다.


‘우와.’


천해중 벚꽃길에는 흐드러지게 핀 하얀 벚꽃이 봄바람에 흩날렸다. 마치, 함박눈처럼··· 하얀 꽃잎이 길바닥에 카펫을 깔았다.


‘아, 너무 멋지다. 이 모습을 다시 보다니···.’


여자 선배들이 음료수를 마시면서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소녀들의 미소는 벚꽃잎처럼 순수했다. 자연스럽게 입에 미소가 어렸다. 


‘좋을 때지···.’ 


섬마을 중학교의 점심시간은 이렇게도 찬란했다. 운동장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축구를 하는 2학년 남자 선배들이 보였다. 5분 만에 밥을 먹고 나서 운동장에 나갔을 것이다. 


‘이제 슬슬 들어가 봐야겠네.’


5교시 10분 전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운동장 옆 수돗가를 지나서 본관을 향해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헉헉···. 


누군가가 헐레벌떡 교문에서 본관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무풍초 출신인 이정구였다. 나랑 이름이 비슷해서 사촌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실제론 아무 관계도 아니다. 


“정구야!”


내가 부르자. 이정구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여기’라며 손을 흔들었다. 전생에 이정구와 친하지 않았지만, 이번 삶에서는 친해져야지. 


“왜 그렇게 뛰어?”


이정구의 손에는 빵과 우유가 들려 있었다. 점심을 안 먹은 것일까. 분명 점심 도시락을 친구들이랑 먹었는데.


“아··· 수업 시작할 것 같아서···.”

“아직 10분 남았어. 천천히 가. 나랑 같이 교실에 들어가자.”

“아니야. 나 먼저 들어갈게. 넌 천천히 와.”


이정구는 다급한 듯 다시 내달렸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정구가 저렇게 수업에 열정적인 학생이었던가? 


1학년 1반 교실 앞.

중학교 입학 후, 늘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아름다운 풍경. 그리운 친구들이 추억처럼 있는 공간. 늘 눈물이 날 것 같지만, 눈물을 흘리면 삼류겠지. 


드르륵.


내게 욕은 했지만, 알고 보면 착한 친구 주호남이 창문틀에 앉아서 빵과 우유를 유유자적하게 먹고 있었다. 


‘새끼들, 멋있는 척하기는···.’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 반찬이 부실해서 조금 허기가 진 듯하다. 이정구가 산 빵이라도 조금 떼달라고 할까?


‘한 입은 주겠지?’


이정구의 자리로 시선을 돌리니. 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한 손으로 닦고 있었다. 아까 봤던 빵과 우유는 손에 없었다.


‘벌써 다 먹은 건가?’ 


문득, 잊고 있었던 전생의 기억이 스쳤다. 


동초 출신 주호남과 배경춘이 무풍초 친구들을 괴롭힌 사건이 있었지. 빵과 우유를 사 오라고 했던 일들.


일명, ‘빵셔틀’을 무풍초 친구들에게 시켰다. 


그때 나는 주호남과 크게 다퉜고, 1학년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다. 계속해서 빵셔틀을 시킨 주호남을 내가 일방적으로 때린 적도 있었고···. 


- 주호남, 무풍초 애들한테 심부름시키지 말랬지? 너 진짜 맞고 정신 차릴래?


지금 생각해 보면. 닭살 돋는 청춘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 당시, 나는 참을 수가 없었고 주호남의 뺨을 여러 번 때렸다. 


‘이번에는 좋게 넘어갈 수 없을까?’


우선은 지켜보기로 했다. 이정구도, 주호남도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비록 지금은 주호남과 배경춘이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지만 나중에는 다들 잘 지내니···.


***


“정욱아, 오늘 체육 시간에 내가 플리플랩으로 동초 애들 딱 제치고 슛을 때렸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 안. 염동수는 내 옆에서 계속 재잘댔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종일 교문에서 땀을 흘리며 뛰어오는 이정구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정욱아? 이정욱? 나 누구랑 말하니?”

“아, 미안. 그래서 골 넣었어?”

“아, 그게. 거기에서 똥볼이 나와서 골대를 넘어갔어. 안타까웠어. 대략 김 10만장 차이로 골을 못 넣었으니···.”


염동수의 너스레에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축구 선수라는 꿈을 접을 때도 됐는데. 여전히 집에서 축구공으로 트래핑을 연습한다고 들었다. 


“동수야, 앞으로는 김 2만장 정도로 줄여봐.”

“크크크. 알았어. 김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하는 말인데. 우리 엄마가 집에 들러서 김 좀 가지고 가라던데.”

“그래? 알았어. 너희 집에 들렀다가 집에 가야겠다.”


가끔 염동수 어머니는 반찬이나 김, 과일을 챙겨주곤 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남매 둘이서 허술하게 끼니를 챙길 수밖에 없었으니. 


무풍리 마을 정거장에 내려서 동수네 집을 향해 걸었다. 회귀한 후에 동수네 집에 처음으로 가는 것이니, 이 길도 오랜만에 걷는다. 간신히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 이게 시골길이지. 


멍멍!


동수네 집에 도착하자. 감나무 밑에 누워있던 하얀 진돗개가 짖었다. 전생에 저 감나무에서 동수랑 단감을 따 먹었는데. 


“오빠 왔어. 어 정욱 오빠도 왔네.”


개 짖는 소리에 염동수 동생 염민정이 마당에 나왔다. 민정이는 동생 정희와 동갑 친구였다. 염동수랑 다르게 새침하게 생긴 소녀였고. 


“어, 좋은 오후야. 민정아. 잘 지냈지?”


오랜만에 만난 염민정에게 내가 어색하게 인사하자, 염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오빠, 정욱 오빠, 왜 이래? 이상해.”


‘좋은 오후. 잘 지냈지?’ 이런 단어를 사용하니, 염민정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시골에서 이렇게 인사하는 중학생은 없던가?


전생에 어떻게 인사를 받았더라? 생각이 났다. ‘어.’ 이 한마디만 했었다. 그것도 길게 늘어뜨리면서.


‘어어어어.’


“헛소리 말고, 엄마가 챙겨둔 김이랑 반찬 있지. 그거 어디 있어?”


염동수는 동생 염민정의 엉덩이를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염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부엌으로 들어가 묵직한 종이 가방을 하나 가지고 나왔다. 


“여기!”


염동수가 민정이한테 건네받은 종이 가방을 내게 다시 건넸다. 가방 안에는 반찬과 함께 김 한 톳이 들어 있었다. 


“그래. 어머님께 잘 먹겠다고 전해주렴. 민정아,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네, 오빠. 그런데 정욱 오빠 말투가 무슨 도시 사람 같아. 안 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정희도 오빠가 요즘 이상하다고 하던데?”


나는 그저 웃었다. 중학생다운 말투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서둘러 인사하고 동수네 집 밖으로 나왔다. 


***


동수 어머니가 챙겨준 반찬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렇지 않아도 냉장고에 먹을만한 반찬이 없어서 고민했었는데. 그걸 한 방에 해결했다. 


그렇고 보면, 수학여행 사고 이후에 동수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우셨다. 내가 불쌍하다면서. 남들이 다들 나를 손가락질할 때 동수 어머니는 나를 불쌍하게 여긴 이들 중 한 명이었다. 


- 정욱아, 네가 가장 괴로울 거다. 넌 많은 친구를 떠나보냈잖아. 동수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 


자기는 아들만 떠나보냈지만, 나는 동수를 포함해 많은 친구를 떠나보냈다면서 나를 안아 주셨다. 나는 그 품속에서 슬피 울었고···. 


‘어떻게든 이번 삶에서는 똑같은 사고가 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앞으로 2년 7개월 정도가 남았다. 그때까지 전생과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수학여행을 안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신이? 내가 다른 누군가의 삶과 죽음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집 앞에 다다랐다. 아버지의 용달차가 집 앞에 주차돼 있었다. 아버지가 오셨구나. 회귀 후에 처음 보는 아버지였다. 


대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건어물이 든 나무 상자를 나르고 계셨다. 원래 아버지는 김이나 미역 양식과 물고기를 잡았던 어부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암투병을 하면서 갖고 있던 선박 2척을 팔았다.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는 중고 용달차를 사 왔다. 어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그 이후부터. 아버지는 천해도에서 생산하는 건어물과 반건조 생선을 도매로 사서 용달차에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파셨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건어물을 파신다. 주로 시골 오일장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건어물을 팔았다. 이 때문에 한 달에 2~3번 집에 들어오셨다. 건어물이 다 떨어져서 물건을 새로 사야 할 때였다. 


“아버지.”

“그래. 우리 장남, 어서 와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훌쩍 늙어버린 아버지가 웃으시면서 나를 반겼다. 


“네. 오늘은 집에서 주무시고 가세요?”

“그래. 오늘은 너희랑 저녁도 먹고, 자고 갈 거야. 중학교 생활은 어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네, 잘하고 있어요.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요.”


아버지는 다음 날 새벽 4시쯤 일어났다. 마당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잠이 깬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를 배웅했다. 


“아버지, 지금 가세요?”

“그래. 오늘 장날이라서 지금 출발해야지 장 열릴 때 도착할 것 같다.”

“네.”


아버지는 용달차에 오르면서 차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정욱아, 동생이랑 잘 지내고. 생활비 부족하면 아빠한테 삐삐쳐라. 우선 TV 서랍장에 돈 넣어놨으니. 그걸로 생활비 하고.”

“네. 아버지도 운전 조심하시고요.”


부르릉.


반건조 생선과 김, 미역, 멸치 등 건어물을 잔뜩 실은 용달차는 새벽어둠을 뚫고 멀어졌다. 용달차가 주차된 자리에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전생에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냄새였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에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셨는데.’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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