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디버프로 고생 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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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즉
작품등록일 :
2024.05.08 22:07
최근연재일 :
2024.05.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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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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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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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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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3)

DUMMY

"환영합니다. 저는 이곳 하급 129동 거점의 임시 대장을 맡고 있는 제크입니다.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건물의 최상층에선 아까 봤던 제크가 형원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모두를 향한 환영 인사는 형식적일 뿐, 그의 관심을 받는 이는 오직 하나였다.


"박온 씨, 환영합니다. 저는 당신처럼 강한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박온을 반겼다. 형원과 하랑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였다.


'젠장. 지는 까마귀나 키우는 주제에 우릴 무시해?'


그래서 형원은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그런데 그때.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그의 어깨를 누군가 톡톡 두드렸다. 형원은 이번엔 또 뭐냐는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전혀 뜻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진정한?"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한껏 개운해진 표정의 정한이었다. 순간 형원의 눈이 커졌다.


"어. 오랜만······이네?"

"너 어떻게 깨어난 거야?"


아직 퀘스트가 끝나려면 9일 넘게 남은 상황. 물론 그 기간동안 언젠가는 깨어나겠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이야. 형원은 정한을 들고 날랐던 것이 좀 억울했다. 좀 빨리 일어나지. 그러면 이 고생할 필요도 없었는데.


"뭐. 일단 자세한 얘긴 나중에 해 줄게. 그나저나 여기가 우리 거점이야? 어떻게 왔어?"

"너 업고 왔다. 이 미친 자식아."


형원이 입을 삐쭉대며 대답했다.


"그럼 저 사람들은 뭐야?"


정한은 그의 반응을 웃어넘기며 질문을 이어 갔다. 그러자 형원도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내 그는 정한의 귀에 대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20초 정도로 요약하여 설명했다.


"그럼······."

"그래. 계속해서 경계하는 게 필요하다, 이 말이야."


형원이 작게 덧붙였다. 그 옆에 있던 하랑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자리를 좀 옮기겠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인 것 같거든요."


신나게 떠들던 제크가 정한을 한번 슥 보더니 곧이어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여기 바로 밑 층에 근사한 카페가 있습니다."


그때 정한과 제크의 눈이 마주쳤다. 오만한 눈빛. 거기에 기분 나쁜 웃음. 척 봐도 마냥 착한 놈은 아닌 것 같았다.


"잘 들어 진정한. 이제부턴 아무도 믿으면 안 돼. 미안하지만 박온 누나도 완전히 신뢰할 순 없어. 저 자식은 철저한 이기주의자 같으니까. 항상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아래층으로 향하는 인원들을 쫓아가는 동안 형원은 하나의 조언을 덧붙였다. 정한은 따로 토를 달지 않음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 * *




'언제였나······. 아무튼 최형원 그 녀석이 말했었지. 그 박온이란 여자처럼, 플레이어 등급 상으론 중급 플레이어임에도 불구하고 하급 리그에 상주하는 놈들이 생각보다 꽤 있다고.'


강현은 며칠 전의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지금은 더 이상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군.'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옆에서 이한이 그를 불렀다. 하지만 강현은 들은체 만체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제기랄.'


쇠사슬로 꽁꽁 묶인 손발을 들썩이며, 강현은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의 근육이 저려 왔다. 하지만 그보다 걱정되는 건 따로 있었다.


'지형구······.'


눈앞엔 전신이 포박된 형구가 기절한 채 엎드러져 있었다. 이내 강현의 시선이 전방을 향했다.


'와타나베 씨······.'


와타나베 사쿠토. 여기 와서 처음 만난 플레이어이자, 꽤나 활기찬 중년의 일본인 남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겐 더 이상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으···으으······."


만신창이가 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와타나베 사쿠토는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와 형구를 이렇게까지 만든 원흉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저 빌어먹을 자식들!'


조금 떨어져 있는 대머리 남자와 그 부하들을 바라보며, 강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 대머리 남자의 이름은 마롯. D급의 능력치를 가진 중급 플레이어다.


"이 시간부로 이 거점은 우리의 소유다. 그러게 게임의 룰을 빨리 숙지했어야지."


이윽고 마롯이 포박된 모두를 향해 쩌렁쩌렁 외쳤다.


"뭐 나대는 놈들의 최후는 너희가 방금 봤을 테니 알 거고."


그가 바닥에 쓰러진 와타나베 사쿠토를 힐끗 보며 낄낄거렸다.


강현은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아까부터 사슬을 풀기 위해 헛된 몸부림을 치는 척하면서, 계속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르릉-


쇠사슬의 매듭 하나가 풀렸다. 강현은 재빨리 마롯의 위치를 확인했다.


"퀘스트가 시작된 후 플레이어들끼리 합의 하에 다른 거점을 침략하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 딱 써 있네."


다행히 마롯은 완전히 긴장을 푼 듯 홀로그램을 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즉 지금이 기회였다. 아무리 저 인간이 괴물이어도, E급 중에서 상위에 속하는 사쿠토의 공격을 몇 번이나 받아낸 상태. 태연한 척 해도 데미지가 조금은 쌓였을 것이다.


'제발······.'


강현은 조심스럽게 마지막 매듭을 풀었다. 됐다. 손이 자유로워진 그는 뒷주머니에서 조용히 너클을 꺼냈다.


"아저씨······."


그걸 본 이한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말렸으나,


"쉿."


강현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탈락하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이내 그가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수상하다 생각할 정도로 상반신이 오뚝이처럼 흔들렸다. 당연히 그 모습은 일동의 주의를 끌었다.


"뭐야 너?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


마롯이 코를 찡그리며 으르렁댔다. 쓸데없이 저항을 왜 하냐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강현이 그 말을 들을 리 없었다.


들썩들썩-


결국 마롯이 한숨을 내쉬며 곁에 있던 누군가에게 말했다.


"야. 저 녀석 좀 기절시켜. 돼지 같은 놈이 산만하기나 하고······. 쯧."


곧이어 그의 명을 받은 상위 E급 플레이어 하나가 강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강현은 꽉 쥔 주먹에서 땀이 나기 시작함을 느꼈다.


저벅- 저벅-


예상과 달리 마롯이 직접 오진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에선 상대의 전력을 하나라도 줄이는 게 중요했다. 어느덧 스포츠 머리를 한 남자가 그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야. 얌전히 있어."


자세를 낮춘 남자가 재빠르게 강현의 뒷목을 내리치려는 순간.


"어?"


슈욱!


순식간에 쇠사슬을 풀어헤친 강현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날렸다.


퍼억!


그러자 둔탁한 타격음이 층 안을 가득 메웠다. 거구의 E급 플레이어가 자랑하는 펀치력과, 마력으로 강화된 특수 너클의 만남이었다.


"커허어억!"


남자의 거친 신음과 함께, 곧이어 주먹이 꽂힌 곳 주변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공격당한 그가 피를 쏟으며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강현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꽉 물어라."


일순간 강현의 살기 어린 눈빛이 빛났다. 이윽고 그는 남자의 전신을 향해 주먹을 퍼부어 댔다.


퍽! 퍼억! 퍽!


남자는 명색이 E급 플레이어였으나 기습을 허용한 후엔 그저 두들겨 맞을 뿐이었다. 선빵을 중요시하는 강현의 전략이 통했다


'누구나 이럴 땐 자연스레 틈이 생기지.'


그는 이를 악문 채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퍽! 퍽!


그러다 보니, 어느새 피로 범벅이 된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뗐다.


"그······그만!"


퍼억!


마지막으로 회심의 일격을 날린 후 강현은 그제서야 공격을 멈췄다. 남자는 뒤로 자빠진 채 그대로 기절한 듯했다.


"헉···허억······."


그러나 강현 역시 장시간 포박당해 있었기 때문에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 따라서 빨리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


쉬익!


그는 뾰족한 너클을 휘둘러 발목에 묶인 쇠사슬을 두 동강 냈다.


스르릉!


이윽고 정확히 반으로 내리그어진 사슬을 풀며 강현은 다시 일어섰다. 곧바로 그는 기절한 남자를 일으켜 세운 후, 이내 목덜미를 감싼 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아···하아······."


다리가 저리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여기서 꾸물대다간 진짜 죽을 것이다. 그러니 멈추면 안 된다.


"이 미친 새끼가······. 너 지금 나랑 장난치냐?"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마롯은 강현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미간을 흉측히 구겼다. 일단 흥미로워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갈수록 괘씸해졌다.


인질극. 강현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자, 동시에 그가 가진 최후의 수단이기도 했다.


"그 자식이 인질이라고?"


마롯이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강현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비록 기습이긴 하지만 상위 E급 플레이어를 쓰러뜨렸다. 확실히 쓸 만한 녀석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중간한 그룹의 기준으로 볼 때였다.


"E급치고는 훌륭한 피지컬과 주먹을 가졌군. 다른 그룹에 있었다면 나름 요긴하게 쓰였겠어."


그리고 마롯의 그룹은 결코 어중간하지 않았다. 빙빙 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그의 결론은 이거였다.


"다만 딱 거기까지다. 그 자식 죽일거면 죽여."


강현을 봐 주지 않겠다는 것.


"그룹원을 잃은 대가로 너도 죽일 거니까."


그 순간 마롯의 늠름한 체구 뒤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전구의 필라멘트가 내는 인공적인 빛이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빛. 그건 다름 아닌 불이었다.


"이참에 널 태워버리고 본보기로 삼아 주마."


어느새 사람의 몸보다 거대해진 화염구(火炎球)가 보기만 해도 뜨거운 빛을 내뿜었다. 마롯의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기겁을 하며 물러났다.


'박온이라는 여자의 기술과 비슷한 건가.'


강현은 며칠 전 보았던 박온의 능력을 떠올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마롯의 구(球)와 박온의 구는 달랐다.


"젠장할."


같은 D급 플레이어지만 얼핏 봐도 마롯의 수준은 박온을 훨씬 상회하는 듯했다. 애초에 다루는 마력의 크기부터가 다른 모양이었다.


"산 채로 익혀 주마."


D급 오버플레이어의 막대한 마력을 담은 화염구. 그것이 지금 주인의 지시 하에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강현은 벌써부터 온 몸이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급한 대로 전투 자세를 취했지만, 이 상황에선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아저씨!"


구석에서 꼼지락거리던 이한이 절망스레 소리쳤다. 강현은 정말로 죽음이 눈앞에 왔단 생각에, 결국 자신의 항복 코드를 외쳤다. 정확힌 외칠 뻔했다.


쾅!


그때 출처 모를 둔탁한 소리가 공간에 가득 퍼졌다.


"어?"


그리고 다음 순간. 쭉 전진하던 화염구가 방향을 틀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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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홍룡굴 부수기 (4) 24.05.29 10 0 13쪽
24 홍룡굴 부수기 (3) 24.05.28 13 0 12쪽
23 홍룡굴 부수기 (2) 24.05.27 11 0 14쪽
22 홍룡굴 부수기 (1) 24.05.26 15 0 15쪽
21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2) 24.05.25 14 0 15쪽
20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1) 24.05.24 16 0 14쪽
19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0) 24.05.23 18 0 15쪽
18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9) 24.05.22 16 0 14쪽
17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8) 24.05.21 20 0 14쪽
16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7) 24.05.20 20 0 13쪽
15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6) 24.05.19 21 0 14쪽
14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5) 24.05.18 22 0 12쪽
13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4) 24.05.17 25 0 14쪽
»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3) 24.05.16 27 0 11쪽
11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2) 24.05.15 28 1 14쪽
10 하급 리그_그룹대항전 (1) 24.05.14 27 0 12쪽
9 주인공 디버프 (5) 24.05.13 32 0 13쪽
8 주인공 디버프 (4) 24.05.12 38 1 12쪽
7 주인공 디버프 (3) 24.05.11 37 0 14쪽
6 주인공 디버프 (2) 24.05.10 38 0 12쪽
5 주인공 디버프 (1) 24.05.09 42 0 12쪽
4 튜토리얼 (3) 24.05.08 42 1 12쪽
3 튜토리얼 (2) 24.05.08 42 1 12쪽
2 튜토리얼 (1) 24.05.08 48 2 12쪽
1 주인공 같은 거 하지 말 걸 24.05.08 63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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