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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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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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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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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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화. 알력 다툼 (2)

DUMMY

이정희는 하루아침에 성격이 달라진 오빠 이정욱 탓에 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오빠 이정욱은 뭔가 냉소적인 느낌이 강했다. 동생인 자기에게는 다정했지만, 마냥 살갑게 대하지는 않았다. 잘 웃지도 않았다. 그건 기울어진 가정 형편 탓이었다. 

​​

오빠 이정욱은 돈과 관련된 일에 더 냉정했다. 꼭 필요한 급식비, 용돈, 준비물 비용 이외에는 돈을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친구 생일 선물로 돈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는. 


- 정희야. 친구 생일 선물로 학 10마리를 접는 게 어떨까? 집에 색종이도 많이 있잖아. 정성이 깃든 선물이야말로 진정한 생일 선물이야···.


그 일 이후에 이정희는 오빠 이정욱과의 대화하는 걸 꺼렸다. 그렇다고 오누이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 정희야,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지 건강해지지. 배추김치만 먹지 말고, 파김치도 먹으렴···.


하지만 이정희는 오빠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느꼈다. 늘 수심 가득한 얼굴에 친근하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그랬던, 오빠 이정욱이 중학교 입학 첫날 아침부터 미소를 지었다. 자기를 향해 웃어주기도 하고, 욕실에 들어가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


벽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변한 오빠가 걱정된 이정희는 아껴 둔 용돈으로 분홍 소시지를 사 왔다. 자기는 점심에 학교 급식을 먹지만, 앞으로 오빠는 도시락을 싸야 하기에 좀 더 좋은 반찬을 챙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인데. 좋아하겠지?’


그런데 이정희는 고맙다면서 자기에게 뽀뽀하려는 오빠 이정욱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뽀뽀가 싫다고 하니, 포옹하려는 오빠를 거부하다가 뺨을 때렸다. 


“어, 오빠. 미안해.”

“아니야. 오빠가 너무 나댔지. 우리 동생 손이 은근히 맵네. 이러다 오빠 맷집이 늘겠는데. 고마워.”


이정희는 오빠 이정욱이 자기에게 뺨을 맞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여겼다. ​


***


빨개진 뺨을 어루만지며, ​4평 남짓한 내 방에 누웠다. 비록 침대가 없어서 이불보를 깔고 누웠지만, 5성급 호텔에 있는 침대보다 더 편안했다. 


한쪽 벽에 서 있는 책장에는 손때 묻은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누나 이정숙이 읽었던 오래된 책들. ‘습니다’가 아닌 ‘읍니다’로 끝나는 옛날 책들이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어문 규범을 개정(시행은 89년 3월)하면서 ‘-읍니다’의 표기를 ‘-습니다’로 바꾸었다. 그렇기에 저 책들은 88년도 이전에 출간된 것들이다. 


‘집에서 볼 책이 없어서 저 책만 3~4번씩 읽었는데.’


누나가 사용했던 라디오 기능이 탑재된 소형 카세트플레이어가 보였다. 전생에서도 이걸로 라디오를 많이 들었는데. 특히 밤 10시에 방송하는 ‘별이 반짝이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들었다. 


습관처럼, 라디오를 켰다. 마침 전주가 끝나고 노래 가사가 흘러나왔다. 1996년 히트곡인 패닉의 ‘달팽이’였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지난 삶에서, 이 노래를 듣고 많이 울었다. 달팽이가 가지 못한 바다를 건너서 미국에 갔지만 늘 외로웠다. 고통스러웠다. 친구들이 보고 싶었고, 가족이 그리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행복은 내게 사치라는 생각뿐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 가슴이 답답했다. 


빛으로 나타난 신이 이번 생에서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내가 바꿀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는 앞으로 내가 친구들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이 3년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정말, 나는··· 친구들의 죽음을 막을 수가 없을까?’


신이 내게 천국을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끝을 알고 사는 삶이란 지옥이지 않을까? 


‘아, 신이시여. 왜 내게 이런 운명을 주었나요?’


눈을 감았다. 친구들이 사고가 나기 전까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추억을 쌓는 일밖에 없을까. 이건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우선은 현재에 충실해야겠다. 친구들과 싸우지도 말고···.’


***


다음 날,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염동수가 씩씩거리며 1학년 1반 교실로 찾아왔다. 그리곤 내게 게 말했다. 아니, 통보했다. 


“정욱아, 오늘 학교 끝나고 동초등학교 애들이랑 한판 붙기로 했어. 너랑 나, 그리고 기우, 이렇게 셋이서 동초등 애들이랑 3대 3으로. 이번에는 결판을 낼 거야.”

“뭐? 3대 3으로?”


1대 1 싸움도 아니고. 이제는 3대 3 패싸움이었다. 어제 염동수가 했던 말을 내가 너무 허투루 들었다. 더 단단하게 일러둘 걸 그랬다. 


생각해 보면, 전생에 이런 일이 있었지. 기억이 났다. 동초애들이랑 3대 3으로 같이 싸우자는 동수의 제안을 나는 거절했었다. 그러면서 동수와 내 사이가 잠시 멀어졌었다.


그런데 또 뭔가 기억이 나려다가 말았다. 염동수가 동초 애들에게 많이 맞은 이유가 있었는데. 그게 3대 2로 싸워서가 아니라 더 뭔가가 있었는데···.


“그래. 3대 3! 하교 전까지 몸 좀 풀고 있어. 똥 마려우면 빨리 싸고. 그래야지, 몸이 가벼우니까. 이번에 우리가 특급 훈련했던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지.”


단단히 각오를 다지는 염동수. 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타일러보기로 했다. 


“음. 동수야. 네가 좀 참아. 친해지면 다들 좋은 애들 같은데. 우리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 어떨까?”


어찌 보면, 지난 삶에서 나보다 동초등학교 출신 3인방과 친했던 이가 염동수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내가 동수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안돼.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 위정수라는 그 새끼가 지나한테 껄떡대더라. 생긴 것도 껄떡처럼 생겨서는···.”


최지나. 무풍 초등학교 출신 최고 미녀였다. 모든 무풍 초등학교 남자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나도 그녀를 좋아했었지···. 


“정수가 지나를 건드렸다고?” 


염동수가 내 귓가에 대고 대답했다. 


“그래. 네 여자친구 최지나.”


최지나가 내 여자친구라고. 그랬나? 그랬었다. 내가 작년 화이트데이에 고백했고, 최지나랑 사귀기로 했었는데.


그다음은··· 기억이 없다. 염동수에게는 불과 1달도 지나지 않은 일이지만, 회귀한 내게는 4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으니까. 


“그, 그래. 이따가 보자.”


여자친구를 건들었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런데 최지나랑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헤어진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뭐였더라?


“자식, 남자다잉.”


염동수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윙크를 하면서 1반 교실 뒷문으로 나갔다.

뭔가 마음이 복잡해진다. 


***


방과 후.


교문에서 염동수, 김기우와 함께 나는 약속 장소인 학교 근처 공터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염동수는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쉭쉭,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입에서 나는 소리인데. 아니라고 하니까, 고개만 끄덕였다.


‘김기우 넌, 왜 동수 따라 하는데···.’ 


이윽고 도착한 공터. 거기에는 동초등학교 3인방인 위정수, 김지욱, 고종훈이 팔짱을 끼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후···.’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는데, 염동수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정욱아, 네가 지욱이라는 놈을 맡아. 내가 종훈이라는 놈을 맡을게. 기우가 정수를 맡을 거야.”


나는 동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동초등학교 3인방 중 덩치가 제일 큰 김지욱을 내가 맡으라고? 


“내가 저 덩치 있는 놈을?”


내가 반문하자, 염동수가 헛기침했다. 염동수가 약간 내 눈을 피하는 것 같은 기분은 나만 느낀 건가.


“큼큼.”


정말, 꼭 싸워야 하나?


우선 기선 제압을 해서 싸우지 않고 마무리해야겠다. 기선 제압은 운동이나 싸움의 기본. 이것만 잘해도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가 있다. 전생에서도 이 방법이 좀 먹혔었고. 


나는 동초등학교 3인방에게 거친 말투로 말했다. 최대한 불량스럽게. 그래야지, 애들이 겁나서 싸우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야, 너희들. 한 대 맞고 울지 말고 여기에서 그만하자.”


내 말에 턱을 높게 치켜들면서 염동수가 호탕하게 웃었다. 김기우도 따라서 웃었다. 


그러자 침을 퉤, 뱉으면서 위정수가 내 말을 받아쳤다. 


“뭐야? 겁쟁이야? 싸우는 게 겁나나 보네? 그렇다면 앞으로 한 달간, 우리 빵과 우유 사 오면 용서해줄게. 아, 그리고 최지나 집 연락처도 알려주고.”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냥 빵과 우유를 사줄까?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에게 빵과 우유를 사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 그래서 나는 다시 협박 같은 협상을 던졌다. 


“최지나 집 연락처는 알려줄게. 그거 갖고 집에나 가라.”


‘집에나 가라’라는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염동수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욱아, 지나는 네 여자친구야. 연락처를 왜 줘?”

“애들도 아니고, 꼭 싸워야 하냐?”

“정욱아, 우리 애들이야. 너 무슨 50대 할아버지처럼 말한다.”


50대가 할아버지인가? 이 시기에는 그렇지. 50대 아저씨도 할아버지로 보는 시대였지···.


내가 염동수랑 속삭이면서 대화하자, 위정수가 우리를 약 올리듯이 말했다. 


“싫은데~ 앞으로 무풍 애들은 우리 꼬붕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우리 반이면서도 동초등학교 출신인 애들 두 명이 웃으면서 나왔다. 


그렇게 3대 3에서 3대 5가 됐다. 우리 쪽이 2명이 더 부족했다. 그러자, 염동수가 인상을 잔뜩 쓰면서 외쳤다. 


“이 새끼들이 비겁하게 숨어 있었어?”


이제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김기우가 속삭였다.


“야, 우리가 불리한데. 오늘은 그냥 도망갈까?”


그 모습에 위정수가 바닥에 침을 뱉으면서 경고했다.


“야, 도망갈 생각하지 말아라. 도망가면 너희들 우리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내일 다 소문을 낼 거니까.”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정말 우리는 싸우고 싶은 걸까? 만난 지 5분도 넘었는데 싸우기는커녕, 서로 입만 털고 있다. 저놈들도 우리가 두려우니 2명을 더 데리고 온 것이겠지. 


결론이 났다. 싸우지 않으려면, 더 강하게 나가야겠다. 


“야. 위정수. 너 나 감당할 수 있겠어?”


내가 나중에 흥행할 영화의 명대사를 말하자, 위정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역시 효과가 있나? 하지만 위정수가 말을 더듬으면서도 대답했다. 


“뭐, 뭐? 감, 감당? 네가 무풍초 짱이구나?”


내 옆에 있던 염동수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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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99 럽쮸
    작성일
    24.06.30 22:27
    No. 1

    9페이지 건들었다고-건드렸다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천해시
    작성일
    24.07.18 11:11
    No. 2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별그리고나
    작성일
    24.07.21 18:36
    No. 3

    여친 전화번호를 왜줘??
    인공이가 ㅂㅅ인듯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90 aepl
    작성일
    24.07.31 09:17
    No. 4

    아니다 아이다 힐링도 아닌것이 잔잔허이 고구마는 답답허이 켁 막혀 날뛰기라도 할텐데 시작텀리 너무길어 안맞는군요
    건필하세요 취향에 안맞아 나중에 다시 안보려면 얘도 선호작걸어놓고 '관'목록에 보관하겠습니다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천해시
    작성일
    24.07.31 11:31
    No. 5

    조금 더 보시면 좋을텐데 .. ^^ 힐링은 곧 시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호랑이정기
    작성일
    24.08.01 22:25
    No. 6

    여기까지해서 독자절반이 도망쳤다고봐도 무방~~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천해시
    작성일
    24.08.02 15:56
    No. 7

    아 그런가요? 더 읽으시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호랑이정기
    작성일
    24.08.08 15:10
    No. 8

    선발대로 앞 다녀와보니 이 답답함이 다 복선이었군요
    모순점 몇개 발견

    1 친구들잃은슬픔땜 회귀했으면서 친구들이 왕따인지 아픔이 있는지 관심도 없는 중딩이었는데~~
    2 친구들땜 가족을 버린 불효자
    3 회귀해서도 가족은 친구들보다 뒷전 특히 어린여동생~~

    그럼에도 영화제작 스토리는 좋음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천해시
    작성일
    24.08.08 17:20
    No. 9

    정욱이는 가족을 사랑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가족도 행복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4.09.15 12:54
    No. 10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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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축구 시합 (1) +2 24.05.17 3,396 66 16쪽
9 9화. 알력 다툼 (4)  +5 24.05.16 3,671 72 11쪽
8 8화. 알력 다툼(3) +3 24.05.15 3,883 76 12쪽
» 7화. 알력 다툼 (2) +10 24.05.14 4,165 82 11쪽
6 6화. 알력 다툼 (1)  +4 24.05.13 4,614 92 13쪽
5 5화. 찬란했던, 그 시절로 돌아오다 +3 24.05.11 5,269 105 15쪽
4 4화. 그날이, 다시 오면 +7 24.05.10 5,240 111 16쪽
3 3화. 40년 만에 돌아온 고향 +1 24.05.09 5,383 113 13쪽
2 2화. 그날 이후 40년이 지나 +3 24.05.09 5,811 108 15쪽
1 1화. 그날의 아침에 생긴 일 +10 24.05.08 6,991 1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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