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디버프로 고생 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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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즉
작품등록일 :
2024.05.08 22:07
최근연재일 :
2024.05.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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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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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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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룡굴 부수기 (3)

DUMMY

남자가 스스로를 김요환이라 소개하자 정한은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왠지 낯이 익었다.


"혹시 우리가 어디서 본 적이 있나요?"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게 적중할 때가 있다.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저만 정한 씨를 아는 줄 알았는데, 정한 씨도 저를 기억하고 계셨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저는 플레이어가 되기 전 경호원으로 일했습니다. 특히 제가 속한 경호업체는 연예 기획사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죠. 저도 한때 정한 씨네 소속사를 드나들었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을 겁니다."


경호원이라는 직업을 듣자 정한은 그제서야 요환의 다부진 몸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의 소속사에서 일했다는 점이 더 흥미로웠지만, 시간상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순 없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정한 씨는 이 길을 통해 화산의 내부로 들어가시죠."

"네? 요환 씨는 같이 안 가시나요?"

"유감스럽게도 제 동료가 길을 하나 더 찾았답니다. 성격이 지멋대로인 친구라 저보고 자기 쪽으로 오라네요. 하하."


요환은 싱긋 웃으며 정한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내 뒤돌아서 가려던 찰나, 그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제가 방금 말한 그 동료 말입니다만, 정한 씨를 무척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정한이 반문하려 했지만 이미 요환은 저 멀리 사라진 후였다. 달리는 속도도 여간 빠른 게 아니었다.


그렇게 정한과 요환의 첫 만남은 끝이 났다. 단순히 짧게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 인연일 수도 있으나, 정한은 왠지 그를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우선순위가 있었다. 정한은 마력 팔찌를 통해 동료들에게 서둘러 연락했다. 내부로 향하는 길을 찾았다고.




* * *




잠시 후 정한과 동료들은 요환이 부순 바위의 안쪽을 걷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울퉁불퉁하고, 무엇보다 좁은 길이었다.


[퀘스트를 성공했습니다.]


바위 안쪽으로만 들어와도 퀘스트는 성공한 걸로 취급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들어온 후론 더 이상 지진이 느껴지지 않았다.


'첫 퀘스트는 어찌어찌 클리어했지만······. 문제는 홍룡굴 부수기 퀘스트는 이제 시작일 확률이 높아 보이네.'


정한은 속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어떤 퀘스트, 어떤 디버프가 찾아올지에 대한 불안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수는 김요환이었다.


'김요환 씨의 동료가 날 만나고 싶어 한다고? 단순히 팬일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런 뉘앙스 같진 않았어. 대체 뭐지?'


그럴 땐 방법이 있었다. 마력 팔찌 속 서버에 접속하여 김요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된다.


척 봐도 상당한 실력자인 김요환은 중급 리그에서도 나름의 입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의 팀에 대한 정보도 조금만 노력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한은 그걸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방법이 딱 떠오른 순간, 좁은 길의 끝이 보였기 때문이다.


"맞게 가고 있는 건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구먼."


손전등을 거두며 강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부턴 굳이 인공적인 빛이 필요 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길의 끝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공동이 무척 밝았기 때문이다.


"이 공동은 웬만한 축구 경기장보다 넓어 보이는데? 산 안에 이런 거대 공간이 있단 말이야?"

"이미 다른 플레이어들이 많이 와 있군. 첫 번째 퀘스트를 생각보다 많이 통과했네?"

"여기저기서 강한 기운이 많이 느껴져. 분명 중급, 상급 리그에서 온 플레이어들도 많이 있을 거야."


하랑, 형원, 그리고 박온이 각자의 감상을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세 사람은 같은 걸 느꼈다.


그것은 바로 뜨거움. 공동을 밝히는 빛의 근원은 단순히 인공적인 조명이 아니었다.


공동의 벽과 천장을 둘러싼 거대 바위들로부터 진한 붉은 빛이 새어나왔다. 굳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저것은 마그마다. 그 증거로 공동의 내부는 매우 덥고 건조했다. 그제서야 정한 일행은 여기가 화산 내부라는 게 실감났다.


한편 그들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눈길을 주고받으며 탐색전을 벌였다. 먼저 공격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덤비는 상대로부터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눈치 싸움이 실제 전투로 이어지진 않았다. 때마침 공동의 천장 부근에 등장한 남자 덕분이었다.


남자는 원반 모양의 기계를 탄 채 날고 있었는데, 이내 한 손에 마이크를 쥔 채 우렁찬 목소리를 냈다.


"이 정도면 1차 퀘스트를 클리어하신 분들은 다 모이신 것 같군요. 안녕하십니까 플레이어분들! 전 이번 '홍룡굴 부수기' 퀘스트의 진행을 맡은 공성그룹의 상무이자 마력 협회의 일원인 기태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진행자가 따로 있는 퀘스트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곳곳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기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번 퀘스트는 룰이 다소 특이해서 제가 여러분께 설명을 해 드릴 겁니다. 아시다시피 홍룡굴 부수기는 크게 보면 하나의 퀘스트지만, 세부적으론 3개의 퀘스트로 나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방금 클리어하신 게 바로 1차 퀘스트입니다."


진행자부터 시작해서 처음 겪는 상황이 꽤 많이 일어났다. 1, 2, 3차로 세분화되어 있는 퀘스트 또한 처음이었다.


"퀘스트 제목에서 눈치채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홍룡굴 부수기는 이 화산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홍룡을 깨워 쓰러뜨리는 게 목적입니다. 퀘스트의 주 무대인 이곳은 화산이긴 하지만, 여기 공동처럼 동굴 지형이 많기 때문에 '홍룡굴'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이후로도 기태현은 꽤나 긴 설명을 계속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지금까지 플레이어들이 완료한 건 1차 퀘스트인 '홍룡굴에 들어오는 것'.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건 2차 퀘스트인 '홍룡을 깨우는 것'과 3차 퀘스트인 '홍룡과 싸워 쓰러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도 설명은 부족했다. 따라서 여기저기서 기태현을 향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럼 이 퀘스트는 모두가 힘을 합쳐 홍룡을 잡는 퀘스트인 겁니까? 우리끼리 싸울 필요 없이?"

"네 그렇습니다. 다만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 퀘스트인 만큼 결과도 모두가 같습니다. 전원 실패, 혹은 전원 성공이죠. 물론 퀘스트를 성공했을 경우엔 본인의 기여도에 따라 다른 수준의 보상을 받게 되긴 합니다."

"그렇다면 실패하면 어떻게 되죠?"

"실패 시에 저희 측에서 따로 드리는 벌칙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실패 자체가 최고의 벌칙이기 때문이죠. 만약 홍룡을 잡지 못한다면······꽤 많은 분들이 죽어나갈지도 모르거든요."


섬뜩한 말이었다. 아무리 R.F.D가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도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죽음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기태현의 말을 듣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특히 하급 플레이어들이 심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그 홍룡이란 놈은 굉장히 강한 녀석인 것 같은데, 저 같은 하급 플레이어가 뭘 할 수 있단 겁니까?"


아무리 그룹대항전을 통과한 실력자들만 모여 있다 해도, 상위 리그와 비교하면 귀여울 정도로 약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주최 측은 다 생각이 있었다.


"걱정 마세요. 하급 리그 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렇기에 퀘스트를 2차와 3차로 나눈 거니까요."


기태현의 미소와 함께 모든 마력 팔찌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이윽고 나타난 홀로그램에 적힌 내용이 그의 대답을 보충해 주었다.


[새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홍룡굴 부수기-2차 퀘스트]

[샛길을 통해 분화구에 가까이 접근하여 홍룡을 깨우십시오. 홍룡은 분화구 속 깊은 마그마에 잠들어 있습니다. 홍룡을 깨우는 아이템은 사전에 지급됩니다.]

[대상: '홍룡굴 부수기-1차 퀘스트'를 성공하신 모든 하급 리그 플레이어들]

[남은 시간: 8시간 0분 0초]

[성공 시 보상: '홍룡굴 부수기'의 3차 퀘스트 참여 가능]

[실패 시 벌칙: 없음]




* * *




"그러니까 홍룡을 깨우는 건 우리 하급 리그한테 맡기고, 깨어난 후 홍룡과 싸우는 건 상위 리그에게 맡긴다는 거네. 뭐 나쁘진 않군."


형원은 생각보다 불만이 없어 보였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겨우 넓은 곳으로 왔나 싶었는데, 다시 좁고 어두운 길을 걸어야 했으니까.


그들은 벌써 1시간째 분화구를 향한 샛길을 걷는 중이었다. 아까와는 달리 금방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방심하진 말자고. 어쨌든 홍룡을 깨우는 것도 하나의 퀘스트니까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기껏 판이 마련된다 해도, 상위 플레이어들과 홍룡의 전투에 휘말려 죽을 수도 있고."

"홍룡이 그 정도로 강할까요?"

"뭐 일단 A급 플레이어라는 기태현 그 사람이 난감해하는 걸 보면, 아무리 상위 리그라도 여럿이 동시에 덤벼야 겨우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박온과 형구가 묻고 답하는 동안, 정한은 그들과 좀 떨어진 채 마력 팔찌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는 아까 못다한 일을 하는 중이었다. 바로 김요환과 그 동료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으로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환 씨. 중급 리그에서도 톱클래스 실력으로 유명한 사람이구나. 군더더기 없는 실력으로 팬도 많고······.'


여기까진 별 감정이 없었다. 그러다가 스크롤을 내려 그 '동료'의 정체를 안 순간 경직되고 말았다.


그 동료는 이미 정한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반가움보단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이상했다.


'R.F.D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긴 한데, 이 녀석이 정말 요환 씨의 동료라고? 그렇다면 뭐 때문에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거지? 설마······.'


조금 과도한 추측일 수도 있으나 정한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곧 그 생각을 멈춰야 할 때가 왔다.


"다들 잠깐 정지."


앞서 가던 박온이 발걸음을 멈추며 작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어조는 진중했다.


"이 앞에······뭔가 있어."


동시에 그녀는 눈에 띄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룹대항전 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뭔진 몰라도 불길한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다른 동료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곧이어 제각기 다른 무기를 꺼내며 전투 준비를 했다.


"박온 누나. 기감으로 뭔가를 느낀 거야?"

"그래. 확실한 건 하나가 아니고, 사람도 아니며, 마력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거야. 다들 조심해."


형원의 질문에 대답함과 동시에, 박온은 허공에 작은 마력구 몇 개를 생성했다. 공간이 좁다 보니 그보다 많은 개수를 펼치긴 어려웠다.


확실히 여럿이서 합을 맞춰 싸우기엔 많이 불리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목전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곧이어 박온이 불길함을 느꼈던 원천이 비로소 나타났다. 그 정체를 확인한 모두는 일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용?"

"저건 용이잖아!"


악어를 연상시키는 주둥이에 발톱이 달린 팔다리, 그리고 긴 꼬리와 넓은 날개까지. 누가 봐도 영락없는 서양식 용의 생김새였다.


심지어 그냥 용도 아니고 시뻘건 용이었다. 게다가 박온의 말대로 하나가 아니었다. 어림잡아 세도 열 마리가 넘었다.


"크아아아아!"


선두에 선 용이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이윽고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용들과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용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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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홍룡굴 부수기 (5) 24.05.30 7 0 14쪽
25 홍룡굴 부수기 (4) 24.05.29 10 0 13쪽
» 홍룡굴 부수기 (3) 24.05.28 13 0 12쪽
23 홍룡굴 부수기 (2) 24.05.27 11 0 14쪽
22 홍룡굴 부수기 (1) 24.05.26 15 0 15쪽
21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2) 24.05.25 14 0 15쪽
20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1) 24.05.24 16 0 14쪽
19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0) 24.05.23 18 0 15쪽
18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9) 24.05.22 16 0 14쪽
17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8) 24.05.21 20 0 14쪽
16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7) 24.05.20 20 0 13쪽
15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6) 24.05.19 20 0 14쪽
14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5) 24.05.18 22 0 12쪽
13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4) 24.05.17 25 0 14쪽
12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3) 24.05.16 26 0 11쪽
11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2) 24.05.15 28 1 14쪽
10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 24.05.14 27 0 12쪽
9 주인공 디버프 (5) 24.05.13 32 0 13쪽
8 주인공 디버프 (4) 24.05.12 38 1 12쪽
7 주인공 디버프 (3) 24.05.11 37 0 14쪽
6 주인공 디버프 (2) 24.05.10 38 0 12쪽
5 주인공 디버프 (1) 24.05.09 42 0 12쪽
4 튜토리얼 (3) 24.05.08 42 1 12쪽
3 튜토리얼 (2) 24.05.08 42 1 12쪽
2 튜토리얼 (1) 24.05.08 48 2 12쪽
1 주인공 같은 거 하지 말 걸 24.05.08 63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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